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공부다 - 18시간 공부 몰입의 법칙
강성태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빈부와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멘토를 만들어 주고 싶은 꿈을 가진 공부의 신, '공신' 강성태. 지금 학생신분의 독자라면 저자의 꿈만 봐도 그의 말을 믿고 싶고 그의 꿈이 실현되길 간절하게 바랄 것이다. 학부모인들 다를까. 자신의 아이가 공신의 멘티가 된다면야 서울대까지는 무리더라도 적어도 인서울 대학에 원하는 학과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느낄 것이다. 학생도 아니고 학부모도 아닌 나는 이 책을 왜 읽었을까?

 

학생 때는 말할 것도 없고, 평생 해야 하는 중요한 공부를 즐겁고 재미있게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알려주고 싶었다.

이것이 이 책을 쓴 목적이기도 하다. 6쪽


저자의 목적이 평생 해야 하는 공부를 즐겁고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평생교육'시대, '100세 시대'인 요즘 공부는 어릴 때, 학생 때나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승진을 위해서 하는 단기목표의 공부든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부차적인 목표든 우리는 공부를 해야한다. 하다못해 새로나온 스마트폰 기기를 효율적으로 잘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공부를 해야하고 비싸게 비행기를 타고 떠난 여행지에서 더 좋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 외국어 공부라도 해야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공부'라는 단어는 곧 '괴로움'그 자체다. 저자도 처음부터 공부가 즐겁고 공부하고싶어 미(?)쳐있었던 것은 아니다. 본인이 밝히기 꺼릴 만큼 좋지 않은 기억이지만 대부분의 공신들이 '열등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게는 그런 열등감은 없지만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 잘 하고 싶은 '소망'이 없는 사람은 없으니 독자가 어떤 위치든 상관없이 이 책에 미칠 준비는 되어 있는 것이다.


대입 수험생에게 있어 합격과 불합격은 언제 결판이 날까?

합격자 발표 날일까? 수능 날일까? 아니면 면접 날? 모두 아니다. 바로 오늘 결정 난다. -중략-

그 시험을 위한 공부는 언제 하는가? 오늘, 지금이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

바로 이 순간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된다. 98쪽

 

이 책을 비롯, 자기개발서를 읽는 사람들은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그 어느때보다,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내뿜는다. 내일 당장 하늘이 무너져도 원하는 바를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지만 책을 다 읽고 덮고나면 무섭도록 피어올라던 의지가 사라지고 만다. 전혀 달라지지도 않는 이런 모습에 누군가는 자기개발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책에서는 당장 지금 시작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번 강조한다. 다짐을 적는 것도 책을 읽는 중간에 잠시 멈춰두고 적으라고 말하고, 자신의 꿈이 제대로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바를 적어보라고 말한다. 그렇게 적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신사이트에 올리면 자신과 다른 멘토들을 보고 댓글을 달아줄테니 일단 적어보라고 조언한다. 책을 덮고다면 의지가 사라진다는 것을 저자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본인도 계획만 세우고 지키지 않고 의지가 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분명 저자는 공신이고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공부방법은 반복과 노력이다. 구체적인 실행방법으로 내세운 것이 '18시간 공부 몰입의 법칙'인데 문자 그대로 18시간 동안 공부를 하는 것이다. 저자도 처음부터 18시간씩 공부할 수 있었고 심지어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우선 18시간이라도 앉아 있는 것,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이상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게 18시간씩 노력하는 것을 2주정도 실천에 옮기면 한 두 시간 정도는 몰입해서 공부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며, 습관화 되면 그때부터는 특별하게 계획표를 세울 필요도 없어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공신처럼 완벽하게 습관화 되기까지는 과연 얼마나 걸릴까?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에서 실험을 했다.

