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할매는 왜 다시 산티아고에 갔을까 - 두 번째 까미노, 포르투갈 길을 걷다
이윤 지음 / 푸른향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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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의 에세이 <까칠한 할매는 왜 다시 산티아고에 갔을까>

이 책은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시 걷게 된 이유를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다. 처음 읽기 전에는 ‘왜 굳이 다시 갔을까’라는 궁금증이 앞섰는데, 책을 읽다 보면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면서도 깊다. 이미 할머니의 나이가 된 작가가,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기 위해 다시 길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 여정은 여행이라기보다 감정을 따라가는 시간에 가깝게 느껴진다.

저자의 길을 따라 이야기가 흐르기 때문에 특별히 꾸며진 사건이나 극적인 전개보다는, 길을 걸으며 겪는 일들과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래서 읽다 보면 무언가를 설명하려는 글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는 느낌이 든다. 특히 두 번째 순례라는 점에서, 이전과 같은 길을 걷고 있음에도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순간들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일상 속에서는 충분히 꺼내놓지 못했던 감정을, 길 위에서는 오히려 더 솔직하게 마주하게 된다. 걷는 동안 떠오르는 기억들, 문득문득 밀려오는 그리움이 반복되면서, 이 여정은 점점 누군가를 잊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온전히 그리워하기 위한 시간이 되어간다. 그 과정이 과장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지기 때문에 더 오래 남는다.

제목에 있는 ‘까칠한’이라는 표현처럼, 글의 태도 역시 솔직하다. 힘든 건 힘들다고 말하고, 불편한 상황에서도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감동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감정이 따라오게 만든다. 특히 누군가를 떠나보낸 이후에도 남아 있는 감정이 어떻게 계속 이어지는지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감이 된다.
결국 이 책은 ‘왜 다시 갔을까’라는 질문에 분명한 답을 가지고 있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그리고 그 마음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그 이유 하나로 다시 길을 걷는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이 인상 깊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그리움을 견디는 한 방식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푸른향기 #까칠한할매는왜다시산티아고에갔을까 #이윤 #순례길 #여행에세이 @prun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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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이웃
이수안 지음 / 문학수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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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이웃 


이수안 소설집 <저녁의 이웃>은 겉으로 드러나는 낮의 이야기가 아닌 숨기거나 숨길 수 밖에 없었던 혹은 숨긴 것은 상대였다고 믿고 싶은 이들의 속내가 담겨져 있었다. 언젠가 나도 그러한 흐릿하거나 불편한 마음을 가진 적이 있었던듯도 싶은 기분이 들어 <저녁의 이웃>을 한낮에 읽을 때조차 나른한 마음이 되곤 했다.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6년 동안에 걸쳐 쓰여졌다고 했다. 아홉 편 중 몇 편을 꺼내어 작가에게, 그리고 이 책을 궁금해 할 독자들을 위해 내 감정을 좀 더 털어놓자면 '모든 오해는 이해했다고 믿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너를 전혀 모르겠다. 52쪽' (모나로부터, 모나에게 편) 은 세상에 얼마나 많은 오해와 이해했다는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을까하는 답도 없는 물음으로 가득채운 작품이다. 무언가 새로운 시작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물 위에서, 그리고 그 아래에서 엄청난 경쟁과 그로인한 질투가 넘실거린다. 공통된 하나의 적을 향한 공격은 죄책감도 덜하고 무엇보다 '사실'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평가에 인색한 교수의 엄청난 칭찬을 받은 모나가 그 대상이 되는 것은 무리도 아니었다. 동조하지 않았지만 그들과는 다르다는 자만을 놓지 못한 채 그녀를 사랑한 부부가 있고, 마찬가지로 그 둘 서로도 알지 못하는 이유로 모나를 오해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픈 모나의 숨은 상처가 드러나는 순간 활자 너머에 내게까지 슬픔이 확 밀려왔다. 그런가하면 <소셜 다이닝>은 미식과 트릭이라는 한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유희가 가능한 소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돋보인다고 하지 않고 돋보여야 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자신을 숨겨야 한다고 했고. 그 이유는 뭘까요?”(…)

