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방랑
후지와라 신야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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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희생의 미덕이 어쩌고 하는 감상에 빠졌다기보다는 그 어린 사람 그늘에 대해 일말의 두려움을 느꼈다. 태양의 후광을 받고 서 있는 아이들의 실루엣에서 문득 보살의 환영을 본 듯한 착각이 들었다.  318-319쪽


후지와라 신야의 <동양방랑>리뷰를 시작하기 앞서 영화<카모메 식당>이야기를 꺼내고 싶다. 영화 <카모메 식당>은 핀란드로 이주 한 한 일본여성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연으로 식당을 차리고, 또 그 식당의 종업원이 되고 손님이 되었는지 영화에서는 똑부러지게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짐작할 뿐 이다. 그저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 또 그 보다 더 큰 상대를 위한 친절이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보여준다. 물론 무레 요코가 쓴 원작소설 에서는 친절하게 가게 주인의 이야기부터 들려주니 영화를 보기전에 소설을 먼저 읽는것도 나쁘지 않다. 이 이야기를 책 <동양방랑>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바로 서두에 적은 발췌문 때문이다. 위의 내용은 후지와라 신야가 버마(미얀마)의 한 노점에서 밥을 먹을 때의 일을 적은 것이다. 여행지에는 특히 대도시가 아닌 곳은 어린아이들이 곁에 다가오는 것이 그다지 반가운 일이 아니다. 여행객의 주머니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저자도 식사중인 제 곁에 아이들이 점점 더 다가오는 것이 신경쓰이고 급기야 안그런척 여주인에게 아이들의 태도에 대해 언급한다. 그때 옆에 있던 남자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 애들은 '응달'을 만들고 있는 겁니다." 라고. 의아하게 생각한 저자가 재차 그 응달의 의미를 묻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일본인들이 응달의 의미를 모르는거냐고 되물을 뿐이다. 아이들이 곁으로 다가온 것은 식사중인 여행객인 저자를 배려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저자는 일말의 두려움을 느낀것이다. 다시 <카모메 식당>으로 돌아가자면 내가 영화를 보았을 때의 기분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일본은 친절하고 상냥하지만 속내는 알 수 없고 때로는 전혀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는 선입견을 가졌던 내게는 그정도의 충격과 두려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 또한 마찬가지의 감상을 주었고 그 같은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화려하고 낭만적인 여행뿐 아니라 그다지 따라하고 싶지 않은 저자의 방랑이 어느덧 청춘을 넘어버린 내게 아직 경험하지 못한 많은 것들이 존재함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여행이 삶을 축소해놓은 것이라고 할 때 여행 혹은 방랑중에는 이렇듯 뻔한 상황과 전혀 의외의 상황이 교차되어 등장한다. 가령 우리가 여행기에서 흔하게 접하는 문장인 다음의 경우가 그렇다.



+ 나는 지금 이 글을 터키 중앙부에 위치한 앙카라의 M이라는 변두리 호텔에서 쓰고 있다. 55쪽


+ 지금 나는 안탈리아의 해안 절벽에서 검은 나비를 손에 들고, 지중해의 부드러운 리듬 속에서 죽고 싶다고 말하던 그 늙은 칸초네 가수를 떠올리고 있다. 104쪽


+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이 자주 있다. 흑해를 보고 싶은 절박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여행이라는 것은 때떄로 의지를 거스르며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여행의 습성이라고나 할까? 143쪽


그 당시 내가 어디에 머물렀는지, 지금은 과거가 된 과거의 '지금'은 어땠는지를 우리는 여행기를 통해 접한다. 그리고 그 여행기가 맘에 든다면 훗날 바로 그 장소로 날아가 부러워하고 소망하던 그 여행자의 흉내를 낸다. 그리고 말한다. 내가 이곳에서 이렇게 그와 같이 글을 쓸 줄이야. 라면서. 그런가하면 이미 떠나온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새로운 장소에서 떠올리며 곱씹기도 한다. 그때의 감정과 상황이 반드시 기억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상황에서의 감정과 태도가 옳은 것만이 아니었음도 알게 깨닫게 된다. 그런가하면 저자의 말처럼 계획이 틀어졌을 때의 반응에 따라 쉽게 체념하고나 납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동양방량>을 통해 내가 찾은 답은 사람, 좀 더 확대시키자면 인연이라는 것에 있다고 본다.


