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굿즈 만들기 with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 인쇄물, 디자인 문구, 브랜드, 패키지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김신애 지음 / 한빛미디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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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포토샵을 만져본 것은 대학교 입학 후 레포트 표지를 직접 만들기 위해서였다. 레포트 표지가 자원 낭비라며 만들지 말라고 하시는 교수님들도 계셨지만 어떤 분들은 그런 것 부터 꼼꼼하게 준비하는 것이 과제의 시작이라고도 하셨기 때문인데 개인적으로는 나 역시 책의 표지만큼이나 레포트 표지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모두에게 공유된 표지로는 늘 아쉬웠다. 그렇게 만나게 된 포토샵은 컬러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나 폰트를 활용해서 맘에 드는 표지를 만들 수 있었다.  필요에 의한 접근이었고 그 이상의 것을 배우자 하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포토샵을 가지고 얼마나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는 사실 몰랐다. 사회에 나와서 실무를 통해 하나하나 새롭게 배워가면서 마치 사람이 태어나 뇌의 능력을 극히 일부만 사용한다고 하는 것처럼 포토샵의 극히 일부기능만 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이 책을 읽으려고 하는 이들도 그때의 내 맘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포토샵이 정말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들 하던데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까 궁금한 사람들은 이 책의 목록에 맞게 읽어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혹은 포토샵을 전혀 모르는 이들이라면 맨 뒷장 <기본기다지기>부분부터 읽고서 차근차근 필요했던 과정을 배우는 것도 좋고 콕찝어 초대장이나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팁을 구하는 사람들이라면 해당 페이지부터 보면 된다.

로고를 포함, 대부분의 작업에서 폰트는 큰 역할을 차지한다. 이 때 아무거나 맘에든다고 가져다가 쓰면 그것이 설사 개인적인 물품이라고 하더라도 저작권과 관련 문제가 될 수 있다. 책에서는 무료 서체를 배포하는 곳들 중 한글서체를 제공하는 네이버와 영문 서체를 제공하는 Dafont 사이트를 예시로 해서 서체를 다운받고 프로그램에 적용하는 방법 등 기초부터 상세하게 접근해들어간다. 이미 포토샵을 사용한 사람들이라면 단축키로 서체 크기 및 이미지 크기를 조절하지만 책에서는 메뉴바를 통한 접근방법도 함께 일뤄준다. 무료서체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찾아도 동일한 서체를 찾을 수 없을 때는 해당 서체를 사용자가 이미지화해서 활용했을 확률이 높다. 그 활용방법 역시 책에 자세히 나와있다. 나만의 폰트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나만의 디자인 로고를 만들 수는 있게 되고 그렇게 탄생한 로고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하나의 디자인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완성된 로고는 가장 기본적으로 명함, 쇼핑백, 텀블러, 문구용품 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 사용할 수 있다. 사업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시적으로 디자인 용품을 만들어야 할 때 저렴한 업체들을 이용하려할 때 이런 부분을 할 줄 알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특히 명함의 경우 직접 디자인을 한 후 인쇄만 업체에 맡길 경우 저렴하게 제작가능하다. 제작과정 또한 사이트에 접속 후 주문하는 과정까지 책에 실려있으니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

