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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그림책 -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 ㅣ 위로의 책
박재규 지음, 조성민 그림 / 지콜론북 / 2015년 3월
평점 :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
위로의 그림책 - 박재규 글, 조성민 그림
지콜론북 위로의 책 시리즈 두번 째 작품으로 기획은 2004년에 했지만 본격적인 출판 작업은 지난 해 겨울에 결정되었다고 한다. 그림을 그려준 일러스트레이터 조성민씨가 저자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준 덕분에 탄생한 이 책은 글 없이 그림만 보아도 위로를 받을 정도다. 수채화처럼 물의 농도에 따라 질감이 느껴지는 듯한 편안함이 '위로의 그림'에 잘 어울렸다. 제법 두꺼운 책이지만 활자가 많지 않아 그저 읽는 게 목적이라면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완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위로'를 받는 게 목적이라면 내 마음이 상처난 곳을 가만가만 건드려주는 페이지에서 한참을 머물 수 밖에 없어 여유를 두고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소유치 말고 존재케 할 때 사랑은 지속된다 - 19쪽-
위 문장은 엄마로 보이는 여성이 모래놀이 중인 아이를 흐믓하게 바라보는 그림과 함께 실려있다. 문자그대로 그저 바라봐주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전부다. 부모의 자식사랑 뿐 아니라 남녀간의 사랑 또한 소유하려는 마음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상대보다 더 많이 사랑한다는 이유로 집착과 사랑을 혼동할 수 밖에 없다. 사랑 혹은 이별 등 '관계'와 관련된 글이 많지만 그 부분에서 가장 맘에 드는 문장은 위의 문장이었다.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지만 연애와 교우관계에 고민이 없어서 그런지 마음에 툭 하고 자리를 차지한 글은 저정도였다. 반면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 타인의 기준에서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 생겨나는 고민이 많은 요즘 마음속에 들어오는 문장들은 다음과 같았다.
이른 아침 알람을 매일 투덜대며 끄고 있다면 지금 뭔가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 88쪽
학교다닐 때도, 직장을 다닐 때도 기쁜 마음과 설레이는 마음으로 일어났던 적이 몇 번 이었을지 헤아려본다. 기억이 오래되어 학창시절은 그렇다치더라도 출근 할 때면 매일 같이 피곤했고 어쩔 수 없는 '의무감'으로 버텨왔다. 결국 긴 고민끝에 쉽지 않은 길을 택했고 그 길을 걷는 요즘 잘하고 있는지 늘 자문하고 있다. 남들과 같은 길을 걸을 때면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들지 않는다. 그저 이렇게 살아도 행복한거라고 나를 속이기만 하면 되었다. 이제는 알람을 투덜거리며 끄지 않는다. 알람을 끄고 더 자도 크게 상관없다. 그저 내 속만 타들어갈 뿐이라 요즘은 아에 알람을 거의 맞춰두지 않는다. 그래서 이 문장을 보았을 때 '위로'받을 수 있었다. 내가 위로받을 수 있었던 것과 별개로 크게 공감한 문장들은 아래와 같다.
패션의 완성은 손에 책 92쪽
그 무게중심 가족에 있지 않은 자 추구하는 모든 것 다 헛되고 헛되고 헛되다 156쪽
인스타그램을 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독서하는 남자'사진을 업데이트 하는 이용자가 있는 데 호응이 굉장하다. 책을 들고 있는 '그 남자들'의 패션은 정장부터 캐쥬얼, 작업복까지 정말 다양한데 표정은 모두 진지하고 밝아보여 사진을 보는 사람까지 책의 내용이 궁금해진다. 역시 패션의 완성은 스마트폰보다 책! 두 번째 문장을 크게 공감한 까닭은 나이들어 느끼는 것 중 대부분이 가족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는 친구, 연인이 중심이었다면 서른이 지나고 난 후부터는 가족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엄마보다 아무래도 서먹서먹하고 거리가 있던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누구보다 고왔던 엄마 얼굴의 주름도 더는 못본척 할 수 없어진다. 잘 살아야지, 행복해야지 하는 마음을 다름아닌 가족이 내 마음속에 꽉 차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변함없이 가지고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공감하는 문장 하나 더!
당신은 이미 충분히 많다 70쪽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처음에는 기뻐해야 할 지 반성해야 할지 고민 할 지도 모른다. 정말 많이 가져서가 아니라 스스로 만족해서 그렇게 느꼈다면 반성보다는 감사해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리뷰를 봐도 느껴지는 것처럼 이 책은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한 방향으로 읽을 필요가 없다. 나중에 읽은 문장 때문에 다시 앞으로 와서 스쳐지나가듯 넘겼던 문장이 다시 마음에 들어오기도 하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 보아도 멋진 그림과 함께 써있는 길지 않은 문장에 위로 받을 수 있다. 혼자봐도 좋고 누구에게 선물하면 더 좋은 책, 위로의 책 세번째 책이 벌써 부터 기다려진다. 무조건 추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