“나를 숨김으로써 드러내는 거예요. 내용물보다 포장지가 더 중요하거든요.” 100쪽


내용을 떠나서 개인적으로 채식주의자가 고기를 먹고 속이 불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만 해왔지, 그 반대의 경우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만약 커플 중 채식주의자가 있다면 한쪽만 배려하고 손해라고 생각해왔던 내 편견을 인정하고 말았다. 특히 만약 처음 만난 누군가의 직업을 맞추거나 내 직업을 아슬아슬하게 감춰야 하는 게임에 참여할 것인가 묻는다면 '이미 너무 피곤하다'라고 느낄만큼 지쳐있음도 느꼈다. 소설은 내가 굳이 시도하지 않는 모험을 그저 '읽는 행위'만으로도 노출의 위험없이 초대하는 수단이 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유진'이란 이름은 작가들에게 정말 사랑받는 이름이구나를 깨닫게 해준 <테라스가 있는 옥상 별채>도 기억에 남는다. 섣부른 오해로 하지말았어야 할 말을 던지고 났을 때 후련함보다 후회가 밀려왔던 경험이 한 번쯤 있을것이다. 연인을 찾아 긴 시간을 날아 한국에 왔어도 연락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치코가 받았던 억울한 오해보다, 그가 떠난 뒤 걸려온 전화에서 마지막 한 마디가 더 오래 남을 것 같다. 다정은 그렇게나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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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데아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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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데아, 이우 장편소설 서평.

유년시절 이후 줄곧 모로코에서 살았던 준서는 자신의 뿌리이자, 진정한 한국인이 되고자 어머니 몰래 국내 대학에 지원해 합격증을 받는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교육열이 남달랐기에 다른 이들이 친구를 사귀고 또래와 함께 놀러다닐 때 준서는 과외사실까지 숨겨가며 어머니의 입맛대로 성장했다. 파리에서 대학을 다녔어도 여전히 이방인의 삶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기에 ‘서울 이데아’를 꿈꾸며 신촌의 한 대학 사학과 신입생으로 돌아온다. 서울에 거주하며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니며 그곳에서 친구를 사귀면 분명 자신도 ‘한국인’이 될 줄 알았지만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준서가 찾고자 하는 것은 쉽게 다가오지도, 잡히지도 않는다.

📌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발견한 모험가들은 모두 신기루를 선물로 맞이한 사람들이란다.
(…) 신기루를 선무로 맞이하느냐, 덫으로 맞이하느냐… 그건 우리의 몫이겠지.” 192쪽

이웃에 살며 준서에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벗이자 멘토이며 테니스 스승이기도 한 생테스와 함께 했던 사막에서 그는 신기루가 덫인 것 보다는 두려움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불행하다고 말한다. 준서가 서울에서 힘겨운 일들을 마주할 때 마다 잠시 넘어지더라도 결코 주저앉지 않을 수 있도록 해준 말이었다. 그러다 입학식 대표로 주연을 알게 되면서 준서는 첫 눈에 그녀에게 반해 타학과 전공 수업을 청강하고 오직 그녀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학교 시위에도 참가한다. 한국에 온 이유도, 시위에 참여하고 밤을 새며 학교일을 하는 모든 이유가 오직 주연에게 있었던 준서에게 찾아올 결말은 대략 짐작이 되었다.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장을 끝까지 읽고 싶었던 이유는 준서의 연애에 있지 않았다.

📌
가만 생각해 보면 내가 한국인으로 인정을 받는 건 나의 주체적인 액션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던 거야. 평범한 사람들처럼 있는 그대로 한국인일 수 없었던 거지.(…)
결국 난 이십 년 동안 계속해서 한국인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살았던 거였어.” 432쪽

어딘가에 속해있어야 만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거란 기대, 그 기대로 무리를 했던 과거와 그로인해 얻었던 상처들이 스쳐지나갔다. 동시에 현재의 나는 사막 한가운데서 신기루를 찾고자 하는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가장 불행한 상태’인건 아닌가 자문해보기도 했다. 왜 이렇게 증명해야만 하는 것인지, 무의미하다 하면서도 늘 그렇게 증명하고자 애써왔다는 생각도 들었다.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에 행복을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설을 읽으며 그런 자문과 답을 찾아보았던 것 같다.


