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3시의 무법지대 3
요코 네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오전 3시의 무법지대 1,2권을 읽고 거의 1년 가까이 지난 것 같다. 당시에는 그닥 힘겨운 업무에 치일 때가 아니라 솔직히 별 생각없이 봤떤 것 같다. 그저 이렇게 야근을 하다니, 그리고 그 와중에 연애도 하다니, 이러면 안돼. 이런식으로 미친듯이 일하는 워킹맨들을 보여줘선 안된다고 혼자 주절거렸던 것 같다. 그 와중에 바람피는 남자친구를 잊고 드디어 만나게 된 남자가 하필 유부남! 남자중에 키작고 돈없고 대머리인 남자를 전부 다  물리치는 강력한 핸디캡은 자식있는 남자도 아니고, 이혼한 남자도 아닌 아직 ing인 남자 바로 유부남이 아니었떤가. 아 씁쓸하고 모모코가 참 안타깝고 했는데 다행히 3권에서는 원만하게 해결되어 나름 괜찮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괜찮은 만화라고 하고 싶다. 적어도 모모코가 연애로 인한 달콤함 때문에 회사에서 버텨주는 게 아니라 제 스스로의 결정으로 회사에 남게 되는 과정이 좋았다.

오전 3시의 무법지대를 두고 21세기의 직장 여성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던 기사가 생각나는데 모모코가 열심히 일해서 자아실현을 하는 까닭이 아니라 시련이 닥칠 때마다 늘 울고 주저앉고 심지어 사표를 내던져도 결국 사람사이에서 위로받는 모습을 그렸기 떄문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21세기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지는 몰라도 그렇게 이뤄져야 된다는 점에서는 맞다. 이렇게 말하면 앞서 말한 스스로의 결정과는 정 반대되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지만 결정은 본인이 하되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이겨내는 데 있어 '대인관계' 즉 사회에 기대거나 기대려는 심리에 대한 반영을 잘 살린 만화라고 말하고 싶은거다. 직장생활을 오랜기간 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살펴봐도 엄청 대단한 동료가 있다거나 멘토 수준의 상사를 만나서가 아니라 그저 적정 수준의 손을 내밀어주는 혹은 오히려 손을 놔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반항심리가 묘하게 근속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정작 가장 힘들었던 1,2권의 모모코의 회사생활에서는 묻지 않았던 질문을 하게된다. 나는 지금 얼마나 일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느냐 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스트레스를 어느정도 받아주는 것, 그것이 오히려 오래도록 치열하게 회사생활을 유지시켜 주는 필요악이라고 생각된다. 악이 있어야 선이 달콤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브래드 할리의 마차
히로아키 사무라 글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무한의 주인을 본 사람들이 아마도 이 만화를 고르지 않았을까 싶다. 내용은 미리 밝히자면 괜히 붙은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무한의 주인과 비교하자면 그림 자체가 잔인한 것은 아닌데(나 실수하는 건가?)내용을 염두하고 머릿속에 사건 정황을 살피기 시작하는 순간 괴롭다. 전시중에 여성의 성이 농락당하는 거야 과거부터 이어져 온 인류가 저지른 대죄중에 하나겠지만 브래드 할리의 마차의 경우는 단순히 성적인 희롱이 아니라 그녀들의 '꿈'과 '희망'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더 충격이 컸다.

 

