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필사 - 하나님과 깊이 만나는 시간
고진하 엮음 / 지혜의샘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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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과 깊이 만나는 시간, 기도필사 / 고진하 엮음

 

 


지난 해 부터 필사관련 책들이 많이 나왔지만 기존에 하고 있던 필사가 끝나지 않은데다 필사를 시작하면 대략 짧게는 한 달 이상 그 책을 읽고 쓰고 봐야하기 때문에 맘에 쏙 드는 책을 발견하지 못해 신간으로 출간된 필사책을 단 한권도 읽고, 쓰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혜의샘 출판사에서 출간한 '기도필사'를 만나게 되었고 목사부터 신부님, 작가에서 이름모를 인디언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기도를 모아놓은 이 책은 내용도, 또 필사하는 공간 페이지도 제각각으로 예쁘게 편집해놓은 것을 보고 드디어 신간으로 출간된 필사책 중 맘에 드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본격적으로 필사를 시작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편집과 내용뿐 아니라 필사할 때 함께 들을 수 있는 필사음악은 물론 총 10편의 기도문을 저자가 직접 낭송한 기도듣기도 있어 책을 읽고, 쓰고 또 들을 수 있다.




필사 전에 찍은 '제 눈물로 당신의 발을'이란 밀라노의 암브로시우스의 기도문은 CCM중에 가장 좋아하고 힘들때나 기쁠때나 읖조리는 '눈물로 씻은 발'을 떠올리게 만들어 읽고 또 읽었다. 암브로시우스의 고백처럼 우리는 주의 발을 씻을만한 물을 찾을 수가 없다. 세상 아무리 깨끗한 물이라도 우리의 눈물만큼, 우리의 참회만큼 순수한 물은 없기 때문이다.


한차례 쭈욱 읽고 나서 본격적으로 필사까지 하려고 맘먹었을 때 가장 처음 필사한 기도문은 이름없는 인디언 수우족의 '저는 작고 힘없는 아이입니다'였다. 글씨는 삐뚤삐뚤 전혀 예쁘지 않아 사진으로 담기 민망했지만 적어도 저 기도문을 옮겨적는 순간 내마음은 그 어느때보다 예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는 작고 힘도 없는 아이지만 그래서 부족한 것도 많아 이것저것 구하는 것도 많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자신과 싸워 이길 수 있는 힘을 달라는 기도가 가장 와닿았기 때문이다. 살다보니 나를 흔들고 울리는 것이 타인이 아니라, 마음 밖에서가 아닌 내 안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그랬던 것 같다. 기도문 하단에는 간략하게나마 '인디언 수우족'과 관련된 부연설명도 적혀있어 편집자의 배려가 느껴졌다.

 


 

 

가장 먼저 필사로 옮기고 싶은 기도문의 필사가 끝난 뒤 처음 부터 차례로 시작했다. 엘데르 카마라의 '투명한 사랑'은 필사전에 기도듣기까지 들은 뒤 필사를 시작했다.


서로, 모든 사람을,

땅 위에 있는 유일한 사람인 양 사랑하는 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당신은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셨습니다.

