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로 만나는 매일 성경 (스프링) - 나를 위한 캘리그라피 말씀 300
한승미 지음 / 카리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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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캘리그라피 말씀 300


손글씨로 만나는 매일 성경


영화, 소설의 첫 장에 종종 등장하는 성경말씀은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허나 그런 곳(?)에 등장하는 말씀은 하나같이 인간의 죄악을 나무라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종교를 가지지 않거나 이미 조금의 반감을 가진 이들에게는 더더욱 멀리하게만든다.




 



<손글씨로 만나는 매일 성경>은 그런 좋지 않은 성경에 대한 선입견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캘리그라피는 말씀에 담겨져 있는 분위기를 글자에 녹여내어 글자만 덩그러니 쓰여지기 보다는 약간의 소품도 더해져 분위기가 한결 따뜻해진다. 성경말씀도 따뜻한 구절이 훨씬 많다. 죄를 묻기보다는 언제고 용서해주시는 너그러운 하느님의 말씀이며, 요즘처럼 '혼술', '혼밥' 처럼 홀로 세상을 견뎌내야 하는 이들에게 결코 '혼자두지 않겠다'라고 위로해주신다.


 




<손글씨로 만나는 매일 성경>의 좋은 또 한가지는 성경말씀(영문도 함께 표기)만 적혀있지 않고, 관련된 명언들도 함께 담겨져 있어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까지 함께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간혹 데일리 성경을 책상에 두고 싶어도 회사처럼 타인의 시선이 신경쓰이는 장소에서는 꺼리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무래도 회사에는 기독교 외에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서두에도 적은 것처럼 종교를 가지지 않은 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으니 어쩌면 필요한 매너일 것이다. 하지만 <손글씨로 만나는 매일 성경>은 예쁜 캘리그래피에 어우러진 명언들도 담겨 있으니 그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니 좋다. 그야말로 선물로도 손색이 없다.



​날짜에 집착하지 않게 300가지의 말씀이 담겨 있다는 점도 맘에 들었지만 역시나 오래도록 메모해 두고 보고 싶었던 성경구절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QR코드를 활용할 수도 있어 휴대폰에도 담아두고 언제든 원할 때 묵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도 칭찬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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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 불일암 사계
법정 지음, 맑고 향기롭게 엮음, 최순희 사진 / 책읽는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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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의 글을 쓰신 스님도, 사진을 찍은 최순희님도 모두 고인이 되셨다. 이 책이 다른 법정스님의 책과 달리 글 한 편 한 편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어느덧 마흔을 앞둔 내 나이도 한몫했을테지만 그보다는 사진을 찍은 이가 다름아닌 최순희님이라서 그렇기도 하다. 그분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서는 이 책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며 실제 책에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그 분의 이야기가 실린다.

 

 

살아남고 싶어서 자수를 했단들, 살아남기 위해 동지들의 자수를 권유했단들, 그것이 죄라고, 인간이 그래서는 안 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 본문 161, 원글 정지아, <땅에서의 슬픔은 땅의 것으로, 땅에서의 그리움은 땅의 것으로>

 

사실 이 책을 완독한지는 꽤 되었다. 네 번째 읽은 지금에서야 리뷰를 쓰게된 것은 스님께서 쓰신 길지 않은 글, 허나 어느글자 하나 중요치 않은 것이 없었고 와닿지 않은 문구가 없어서 리뷰에 무엇을 담아야 할 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사진은 또 어떻고. 위의 글은 최순희님과 관련된 이야기인데 남부군, 빨치산 대원이셨던 그 분의 이야기다. 사람들이 절에 가는 건, 굳이 절이아니라 할 지라도 종교를 찾게 될 때는 '절박했기'때문일 것이다. 법정스님을 만나고서야 비로소 삶의 안정을 찾게 되었던 최순희님의  절절한 마음이 사진에 녹아든 셈이다.

 

스님께서 자주 해주시는 말씀은 역설적이게도 '침묵'의 중요성, 비움과 나눔 그리고 자연스러움이다. 한 단어로 하자면 '자연스러움'이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굳이 무슨 말을 하지 않고 무언가를 더 채우려하거나 혼자 독차지 할 걱정이나 고민없이 자연스럽게 이웃과 나누고 과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정리하면 될 것 같다.

 

선행이란 다름 아닌 나누는 행위를 이른다.