때리겠다고 덤벼도 아무것도 주고 싶지 않은 거지가 있는가 하면, 쫓아가서라도 뭔가 해주고 싶은 거지도 있다. 거지도 다양하다. 가령 만 명의 거지에게 똑같이 연필 한자루씩 나눠주는 방식만큼 거지를 무시하는 처사도 없다. 인격과 인격이 만났을 때 비로소 감정이 생기고 행위가 일어나는 법이다.216쪽

 

위의 내용은 콜카타에서 만난 거지, 거지왕편에 등장한다. ?비단 거지뿐이겠는가. 인격을 대하는 데 있어서 '평등'과 '공평'은 어찌보면 위선이지 싶다. 물론 반드시 공평하게 대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저자의 말처럼 수 만명의 거지에게도 공평하게 라는 수식어를 달고 연필 한자루씩 나눠주는 것은 옳지 않다. 거지 저마다에게 필요로 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물론 공통적으로 원하는 돈을 줄 수야 있다면 좋겠지만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자면 그 또한 공평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재미난 사실은 저자가 거지에 대해, 인격과 인격에 관해 풀어놓은 이 에피소드의 주된 내용은 수입이 좋았던 거지왕에게서 느낀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 한다. 무언가 똑부러지게 말할 수 없지만 이 엄청난 방랑을 하는 그도 역시나 나와 같은 보통의 여행자구나 라고 느껴지던 부분이기도 하다.



여행과 방랑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학사전에 등록된 바로는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은 여행이고, 정한 곳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것은 방랑이다. 결국 목적이 있느냐의 여부로 나누자면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동양방랑>, 즉 정한 곳 없이 떠돌아다닌 이야기다. 덕분에 여행에서 반드시 있어야 할 '명목'이라는 것이 없어지고, 독자인 내게도 훨씬 자유롭게 그의 방향과 방랑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굳이 왜 그런 모험을 한 것인지 묻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더불어 왜 굳이 이 책을 읽는지에 대해서 답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인생은 단 한 번 밖에 살지 못하니 가급적 많은 사람들의 삶을 봐두는 것이 좋다고 결론지을 뿐이다. 마치 하단에 발췌한 터키 트로트의 마지막 대목처럼, 그 거리 뿐 아니라 이 삶을 두 번 다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거리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어

그 거리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어

그 거리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어


- 31쪽, 터키 트로트의 마지막 대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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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헤맬 때 몸이 하는 말들 - 자존감이란 몸으로부터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디아 지음 / 웨일북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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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흔히 가슴 뛰는 일을 하라,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라, 가슴이 열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모두 같은 말이다. 아이처럼 기쁜 일·사람·공간·시간을 만나라는 말이다. 삶에서 기쁨을 잃어버렸다면, 혹은 많이 줄었다면 가슴 뛰는 느낌을 찾아야 하고, 가슴을 펴는 자세를 일부러 해야 한다. 127쪽



어느 해보다 지난해는 잔병이 많았다. 마음이 아프니 몸까지 아팠던 것이다. 덕분에 이 책을 늘 가까이에 두고 아파 누워있을 때 마다 펼쳐보았다. 차례대로 읽지 않고 그때그때 마치 점치듯 그렇게 읽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위의 문장이 나오는 페이지를 읽었다. 기쁨을 잃었다면 일부러라도 가슴 펴는 자세를 해야한다고. 가슴을 피기 위해서는 저자말처럼 기분이 일단 화이팅 해야만 가능하다. 우울하고 의기소침한데다 불안한 상태에서는 결코 가슴이 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순서를 바꿔서 가슴부터 펴보는 것이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 혹은 저자의 약력을 보면 운동하라는 말이겠거니 하고 쉽게 치부할 수도 있다. 사실 나도 그랬다. 운동좀 해볼까 싶어서 이 책을 집어들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리뷰를 쓸 맘이 들진 않았다. 움직일 수 있도록 나를 일으켜주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 였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가장 큰 목적에 닿지는 못했던 것이다.