서점이나 디자인문구점에 가면 예쁜 패턴지의 가격이 꽤 비싸서 구매를 망설였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럴 때는 포토샵 기능 중 패턴등록을 통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처음에 배웠던 로고 디자인을 활용해 패턴 한가운데 배치후 출력하면 마치 그림처럼 인테리어 소품으로 벽을 꾸밀수도 있다. 만약 패턴을 수정 해 선물을 포장하는 포장지로 만들고 싶을 때는 역시나 실제 업체에 접속해 제작할 수 있는 과정이 책에 들어있다. 사실 디자인을 직접 했더라도 어떤 용지를 선택해야 할 지 처음부터 다 맡겨버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디자인에서 멈추지 않고 실제 제작까지 이끌어준다는 점이 이 책에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다. 포토샵을 보정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고, 모바일이나 웹에 올릴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에 적힌 것처럼 포토샵을 가지고 얼마만큼 활용을 할 수 있는지는 결국 사용자가 다양한 시도도 해보고 공부를 해보는 등 들이는 시간과 공에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원하는 것이 디자인 굿즈라면 다른 책말고 이 책 한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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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 중동을 들여다보는 창
캐런 엘리엇 하우스 지음, 빙진영 옮김, 서정민 해제 / 메디치미디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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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을 들여다보는 창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는 세계 주요 국가 중 유일하게 전제군주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알 사우드 왕가가 80여년 전 집권 한 이래 이어져 오고 있다. 알 사우드 왕가는 현재 뿐 아니라 현대사에서 가장 성공한 그리고 부유한 가족기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예로부터 왕들은 대다수가 다산이 의무인 것처럼 많은 자녀를 두었고 알 사우드 왕가도 마찬가지다. 왕족의 피를 물려 받은 왕자들만 해도 수천명으로 얼핏보면 절대왕권을 누리는 사람도 그에 비례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정권을 이어받거나 그 실세로 군림하는 왕자는 극소수며 중심에서 밀려난 왕자들은 여성이나 소수자들에 비해 형편은 비교가 불가능할 만큼 나은 편이지만 자유롭지 못하고 자신의 열정을 맘껏 드러낼 수 없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저자가 만난 압두라왕의 조카 압둘라 빈 무사드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는 사우디의 유일한 스포츠인 축구를 좀 더 대중화시키고 현대화 시키기 위해 협회를 만들고 노력했지만 TV중계권을 비롯 기타 부차적인 부분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다른 친인척들의 협조를 얻지 못해 결국 취미로 미식축구를 관람하는 체념상태에 빠져있다. 이에따른 왕가 내부의 분열도 만만치 않지만 더 큰 문제는 다양한 이유로 정부에 반감을 품은 세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에도 여성이나 소수자들을 탄압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은 오일머니를 적당히 분배하는 등의 호혜정책으로 해결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실이 제시한 비전2030 프로젝트를 보면 사우디 수입의 90%에 해당하는 오일과 천연가스 중 오일사업에 의존도를 낮추고 비석유 부문 국가 수입을 6배나 확대하자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문서상으로만 보면 지극히 현명한 방안이며 꼭 필요한 사안이다. 게다가 국가 사업 중심에서 민감 부분으로 전화 시키자는 의도도 희망적이긴 하다.  겉으로 보이는 경제적체과는 달리 왕실에서 반정부 세력 및 시아파를 대하는 정책은 결코 자비롭지도 현명하지도 못했다. 반정부 세력의 소동을 잠재우기 위한 방법 중 그들이 선택한 것이 다름아닌 '처형'이기 때문이다. 기어이 2015년 9월에는 왕실 내 고위 세력의 한 왕자가 국왕 교체 서한을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까지가 표면적으로 보이는 사우디라는 나라의 모습이다. 저자가 발로 뛰며 취재해온 내용은 결코 이정도 수준에서 멈추지 않는다.


지적이고 창조적이며 사려 깊은 사우디인들이 털어놓기를, 성별이나 나이, 출생에 상관없이 열정을 억눌러야 하고 구속받는 삶에 숨이 막힌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살아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미라만 가득한 박물관을 탐험하는 기분이 든다. 201쪽

현재 사우디의 가장 큰 위협은 이란이라고 볼 수 있다. 이란은 석유 및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할 뿐 아니라 지형적으로 봤을 때 유럽과 아시아 대륙의 정중앙에 위치하면서 실크로드의 중심지이자 고대 및 중세 문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을 대응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2030 비전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야 가능한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국가사업에서 민간사업이 주축이 되기 위해 전환되기 위해서는 우선 노동자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가보조금에 익숙해진 사우디 국민들에게는 반가운 이야기가 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열악한 환경의 근무지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사우디는 법규가 개선되어야만 가능한 이야기며 투자를 받는 것 역시 현재 법령이 개편된 이후에나 가능하다. 하지만 2030비전이 회의적일 뿐 실제 사우디의 영향력이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만 보더라도 원유 수요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을 사우디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등 우리와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비전이 아니라 종교를 포함한 소수자들과 여성들의 인권을 제대로 정립하고 왕실내의 분란을 잠재우는 측면에서의 노력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축약할 수 있다. 돈을 쥐어주면서 성난 민심을 잠재우는 방식으로는 더이상 현상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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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hH
로랑 비네 지음, 이주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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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을 쓰는 새로운 방식 HHhH


역사의 사건을 접하다보면 '소설로 쓰면 재밌겠다'싶을 때가 있다. 희생자 수가 많을 경우 이런 생각이 드는 것 자체가 죄스러울 때가 있지만 어찌되었든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다면,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통용된 사실에 입각해보면 나쁜 생각은 아니다. [HHhH]의 로랑 비네는 하이드리히 암살 사건이 그런 생각을 갖게 했고 실제 저자가 작품을 쓰게 된 배경과 집필 과정자체가 소설이 되었다. 만약 역사소설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까지 말끔하게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레이아웃이나 진행방향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예비작가들이라면 이 책의 방식이 솔루션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서두가 길었으니 바로 사건안으로 들어가보자.