-16쪽-



서문에 밝힌 것처럼 이 책은 읽고 쓰고 또 듣기까지 총 세번의 기도를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가방이 무서워 기도책을 가지고 다닐 수 없을 때에는 ebook 이 아니더라도 들으면서 옮겨적을 수도 있고 배경음악만 들으면서 명상할 수도 있다. QR코드를 인식하면 아래 하면처럼 기도필사 페이지로 연결, 기도듣기 혹은 배경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감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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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 기분
박연희 지음, 쇼비 그림 / 다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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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타이틀이 '명왕성 기분'이라길래 벅차고 설레는 그런 기분을 뜻하는 줄 알았다. 아주 조금 너무 먼 애잔한 그리운 마음이 들 때를 표현하는 건가싶기도 했고 또 아주 조금은 우리말 방송작가를 했던 저자의 이력 때문에 순우리말 단어인가 싶기도 했고. 책을 읽고 알게된 '명왕성 기분'이란 것은 기분이 좋을 때 뜨는 그런 기분이 아니었다. 저자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끝도 없는 어둠만이 가득할 것'같은 기분이며 가족이 곁에 있어도 나 홀로 있는 듯한 선득한 기분이었다. 선득한 기분이란 '갑자기 서늘한 느낌이 드는 모양 혹은 갑자기 놀라서 마음에 서늘한 느낌이 드는 모양이란 뜻의 부사'다. 지금은 덜하지만 내게도 '명왕성 기분'이 찾아올 때가 있는 데 분명 창밖에 세상이 환한 낮에 잠들었는데 깨어보니 어둑해졌을 때 그런 기분이 들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시간을 흘려버린듯한 그런 기분. 그럴때면 꼭 '명왕성 기분'이 찾아들곤 했는데 그 선득함이 싫어서 낮잠을 안자려고 노력해보기도 했다.

40

어릴 때부터 자주 느끼는 어떤 기분이 있다.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었던 이 기분에

나름대로 이름을 붙여주었다.


'명왕성 기분'


 

 첫 페이지를 넘겨보고 너무 낯간지러운 이야기가 아닌가, 우리말 단어를 글속에 녹여내려고 어울리지 않는 문장을 이어붙인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약간 들기도 했다. 저자의 어린시절 부끄러웠던 이야기, 영국 지하철 안내방송과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감자전, 버터에 비빈 밥에 얽힌 사연을 넘어가면서 이 책이 정말 편하고 좋아졌다. 처음에는 대충대충 넘겨가며 생경한 단어가 보여도 그런가보다 했던 것이 이야기에 빠지다보니 다 신기하고 메모지에 옮겨적게 되었다. '많은 방'과 '마늘 빵'에 관한 에피소드를 읽을 즘에는 얼굴에 미소도 잦아졌고 남편을 만나게 된 사연은 가슴 한켠이 뭉클해졌다. 저자약력에 적혀있던 '영국경찰이 안아주어'란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거니챌 수 있었다.



 

108

그 사람 말대로 술로 죽고 싶어 했던 때는 지났다.

아무리 속상한 일이 있어서 술 먹고 죽고 싶어도,

술 없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과 함께 늙어 죽으면 되는 거다.


 

책 속에 별도로 저자가 표기해주고 의미를 달아준 단어는 총 43개라고 맨 뒤에 부록처럼 별도의 페이지로 알려주지만 의미가 달리지 않은 순우리말도 책을 읽다보면 자주 만날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리뷰에 순우리말을 가급적 10개가 넘게 넣어봐야지 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소리내어 읽었을 때 문장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듯 적고 싶은데 억지로 끼어넣다보니 내 국어실력이 데데해보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책에서 배운 좋은 표현과 저자가 경험한 혹은 저자가 들려주고 싶었던 좋은 이야기들을 시나브로 잊고 살겠지만 '명왕성 기분'이 찾아오더라도 이젠 덜 선득할 것 같다. 이 책이, 그리고 이 책을 쓴 저자가 나를 벗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232

너도 괜찮기를.

문득 문득 명왕성 기분이 들 때

내가 널 위한 무기가 되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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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핀 꽃에서 멈추다
박윤희 지음 / 현자의마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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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나를 위한 독서라기 보다는 '엄마'에게 권해드릴 만한 책인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골랐다. 어릴 적 엄마가 내가 손 닿을 수 있는 위치에 늘 책을 놓아두신 것처럼 나도 그렇게 강요가 아닌 자연스럽게 손 닿을 수 있는 곳에 책을 놓아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꽤 오랜 시간 그렇게 여러 권의 책을 무언으로 권해드렸는데 엄마가 60세라는 인생 2막에 접어드신 후로는 그다니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제서야 아, 내가 엄마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 엄마가 지금껏 살아온 삶을 제대로 이해할 수도 그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고 엄마가 읽었을 때 좋을 책을 찾는 다는 것은 지금 내 기준에서의 '추천도서'가 아닌 엄마에게 '언니'가 되어주고 '인생 선배'가 되어줄 수 있는 분의 책이었다. 박윤희님의 [활짝 핀 꽃에서 멈추다]는 그렇게 내곁에 왔다.



