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눈 티를 연상시키는 잡지, 나우 매거진 Nau Magazine Vol.2 : TAIPEI

리뷰를 적기전 Nau 라는 단어의 의미부터 적어야 할 것 같다.
왜냐면 내가 이 잡지를 읽기 전 두 가지 오해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혹시라도 그런 사람이 또 있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나우는 now를 소리나는 대로 쓴 것이 아니라는 점.
라이프웨어 브랜드 매거진이라고 해서 흔히 보던 카달로그라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점이다. 우선 나우의 정확한 의미는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폴리네시안 언어로 모든 것을 아우르며 함께한다는 'Welcome!(come in)'을 뜻하는 '나우Nau' 다. 2007년 포틀랜드에서 시작한 기능주의 디자인의 서스테이너블 라이프웨어 브랜드라서 이번 호는 타이페이가 주제였지만 1호는 당연 포틀랜드가 주제였다. 2호가 대만으로 지정된것은 나우와 여러가지 부분에서 통하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대만은 중국에 속한 나라가 아니다. 물론 중국에서는 여전히 대만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 않고, 이때문에 한국과 대만 모두 일제강점기의 쓰라린 역사점 아픔을 간직했다는 유대감과 함께 대만과 절친이었던 우리나라가 대만과의 수교를 포기하면서 혐한분위기까지 생겼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의 핵심이 정치적인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대략 이정도로만 하고 대만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말하자면 프롤로그에 실린 천재 프로그래머이자 트랜스젠더 의원인 오드리 탕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대만은 아시아 최초로 동성애자 결혼 금지는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온 나라이며, 전철에서 노약자석이 아닌 '박애'라는 단어를 표기함으로써 역차별이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의 배려를 행하도록 유도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대만여행을 갔던 것이 꽤 오래전이라 이제는 흐릿하게 좋았던 추억만 남았지만 그래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들이 베이터우 도서관, 서점 그리고 신구도시의 조화였다. 반가운 것은 매거진 나우에서 이 모든 것이 기사를 통해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나우에서 대만을 접근하는 시선은 'Keep Taipei Free'다. 이 부분을 두고 오드리 탕 의원은 대만 전역에서 터지는 와이파이를 떠올렸다. 와이파이를 통해 수도인 타이페이에서 대만전역으로, 대만전역에서 세계로 제한없는 소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오프라인 소통의 부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온라인 소통만을 고집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어떤 아이가 온라인 소통 외에 다른 방식의 소통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현실 생활에서 온라인처럼 강한 집중력을 얻을 수 없거나, 다른 사람의 관심 혹은 정서상 호응 같은 걸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린이의 인터넷 사용 시간을 줄일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아이에게 온라인과 똑같은 신뢰 관계를 갖도록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49쪽
또한 자유로운 분위기는 '서점문화'와도 연결될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는지, 얼마나 많은 신간이 쏟아지는 지 등, 수치로 환산하고, 책이 삶의 좋은 도구로서 제한받는 것이 아니라 집에가면 책을 읽는 것은 마치 목마를 때 물을 마시는 것과 같이 자유로운 것이고 서점에서 영화를 보고, 작가들과 대화를 하고, 강의를 듣는 공간으로 마치 자유로운 '광장'의 역할을 대신한다. 무료 와이파이가 전역에서 터진다 해도 서점만의 역할이 분명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었다.
독서를 사랑하는 대만 사람들은 전자책과 온라인 서점의 바람 속에도 오프라인 서점이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들은 키보드와 마우스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을 서점에서 만나고 있다. 그 어떤 것보다도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콘텐츠와 사람이 한데 뒤섞이는, 서점이라는 공간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124쪽

또한 대만의 이런 자유로움은 외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즉 옷을 입는 스타일에 있어서도 타인을 의식하는 자기치장의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날씨와 관련지어 기능적이고, 활동하기 편한 내적인 부분을 신경쓰기 때문에 기능성 의류인 나우브랜드와 관련이 있다고 보게 된 것이다. 이렇게만 보더라도 결코 이 잡지가 카달로그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띈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실제 첨부된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텍스트가 상당히 많다. 대충 자연속에 숨쉬는 라이프스타일을 흉내내고 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혼용 혹은 혼동하는 개념인 에코패션, 친환경 패션, 올바른 패션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설명해주는 것만 보더라도 자신의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이 어디에 해당되는지를 독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메인 주제가 '타이페이'라는 것을 한시도 놓지는 않는다. 대만하면 떠오르는 자전거 문화, 차 茶문화, 앞서 언급했던 서점과 관련된 기사 역시 추천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내가 탈 수 있는 예쁘고 가벼운 자전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에서 출발하게 된 슬라이더스(Sliders). 온라인판매를 고집하면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아내와 함께 무려 1만여건의 의견을 온라인을 통해 참고하면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만 보더라도 오드리 탕 의원의 와이파이의 영향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선보이는 자전거는 '동기'를 위주로 시작된 디자인의 자전거라는 점이다. 우리는 사람들의 자전거에 대한 생각과 니즈를 모아서 그드르이 수요를 만족시키고 싶다. -중략-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아이디어를 주고 우리는 디자인으로 그들의 수요를 만족시키는 것. 그것이 슬라이더스만의 차별점이다. 187쪽
차 문화가 발달되어 있는 만큼 단 하나뿐인 핸드메이드 그릇을 만드는 아티스트와의 인터뷰, 사진으로만 봐도 한 잔의 차를 통해 피로를 씻을 수 있을 것 만 같은 찻집,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배경처럼 놓여지는 책의 조화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어졌다.이외에도 인권과 도시개발부분도 재미있으면서도 상세하게 다뤄져있고, 브랜드 잡지인 만큼 관련 화보도 물론 담겨져 있다. 나우 매거진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애프터눈 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차'를 브랜드 나우라고 했을 때 각각의 디저트 자체만으로도 훌륭하고 맛있지만 한데 모여있을 때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그 시간을 즐기는 이에게 한껏 여유를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마치 애프터눈 티를 마시듯 그렇게 나우 매거진을 즐길 수 있었다.
*대만 독립서점 풍경을 담은 소책자가 별책으로 포함되어 있는데 이 작은 책자마저도 내용과 사진이 알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