고아원에서 자라는 여자아이들. 그들 중 매년 한 명씩만 선발되어 브래드 할리의 마차를 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 마차를 타게 되면 브래드할리가의 극단에 설 수 있는 기회, 즉 고아였던 신분에서 귀족의 신분으로 단 번에 상승할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그토록 하고 싶었던 기예를 펼 수 있기에 고아원의 '그 소녀들'은 해마다 은근히 경쟁선 상에 놓인 동료들과 신경전을 펼친다. 하지만 그렇게 힘겹게 얻은 기회가 '죽음'보다 못한 상황을 만든다는 것을 그녀들은 몰랐다. 브래드 할리의 마차가 그 소녀들을 태우고 가는 도착지는 어디일까? 에 대한 해답을 공개할 순 없지만 서두에 적은 내용을 참고삼으면 대략 어떤 '용도'로 그녀들이 이용되는지 정도는 감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나치게 폭력적으로 그려지긴 했지만 상황을 조금 바꿔 말하면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바람을 이용하는 나쁜 어른들의 모습을 시대적 상황에 맞춰 바꿔놓았다고 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실제 몇몇의 소녀들은 극단에 서고 신분 상승도 맛보았으니까. '스타'가 되는 사람들도 매시간 매초마다 연예인을 꿈꾸며 타락 혹은 타락인지 전혀 의심조차 못하고 스러지는 연예인 지망생과 비교했을 때와 무엇이 다를까. 사람의 희망과 꿈을 귀족들 혹은 가진자들의 욕망을 위해 짓밟는 일들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 만화, 브래드 할리의 마차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왼발잡이 토끼의 무덤 - 청년 전태일을 키워드로 한 소설가 15인의 짧은 소설
강윤화 외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청년 전태일, 그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각기 다르다. 노동투쟁을 위한 제몸을 불사른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고, 소수가 아닌 소수를 위해 희생한 사람일 수도 있다. 심지어 운동가적인 측면을 떠나 노동자 시절 동료들에게 따뜻했고 가족에게 세심했던 인간 전태일의 순수한 면모를 지나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15편의 작품은 그런면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국내 노동자들의 암울한 현실을 그리는듯 싶었지만 결국 사회적 약자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타이틀 어느 왼발잡이 토끼의 무덤은 15인의 소설 김남일씨의 작품이다. 천재토끼 김상문을 읽었던 게 불과 한달이 채 안되다보니 토끼를 넙죽 서명에 갖다놓고는 난해한 사상과 말투로 독자를 혼란시키는 그의 작품에 연거푸 당한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마디로 왜, 김남일씨의 작품이 이 작품집에 타이틀이 되었는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김남일씨의 작품을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더럭 머리부터 아파올 것 같다. 난 당연히 머리가 아팠다.

 

강윤화의 '지금은 여행중'의 경우는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작품인데 다소 무거울 수 있는 키워드를 덤덤하게 그렸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어찌보면 현실을 다른 인물들에 비해 유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두 여인의 일상적인 삶과 그 안에서 적당히 감동도 주는 내용이 편안해서 좋았다. 그런가 하면 김도언의 '그건 아니야 오빠'의 경우는 노동자였던 동생이 스스로 겪은 험난한 과거를 떠올리며 자신과 같은 이들을 부려먹는 위치에 놓인 오빠에게 지금의 행동을 반성하라는 편지형식의 내용은 넓은 강에 던져지는 힘없는 돌멩이의 작은 파문처럼 덧없이 느껴져 글 자체는 와닿았지만 그만큼 안타까운 맘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기실 그 두남매 뿐 아니라 뒤에 나오는 이시백의 '전태일이 밥 먹여주냐' 역시 자신도 힘들게 살아왔으면서 정작 그것이 못된 시어머니가 더 시집살이를 시키는 것처럼 자신의 처지와 같은 직원들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지배자의 모습을 그렸다. 정도상의 '어떤 순간'은 뭐라 말할 수 없이 입이 썼다. 망루사건은 아직 오래된 과거가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위의 언급된 작품들 외에도 한 편 한편이 전태일이 주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만드는 작품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15편의 이야기가 서로 제각각인듯 싶지만 결국은 소외받은 대상에 대한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현실이 고단할 수도 혹은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윤이형의 '은지들'에서 아마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가 아니라고 믿고 싶은 혹은 자신이 노동자 인지도 모르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인격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이 책을 덮고 부끄럽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양억관 옮김 / 이상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마쓰모토 세이초의 대표작 제로의 초점....