작가는 처음 사건을 접하게 된 이후 발로 뛰어다니며 정보를 찾으러 다닌다. 영화로 만들자면 별도의 각색도 필요없을 것 같다. 스릴러나 역사물에서 도서관에서 밤낮으로 스탠드 불빛아래 수 많은 책을 쌓아두고 사건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미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저자는 하이드리히와 셜록과의 유사점도 살짝 언급했다. 셜록과도 유사한 이 남자는 과연 누구인가. 책 제목에서 부터 출발하면 'Himmlers Hirn heißt Heydrich, 히믈러의 두뇌는 하이드리히라 불린다' 로 히믈러는 SS(나치친위대)수장이었던 히틀러와 거의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유대인 대학살의 지휘했던 핵심인물이다. 히믈러의 선택과 정책의 뿌리를 실제적으로 전두지휘했던 것이 하이드리히였던 셈이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셜록과 하이드리히의 유사점은 바이얼린 연주를 제법잘했다는 데에서 출발했으며 실제 하이드리히는 어릴 때 부터 왕따에 시달렸지만 교과성적 뿐 아니라 펜싱 그리고 바이얼린 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모범생 스타일 이었다. 그랬던 그가 어쩌다 자신의 큰아들의 대부까지도 망설임없이 제거해버리는 냉혈한이 되어버린걸까? 재미난 사실은 이토록 잔인해보이는 그들도 동료들과 함께하는 파티나 저녁모임, 그리고 데이트를 할 때는 지극히 낭만적인 보통의 사람이라는 것이다. 분명 똑같이 숨을 쉬고, 사고를 하고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 다시 말해 '유대인'일지도 모른다는 의심하나로 왕따를 당하고,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아예 제명당할 위기에 처할 때 그에게 유대인이란 존재는 '생명'이 아니라 걸림돌과 다름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그의 부모세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뿌리가 깊다. 어쨌든 하이드리히가 본격적으로 유대인 말살정책을 펴기전에 유대인들을 외부로 이동시키는, 마치 미국이 인디언들의 재산을 빼앗고 이주 정책을 펼쳤던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완(?)전하게 해결되지도 시간도 비용도 너무 많이 소모된다. 총알도 아깝다고 말했던 만큼 잔인한 학살이 진행되면서 히믈러, 하이드리히 그리고 히틀러 세사람이 유대인을 상대로, 크게 봐서는 인류를 상대로 저지른 만행은 유쾌한 필체로 진행되는 이 소설도 피해갈 수는 없다.

이 책을 보고난 후 <설리:허드슨강의 기적>이란 영화가 떠올랐다. 전혀 관계없는 내용인데도 그 영화를 떠올린 것은 작가의 바람대로 이 책의 등장하는 대화나 사건들은 대부분 사실이며, 이미 그 결과마저 아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친 각색없이 이렇게 몰입할 수 있었다는 점이 해당 영화를 떠올리게 했던 것이다. 결과도, 결말도, 그리고 수십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이 세상에 공포와 피의 바람을 던지는 인물들이 변함없이 나고 죽는다. 우리가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애초에 이런 사람들이,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겠지만 인간의 지나친 욕심과 그릇된 사고로 그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결과적으로 성공했으나 당시에는 무기불량으로 실패했던 하이드리히 암살 사건처럼 누군가 끊임없이 시도하고 숨거나 포기하지 않을거라는 사실이 희망의 다름 모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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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만나는 유럽 문화 여행
아렌트 판 담 지음, 알렉스 데 볼프 그림, 유동익 옮김 / 별숲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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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만나는 유럽 문화 여행]책은 지금까지 만나본적 없는 이야기 방식이었다.


