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메이드
아이린 크로닌 지음, 김성희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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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메이드 - 아이린 크로닌 지음

다리없이 태어난 아이 아이린. 저자의 회고록이자 일정 부분 픽션이 가미 된 작품이다. 책의 시작은 10대 소녀가 댄스파티에서 가장 멋진 남자의 제안으로 춤을 추는 장면이다. 두 다리가 없는 그녀였지만 얼굴이 예쁘고 지적수준만큼이나 유머러스한 집안 내력으로 퀸카가 되기에 손색없던 아이린은 격렬하게 춤 동작때문에 의족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녀의 어린시절, 4살 때 가족 모두 떠난 여행에서 자기 혼자 빠졌다는 사실과 자신을 제외한 '보통'사람들 모두 다리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으로 되돌아 간다. 역자의 말처럼, 다른 리뷰어들의 소감처럼 장애를 가졌지만 아이린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연애도 하고 실연도 겪으면서 동시에 이런저런 문제에 시달리기도 한다. 가족과의 불화 또한 그녀를 비켜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임신중에 복용한 약, 탈리도마이드 때문에 장애아를 낳았다는 사실을 끝까지 감추려했던 어머니와도 화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어느 가정이나 크게 보면 비슷한 위기와 결말을 맞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르다면 그녀가 두 다리가 없다는 사실이 아니라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이었다. 

"톰, 네가 혹시 지금 내 감정이 어떤지 궁금할까 봐 말해주는건데, 난 가끔씩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어.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은 가족들  덕분이 아니라, 그들이 내 가족인데도 '불구하고'라고." - 490쪽-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던 때 아이린을 달래주던 거트이모와 그녀말고도 10명이나 되는 자녀들을 낳아 기르는 부모의 모습을 볼 때 가족의 힘이 상당히 컸다라고 생각했다. 결말에 이르러서야 아이린도 어느 부분 인정하긴 하지만 그녀가 가장 힘들어했던 무렵 그녀의 가족은 그를 버려두었다. 심지어 엄마를 원망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진심은 아랑곳없이 끝까지 탈리도마이드 복용을 부정했던 엄마의 모습은 쉽게 이해가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모성이 큰 것과 별개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크나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부정하려는 인간의 이기심은 그 자리가 '엄마'라고 해도 별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씁쓸해졌다. 엄마라면 그럴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반대로 엄마도 사람이니까, 더군다나 늘 예뻐보이고 싶고 그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속에서 성장한 여자라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악녀 캐릭터를 욕하면서도 그래서 좋아한다고 말하는 장면은 아이린의 엄마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에리카는 악마야!"엄마는 이렇게 말하곤 "아, 나는 그래서 에리카가 진짜 좋아"라고 덧붙였다. -42쪽-

첫 결혼에 실패한 아이린의 시련은 앤디를 만나면서 끝이 났다. 사랑이 이렇게 쉬울 수 있냐며 자문할만큼 앤디는 그녀에게 진정한 베필이었다. 취향이 비슷해서 싸우는 일도 있지만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두 사람의 모습은 온갖 핑계와 두려움으로 현실에 안주하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부러운 커플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소설적인 분위기였지만 가장 맘에 드는 부분도 두사람의 연애사였다. 브라질로 떠난 앤디와 연락이 두절되었을 때 독자였지만 앤디에게 크게 실망했고 설마 반전이 있진않을까 하며 기대하며 읽었다. 누군가의 삶을 참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는 말이 칭찬으로만 들리진 않겠지만 아이린의 삶은 그녀의 장애를 염두하지 않아도 소설처럼 다가왔다. 엄마와의 갈등과 유전적 결함을 쫓는 부분은 안타까웠지만 책을 읽고 전체적인 느낌이 우울하기보다 달콤하게 느껴졌던 까닭도 그 때문이다.