내 기대가 너무 컸던걸까. 아니면 없던 추리력이 갑자기 생겨나 너무 빨리 사건 발생 원인을 짐작하고 범인까지 맞춰버렸기 때문일까. 그렇다고는 해도 내 스스로 생각하기에 추리소설이 갖춰야할 가장 기본적인 흥미진진함, 즉 사건을 쫓고 쫓는 긴장감 만큼은 좋았다. 범인이 누굴것 같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죽었을 것이다를 알아가는 과정, 어쩌면 애초에 범인은 이 사람이다 라고 말해주었어도 분명 그 과정을 밝혀가는 내용이 궁금해서 읽었을테니까 말이다. 기실 추리소설을 읽을 때 범인을 아에 모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금 느끼는 점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혹은 공범이 되지 않기 위해서를 비롯해 껄쩍지근한 사건에 개입되지 않기 위해 해야할 일, 조금의 나쁜짓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거다. 전혀 예기치 못하는 곳에서 우리는 원수는 아니었지만 원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대를 만나게 된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시 상황에서 스스로 떳떳하지 않다면 가급적 멀리 상대가 나를 끌어들일 수 없는 위치로 알아서 사라져줘야한다. 조금의 억울함이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신혼여행을 다녀온지 한달도 안돼서 남편이 실종된다. 남편의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 가족관계,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 그리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있다는 정도가 전부다. 작품에서 데이코의 경우는 자신이 남편 겐이치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부분을 자주 언급하는데 반드시 그런것도 아니다. 그녀처럼 아는이를 통한 중매가 아닌 10여년을 연애한 연인들도 속이려 하는 자에게 당할 재간은 없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하지만 애초에 꼬리마저 잘라놓는 이에게는 어찌 당할 수 있으랴. 물론 겐이치의 경우는 속이려 했다기 보다 애초에 드러낼 까닭이 없었던 경우지만 내용을 다 읽고나니 그저 씁쓸할 따름이다. 일단 반전이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비단 범인이 누군지를 지목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었던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번역상의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너무 대놓고 범인을 의심케 하는 문장이 많을 뿐더러 왜 죽였는지의 이유를 알고나면 그동안 그토록 긴밀하게 쫓았던 모든 사건들과 정황 구조가 아까울 정도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겐이치의 실종이 죽음과 관련있는 것인지 아님 실종된 것처럼 보이기 위한 실종인지를 두고 고민도 하며 몰입할 만큼 문장 자체가 흡입력이 있음은 거듭 강조하고 싶다. 하지만 좀 더 세밀하게 그리고 반전이 있는 추리물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다소 싱거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한가지 더 조금의 잘못도 없이 떳떳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정말 절실하게 든다. 마치 죄짓고 살아온 사람같지만 적어도 상대가 내게 칼을 들이밀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라면 자백하는게 최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0 Thirty - 젊은 작가 7인의 상상 이상의 서른 이야기
김언수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0 thirty, 젊은 작가 7인의 상상 이상의 서른이야기 

서른. 무언가 특별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20대의 치기어린 방황을 이어가서는 안되기에 '결단'을 내려야만 할 것 같은 스스로의 압박에 시달리는 때라고들 생각하는 것 같다. 이미 만 서른의 해를 넘긴 내 스스로 생각하기에 서른은 끝이 아니라 오히려 시작에 가까웠기에 죽음과 서른을 결부시켰다는 주제가 딱히 맘에 들진 않았지만 어찌되었든 '서른'에 대한 갈급함은 마흔에 더 가까운 나이가 되기전까지는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이 책의 내용도, 그것도 7명의 젊은 작가가 참여했다는 말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른과 죽음을 자살로 연결지은 작품이 많다는 점이 일단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이라는 것이 자살도 있고 타살도 있고 혹은 살해가 될 수도 있는데 7개의 작품 중 자살미수 혹은 자살자에 대한 수색자를 제외한다면 2편밖에 없다. 그나마도 서른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굳이 서른이 아니어도 되는 나이였기에 정확하게 서른과 타살에 대한 차별성을 가진 작품은 박주현 작가의 모히토를 마시는 방 뿐이었다. 자신의 사체를 찾아 다니는 영혼, 그 사체를 어디에 유기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도 그녀는 끊임없이 당신을 사랑했노라 고백한다. 서른의 여성은 자신의 영혼이 육체를 떠난 상태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로맨스라 주장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죽음이 주제이기는 해도 시종일관 우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정용준 작가의 그들과 여기까지의 경우는 '하마'의 대한 애착심과 묘하게 얽히는 그들과의 헤프닝은 폭소를 터뜨릴 수준은 아니어도 입가에 미소가 머금게 만들기도 하고 어디서 많이 본듯한 플롯이기는 해도 김성중 작가의 국경시장은 서른과 죽음을 떠나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물론 재미있게 볼만한 가벼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서른이 그토록 힘겨운 나이였는지를 마지막 작품을 다 읽고나서 다시금 생각해봤다. 나오는 인물들의 특징이 하나같이 메마르고 대책없이 슬픈가 하면 죽기 이전, 혹은 떠나기이전에는 느닷없이 활기차다. 인물의 성격이나 외향이 비슷한 까닭에 내용도 크게 다르지않다는게 아쉬웠다. 젊은 작가들이라 서른을 제대로 느껴보질 못해서였을까. 이토록 부족하고 불안하기만한 서른의 이야기를 삼십을 앞둔 후배에게도, 이미 한고비를 넘긴 또래들에게는 물론 한참 선배들에게도 추천하지 못할 것 만 같다. 적어도 서른과 관련된 책으로는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