내가 많이 가진 것을 거저 퍼주는 게 아니라

내가 잠시 맡아 있던 것들을

그에게 되돌려주는 행위일 뿐이다. 132쪽

 

살 때는 삶에 전력을 기울여 뻐근하게 살아야 하고,

일다 삶이 다하면 미련 없이 선뜻 버리고 떠나야 한다.

열매가 익으면 저절로 가지에서 떨어지듯,

그래야 그 자리에서 새로 움이 돋는다. 171쪽

 

스님말씀이 아니더라도 요즘은 리뷰를 되도록이면 발췌문 위주로, 내 감상은 최대한 줄이는 편이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리뷰로서의 역할마저 축소되는 것과 다름없지만 때로는 나의 장황한 감상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꼭 그렇다. 그러니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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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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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에 바치는 노래라는 의미의 '기탄잘리'. 열 일곱. 20년도 더 전에 처음으로 기탄잘리를 읽었다. 고등학교 신입생 예비과제로 감상이 아닌 '미션수행'에 가까운 독서였다. 그렇다보니 한 편 한 편이 모두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님'을 뜻하는 게 본문에서 설명한 것처럼 연인이기도 하고, 절대자이기도 하며 '나' 그 자체일수도 있다. 지난 해 세례를 받아서인지 내게는 신께 용서를 구하고 변함없을 사랑을 고백하는 고백록으로 다가왔다. 그런가하면 동시에 연인과 신 그 사이를 오가며 울음을 삼키게 한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날이 저물어 바랑 속에 있는 것들을 바닥에 비웠을 때, 초라한 물건들 속에서 아주 작은 황금 구슬을 발견하고 내 놀라움은 얼마나 컸던가요! 나는 슬프게 울며 후회했습니다. 당신에게 내 전부를 바칠 마음을 갖지 못했던 것을. 73쪽

 

연인 혹은 가족 그리고 친구사이에서도 해당되는 말, '있을 때 잘해'.의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전부라는 것이 물질적인 부분을 떠나 나중에라는 핑계로 참 여러번 지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그리고 그 관계가 끝났을 때야 비로소 할 수 있었던 것, 줄 수 있었던 것 조차 주지못했구나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신을 향해서는 교만과 이기심, 타인과 비교하며 죄를 덜 짓고 살아간다고 착각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또한 이 시들은 대학생들이 학창 시절에 들고 다니다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옆으로 밀쳐놓을 그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세뎨가 거듭될수록 여행자는 길 위에서, 배를 젓는 사람은 강 위에서 이 시들을 노래처럼 읊게 될 것이다. 149쪽

 

벅찬 감동을 받은 수많은 사람중에는 시인 예이츠도 있었다. 그의 말처럼 어느 누군가의 작품이 심금을 울린다면 분명 작가의 생애, 사상에 관해 모국어로 된 자료를 찾아볼 수 밖에 없다. 또한 작가의 작품을 기차안에서, 이층 버스처럼 지니고 다니며 읽게 된다. 개인적으로 기차에 탈 기회가 있을 때면 그 어느때보다 더 신중하게 책을 챙기곤 한다. 그때만큼 내가 완벽하게 몰입하고 있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장소는 없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들, 행선지가 있음에도 마음을 빼앗겼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기탄잘리가 바로 그런 시집이다. 다시 타고르의 시안으로 들어와 노래처럼 읊게 만든 작품이야기로 돌아오면,

 

내 마음은 그곳에 이르는 길을 아무리 해도 찾을 수 없습니다. 가장 가난한 자, 가장 낮은 자, 길 잃은 자들 속에서 당신이 친구 없는 이들의 친구가 되는 그곳에. 20쪽

 

친구가 많은 이들의 사귐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친구 없는 자 곁에서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더 위대한 일인데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 반대로 향해 간다. 그럴 때 우리가 의지할 것이 어쩌면 사람이 아닌 '시'가 아닐까 싶다. 영화 <시인의 사랑>속에서 '시인은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란 대사가 등장한다. 신분과 연령, 성별과 상관없이 사람들의 입을 통해 타고르의 시가 노래로 이어질 수 있었던 까닭이지 싶다. 유행가 가사처럼 구절 구절이 절절하게 다가오는 기탄잘리. 망설임없이 이 시집을 권하고 싶다. 아, 기탄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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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패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다 - 전 세계 최고의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배우는 그들의 기법과 아이디어, 성공 노하우
소머 플라어티 테즈와니 지음, 공민희 옮김 / DnA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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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패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다]

세계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이야기


그림책의 내용보다 삽화가 더 유명해지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패션지의 등장하는 수많은 화보보다 일러스트가 더 눈에 띄는 경우가 간혹있다. 단순히 예쁜 일러스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패턴마저 완벽한 일러스트를 만날 때 면 이 작품을 그린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그저 세심한 부분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일러스트레이터일까 하고 궁금해진다.