#서울이데아 #이우 #몽상가들 #소설 #서평 @mongsang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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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 파워 - 부와 권력을 결정짓는 토지의 힘
마이클 앨버터스 지음, 노승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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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 파워
부와 권력을 결정짓는 토지의 힘

농업 중심이었던 우리나라에서는 굳이 무슨 말을 보태지 않아도 그 중요성을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밖에 없다. 특히 <랜드 파워>의 저자는 한반도의 경우 분단된 상태라서 ‘특별한 울림이 있다(8쪽)’고 했다. 게다가 광복 이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해 여전한 부를 누리는 친일파들의 토지 소유만 보더라도 토지가 부와 권력에 미치는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대재편’이란 표현으로 역사에 큰 흔적을 남긴 토지 관련 사태를 특정 국가를 통해 잘 보여준다. 초반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토지가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시기’에서 인류가 증가하고, 기술의 발전으로 식량을 축적할 수 있게 되면서 인류는 정착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생존을 위한 정착이 나중에는 정복과 부의 축적으로 인해 결국 토지 소유가 전쟁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특히 볼리비아의 토지재분배 과정은 여성의 권리와도 관련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챕터별로 정리하기 보다는 개인적으로 기억해두고 싶은 내용을 토대로 이야기를 이어가본다.

📌유럽 열강은 르네상스 시대와 이베리아반도에서 무슬림을 몰아내기 위한 수 세기에 걸친 전쟁이 끝날 때쯤부터 멀리 떨어진 땅을 탐험하고 정학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새 영토의 지배권을 놓고 수십차례나 전쟁을 벌였으며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드넓은 땅덩이를 사고 팔았다. 하지만 이 땅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토착민들이 이미 그곳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55쪽

유럽이 토착민의 땅을 자신들의 소유로 만드는 방법은 단순하고 폭력적이었다. 무력으로 빼앗거나 다수의 정착민을 현지로 보내면 그만이었다. 국가별로 정착민들의 모습도 다양했다. 토지 매입을 위한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도 있지만 죄수 등을 그리로 보내 자국의 보안과 안녕을 도모하는 방법도 자행되었고, 이후에도 여러 국가가 답습했다. 그 과정에서 백인 우월주의가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보면 이미 다 알고 있는 역사인데다 한숨이 나왔다. 미국의 경우 아메리카 원주민의 강제 이주와 관련된 부분은 제대로된 기록문서 조차 남아있지 않은데 그 이유가 ‘세금을 내지 않는 인디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짐작해볼 수 있다. 토착민과 원주민을 대상으로 한 약탈외에도 중국에서 자국민을 대상으로 경제부흥과 토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라질 정부가 했던 우매한 결정들도 있다.

📌중국에서는 공산주의 혁명에 뒤이은 토지 집단화와 탈집단화로 대규모 삼림 파괴, 초지 초토화, 토양 침식, 지하수 오염이 일어났다. 현재 중국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이 재앙을 치유하느라 허덕이고 있지만 결코 임무를 완수하지 못할 것이다. 154쪽

토지에 대한 갈증을 달래기 위한 아마존 공략은 다방면에서 전개되었다.(…) 하지만 그 어떤 정책보다 장기적으로 파멸적인 환경 피해를 낳은 것은 군사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었다. 특히 도로 건설은 숲을 억지로 열어젖혀서 정착지로 만들었으며 나날이 증가하는 자원 채굴과 개벌을 뒷받침했다. 171쪽

최근 관람한 영화 ‘호퍼스’에서는 출퇴근 시간의 교통난을 해소를 위해 고속도로를 건설하려는 시장과 대립하는 소녀가 등장한다. 해당 영화에서는 동물들의 거구지를 파괴하는 것이 주요 쟁점이었지만 현실적으로 고속도로가 생길 때 발생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책에서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 제대로 보여준다. 귀여운 비버들이 불쌍해서’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토지와 관련된 문제는 서두에 밝힌 것처럼 성별과 관련한 불평등과도 관련되어 있다.