몸이 부드러워지면 마음도 부드럽게 바뀐다. 내가 부드러워지면 세상도 부드럽게 다가온다. 서문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저자서문을 보았을 때 비로소 저 문장이 보였다. 단순히 나 혼자 화이팅을 외치기 위해, 내 마음만 다스리기 위해 내 몸을 가눠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나 혼자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잘 어울리기 위해서라도 내 몸을 부드럽게 해야만 했던 것이다. 만약 당신이 뚱뚱하다면 다이어트를 해서 타인들에게 부러움을 사기 위해, 누군가에게 나를 자랑하기 위해 내 몸을 가꾸는 것이 아니었다. 운동을 하는 것, 내 몸을 돌보면서 소중함을 느끼는 순간 나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사회에 대해 여유가 생기는 것이었다. 몸이나 마음, 혹은 둘 모두가 정상적으로 움직여지지 않을 때 펼쳐봤을 때는 나만 보였기에 이 책의 진가를 제대로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전체의 질서 속에서 나의 소유를 따져보자.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꼭 필요한 만큼 갖자는 주장에서 필요란 무엇인가? 나에겐 빨간 옷도 필요하고 크리스털 그릇도 필요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을 '필요'라고 불렀지만, 누군가는 '쓸데없는 욕구'라고 부를 수도 있다. 필요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172쪽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더니 어느샌가 맥시멀리즘이 유행하고 있다. 애초에 저마다 개성이 다른데 라이프스타일을 두고 마치 자신의 방식이 가장 옳다는 듯 주장하는 것이 정상적이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런저런 방식에 자신의 삶을 끼어맞추려는 많고, 나역시 그런 사람들에게서 완벽하게 떨어져 있진 못하다. 덕분에 모든 것이 이도저도 아닌 상태가 되어버렸다. 결국 문제는 나였다. 그렇기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어쩌면 삶에서 필요한 건 멋진 사유와 좋은 텍스트보다 한 걸음일지 모른다. 사유는 몸으로 나오라고 있는 것이다. 39쪽


지나치게 오랜 세월을 사유하기만 했다. 제대로된 사유였다고 확신할 수도 없었던 시간들이었다. 덕분에 망설일까닭도 없었다. 몸의 말을 들어야 한다. 저마다 방식이 다른데 어쩌자고 또 다시 누군가의 말에 휘둘리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래저래 흔들렸으니 이번에는 몸의 말을 듣고 가슴을 펴보니 분명 이전보다는 훨씬 더 행복해졌노라고. 사유하기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저 몸밖으로 조금씩 나오려는 것 뿐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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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도둑 가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6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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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어느 가족>의 원작소설 <좀도둑 가족>.

제목 모두 '가족'이란 단어가 들어가지만 사실 법적으로 따져보자면 이들은 '가족'이라기 보다는 어쩌다 함께 살게 된 '공동체'에 가깝다. 공동체라고 해야 더 맞을 것이다. 정서적 유대감과 공통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혈연'관계도, 법적으로 부양이나 보호의 의무를 가진 관계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분명 가족이긴 하다.

 

"사랑하니까 때린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야."

노부요는 삼십년 전 자신의 경험을 떠올렸다. 어조가 어딘가 자신의 엄마를 닮아 있었다.

"좋아하면 이렇게 하는 거야."