이 글의 주인공은 소위 '잘 나가는, 성공한 5%'의 사람이 아닙니다. 평범한 우리 주변의 할머니이며, 어머니이며, 이모이며, 언니입니다.


내가 십대였을 때 엄마가 들려주는 추억과 스무살 이후 들려주는 엄마의 추억이 다른 것처럼 어쩌면 이 책도 아직 내가 읽기에는, 엄마에게 권해드릴만한 책인지 판단할 자격이 내게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인생 선배님들은 어떻게 살아오셨을까? 하는 정말 아이같은 호기심으로 책을 읽었다. 잘나가는 누군가의 자기개발서를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묵묵하게 자기 삶을 살아오신 분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자기개발서에서도 얻을 수 없는 생생한 삶 그 자체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저자의 노년기의 삶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저자가 만났던 우리 선배님들의 내용을 재구성 한 것이다. 그덕분에 한 사람의 이야기만 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 만날 수 있는 분들의 연애사, 고난, 극복 등 다양한 드라마를 만날 수 있었다. 그분들의 이야기는 전혀 낯설거나 촌스럽지 않았다. 그분들이 하던 연애도, 결혼도 그리고 다툼과 좌절이 약간의 변형만 있을 뿐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그대로였다. 만약 젊은 작가의 시선으로 '오래된 그녀'들의 이야기를 접했다면 같은 이야기도 다르게 전달되었을지도 모른다. 손주를 봐주고 있는 어머니들의 이야기도 어머니가 아닌 며느리의 입장에서 설명되었을 수 있고, 가난하고 능력없는 배우자와의 결혼 이야기도 그와 이별하고 재기에 성공했다는 식의 다른 결론이 나왔을 것만 같다.


"혼을 불태우며 살아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자신이 한 선택에 집중해야 해요. 그리고 좋은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성실해야 하고, 정직해야 하고, 기다려야 하고, 죽지 않을 정도로 무리도 해야 해요. 그리고 자신이 한 노력의 결과로 행복해져야 하죠." 137



저자가 서문에 밝힌 것처럼 '고령사회'라는 담론에 대해 우리는 지나치게 부정적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만 아마도 우리가 부양을 책임져야 할 세대인 까닭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리뷰를 적으면서 내가 기대하는 것은 적어도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그리고 이 리뷰를 읽은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다른 인식을 가질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우리가 성공이 목적이 아니라 행복이 목적이라면,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기위한 자기개발서를 원한다면 '오래된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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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색볼펜 읽기 공부법 - 책읽기에서 시험준비까지 인생을 바꾸는
사이토 다카시 지음, 류두진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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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색볼펜 읽기 공부법 : 사이토 다카시 지음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한 이 책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의 책을 이전까지 총 3권 읽었다.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 [혼자 있는 시간의 힘]등이다. 세권의 내용이 조금씩 중복되거나 서사처럼 이어지는 부분이 물론 많았지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크게 공감했고, 혼자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하는지, 제대로 공부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저자의 조언은 유익했다. 뿐만아니라 이 책을 읽기 전 '파란펜'을 내세운 공부법에 관한 책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기대가 꽤 컸던 모양이다. 솔직히 개인적인 감상평을 먼저 밝히자면 크게 공감하거나 바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북돋아 주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이전에 읽었던 그의 책들마저 결국 '저자'의 개발과정이었을 뿐 나와는 맞지 않는것 같다라는 우울한 생각까지 들었다.