📌많은 여성이 집 안에 매여 있으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존중, 가정 문제에 대한 여성의 발언권, 권력과 권위를 지닌 위치에서 남성과 나란히 일하는 능력 등이 2000년대 초에는 상상도 못했던 방식으로 발전했다. 토지는 이러한 역사적 변화에서 주춧돌 역할을 했다. 271쪽

누구의 소유도 아니었던 시대에서 아주 척박한 작은 곳까지 누군가의 소유가 된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토지재분배가 안정적으로 안착되기 위한 제도적인 변화는 무엇인지도 궁금해진다. 우선 발전적인 의미의 공동체가 존재해야 하고, 사유지가 아닌 공유지의 확대도 필요할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인구는 앞으로 계속 감소할 것이다. 권력이 소수에게 치우치지 않기 위해 토지재분배의 역사를 아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랜드파워 #마이클앨버터스 #토지 #인플루엔셜 #서평
@influential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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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 아티초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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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는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와 두 편의 시를 묶은 책이다. 타이틀에서 언급된 제인 오스틴을 향한 그녀의 찬가를 잠시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열다섯 살의 제인이 그저 가족을 웃기기 위해 혹은 집안에서만 소비될 글을 쓰고 있었던 게 아니라 (…) 모두를 위해, 자신의 시대를 위해, 또 우리 시대를 위해 글을 쓰고 있었다. 다시 말해, 제인은 그 어린 나이에도 이미 ‘작가’였다. 29쪽

제인 오스틴의 재능은 놀라울 만큼 균형이 잡혀 있었다. 완성된 소설들 가운데 실패작은 없었고, 수많은 장들 중에서 수준이 뚜렷하게 떨어지는 것도 거의 없다. (43쪽, 제인 오스틴, 모두가 두려워하는 부지깽이 중에서)


이렇게 완벽에 가까운게 아니라 완벽한 작가였던 제인 오스틴도 시대와 시스템으로 인한 제약은 분명 존재했다. 특히 울프의 말에 따르면 ‘초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모든 작가가’(85쪽,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중에서) 중산층 이상의 부유한 가정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이다. 당시에 그들이 누렸던 작가로서의 부는 지금은 상상도 하기 어려울 정도다. 평생 작업만을 위한 대저택 및 관리를 위한 하인들까지 아마 요즘 아이들이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아이돌’이 아니라 ‘작가’가 되겠다고 했을 것 같다. 이렇게 시대가 다르다는 점을 느끼게 하는 부분도 있지만 울프로 부터의 시간도 한참 흐른 요즘도 여전히 변함없이 이어지는 부분도 있다.


교양속물은 어중간한 지성을 가진 남녀입니다. 그들은 울타리 이쪽저쪽을 어슬렁거릴 뿐, 한 가지 뚜렷한 목표를 좇지 않습니다. 예술도 아니고 삶도 아닌 것이죠. 그리고 이 두 세계를 돈과 명성, 권력, 지위와 뒤섞어 구별할 수 없게 만들고, 예술이든 삶이든 어딘가 불쾌한 방식으로 그것을 추구합니다. 131쪽 (내가 교양속물을 싫어하는 이유 중에서)


높은 의자에 앉아 있는 작가들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사다리를 놓아주려는 시도를 할 뿐 그자리에서 내려오려고 하지 않는다는 울프의 지적에 작가 뿐 아니라 대부분의 독자들도 불편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특히 교양속물의 정의와 그들이 보여주는 행태 묘사에 떳떳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물론 자신을 순수 지식인으로 칭하는 현실 자체를 풍자하는 솜씨도 놀랍기만 하다. 무엇보다 자본과 전쟁 그리고 정치가 작가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룬 내용들이 인상적이었다. 작가들에게 영향을 당연히 대단한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들만의 전쟁’이었던 과거에는 작가들은 전쟁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좀 라디오를 통해 그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느꼈다면 오늘날의 전쟁은 세대를 막론하고 터치 한 번이면 전쟁의 참혹과 이기심을 넘치게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씁쓸하기만 하다. 세월이 흐르고 사회가 변해도 전쟁은 사라지지 않고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울프는 작가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예술가는 정치와 무관하다는 이들에게’ 편에서 설득력있게 풀어냈다.


말미에 수록된 두 편의 시 울프의 언니인 바네사의 딸과 아들과 관련된 시로 울프의 비평가적인 면모외에 이면을 마주할 수 있어 좋았다. 독자로서, 이쪽도 저쪽도 닿지 못한 교양속물로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책이었다.


@woojoos_story 진행으로 우주서평단 단체디엠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우주서평단 #버저니아울프 #누가제인오스틴을두려워하랴 #아티초크 #제인오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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