날 반대하는 편을 이끌던 사람이 폭력적인 환자에게 공격을 당했다. 그것을 보면서 난 이런 교훈을 얻었다. 첫째, 절대 나 자신을 의심하지 마라. 특히나 다른 누군가가 나 대신 날 비난하기 위해 안달 나 있을 대라면 더더욱.
-528쪽-

프리다칼로가 쓴 "날아 갈 수 있는 날개가 있는데 다리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란 말보다 이 문장이 아이린의 강한 의지를 잘 느끼게 만들었다. 나 자신을 의심하지 않기! 치료사와 친구들의 조언을 신중하게 생각하는 아이린도 결국 자신을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의심하지않는다면 장애나 이런저런 방해도 결국 모험을 위한 특별한 장치가 될 뿐 벽이 될 순 없다는 것을 '머메이드'가 깨닫게 해줬다. 다만 해석이 매끄럽지 않아 읽으면서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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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기 사전
미야타 치카 지음, 박혜연 옮김 / 이봄S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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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기 사전 - 미야타 치카 지음%EB%AC%BC%EA%B0%90

 

아기자기 하게 예쁜 일러스트로 가득 찬 손편지, 카드 그리고 다이어리를 만나면 설사 상대방의 호감도가 평균이하였다 하더라도 달리 보게 된다. 저렇게 깜찍하고 귀여운 혹은 감성짙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나쁜 사람은 아니겠지 하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글을 잘쓰고 싶은 것 만큼 그림을 잘그려보고 싶다는 사람이 많은 것도 결국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빠른 시간내에 슥슥 그려 간직하고 싶다거나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다. 여행지에서 사진촬영을 하면 제지를 받을까 두려워 할 필요도 없다. 손바닥만한 수첩을 꺼내 볼펜이나 색연필로 그때 느꼈던 감정을 담아 그리면 세상에 그 어떤 사진이나 엽서 혹은 액자에 담긴 그림보다 더 가치있고 소중한 작품이 탄생한다.

 

하지만 그림은 타고 난것이 아닌가요?

 

내 생각에는 타고나야 가능 한 몇 가지 재능 중 그림도 속한다고 믿는다. 다만 새로운 걸 탄생시키거나 아주 뛰어난 회가가 될거라는 지나치게 큰 꿈만 가지지 않는다면 앞서 말했던 다이어리의 간단한 하루 표현, 지인에게 보내는 손편지나 카드를 밋밋하지 않게 데코할 수 있는 정도 등이라면 책을 보고 수차례 연습하면 가능하다. 그림 그리기 사전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릴 만큼 책에 수록되어 있는 그림만 2000개! 동물이나 식물을 그리고 싶은 아이들, 일상을 그대로 옮겨와 맛나게 먹었던 디저트, 주변사람들의 표정, 간단한 툰을 그릴 수 있는 다양한 소재가 책안에 들어있다.

 

그냥 따라만 그리면 끝?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특징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원하는 이미지 혹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그림은 관찰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지금은 동물학자이자 자연보호 운동가로 잘 알려진 제인 구달은 어릴 때 부터 식물에 관심이 많았다. 그녀가 공개한 어릴 때 관찰일기를 보면 그림 실력이 뛰어난 것 보다 진지하게 관찰하고 애정을 갖고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상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잘 잡아내면 그림 그리기가 쉬어진다. 하지만 처음부터 특징이 잘 각인되거나 표현하기는 어렵다. 바로 그럴 때 이 책을 활용하게 되면 특정 꽃이나 식물의 가지의 특성, 동물들마다 다리길이가 몸에 비해 짧거나 길거나 등을 알아볼 수 있다. 사람도 주름을 얼마나 넣는지 눈썹위치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연령이 크게 달라진다.

*그림 재료부터 선긋기 등 시작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설명되어 있으니 걱정은 뚝!