노부요는 린을 꼬옥 안아주었다. 뺨과 뺨이 찌부러질 만큼 힘껏 끌어안았다. 136쪽

 

 

위에 올려둔 본문내용은 가정폭력으로 인해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아이 린과 그의 엄마가 되어준 노부요의 모습이다. 영화 <미쓰백>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영화 미쓰백이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어린 여자아이를 보호하게 된 과정을 담았다면 좀도둑 가족은 더 많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혹은 사회가 생각하는 '정상적인'관계는 없다. 아이에게 도둑질을 알려주고, 학교를 다녀야 할 딸이 해서는 안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도 같이 웃고 위로해주기만 한다.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돌봐주어야 하는 곳이 가정이라면 이들은 결코 가정이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가족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서로를 폭력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위의 발췌문을 가져온 까닭도 여기에 있다. 좋아한다면 안아주는 것이다. 지금 상대의 행동이 옳지 않더라도, 설사 그것이 범죄라 할 지라도, 그리하여 세상 모두가 비난하더라도 가족이라면 안아줄 수 있어야한다.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더 나쁜짓을 하도록 유도하는 부분은 분명 잘못되었지만 적어도 사랑한다면, 좋아한다면 남과 다르게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쉽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좋아한다고 말하고 네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상대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 조차 비난대신, 조언하기에 앞서 꼬옥 안아줄 수 있는지 묻는다면, 혹은 그런적이 있는지 묻는다면 난 자신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그때 나는 분명 엄마였다. 욕실에서 내 화상 흉터를 쓰다듬어주던 손길, 옷을 태우면서 한 포옹, 흐르는 눈물을 바라보던 그 아이의 눈, 바닷가에서 잡은 작은 손.

낳지는 않았다. 하지만 엄마였다. 235쪽


낳지는 않았지만 엄마인 노부요. 분명 그녀와 린이 함께 했던 하루하루는 엄마와 딸이었다. 서로의 상처에 아파할 줄도 알고, 그 상처를 딛고 웃을 수 있도록 서로를 꼬옥 안아주었던 두 사람. 리뷰는 노부요와 린의 이야기만을 담았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가족 모두가 이들의 관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타인의 재산을 탐했다는 것, 아이에게 좋은 것을 가르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분명 법적인 책임이 따라야 한다. 그런데도 나는 이들이 분명 가족이었다고 생각한다. 잃을 것이라고는 서로밖에 없었기에  서로만 생각하느라 이기적이고 어리석었을지언정 분명 그들은 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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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에 다리가 하나여도 웃을 수 있다면 - 왜 이리 되는 일이 없나 싶은 당신에게 오스카 와일드의 말 40
박사 지음 / 허밍버드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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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시작은 '개의치 않다'라는 말에서 출발한다. 저자의 말처럼 세상이 워낙 개의한 것 뿐이라서 개의치 않다라는 말이 필요했을 것이다. 동시에 나는 그럼 요즘 무엇에 그렇게 개의하면서 살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책 <치킨에 다리가 하나여도 웃을 수 있다면>은 작가 오스카와일드의 어록에 대한 공개적인 뒷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긴. 그가 죽고 난 후에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대한 부연이며 감상이니 뒷말이 맞다. 그리고 이 리뷰는 어쩌면 오스카 와일드를 저자 박사가 뒷말 한 것에 대한 뒷말이 되는 셈이다.


삶은 이상하다. 삶은 그토록 몰아붙이면서도 나아갈 길을 마련해놓는다. 극소수를 제외한 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을 이해한다.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고 보니 정말 극소수를 제외하면 죽기 전까지 죽지는 않는다는 모 신부님의 말처럼 죽으란 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겠다'싶은 순간 대부분이 사실 실질적인 것보다 감정적인 부분이 많아서 인지도 모른다.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그 감정이란 것 때문에 상처받는 나란 인간은 세상을 향해 조롱을 퍼붓는 오스카 와일드와의 만남이 더 친근하고 절실하게 다가왔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한평생 이어질 로맨스의 시작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한, 애인이든 친구든 모든 관계는 부드럽게 오래간다. 느닷없이 교통사고처럼 닥치는 충돌, 사포처럼 신경을 쉴 새 없이 긁어대는 잔소리도 사라진다.