책 <나는 패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다>의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미 현역에서 활동중인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대부분이다. 관련 분야를 전공한 사람도 있고 뜻하지 않은 기회로 작업에 참여한 것이 일의 시작인 사람도 있다. 시작은 다양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늘 새로운 소재와 자기표현을 대중 혹은 클라이언트와 조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패션지 처럼 대중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분야다보니 의견을 조율하는 부분이 중요한 까닭이다.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업계로 진입하는 것이 힘들어도 계속 전진하세요. 같이 작업하고 싶은 고객이 있다면 직접 찾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작품이 돋보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찾아보세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작업하고 조언을 받아들이면서 계속 나아가는 겁니다." 29쪽


그들의 작업과정을 좀 더 들여다보면 어떤 이는 일상에서 쉽게 소재를 찾기도 하지만 또 다른 사람은 실제 모델과 추상적인 자신의 사고를 더해 작품을 완성하기도 한다. 작업방식도 연필로 드로잉 하는 사람도 있지만 처음부터 컴퓨터로 작업하면서 콜라주 작업을 수월하게 진행시키는 경우도 있다. 니키 필킹턴의 경우는 여러 작품의 하나로 통홥하기 때문에 수정횟수도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결과물을 예측할 수 없어 맘에 드는 작품이 나오는 것이 행운이라고도 말한다. 그런가 하면 에린 펫슨은 가능하면 모델을 세워두고 작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이전에 읽었던 패션 일러스트 관련 책들은 인체의 비율과 해부학의 이해등 드로잉에 입각한 해설이 주였다면 이 책은 여러명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작업방식 및 스타일등을 접할 수 있어 좋다. 학습서라기 보다는 성공사례 혹은 수기로 받아들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그렇다보니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물 외에 작업대 사진은 물론 방사진도 나오는 데 엔틱 스타일로 꾸미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 10대 소녀가 머무를 것 같은 분위기속에서 작업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별도의 작업실에서 작업하는 일러스트레이터도 있어 책을 읽다보면 패션 일러스트에 관심이 적더라도 지루하지 않게 사진에 집중하며 넘겨볼 수 있다.




패션일러스트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주요 독자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평소에 드로잉작품이 담긴 그들의 수첩과 포트폴리오 등 작업물이 실질적으로 담겨있는 매체 사진일 것이다. 더불어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영감을 얻었던 선배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볼 수 있는 url과 실제 실루엣 위에 마카, 붓, 페인트 등 자신이 좋아하는 도구로 연습할 수 있는 패션 실루엣이 여러장 부록으로 첨부되어 있어 책을 다 읽은 다음 자신만의 패션 일러스트를 완성해 보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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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의 탄생 - 알고도 먹고, 모르고도 먹는 저장음식
게리 앨런 지음, 문수민 옮김 / 재승출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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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하면 맥주 혹은 빙수, 겨울하면 핫초코 혹은 호빵처럼 적어도 내게 음식은 밀접하면서도 '낭만'적인 존재에 가깝다. 눈앞에서 제조과정을 볼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럴수 없는 식재료 혹은 음식들도 많다. <통조림의 탄생>을 읽다보면 알게되는 정보가 정말 많은 데 당연히 통조림의 탄생과정을 알 수 있고, 음식의 저장방식에 관한 역사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과연 '보존'을 위한 저장방식이 자연조리보다 풍미뿐 아니라 인체에 큰 해가 없는지 등 다양한 저장식품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준다. 이 책을 읽는 방법은 다양한데 처음 1,2장은 식품관련 및 생명과학 사전을 검색해가며 읽었다. 대사, 용해 등 이미 친숙한 용어인데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싶었고,클로스트리디움균이나 보툴리눔독소와 같은 전문용어의 원어가 궁금해서 찾아보았기 때문이다. 주석을 달았다면 이 책이 다소 부담스럽고 무거워질게 뻔한데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서 멀어질 수 있어 현재상태의 편집본으로 출간되었으리 짐작된다. 어쩌면 이렇게 하나하나 찾아가며 읽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나와 같은 독자들은 수고롭다기 보다는 책을 읽는데 공부하는 것 같은 일석이조의 뿌듯함도 느껴져 좋다랄까.