 

사전을 보고 단번에 천재가 되거나 우등생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가급적 많은 사례를 보여주고 도움을 주는 것이 사전이다. 그림 그리기 사전도 마찬가지의 역할을 가지고 우리를 도와준다. 꾸준히 따라그리다 보면 슬슬 다이어리에 그림이 그려지고 프라이빗한 메세지를 다채롭게 꾸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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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그림책 -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 위로의 책
박재규 지음, 조성민 그림 / 지콜론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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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

위로의 그림책 - 박재규 글, 조성민 그림


지콜론북 위로의 책 시리즈 두번 째 작품으로 기획은 2004년에 했지만 본격적인 출판 작업은 지난 해 겨울에 결정되었다고 한다. 그림을 그려준 일러스트레이터 조성민씨가 저자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준 덕분에 탄생한 이 책은 글 없이 그림만 보아도 위로를 받을 정도다. 수채화처럼 물의 농도에 따라 질감이 느껴지는 듯한 편안함이 '위로의 그림'에 잘 어울렸다. 제법 두꺼운 책이지만 활자가 많지 않아 그저 읽는 게 목적이라면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완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위로'를 받는 게 목적이라면 내 마음이 상처난 곳을 가만가만 건드려주는 페이지에서 한참을 머물 수 밖에 없어 여유를 두고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소유치 말고 존재케 할 때 사랑은 지속된다 - 19쪽-


위 문장은 엄마로 보이는 여성이 모래놀이 중인 아이를 흐믓하게 바라보는 그림과 함께 실려있다. 문자그대로 그저 바라봐주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전부다. 부모의 자식사랑 뿐 아니라 남녀간의 사랑 또한 소유하려는 마음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상대보다 더 많이 사랑한다는 이유로 집착과 사랑을 혼동할 수 밖에 없다. 사랑 혹은 이별 등 '관계'와 관련된 글이 많지만 그 부분에서 가장 맘에 드는 문장은 위의 문장이었다.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지만 연애와 교우관계에 고민이 없어서 그런지 마음에 툭 하고 자리를 차지한 글은 저정도였다. 반면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 타인의 기준에서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 생겨나는 고민이 많은 요즘 마음속에 들어오는 문장들은 다음과 같았다.


이른 아침 알람을 매일 투덜대며 끄고 있다면 지금 뭔가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 88쪽


학교다닐 때도, 직장을 다닐 때도 기쁜 마음과 설레이는 마음으로 일어났던 적이 몇 번 이었을지 헤아려본다. 기억이 오래되어 학창시절은 그렇다치더라도 출근 할 때면 매일 같이 피곤했고 어쩔 수 없는 '의무감'으로 버텨왔다. 결국 긴 고민끝에 쉽지 않은 길을 택했고 그 길을 걷는 요즘 잘하고 있는지 늘 자문하고 있다. 남들과 같은 길을 걸을 때면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들지 않는다. 그저 이렇게 살아도 행복한거라고 나를 속이기만 하면 되었다. 이제는 알람을 투덜거리며 끄지 않는다. 알람을 끄고 더 자도 크게 상관없다. 그저 내 속만 타들어갈 뿐이라 요즘은 아에 알람을 거의 맞춰두지 않는다. 그래서 이 문장을 보았을 때 '위로'받을 수 있었다. 내가 위로받을 수 있었던 것과 별개로 크게 공감한 문장들은 아래와 같다.


패션의 완성은 손에 책 92쪽

그 무게중심 가족에 있지 않은 자 추구하는 모든 것 다 헛되고 헛되고 헛되다 156쪽


인스타그램을 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독서하는 남자'사진을 업데이트 하는 이용자가 있는 데 호응이 굉장하다. 책을 들고 있는 '그 남자들'의 패션은 정장부터 캐쥬얼, 작업복까지 정말 다양한데 표정은 모두 진지하고 밝아보여 사진을 보는 사람까지 책의 내용이 궁금해진다. 역시 패션의 완성은 스마트폰보다 책! 두 번째 문장을 크게 공감한 까닭은 나이들어 느끼는 것 중 대부분이 가족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는 친구, 연인이 중심이었다면 서른이 지나고 난 후부터는 가족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엄마보다 아무래도 서먹서먹하고 거리가 있던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누구보다 고왔던 엄마 얼굴의 주름도 더는 못본척 할 수 없어진다. 잘 살아야지, 행복해야지 하는 마음을 다름아닌 가족이 내 마음속에 꽉 차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변함없이 가지고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공감하는 문장 하나 더!