3색 줄긋기는 크게 객관과 주관으로 나뉘는데 파란색 줄과 빨간색 줄은 객관, 초록색 줄은 주관이다. 파란색과 빨간색 줄은 개인적인 취향이나 감성, 가치관에 따라 긋는 것이 아니라, 누가 봐도 대체로 혹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할 만한 곳에 그어야 한다. 47쪽


아무래도 저자는 학술적인 목적으로 제출용 혹은 연구용 문서를 많이 접했기 때문에 객관적이거나 주관적인 것을 주제로 색을 나눈 것 같다. 비단 이 책의 저자 뿐아니라 책은 밑줄을 그어가며 읽어야 자기것이 된다고 강조하는 사람들을 많이 접했다. 반드시 까지는 아니지만 밑줄을 긋지 않고 포스트잇이나 별도의 노트를 만들어 기록하는 것이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느꼈기에 나 또한 밑줄을 그어가며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객관적으로 중요할 경우 정도의 따라 파란색과 빨간색을 사용하고 객관적이진 않지만 맘에드는 표현이나 관심이 가는 경우 초록색을 이용하라는 이야기가 이 책의 핵심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제대로 학습되지 못하거나 이해가 어려운 독자를 위해 예문을 들어주고 사례를 들어주는 곳은 좋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내용이 지나치게 반복되다보니 책을 읽는 속도가 더딘데다 만약 저자의 조언대로 하자면 이 책은 그다지 3색 볼펜이 필요한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관적으로 와닿는 문장이 없을 뿐더러 객관적으로 중요한 내용도 3색 볼펜의 구체적인 사용방법 외에는 이전의 저서의 내용에서 크게 다른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하나 밑줄을 긋는 것이 익숙해지면 마치 공이 날라올 것을 대비해서 기다리는 타자처럼 마침애 밑줄을 그을만한 문장을 만났을 때 기뻐할 뿐 아니라 그런 기쁨을 찾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는 것이 흥미로워진다고 했지만 이부분에 있어서는 저자와 나의 생각이 같지 않아서 더더욱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부모는 자녀가 각자 어디에 초록색 줄을 그었는지 살펴보면 신기한 것을 느낄 수 있다. 평소 잘 안다고 생각했던 자녀의 다른 면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걸 재미있어하는 아이였구나'라고 새삼 깨달을 때도 많다. 110쪽



물론 이제 막 독서에 흥미를 갖는 아이들이나 본격적인 입시경쟁에 뛰어들게 되는 청소년들의 경우 학습서를 비롯 자발적인 공부나 독서가 아닌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할 때라면 빠른 시간내에 요점을 파악하는데 분명 큰 도움이 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정리하자면 자기만의 독서방식, 습관이 있는 사람 중 지금까지의 방식에 변화를 주고 싶다거나 책을 읽어도 기억에 남지 않아 교정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미 굳혀진 자기만의 방식이 있어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효율적인 독서방법과 공부하는 자세를 바로잡아주고 싶은 부모나 그런 의지가 있는 성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3색볼펜 방식이 책을 효과적으로 읽는 유일한 길은 아니다. 책을 읽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나는 3색볼펜 방식이야말로 스모의 준비 운동과 같은 기본 동작이라고 생각한다. 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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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의 애인에게
백영옥 지음 / 예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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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 장편소설

애인의 애인에게

 

가장 잘하고, 가장 사랑하고, 가장 절실했던 것이 가장 아프게 나를 배반한다.

가장 가까이 있던 것들이 가장 멀리까지 도망가버린다.