3장부터는 본격적으로 통조림과 관련된 사건들이 등장하면서 제대로 몰입하기 시작했다. 프랭클린 탐험대의 주요 실패 원인이 통조림에 의한 납중독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사건이 있은 뒤 무려 130여년이 지난 1980년 사체 부검을 통해서였다. 책에서는 해당 사건이 납중독에 의한 것이라는 정도로만 말해주기 때문에 앞서 1,2장을 읽던 방식으로 찾아가며 읽다보면 훨씬 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식품에 들어있는 성분에 따라 유제품의 저장방식과 단백질과 같은 육류 저장방식이 다르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저장방법을 고안해 낸 사람들도 어떻게 다르고, 어떤 영향으로 보존할 수 있었던 건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한다. 개발을 했으나 정확한 원인 분석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대학 연구진에게 도움을 요청, 오랜기간 함께 활동했다는 내용을 보면서 최근 테크니컬 아트 작품의 경우 예술계 사람들과 이공계 학자들의 접목과 활발한 교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인즈 케찹, 파스퇴르 등 우리에게 친근한 가공브랜드도 등장해서 지루할 틈이 없는 부분이다. 4장부터는 본격적으로 식품별 보존방법의 발전과정이 등장하는 데 이때부터는 아예 별도의 검색이나 탐구과정없이 책에만 집중했다. 요즘 마트를 가보면 육가공육의 상품명이 원산지 그대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베이컨이나 살라미 처럼 어느정도 익숙한 제품도 있지만 구안치알레, 슐터스페크 등은 책을 통해서 자세하게 제조 및 저장방식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앞서 2,3장에서 저장방식을 설명할 때 과거의 방식과 현재의 보존방식이 함께 등장하긴 하지만 4장에와서 본격적으로 해당 제품들이 대거 등장한다. 스킵해서 읽지 않기를 권하는 까닭이 바로 이때문인데 말린 옥수수 통조림 '호미니'의 경우 화학성분을 이용하는 데 우리가 생각하는 인공화학물이 몸에 나쁘다고만 생각하는 편견을 버리지 않고 4장을 읽는다면 결국 먹으면 안되는 물품리스트만 늘어나게 된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뿐 아니라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했을 때 통조림화 되는 것이 훨씬 이롭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심지어 커피처럼 물만 부으면 원상태로 돌아와 풍미가 사라지지도 않는다. 또한 녹두 분말의 경우 신선한 상태에서 먹기 보다는 묵, 국수 등 다른 음식을 만들기 위한 재료로 쓰이고 특히 팥의 경우 아시아에서는 과자류등에 널리 쓰여 저자의 표현처럼 서구의 초콜릿만큼이나 친숙하다. 보존식품하면 사실 치즈를 빼놓을 수가 없고, 치즈하면 푸름곰팡이에 관한 내용을 빠뜨릴 수가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곤충을 이용해서 만든 치즈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단어를 언급하는 것조차 망설여지는 치즈파리의 유충과 구더기를 이용한 치즈도 있는 데 저자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꿈틀거리는  생물체 정도는 눈감아줄 만큼 매혹적인 맛을 만들어낸다.174쪽'라고 한다. 구더기가 섞인 치즈를 친절하게도 나열해주는 데 아마 치즈를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라면 안타깝지만 분명 한가지는 먹어보았을 것이다. 특히 여행중에 치즈를 찾았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확률이 높다.


3장까지가 검색해서 읽는 방식을 권한다면 4장부터는 메모하면서 읽는 방식을 권하고 싶다. 구매하고 싶은 통조림 리스트를 작성하라고 권하는 것도 있지만 앞서 등장했던 브랜드와 개발자들의 제품들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읽었던 내용을 잊지 않고 계속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어서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통조림 브랜드의 발전사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두껍지도 않은 책에 정말 유용한 내용, 재미있는 사건과 일화들을 어렵지 않은 문체로 담아낸 책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어려워서 사전을 찾았다기 보다는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사전을 찾았던 만큼 번역을 참 잘한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지금 먹고 있는 통조림이 나쁜것만도 좋은 것만도 아닌데 그 이유를 알고 먹는 것과 통조림에 숨겨진 과학이론을 찾아보는 것, 긴 겨울 밤 시도하기에 제법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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