고백하자면 나는 내 자신을 아직까지도 완벽하게 사랑하지 못하고 있다. 작가는 오스카 와일드를 알기 전부터 자기자신을 사랑했고, 자존감이 높다는 점이 비슷하다고 하기에 엄청 부러웠다. 이 두사람의 말이 맞다. 자기자신도 사랑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타인의 사랑을 기대할 것이며, 그것이 늘 의문이면 당연히 언젠가 나를 떠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것은 단 한 순간도 완벽하게 '사랑'하지도 받지도 못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인지 관계의 지속은 가능해도 마지막인사까지 완벽하게 행복했던 적은 드물었다. 설사 아프게 헤어지더라도 내가 나를 사랑한다면 회복도 빠르다. 평생 사랑하며 살고 싶다면 자신부터 사랑하라는 저자의 말에 한숨부터 나왔다. 역시나 상대방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말은 나를 사랑하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행복한 사람은 착하다. 그러나 그 역이 늘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시절 누가봐도 난 착한아이었다. 남의 것을 탐낼줄도 몰랐고, 타인을 괴롭혀서 기쁨을 느껴본적도 그런 사람들조차 미워할 줄도 몰랐다. 그런나에게 세상이 알려준 답은 '착하면 바보다'였다. 늘 양보하고 배려하는 내가 얼마나 바보같은지 여러차례 느껴가며 어느 순간 나는 착하지도, 그렇다고 현명하게 나쁘지도 못한 상태로 성장해버렸다. 사회에서 '착하다'라고 하는 사람들의 의미는 내가 생각해온 착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행복해야, 마음의 여유가 특별히 나쁜 사람이 아니면 착하게 살 수 있다. 진작에 그 사실을 깨달았더라면, 설사 세상이 내게 착한 것이 바보와 같은 거라는 것을 알려주었어도 그만큼 여유가 있으니 괜찮다고 다독여주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억지로 착한척하려고 힘들게 나를 다그쳤다가 그 노력이 비난으로 되돌아오더라도 견딜 수 있었을것이다. 오히려 오스카 와일드처럼 세상을 향해 여유있는 나 자신을 오히려 한껏 자랑하며 더 착한 모습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착한 사람이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닌 세상이 안타까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착한 척하는 사람이 행복하지 않을 순 있지만 그야말로 착한 사람은 반드시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이 책의 저자 '박사'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이 아닌데 이번만큼 공감하면서 읽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오스카 와일드가 이토록 멋진 말들을 많이 했는줄 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도 물론이다. 산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닌 줄은 이제 알고도 넘칠 정도지만 반드시 어렵고 힘들게 살아야만 하는 것도 아니란 것을 알았다. 오스카 와일드 처럼 완벽하게 자신을 사랑하고, 천재적으로 살아갈 자신은 없다. 하지만 좀 수월하게 견뎌낼 수 있는 방법은 알게 된 것 같다. 치킨다리가 하나여도 웃을 수 있다는 것은 그냥 받아들이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억지스레 그런척 하라는 의미도 아니어서 좋았다. 치킨다리가 하난데 어떻게 웃을 수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 왜 웃어야 하는지 반문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읽어보길 바란다. 이에 대한 해답은 물론 인생을 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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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셀프 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한혜원.김미정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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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취재 과정에서 도쿄가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도시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 프롤로그-


 


도쿄. 저자가 프롤로그에 적었던 것처러머 소위말해 가성비 좋은 여행지가 다름 아닌 도쿄다. 맛있는 디저트와 라멘처럼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음식덕분에 고생할 일도 적고 무엇보다 아기자기한 소품부터 국내에 들어와있는 무인양품이나 유니클로등의 브랜드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점이자 동시에 단점이되어 도쿄여행은 뻔하다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나 또한 언니 덕분에 10여년 전부터 도쿄는 제주도보다 더 익숙한, 그 만큼 매력이 덜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바로 이 책 <도쿄 셀프트래블>덕분에 나 조차 잊고 있었던, 혹은 처음 접하게 된 도쿄의 매력을 만나게 되었다.