과연 습관이라는 게 완전하게 우리 몸과 마음에 새겨지는 데 얼마나 걸릴까? 실험 결과는 66일 이었다. 123쪽


생각보다 긴 시간이 아닌 66일 이었다. 왠지 허망하고 속도 상하고 난 정말 모자란 사람인가 싶은 생각도 들것이다. 고작 66일을 못해서 습관을 들이지 못했다는 사실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 비단 나뿐만은 아닐것이다. 나와같은 사람을 만날 때 마다 공신은 더더욱 자신의 꿈을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빈부와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에게 멘토를 만들어주는 바로 그 꿈이다. 공부를 하다보면 지칠 때도 있고 시작도 하기전에 냉정한 현실을 깨닫고 공부자체를 포기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가난은 죄가 아니지만 노력하지 않는 것은 분명 죄라고 저자는 말한다. 지금까지의 나는 어쩌면 죄를 짓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지금'당장 공부를 시작하고 습관을 들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여기까지 마음을 먹고 당장 문제집을 구매하거나 인강을 신청하거나 학원으로 뛰어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공신은 더 채우려고 말고 비워야 한다고 말한다. 공부의 속도라는것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문제을 푸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확인한 뒤 문제집 권당 소요일을 계산하면 더 많은 문제집이 필요하기 보다는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집을 속도에 맞게 끝내겠다는 목표를 삼으면 된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무턱대고 인강이나 과외를 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한다.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공부가 될 뿐 그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본다고 결코 내 실력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공신은 독학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이런 유의사항을 참고하고 드디어 공부를 시작하고 실력검증을 위해 문제풀이에 들어가면 쉬운 문제는 잘풀리지만 여전히 어렵거나 응용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역시 공부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고 좌절하게 되는 데 다음 문장을 보고 웃음이 나왔지만 결코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수업 한 번 듣고 혹은 개념 한 번 보고 다 이해했다고? 그러고 응용 문제를 푸는데 안 풀린다고?

어디서 학교 급식에 초밥에 알탕 나오는 소릴 하고 있나? 안 풀리는 게 당연하다. 168쪽

 

 

 

저자의 친동생도 공신사이트를 함께 시작한 공신인데 처음 동생에게 공부를 가르쳐줄 때 정말 답답하고 화가났다고 한다. 아무리 알려줘도 금새 까먹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동생이 민사고를 졸업하고 올림피아드에서 상을 받고 같은 기숙사를 쓰는 서울대생이 되었는데 그럴 수 있었던 비법은 다른 것이 없었다. '반복과 복습'이었다. 동생 뿐 아니라 저자역시 수험생 시절에는 교과서를 통째 외울정도로 반복해서 공부했다고 한다. 공부를 처음 한 뒤 응용문제를 풀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야기다. 두 사람 뿐 아니라 대다수의 공신과 우리가 천재라고 말하는 위인들 또한 지독할 정도로 반복과 복습을 한 결과일 뿐 한 번 읽고 문제를 맞출 수는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고 해도 도처에 널려있는 유혹에서부터 자유롭기는 쉽지 않다. 저자는 고3 일년동안 공부하는 기계로 살았다고 하는데 이정도까지는 무리겠지만 혼자서만 다짐해서는 계획대로 지켜가기가 어렵다.


공부 또한 용기가 있어야 한다. 용기가 있어야 도전도 하지 않는가?

모든 일이 다 그렇다.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한다면 용기를 내야 한다. 최소한의 용기라도 말이다.

용기를 낼 수 없다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257쪽


용기를 낸다는 것은 다름아닌 주변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라는 의미였다. 학생이라면 담임선생님뿐 아니라 학과별 선생님께 자신의 꿈과 계획을 미리 말씀드리고 이행하지 못했을 경우 벌을 내려주는 등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협조요청을 하는 것이다.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계획을 알리고 실천하지 못하면 빵을 사준다던가 하는 방법으로 '안하면 안될 방법'등을 연구하는 것이다. 저자는 반드시 해야하는 이유도 생각하지만 안하면 안되는 이유까지 함께 생각했고 실제로 이 방법이 더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주변사람에게 어떤 목표와 계획을 알리고 도움을 구하거나 방해받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은 저자 뿐 아니라 다른 성공학자들도 강조했던 부분이다. 혼자서는 어렵지만 주변에서 도와준다면 부끄러워서라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단기목표가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그야말로 가슴이 떨리고 심장이 뛰는 '꿈'이 있다면 공부하기에 더 없이 좋지만 필사적이고 극단적인 마음가짐 보다는 아주 자연스럽게 공부가 습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부분, 공부에 몰입하다보면 그 어떤 것보다 공부가 즐겁다는 말에 부러운 생각도 들고, 나도 한 번 그런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싶은 공부가 입시나 승진 등 당락이 결정되거나 점수를 받아야만 하는 공부가 아닐수도 있겠지만 서두에 밝힌 것처럼 그 어떤 공부든 반복하고 복습하는 법을 벗어나서 성공하는 것은 없다고 본다. 요령이 아니라 기왕 하는 공부라면 진지하게 하라는 저자의 말이 그 어떤 공부비법보다 깊게 와닿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은 빨간 열매를 주웠습니다 - 황경택의 자연관찰 드로잉
황경택 글.그림 / 가지출판사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은 빨간 열매를 주웠습니다 

황경택의 자연관찰 드로잉

 

오늘은 빨간 열매를 주웠습니다. 근래 만나본 책 중 가장 예쁜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리뷰 첫 줄에 대뜸 책제목부터 기재하고 타이틀이 산뜻하고 찍힌 사진을 걸어보았다. 그리고 한번 더 읽어본다. 오늘은 빨간 열매를 주웠습니다.