비앙카에게 산마리노의 특징이 뭐냐고 물으니 단호하게 대답했다. 113쪽

티퍼에게 아일랜드의 특징이 뭐냐고 묻자,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대답했다. 152쪽

라몬에게 포르투갈의 어떤 면이 특별한지 묻자, 그는 놀라운 대답을 했다. 213쪽

저자로 짐작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해당 나라에 거주하는 아이에게 묻고 그 답변을 듣는 방식인데 아이가 직접 답을 들려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가령 수업시간에 만들기 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도시이름이 갖는 의미를 설명해주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에는 아이가 있는 현장으로 시선을 옮겨가면서 그 나라의 문화유산을 소개해줄 때도 있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교실에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일 때도 있고, 험준한 산맥 한 가운데에서 들을 때도 있으며 페스티벌이 한창 진행중인 시끌벅적한 행렬 한 가운데에서 들을 수도 있었다. 한마디로 생동하고 살아숨쉬는 나라별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셈이다. 이 책의 재미난 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나라의 특징이나 기념품이 사실 해당국민에게는 그다지 인기가 없을 때도 있고 심지어 그것이 오히려 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도 가끔 한국을 떠올렸을 때 '개고기'가 화제가 되면 다소 서운한 마음이 들 때도 있고 심지어 개고기를 먹는 사람보다 혐오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문화를 접근하는 시도가 이런점에서는 굉장히 신선하고 사실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하면 이 책의 저자 아렌트 판 담의 작품 중에 [세계 어린이 인권 여행]이란 책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던 '몰도바'국가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타티아나는 몰도바에서 사는 어린이로 어린이의 권리에 대한 회의를 하기 위해 모나코로 떠나는데 회의장에서 다음의 내용으로 발표를 한다.


"저는 어린이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밖에서 자동차나 사람 또는 다른 위험에 대한 걱정 없이 안전하게 놀 권리가 있습니다. 어른들은 그것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 주셔야 합니다." 75쪽

물론 모든 아이들이 타티아나처럼 성숙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앞서 그리스편에서 소개된 내용은 다소 의아스러울 만큼 민주주의를 오해할 소지를 가지고 있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그리스의 아테네가 민주주의 시작점이라는 부분을 설명해주는 것은 좋았지만 그 원칙에 따라 수학공부를 하자고 제안하는 선생님에게 노래를 부르고 싶다며 자신들의 의견을 끌고가는 모습은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독일을 떠올렸을 때 '베를린장벽'이 나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터라 작가의 신중함과 평화의 중요성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잘 느껴져서 좋았다. 잊지 않기 위해서 그것을 하나의 축제처럼 오래도록 기억하고자 하는 독일인들의 생각은 배울 점이 많았다. 아이들에게도 그런 방식으로 역사적인 사건과 평화가 가지는 의미를 가르치는 방법도 멋지다고 생각햇다. 뒷부분에는 유럽에 대한 기원적, 고대의 풍경도 아이들의 입을 통해서 들려주는데 이 부분도 상당히 놀라웠고 부러운 부분이었다. 유럽지역은 나라별 경계가 거리 하나로 나뉘어지기도 해서 이웃하는 나라의 언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다는 장점과 협동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유럽국가 사이의 문제를 외면하지 말아야한다는 자연스러운 결말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야기로 유럽을 만나는데 이정도의 분량으로 가능할까 싶은 의구심도 들었지만 처음 유럽문화를 이해하려고 할 때는 이정도가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유럽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을 때 그 적정선을 고민하고 있는 부모들에게는 가장 좋은 예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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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 힘든 하루의 끝, 나를 위로하는 작은 사치
히라마쓰 요코 지음, 이영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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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 히라마쓰 요코 지음