당신은 이미 충분히 많다 70쪽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처음에는 기뻐해야 할 지 반성해야 할지 고민 할 지도 모른다. 정말 많이 가져서가 아니라 스스로 만족해서 그렇게 느꼈다면 반성보다는 감사해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리뷰를 봐도 느껴지는 것처럼 이 책은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한 방향으로 읽을 필요가 없다. 나중에 읽은 문장 때문에 다시 앞으로 와서 스쳐지나가듯 넘겼던 문장이 다시 마음에 들어오기도 하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 보아도 멋진 그림과 함께 써있는 길지 않은 문장에 위로 받을 수 있다. 혼자봐도 좋고 누구에게 선물하면 더 좋은 책, 위로의 책 세번째 책이 벌써 부터 기다려진다. 무조건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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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품은 영어 이야기 - 천부적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영어의 역사
필립 구든 지음, 서정아 옮김 / 허니와이즈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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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품은 영어 이야기 - 필립 구든 지음(서정아 역)

 

영어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하게 되었는가?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왜 영어가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는지는 물론 책을 읽다보면 간접적으로 세계사를 공부할 수 있는 부교재로도 손색이 없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세월이 꽤 지난 나와 같은 독자들이라면 새삼 복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고, 현재 학습중이거나 아직 초중등 과정을 수학하는 학생들에게는 영어를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종교와 상관없이 '바벨탑'과 관련된 일화를 들어본 적이 있을것이다. 원래는 모든 사람이 하나의 언어, 통일된 단어를 사용했지만 신에게 도전이라도 할 것처럼 높은 바벨탑을 쌓아올리자 신이 노여워하여 인간들이 서로 다른 지역에서 다른 언어를 사용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하나의 언어를 사용한다면 어떨까? 의사소통이 원활해서 지금 보다 분쟁이 덜 했을까? 외국어 교육이나 관련 업종 등등이 사라지면서 언어에 쏟았던 노력을 한 곳으로 집중해 효과적인 지식을 쌓아올릴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사람들이 만국공통어를 가지려는 까닭은 이해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중국어지만 지역 분포도를 보면 영어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반드시 직업적 성공이나 좋은 학점을 위해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요할게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문학, 문화등을 공부하기 위해 언어가 기본이라는 점을 깨닫고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영어의 시작은 어느 곳, 어느 시대인가?

 

로마인들이 나타나기 이전 영국과 아일랜드에는 켈트어를 쓰는 사람들이 살았다. 켈트어는 유럽 어족에서 오래전에 갈라져 나온 어파다. 그 후 영국은 로마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25쪽-

 

영어의 중심 잉글랜드는 본래 켈트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켈트어를 현재까지 사용하는 사람들은 스코틀랜드 지역의 극히 일부다. 로마인들이 지나간 이후 유럽 북서부 끝자락에 살던 집단들이 몇 백 년에 걸쳐 영국을 침략했는데 이 침략자들의 언어가 곧 영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주변국들의 세력다툼으로 프랑스가 영국을 집권한 때도 있었지만 언어를 지배하지는 못했다. 언어를 지배한다는 것은 문화를 통째로 지배할 수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했을 때만 떠올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앵글로색슨인은 켈트 문화를 업신여기고 무시했다. 우월감은 커녕 열등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도한다. 39쪽

 