음식사진과 셀카가 대부분인 내 사진첩에도 간혹 예쁜 열매나 나뭇잎, 혹은 꽃잎등이 등장할 때가 있다. 가로수길을 거닐 때 담기도하고 복잡한 도시 한켠에 핀줄도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들은 제 관심사가 아닌듯 저 홀로 피는 풀들을 만날 때 카메라에 담는데 부모님이 계시는 시골집을 방문할 때면 거의 수십장씩 찍기 바쁘다. 잘 익은 방울토마토, 장건강에 좋다는 꾸찌뽕 열매, 엄마가 특별히 나를 위해 심어준 블루베리와 튤립, 너무 커버려 내 책상위를 벗어난 꽃기린 등 하나하나 말을 걸고 사진을 찍다보면 수십장이 결코 많은것이 아니다. 그렇게 열심히 찍고 몇 장은 출력해서 벽에 붙여두기는 해도 대부분 금새금새 기억에서 사라지곤 했다. 그래서인지 늘 새롭게 느껴지는 장점은 있지만 정확하게 그 잎들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어떤 빛깔로 나를 홀렸는지 제대로 기억나는 것이 없을 뿐더러 직접 그려보며 관찰력을 키울 생각은 하질 못한다.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게으름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타고난 화가라는 저자의 응원에 일단 기분이 좋아진 상태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열흘동안 그렇게 자기전에 조금씩 조금씩 읽고 마지막에 드로잉까지 시도했지만 형편없는 실력이라 공개는 미루기로 했다. 여전히 관찰을 제대로 하지 않고 무작정 잘그리려는 욕심이 앞서있기 때문이다. 오랜시간 관찰하기! 우선 그것부터 연습해야 한다.

 

사진 한 장 찍고 돌아섰던 대상을 그림으로 옮겨보겠다고 뚫어져라 쳐다보는 동안에, 당신 안에는 이미 남다른 관찰력과 자연에 대한 공감 능력, 생명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과 삶을 관통하는 직관력이 자라난다. 그것이 바로 창작의 힘이다.  ​11쪽

 

 

어떤 거창한 이유보다는 익어서 떨어지거나, 병들어서 떨어지거나, 약해서 떨어지거나.....

저마다의 사소한 속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112쪽


 

그림을 그릴 당시에 소감이 적혀있기도 하지만 때 이르게 떨어진 나뭇잎을 보며 집안의 어르신을 떠올리거나 친구를 떠올릴 때면 뭉클해진다. 그런가하면 생태학자 다운 면모가 드러나는 때도 있다. 특정 식물에 대한 설명이나 잎이나 꽃의 특징을 설명해줄 때, 그런 특징을 관찰을 통해 알아차린다면 좀 더 수월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그림을 통해 그런 특징을 발견할 수 있기도 하다. 만약 이 책을 읽기 전처럼 사진으로만 담아내고 말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던 부분들을 알아가게 되는 기쁨이 더해져 책을 읽는 도중 계속 드로잉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간혹 정설이 아니라 저자가 짐작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보면 슬쩍 웃음도 난다. 예를 들어 산사나무 열매의 틈이 좁은 까닭이 작은 새들만 드나들 수 있게하려고 그런것 같다는 저자의 추측이 정말 위트있지 않은가. 누군가는 산사나무의 가시만 보고 저 열매를 아에 먹지 못하게 하려고 저러나하는 못된 심보를 내보일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이건 이름이 뭐예요?" 묻고는 금세 관찰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름만 알면 다 안다고 느끼는 것은 왜일까? 262쪽