어쩌다보니 지난 가을부터 혼밥족이 되고 말았다. 되고 말았다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자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때문에 해당 내용이 주제가 되는 드라마나 예능은 일부러 피했다. 혼밥 및 혼술이 내게는 그다지 타인과 공감하고 싶은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투정부리며 현실을 외면할 수도, <먹는존재>에서 나온 것처럼 끼니를 거르고야 살 수 없는 존재임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혼밥 생활에 심취, 히마마쓰 요코의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를 통해 혼밥을 즐겨보기로 결심했다. 이 책에는 총 20개의 에피소드가 나오며 책에 부록처럼 실린 100개의 식당의 이름을 교묘하게 차용한 내용들이라 아, 이 에피소드는 이 식당을 말하는거구나 짐작해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완전 허구는 아니라는 사실이 주는 안도감 같은 것이다.  일본작가지만 한국요리도 등장하는 데 '돌솥비빔밥'을 너무나 감상적으로 표현해주어서 한국인 독자로서 작가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을 정도였다. 개인적인 얘기를 꺼내자면 사실 이 책에서는 실연의 상처와 관련된 메뉴가 '메밀국수'였지만 내게는 오히려 돌솥비빔밥이 실연과 연관되어 있어서 늘 함께 가던 맛있는 비빔밥집을 혼자 가기가 애매해졌다. 비빔밥과 돌솥 그리고 계란찜을 커플세트로 주문해서 늘 먹었기 때문에 혼자서는 갈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면서 차라리 국숫집을 주로 다녔었다면 편했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기는 했다. '어쩐지 다 바랄 게 없어진 기분'편의 메뉴는 수프였는데 요즘 수프가 확실히 인기가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서브 혹은 간단하게 끼니대용이었던 수프가 메인요리로까지 승격된 듯한 상황이 반가웠다. 레시피만 보더라도 뚝딱하고 만들 수 있는 샐러드나 샌드위치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수고로운 메뉴인데 인스턴트 수프출현으로 폄하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어쨌든 수프가 이제라도 다시금 제대로 대접받는 것이 반갑기만 하다. 도시락 메뉴를 담은 에피소드도 정말 맘에 들었는데 사실 우리에게 도시락은 '편의점도시락'으로 이어질만큼 가성비가 메뉴선택의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그것은 다시말해 시간단축, 편의성을 갖춘 메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할 법한데 그 도시락이 '느긋한 기분을 만끽하고 싶을 때'라는 제목을 달고 이 책에 실렸다는 점이 놀랍고 반가운 것이다. 사실 나는 에키벤에 로망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기차에 오를 때는 역에서 먹거나 행선지에서 먹기보다는 도시락을 구매하려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냄새때문에 눈치도 보이고 때로는 눈치보다가 밥이 식어버리는 때도 많지만 그래도 역시 기차에서는 에키벤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즐기는 편에 속하는데 그런 내마음을 알아주는 듯한 글이란 생각이 들었다. 벤치에서 먹는 도시락은 아직 시도해보지 않았지만 그다지 나쁜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여름이라면 더운데다 벌레들의 습격이 두렵고, 가을 겨울에는 손이 시렵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되긴 한다.

오므라이스가 어른의 맛이라고 표현한데 있어서는 문화적인 차이를 느꼈다. 혹시 나만 오므라이스를 집에서 간단하게 먹는 자취요리 혹은 엄마가 반찬하기 싫을 때 해주는 메뉴라고 생각하는 것일수도 있다. 사실 외식메뉴로 오므라이스를 고르는 사람에게 단 한 번도 기분좋게 수락한 적이 없을정도로 오므라이스에 대한 기대치가 없는 편이다. 도대체 왜 오므라이스를 밖에서 돈을 내고 먹는것인지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집에서 냉장고에 남은 식재료를 전부 넣고 볶은 뒤 계란으로 덮어버리는 것이 오므라이스라고 생각하는 나의 무지를 욕한다고 해도, 이 책을 보면서 그렇구나 싶으면서도 달라지진 않았다. 난 여전히 오므라이스를 돈을 주고는 물론 집에서도 1년에 한 번 해먹을까 말까한 메뉴다. 계란을 좋아하고 볶음밥을 좋아하는 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에피소드별 분량이 그리 길지가 않다. 하지만 아쉬움도 과함도 없이 딱 적절하게 상황이 시작되고 음식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거의 대부분 벗겨낼 정도로 필력이 상당하다. 사실 작가의 전작<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편에서는 큰 공감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 책은 주변에 혼밥을 하는 사람이거나 그런 사람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 내돈주고 읽으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 서두에 바람을 적은 것처럼 더이상 혼밥이 쓸쓸하고 외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혼자라도 당당하게, 그렇지만 무턱대고 나만 괜찮다고 혼밥분위기가 아닌 식당에 들어가는 비매너는 주의하면서 즐거운 혼밥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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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12-28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혼밥을 즐기는 편입니다. 베비쥬님의 리뷰를 읽으니 어떤 책인지 감이 오고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서재의 달인 되신거 축하드립니다~

에디터D 2016-12-28 23:45   좋아요 1 | URL
찬찬히 서점에서 혹은 도서관에서 한 두 편씩 읽으셔도 부담없으실 것 같아요. 고양이라디오님도 연속으로 서재의 달인 되신거 축하드려요 :)

고양이라디오 2016-12-28 23:48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는 확인해보니 없네요. 신간도서 신청해야겠어요~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