앵글로색슨인에게는 제대로된 글자가 없었지만 원시적인 문화는 아니었다고 말하며 <베어울프>서사시를 그 증거로 언급한다.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알파벳과 같은 문자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후 200년간 잉글랜드는 평화를 맞이했지만 프랑스 등 인근 나라의 침략은 이어졌다. 언어를 지배하지는 못했지만 침략의 흔적은 남았다. 고대 노르드어를 사용한 바이킹의 경우 앵글로색슨어(고대 영어)와 유사한 점이 많았다는 점도 한몫했다. 때문에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영어 중 상당수가 고대 노르드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영문학을 공부할 때 가장 처음 배우는 작가 제프리 초서와 관련한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되었다. 다름아닌 그가 표준어가 아니라 사투리를 사용하였으며 당시 사투리는 다른 지역 사람과 의사소통이 어려울 정도로 제각각이었다는 점이다. 초서가 <캔터베리 이야기>이야기를 사투리로 쓴 덕분에 그가 사용한 사투리가 표준어가 된 것은 작가인 초서조차 상상하지 못했을거라고 작가는 말한다. 영어의 가장 큰 장점은 맞춤법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변형이 쉽고 확장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저자가 그 사례로 든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었는데 그가 쓴 작품(멕베스, 햄릿, 템페스트 등)을 보면 하나의 단어에 여러가지 뜻을 부여하거나 품사를 변경시킨 흔적이 자주 보인다. 셰익스피어의 경우 별도의 챕터를 구성해서 그를 둘러싼 흥미로운 가설과 일화등을 알려주는데 좀 더 관심있는 사람들은 책을 통해 호기심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영어가 발달하고 세계를 지배하는 언어가 된 계기는 16세기 말에 나타났다. 영국이 제국을 건설하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하면서 미대륙 동부 해안에 소규모 식민지가 하나둘씩 세워졌다. 이러한 식민지 건설은 청교도의 도착과 더불어 신대륙에서 영어가 뿌리를 내리는 데 기초를 마련했다. -147쪽-

 

 

 

 

영어의 탄생배경과 영문학 초기의 문학 및 영문학이 꽃피울 수 있었던 셰익스피어 등을 포함, 영어의 발달사가 총 7장 중 3장까지 이어진다. 4장부터가 근대 영어 및 미국의 독립을 다루고 6장 부터가 영어의 세계화라는 큰 제목으로 영어가 다른나라에 전파되었던 계기와 19세기 영어에 대한 설명이 실려있다. 리뷰가 너무 길어지는 까닭에 두번째로 핵심이 될 만한 영어가 과연 앞으로 어떤 양상을 보일 것인지를 다룬 6장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저자는 202년경에는 영어를 사용하거나 배우는 모든 사람 가운데 원어민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도 가장 많은 영어학습자는 중국인이며 이 숫자가 미국의 총 인구수를 뛰어넘는 다고 한다. 그들이 배우는 영어가 단일화된 표준 영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고한다. 쉬운예로 우리가 영어를 배우러 어학연수를 떠나는 국가는 미국보다는 그보다 학비가 저렴한 말레시아, 싱가포르, 뉴질랜드 그리고 호주다. 영어의 근원지인 영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비싼 학비가 부담스러워 정작 우리는 표준영어라고 떠올리는 장소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영어를 배운다. 물론 그곳에 영어도 표준영어다. 저자는 이렇게 다양한 변종 영어가 나타난 이유를 역사에서 찾았다.

 

말레이반도와 같이 영국의 지배를 받던 지역에서는 현지인도 영어를 익혀야 살아가는 데 유리했다. 로마제국의 통치를 받던 브리튼인이 라틴어를 몇 마디라도 알아둬야 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264쪽

 

위의 경우 생존과 편의를 위해 영어를 배웠지만 실제 원어민의 교육을 받기 쉽지 않았기에 조금 다른 영어가 파생되었다고 말하며, 말레이시아의 경우와 달리 중국은 무역과 상업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런가하면 싱글리시, 즉 싱가포르식 영어는 영어, 말레이어, 중국의 푸첸어 단어를 섞어 쓰는 말로 영어 단어의 뜻이나 형태가 바뀌는 일도 있다고 한다. 이유야 어떻든 영어를 긍정적으로 '배우기'위해 변종된 경우도 있지만 스페인과 프랑스처럼 영어의 번성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서 변종 영어가 탄생되기도 한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가 된다면 이런 변종 영어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면도 있다. 영어를 사용하면서 지역이나 민족간의 서로 이해하지 못할 단어가 존재하며 요즘은 이메일이나 인터넷 등을 사용하면서 생겨난 신조어까지 통일된 언어라고 부르기에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런 문제를 구체적으로 7장에서 다뤘다.