단풍잎의 가짓수를 세어본 적이 없었는데 우리가 흔히 만나는 단풍나무 잎만 해도 무려 여섯가지나 된다. 흔히 어린아이 손바닥 같다고 하는 단풍나무, 얼마전 국립중앙도서관 근처에서 사진에 담았던 당단풍나무(책을 본 이후라서 구분할 수 있었다)아직 못보거나 책을 읽기전이라 짐작도 못하는 중국단풍나무 등 이 모든 것이 전부 단풍나무종이라는 것이 신기했다. 여름에 시골에 가면 저자가 남산에서 만난 산딸기를 만날 수 있는데 그때마다 '뱀'을 조심하라는 어른들의 말씀 때문에 제대로 관찰할 수 없었다. 열매를 딴 자리에 젖병 꼭지 같은 게 있다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걸 보면 저자는 누군가 이미 따먹은 거라 속상하다는데 기억나지 않으니 속상해 할수도 없다.  단풍잎 못지 않게 솔잎도 한 종류가 아닌데 보통 3개짜리가 있고 무려 5개짜리가 있다는데 시골집에가서 이것도 자세하게 살펴봐야겠다. 시골집에 가면 사진찍는데 정신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관찰하느라 더 바빠질 것 같아 읽는 동안 드로잉하고 싶은 욕구와 함께 시골에 가고 싶은 충동도 이겨내야했다. 추석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훨씬 더 많은 감동과 깨달음이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그때마다 들었다. 참고로 저자가 시골집에서 만나는 감을 오히려 나는 시골보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 더 많이 본다. 왠지 시골에서 만나는 감을 만나는것은 도시에서 건물과 자동차를 만나는 듯 흔한 것 같아 제대로 쳐다도 안보기 때문이다.


왠만하면 추천도 잘 안할 뿐더러 사서 보세요라는 말은 100권 읽고 한 두권 나올까 말까한데 이 책은 꼭 사서 보길 권한다. 무슨 책장수 같이 들리겠지만 도저히 리뷰에 담기에는 저자가 무심히 적은듯 아닌듯한 상념들과 관찰을 통해,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통해 풀어주는 정보들까지 담겨있어 서점에서 서서보는 것은 물론 도서관에서 2주간 빌려봐도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카메라로 찍어두기만 하고 그림을 잘그리고 싶다고 말하거나 타인의 관찰력을 부러워만 한다면 의미가 없겠지만 정말 그리고 싶어지고, 관찰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크 트웨인의 미스터리한 이방인
마크 트웨인 지음, 오경희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천사'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능력이 출중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다. 보는 것 만으로도 상대방이 기쁨을 느끼게 할 만큼 예쁜 아가의 얼굴을 봤을 때 '천사같다'라고 말하고 자신보다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한 사람들을 '천사'라고 말한다. 천사는 이처럼 저 홀로 반짝이는 사람이 아닌 이웃을 보다듬고 따뜻한 기운을 '공유'할 줄 아는 사람이다. [미스터리한 이방인]속 천사는 그런 점에서 분명 '천사'가 맞다. 맨 처음 삼총사를 찾아왔을 때 그들 눈앞에서 소인들을 무참히 학살하는 무서운 모습도 보이지만 이내 그들이 가본 적 없는 세상 이야기와 만난 적없는 과거 영웅의 일대기를 알려주며 즐거운 분위기로 바꿔버린다. 얼핏보면 사탄이 삼총사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인간을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 착각할 수도 있지만 조금 만 더 읽어보면 인간을 싫어하기는 커녕 붉은 거미와 코끼리에 비유하며 인간사에 전혀 관심도 없을 뿐 더러 격이 다른 존재라고 강조한다.

사탄이 인간을 무시한다고 말하면서도 부끄러울만큼 인간에 대해, 인간의 삶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도덕관념', 즉 선과악을 구분하는 유일한 종족인 인간은 '짐승'보다 못한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며 생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인을 하거나 상대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흥미'를 위해 그런 짓을 한다고 비난한다. 글의 배경은 16세기 오스트리아, 중세 유럽으로 '마녀사냥'이 한창인 때였다. 사탄의 눈에는 마녀사냥 조차 '죄'를 짓지말고 '도덕적으로'살자고 외치는 인간들만이 행하는 악습이라고 말한다. 사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인간에 대해 동정심을 갖고 있는 '나'는 사탄의 말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지만 그가 하는 말이 틀린 적이 없어 이내 포기하고 인간에게 동정심을 가져달라고 애원하기에 이른다. 인간의 힘으로는 결코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없다고 하면서도 천사인 자신은 바꿔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10억가지의 인생. 하지만 그렇게 많은 인생이 있어도 이미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은 달라지지 않으며 만약 도와줄 수 있다면 고통은 따르겠지만 단명하는 것 만이 유일하게 천사가 도와줄 수 있는거라고 말한다. 

