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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조킹의 드로잉노트
민조킹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민조킹의 드로잉노트.
지난 주에 과제를 하다가 도저히 풀리지 않을 때 읽게 된 <민조킹의 드로잉노트>.
내가 바라는 드로잉 실력은 보는 순간 '천재'라는 단어가 입밖으로 튀어나올 수준이 아니다. 내가 본 것, 그래서 간직하고 싶은 것, 기왕이면 타인과 공유하고 싶을 것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민조킹의 드로잉 노트는 아마 나와 같은 바람을 가진 이들에게는 거의 목표, 로망이나 다름없다. 전공이 회화가 아닌 저자 역시 몇 년동안 화실을 다니면서 그림을 배웠고, 자기만의 스타일과 선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온 사람이다. 실제 아동미술 발달단계를 보면 본격적으로 관련 수업을 배우지 않은 사람은 초등학교 5~6학년 정도이후 더이상의 그림실력이 늘지 않는다. 그러니 성인이 되어 어릴 적 상을 받았던 때를 생각하며 조금만 연습해도 잘 그릴 수 있을거라 착각하면 정말 위험하다. 민조킹 역시 매일 그리기를 강조했고, 회사를 다니며 그리던 시절에는 퇴근 후 최소 3장의 그림을 매일 그렸다고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강의만 듣다가 그림을 그리는 나도 하루에 1~2작품도 정말 머리를 쥐어뜯으며 그리는데 회사를 다니면서도 석장씩 그렸다고 하니 그야말로 노력없이 잘 그릴 순 없다는 것은 진리에 가깝다.
부제에도 적혀있고, 표지에도 뒤태를 보여주는 여인의 나신이 그려져 있듯 '야한'그림을 좋아하는 저자덕분에 인체그리기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얼굴그리기 순서라던가 표현방식에 따라 과감하게 생략하는 기법은 좀 더 실력이 쌓인 뒤에 따라해보는게 좋을테고, 저마다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민조킹의 드로잉 노트에 적혀있는대로 따라할 필요는 없다. 사실 좌측에 그림, 우측에 연습해볼 수 있게끔 구성이 되어 있는데 현재 재본상태로는 따라그리기가 수월치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책처럼 별도의 드로잉북을 판매하는 것보다는 낫다. 내가 그린 것은 표지. 똑같이 그린다고 그리는데도 어째 내 그림속의 여인은 죄지은 여인처럼 힘없고 안쓰럽다. 여러번 연습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저자는 지하철에서도, 카페에서도 드로잉노트를 꺼내서 연습했다길래 나도 과감하게 카페드로잉은 도전했으나, 지하철에서는 저자말처럼 모든 시선이 내 연필에 쏠리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줄을 긋지도 못하고 접어버렸다. 정말 빠르게 그렸을 저자를 생각하니, 진짜 실력이 대단하기도 하고 부러워졌다. 그런가하면 얼마전 호x화방에 들렸을 때 재료 몇개사면서 탕진했다고 느꼈던 내 마음이 그대로 책이 되어 나온 것 같아 공감이 되면서 더 슬픈건 왜일까.
책 제목이 드로잉 노트라서 그런지 저자의 작품을 보고 따라 그릴 수 있는 페이지 위주로 되어있어 몇 페이지 안되는 그녀의 글도 좋았던 나는 이 부분이 다소 아쉬웠다. 그래서일까. 작가 민조킹의 첫 번째 에세이<모두의 연애>를 너무너무 읽고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