 


일본은 사실 어딜 가나 실패확률이 적다고 생각했었다. 언니가 골라서 데려가주었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어느정도 익숙해진 후 혼자서 여기저기 다녀본 결과 특별하게 더 '맛있는', 혹은 '멋있는'카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실패확률이 적은 프렌차이즈를 가기 쉬운데 그렇게 가게 된 곳이 내게는 도토루다. 확실히 마트에서 마시는 것과는 차이가 있고 매장도 많기 때문에 굳이 찾아다니면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 맛집을 꼭 가보고 싶은 분들은 대부분 블로거들의 말을 믿고 가는데 국내 맛집과 달리 광고성 리뷰가 없기 때문에 믿음이 가기도 하지만 가이드북, 그것도 최신판을 계속 업데이트 해서 봐야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행지는 우리가 늘 방문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신 정보를 확인하지 않으면 가서 허탕칠 수가 있다. 블로거들의 이야기를 믿고 가는 것도 좋지만 만약 해당 매장에 사람이 너무 많거나 혹은 영업중이 아닐 경우 우리에겐 차선책이 필요하다. 그자리에서 검색할 필요가 없다. 최신판 가이드 북으로 차선책을 미리 정해두고 가면 좋다. 가령 해당 지역별 맛집이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그 매장을 가지 않더라도 소개된 다른 곳을 가보면 된다. 허탕치는 것도 여행의 매력이지만 계획을 세우고 떠난 여행이라면 가급적 루트를 일탈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가하면 책에서 소개된 추천구매품의 경우는 이미 국내에 다 들어와있어서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 물론 이건 상대적인 부분이라 도쿄에 처음 가거나 하는 분들, 드럭스토어가 주 목적인 분들에게는 좋은 팁이다.




긴자. 종종 지인들에게 우스갯소리로 '작은자'는 어디냐고 묻기도 했던 곳인데 처음 도쿄에 방문했을 때는 명품 브랜드의 부티크가 쫙 깔린 장소를 거닐면서 들뜨기도 하고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거리 양 옆으로 펼쳐진 매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행복한 곳이기도 하다. 그 유명한 다이칸야마의 츠타야를 갈 때도 지나치는 곳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이곳에서만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정도다.  도쿄여행이 처음이 아니거나, 시간적 여유가 있거나 무엇보다 맥주 에비스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에비스 맥주기념관을 꼭 추천하고 싶다. 우선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난 후 시음의 기회가 주어지는 데 그 과정이 지루하지 않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위치와 운영시간 및 휴무일등 꼭 필요한 내용들이 에 기재되어있다. 그 옆에 있는 에비스 가든 플레스에는 거의 대부분 플리마켓 등의 행사가 있기 때문에 겸사겸사 들려보는 것도 좋다.


 

드라마와 영화등에서 자주 보게 되는 우에노 공원은 벚꽃 길로 유명하지만 사실 어느 때가도 좋다. 근처에 우에노 동물원뿐 아니라 도쿄도 미술관, 국립과학박물관 그리고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다들 추천하는 '국립서양미술관'이 바로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긴자와 다이칸야마의 하루가 셀럽느낌이라면 우에노 지역에서는 여유있는 문화인의 하루를 즐겨볼 수 있다. 우에노의 자세한 정보도 역시나 책에 잘 나와있으니 꼭 확인하고 방문하길 바란다.



이번에는 디즈니랜드 그리고 디즈니시에 대한 정보에 대해 언급해보자면, 사실 10여년동안 도쿄를 방문했으면서 디즈니랜드 및 시를 가보질 못했다. 미리 티켓을 구매하고 방문하면되는데 어째서인지 가고 싶다는 생각을 못해본것이다. 사실 디즈니랜드의 굿즈를 사기 위해 도쿄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에 비하면 역시나 내게 있어 도쿄는 여전히 가봐야 할 곳이 많은 매력적인 여행지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가이드북을 보고 있으면 다녀왔던 곳의 대한 추억 덕분에 즐겁기도 하고, 아직 가지 못한 수많은 장소 덕분에 설레기도 한다. 이번에는 저자의 말처럼 내가 알지못하는 도쿄의 매력을 찾기 위해 어느 때보다 꼼꼼하게 책을 보았고, 그만큼 역시나 도쿄는 가보고 싶은 여행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가도 늘 동화속으로 데려다주는 듯한 지유가오카, 츠타야와는 또 다른 매력의 준쿠도 서점 등 도쿄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셀프트래블 도쿄와 함께 2019년, 한 번 더 도쿄의 매력에 빠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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