사탄과 인간, 도덕관념, 선과악 등 책의 내용과 관련해서 공감하지 못하거나 부정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테고 시니컬하게 인간이라는 종족은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난 이 책을 읽고 한 없이 우울해졌다. 10억가지의 인생이 있고, 나의 노력으로, 달라진 행동으로 바꿀 수 있다하더라도 태어나는 순간 이미 정해진 운명의 틀안에서 발버둥치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 수십년을 고통속에 살다가 겨우 몇 시간 행복하기 위해 그 고통이 보람되었다고 착각하며 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그랬다. 하지만 그런 우울한 마음이 들수록 오히려 감사한 마음은 커졌다.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아, 그 시점에서 차라리 죽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는 것이 그랬고 좀 더 좋은 세상을 살기위해 너그럽게, 이웃과 함께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200여페이지의 짧은 이야기속에 참 많은 것이 미스터리 할 만큼 담겨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
마크 H. 엘리스 지음, 조세종 옮김 / 하양인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가톨릭일꾼 공동체란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도로시 데이]란 책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이 책[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는 국내 초역이자 피터 모린에 관한 첫 책이라는 점에서 한번 더 놀랐다. 종교인들의 사회부흥활동은 물론 늘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비종교인들조차 공동체적 리더십에 감탄하고 찾아가며 배우려했다는 점에서 '도로시 데이'뿐 아니라 '피터 모린'도 종교를 떠나서 참고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은 리더라고 볼 수 있다.

 

6년 전 할렘에 있었던 사무실처럼, 가톨릭교리 토론센터도 소박했으며 성공하지 못할 운명이었다. 가구도 거의 없고 벽에 아무 장식도 없었다. 251쪽

 

한국에도 종교인 중에서 신자들을 위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교회부흥에 힘쓰는 사람들은 물론 존재하는데 노숙자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일하는 '민들레국수집'의 서영남선생님을 역자는 소개했다. 밥퍼목사로 유명한 분도 계시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밥상]을 집필하신 목사님도 계신다. 그들의 공동체 활동도 보통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본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들보다 앞서 지역주민과 협동조합 운동을 조직적으로 이끌어 온 사람이 바로 피터 모린이었다. 물론 모린 역시 골드스타인에게 도움을 받아 유대인들의 접근을 유도할 수 있었다.

 

모린은 농촌과 도시의 차이가 손노동과 산업문명의 차이와 같은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강조했다. 땅의 생활이 협동과 기능적인 경제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농경 사회에서는 임금과 이익을 위한 욕망이 점차 시들해지다가 마침내 소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57쪽

 

타이틀에 '예언자'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은 피터 모린이 이미 많은 것을 예견하고 공동체 협동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농촌과 도시의 간극에서 비롯될 문제점, 수공업과 기계를 통한 문명에서 벌어지는 차이점등이 결국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생산활동에 기반이 되었던 농경사회가 소멸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읽었던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역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대안조차 소상인들의 자기 존중과 이웃의 중요성에서 찾았던 것처럼 피터 모린 또한 개인들의 창의성과 주도적인 요구가 크게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끌었던 것이다.

 

모린은 성직자와 평신도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평신도는 성직자에게 자신들의 경제적 정치적 문제에 대해 말하려 하지 않고, 교리와 도덕의 영역에서만 한정지어 대화를 하려고 했다. 성직자도 이에 발맞추어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한 채, 사람들을 알고 사람들 사이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소홀히 했다. 109쪽

 

