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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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녀의 것 / 김혜진 장편소설


김혜진 작가의 작품 <오직 그녀의 것>의 책을 좋아하는 석주가 향한 곳은 출판사였다. 처음에는 교열을 시작했고 이후 사수였던 오기사의 추천으로 편집부 역사팀으로 옮기면서 편집과의 인연이 시작된다. 하지만 편집인으로서 그녀의 이름이 인쇄된 책을 펼치게 된 장소는 다니던 회사, 그녀의 책상에서가 아니다. 경제불황을 이유로 회사에서 나온 뒤 편집팀 사수였던 장민재가 보내주어 알게 된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다시금 출판사의 문을 두드린다. 마침내 주간 자리까지 오른 산티아고 출판사까지의 여정이 소설에 담겨 있다. 석주의 성격이 처음에는 조금 우유부단하게 느껴졌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무엇이 부족한 줄 알면서도 상처받을까 장점만을 말하고, 자신의 창작물에서 조차 누군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것 같은 내용은 시적 창작을 막더라도 쓰지 못한다. 그래도 대학에서 교직을 이수해 안정적인 교사가 되라는 부모님의 바람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솔직하게 자신의 진로를 털어놓는다. 그녀가 말을 꼭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아는 분별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읽다보니 알 수 있었다. 이런 분별력이야 말로 편집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라는 것도.


석주의 하루는 이른 아침 원룸을 나서면서, 좁은 골목을 빠져나오면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시작되었고 저녁 무렵 같은 풍경을 되짚어 오면서 끝이 났다. 멀리서 보면 단조로워서 똑같은 하루를 이어붙인 것 같은 나날. 

그러나 그녀에겐 매일매일이 새로웠다. 115쪽


매일매일이 새로운 날로 느껴지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있을까. 석주가 산티아고 출판사에서 진정한 편집자의 길을 걷게 되면서부터 그녀의 매일은 그렇게 날마다 새로워진다. 20여년 전, 작은 출판사에서 인턴 생활을 했었다. 석주의 매일이 그러했듯, 출판사로 출근하던 내 하루도 한동안 그렇게 새로웠다. 하지만 그 기간이 길지 못했다. 내가 더 열심히 하면 할 수록 나를 응원하고 지원해줄 수 있는 오기사와 같은 사수는 없었다. 오히려 나의 성실과 진지함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그곳에서 ‘좋아하는 일이 싫어지지 않도록 회피’ 했다. 하지만 석주는 달랐다. 그녀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려야 할 지 정확하게 분별했다. 좋아하는 그 일을 계속 하기위해 인사조차 피할 만큼 자신을 무시하고 적대감을 가졌던 동료를 긴 시간 견뎌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먹먹함이 밀려왔다.

시시하고 평범한 그 이야기는 다름 아닌 자신의 삶이었다. 석주가 미약하게나마 감동을 느낀 건 쓰지 않은 것과 쓸 수 없는 것까지 모두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대단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그 여정은 오직 석주에게 속한 것이었고 그녀만의 것이었다. 264쪽

읽는 일은 석주가 가장 오래 지속해온 가장 진실하고 아름다운 행위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온전히 누릴 날이 앞으로도 많이 남아 있을 거였다. 271-272쪽


여전히 마음 속에선 출판사에서 직접 책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버리진 못했다. 오히려 우유부단 했던 건 그녀가 아닌 나였던 것이다. 그저 오랜기간 석주처럼 내가 이어온 일이 있다면 바로 ‘읽는 일’이다. 석주도 깨달았던 것처럼 ‘이야기가 향하는 곳이 자신의 내면이라는 것(267쪽)’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오직 그녀의 것>을 읽으면서 흐릿하게라도 남았던 미련과 원망을 털어낼 수 있었다. 더이상 책을 쓰거나 만들 수 있는 기회는 없지만 최소한 누군가 간절하게 쓰고 만든 책들의 서평을 적는 이 내세울 것 없는 일들이 내게는 중요한 나만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나요? 272쪽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직업은 정말 다양할 것이다. 소설에서도 저자와 편집자만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것은 그들의 직업은 정말 다양하지만 '독자'가 아닌 이들은 없다는 사실이다. 소설은 편집자 석주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책을 읽는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읽는 행위’와 ‘책을 좋아하는 마음’ 자체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혹은 아무튼 책이란 단어에 반응을 하게 된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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