 

영어권 사람들이 '무슨 말이나 허용되는'언어 공동체에 살고 있다 생각하면 착각이다. 320쪽

 

말, 그리고 글은 본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정치적으로 사용되면 한 개인의 문제를 떠나 국가간의 문제로 번질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영어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었던 과정에서 '침략' 및 '민족적 우월성'등 부정적인 측면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인종차별적인 단어를 작품에서 그대로 표현한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사례로 들며 저자는 말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영어를 잘 사용하면 긍정적인 효과는 말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긍정적인 측면에서의 영어의 활용과 학습의 방향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책을 읽는 동안  잊고 있었던 내용과 몰랐던 부분을 알아가며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책을 읽고나서가 문제였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부교재로 사용하기에 손색이 없는 이 책의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지 책을 다시 펼쳐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단순히 영어공부하는 데 목적의식을 가질 수 있어 좋고, 영어는 싫지만 영어의 탄생과 파생과정을 세계사 속에 녹여내어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짧게 평하기에는 책이 가진 장점이 상당했다. 무엇보다 쉽지 않은 내용을 국내 독자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번역해준 역자의 노력도 상당해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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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 - 더 자유롭고 지혜로운 삶을 위한 철학의 지혜
천자잉 지음, 박주은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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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철학은 늘 어렵기만 하다. 철학서를 펼쳐보면 정의도 제각각인데다 심지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를 열거해놓아 배경이나 사상, 학자들의 이론에 접근하기 전, 정의에서 손을 놓아버리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책, [삶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는 도입부터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사례를 들어 철학의 정의까지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가 하는 선의의 행동이 타인에게도 우선순위가 일치하는지와 위험에 처한 타인을 구할 때 망설이는 행동들이 자신과 상대방과의 관계와 우연성에 의해 결정된 다는 것이다. 어릴 때 가르침을 제대로 배우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젊은 시절의 주된 임무는 학습이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의 주된 임무는 행동이다. 더 뛰어난 자아를 실현하고 싶다 해도, 이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것이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것은 나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 하는 문제보다 더 중요하다. 32쪽

 

저자는 철학의 정의를 ‘그렇게 된 이유’를 밝히는 데 있다고 말한다. 과학이 어떤 사건의 메커니즘과 원리를 증명할 수는 있지만 목적과 이유를 밝히려면 ‘철학’적인 접근만이 가능하며, 사례로 지금까지 살아있는 사람들은 종족을 보존하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이기적 유전자’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메커니즘은 그렇다하더라도 반드시 이기적인 유전자만 살아남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의인이라 불리는 사람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살폭탄 테러’의 경우 과학적인 현상만 봐서 그 사람이 이기적인지 명분을 가지고 실행에 옮긴 이타적 인간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해당 국가의 전통과 종교적인 문제 등 다양한 ‘철학적’사고를 통해 접근해야한다.

 

 

생물학, 경제학, 게임이론 등은 각각 과학적 테두리 안에서 인간 행동의 일부를 연구하고, 나름대로 유용한 성과도 얻었다. 하지만 이런 학문이 인성 전반을 연구하거나 ‘인간의 본질’을 발견한 적은 없다. 64쪽

 

총 3부로 나뉘었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읽어도 좋다. 저자가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1부에 있다고 했는데 사례로 들어준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 삶에 어떻게 철학이 적용되는지를 보여주는 3부의 내용이 나오고 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를 묻는 2부 역시 각각의 장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알려준다. ‘네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더 이상 자기 자신만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나와 관련된 타인, 사회와 그들과의 관계를 이해하라는 의미라는 것을 깨닫는 것, 발생된 모든 일과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소이연’을 탐구하는 것이 철학이다. 철학을 공부하게 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고 저자가 말하는 진정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부록처럼 실려 있는 라이프지 인터뷰 내용은 철학자의 은거생활이란 주제로 본문만큼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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