산업문명이 발달하면서 생겨나는 문제점들을 서로의 탓으로 미루지 않고 피터 모린은 성직자와 평신도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새마을 운동이  다시 시작되고 있는 요즘 나 혼자 잘사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을 20세기에 살았던 피터 모린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종교인이라고 선을 긋기전에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봐야 할 필요성이 있기에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주 레시피 - 지구인을 위한 달콤한 우주 특강 (2016년 우수과학도서 선정작)
손영종 지음 / 오르트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좀 더 선호하는 분야가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모든 분야에 걸쳐 관심이 많은 내게도 쉽게 손을 뻗기 힘든 분야가 있다. 그게 바로 천문학이다. 별자리에 관심이 많거나 보통 사람보다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을 만날 때 무조건 존경부터 하고 볼 정도다. 까만 하늘에 아주 작게 보이는 별을 보고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은 마법사나 마술사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세상에 쉬운 지식은 없다지만 책을 통해 습득이 안되는 지식은 아마 별과 우주이야기라 믿었던 내게 책 [우주 레시피]는 오래오래 예뻐해주고 싶을 만큼 설명도 쉽고 우주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 하나가 외롭게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사실은 혼자서 살아가는 별은 없다고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별과 별 사이의 자기력이 존재하며 우리가 보면서 혼자라고 판단하는 별의 80%는 쌍으로 붙어있는 별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초신성'그룹의 이름은 이제 막 활활 타오르고 활동을 시작한 별이 아니라 '죽어 가는 별'이라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별은 죽을 때 폭발하거나 팽창하면서 아주 강한 빛을 내뿜는데 폭발하면서 지는 별을 '초신성'이라 하고 팽창하면서 사라지는 볖은 '신성'이라고 한다. 무수히 많은 별들이 가스와 먼지로 형성된 성운에서 태어나는데 이런 성운과 별집단들이 모여있는 것이 바로 '은하'다. 우리가 잘 아는 안드로메다 은하도 이렇게 별들이 보여진 것인데 엄청나게 많은 별들이 존재하고 별의 생존기간도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몇만 년씩이나 되는데 밤하늘에 보이는 별은 생각만큼 많아보이거나 밝지 않다. 그 까닭은 빛의 속력과 관련되어 있다. 빛의 속도가 무한대라고 생각했던 시대에는 쉽게 풀이할 수 없었던 '까만 밤'의 비밀을 빛의 속력을 밝혀내면서 아무리 많은 별이 있어도 지구에 닿기까지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거리가 먼 만큼 지구를 밝힐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빛의 속력을 처음으로 측정하려고 생각한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에게는 지동설로 알려진 '갈릴레오'가 최초로 빛의 속력을 측정하려고 했지만 당시에는 육안으로 측정하는 방법만 가능해서 실패로 끝났다. 30년 정도가 지난 1676년 뢰머가 드디어 성공했지만 그가 측정했던 빛의 속력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속도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 차이마저 해결한 것은 그 이후로 또 50년 정도가 흐른 1727년 브래들리에 의해서였다. 속도의 차이가 생겼던 이유는 관측자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빛이 더 기울어져서 관측되었기 때문인데 교수님이 쉽게 예를 들어주셨다. 빗속을 걸어갈 때 거의 사선처럼 내리는 듯 보이는 경우와 흡사하다는 것이다.

우주 레시피를 읽다보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아주 쉽게 설명해주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때 빠질 수 없는 학자가 있는데 바로 '허블'이다. 그의 이름은 현재 가장 성능이 좋다는 망원경이름과 같은데 그의 관측결과를 통해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세웠던 가설을 취소하게 만들정도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물론 아인슈타인이 내세웠던 상대성이론과 허블의 관측결과가 합쳐져 '상대론적 팽창 우주론'을 뒷받침 할 수 있게 되었다. 말그대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서 빛의 속력이 무한하다고 믿었던 과거에는 우주또한 그 크기가 무한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우주의 시작이 존재하고 유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우주가 찰나에 순간 급팽창하면서 이때생긴 미세한 밀도차이가 중력으로 인해 점차커지면서 별과 은하계가 생기고 그안에서 생명체가 생겨났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주에는 지구외에도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과연 생명체의 시작은 그럼 어디서부터일까? 어쩌면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우주를 통해 가장 알고 싶어하는 부분이라는데에 나도 공감한다. 자원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지구인들의 이동이 불가피하다는 까닭도 이유지만 우리외에 다른 행성에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영화나 소설에서 등장하는 엄청난 지능을 습득할 수 있는 긍정적인 미래도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외계인에  의해 우리가 정복당하고 또 하나의 에너지원으로 쓰(?)일 암울한 미래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과연 우주에 우리외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우리가 보고 있는 밤하늘에 별자리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고 우리가 상대성이론을 통해 예측해보는 정보들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궁금하다면 가볍게 [우주 레시피]를 맛보면 될 것 같다. 읽다보면 정말 대학에서 교양수업을 듣는 기분이 든다. 문체도 편안하고 목차만 봐서는 흐름을 알 수 없던 퍼즐들이 맞춰져가는 기분이 성운이나 은하를 마주하는 것처럼 신비롭고 즐겁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