낮에는 평범한 사진가들처럼 예술관련 아카데미에서 교양수업을 듣거나 자연을 촬영하러 다니다가 밤이 되면 라디오를 들으며 부업인 포르노그라피 작업을 하는 남자 성주. 그의 아내 마리의 표현을 빌자면 그는 한 대의 컴퓨터에 맥os와 윈도우를 동시에 설치해놓고 그때 그때 바꿔가며 쓰는 완벽하게 이중적인 삶을 사는 남자이기도 하다. 남들에게는 엄연히 비밀이고 본인도 굳이 공개하지 못하는 일을 가진 사람은 무언가 늘 신비로워 보인다. 그것이 어둠의 비밀이라도 '비밀'이라는 특수함을 가진 이상 갖지못한 이들에게는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 그 사람이 탐날 것이다. 어린나이에 결혼하고 사랑이 끝이 나기도 전에 결혼이란 법적인 테두리에서 밀려난 정인과 유년시절 착하게 행동한 만큼만 부모가 날 사랑해줄거라는 조건부 사랑을 받고자란 마리 그리고 십여년을 함께 살았지만 남편과 자신이 하나일 수 없고 남편의 외도가 그저 그사람의 사랑일 뿐 나와는 무관하다라고 완벽하게 이해해버린 수영과 같은 사람들에게는 성주는 탐나는 것 그 이상일 것이다. 갖지못하면 파괴하고 싶을만큼 탐나고 또 그 반대로 금새 싫증나고 돌아설 수 있는 그런 존재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를 사랑했다. 내 선택 때문에 평생 후회할 수도 있다.

내 결정이 어느 우연한 날, 내 부모의 심장을 가장 아프게 찌르리란 것도 알았다.

하지만 선택이란 때로 선택하지 않은 것을 감당해 내야 하는 일임을 나는 매 순간 생각했다.


 

짝사랑을 하고 있거나 남편이 외도하거나 혹은 본인이 바람피고 있지 않다면 대다수의 여성들은 '마리'의 입장으로만 성주를 이해할 수 있고 애인의 애인들을 위해 뜨게질을 하는 조금 바보스러운 정인이나, 겉으로는 성공했으나 실은 늘 실패하며 살아간다고 고백하는 수영이 불편할 것이다. 그래서 가만가만 그 두여성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보려고 애썼다. 작가는 마리의 이야기에 가장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지만 어쩌면 그렇게 많은 페이지가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남자가 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자는 것도 모자라 사랑에 빠졌다. 당연히 용서할 수 없고 괴롭고 죽고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런경우 상처입은 배우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크게보면 둘로 나뉜다. 그를 죽이고 홀로 남거나, 같이 죽거나 혼자 죽거나. 이와 반대로 쿨하게 보내주거나. 마리가 무엇을 택했는지는 여기에 적지 않겠다. 하지만 힌트를 주자면 둘 모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애매한 답을 해주고 싶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다시 돌아가서 정인의 입장, 애인의 애인들에게 뜨게질을 해주는 여자의 심리는 무엇일까. 정말 단순하게 일차원적으로 생각해보면 마리나 정인이나 둘다 자신이 사랑한다고 믿는 남자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한다. 동병상련이라고나 할까. 그런가하면 정인과 수영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를 사랑하는 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도 그와의 마음과는 무관하게 자기마음대로 끝낼 수 있다는 자유로움 아니었을까.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주가 사랑하는 수영을 위해, 성주를 사랑하다 그녀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닐까 싶다. 사실 마리의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어도 된다고는 했지만 밑줄까지 그어가며 공감하고 과거를 회상하는 등 잦은 상념에 빠지게 만든 것은 마리였다. 부모님으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을 때, 세상이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져 아직까지는 행복한 운좋은 사람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으로만 보인다는 것, 노력도 결국은 수많은 재능 중 하나일 뿐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마리의 이야기가 가슴에 콕콕 박혔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별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 이외에 그 어떤 것도 이유가 되어선 안 된다.

그것 이외의 것들은 그저 너무나 하찮은 변명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것으로 이별을 정당화할 순 없다.


 

성주, 마리, 수영 그리고 정인. 네 사람 중 아프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적어도 네 사람 모두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더이상 아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은 들어서 이 소설이 비극적이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성주가 세 사람중 누구와 다시 연이 되는 일은 없겠지만 혹은 그러길 바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 다시 연애하길 바란다. 서로가 아닌 다른이에게 또다시 상처를 받고 주더라도 이미 지나간 과거에 붙들려 살지 않기를.  책을 읽고 각자 어떤 상상을 할런지 알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오랜만에 '연애'를 정면으로 드러내놓고 쓴 작품중에서는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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