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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의 행복 수업
정진석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14년 12월
평점 :
"나는 어디서 왔는가?" 는 인간의 근본에 관한 질문이고, "나는 어디로 가는가?" 는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에 관한 질문입니다. "나는 어디서 왔는가?" 라는 물음은 자신의 부모 이외에 사람의 근원이 따로 있음을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나는 어디로 가는가?" 라는 물음은 사람의 육신이 흙으로 돌아간 다음에도 지속되는 삶이 있음을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각 사람이 죽기 전에 반드시 깨달아야 할 인생의 가장 근본적인 과제입니다. 18쪽
정진석 추기경의 행복 수업은 인류 탄생의 배경과 구성요소에 대한 간략한 서술 등을 포함해 상당히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무언가를 설명할 때 배경까지 아우르는 것은 그만큼 우리와 주님의 관계가 사소한 것부터 감히 볼 수 없고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내용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많은 내용 중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결혼 생활이었다. 사실 결혼과 관련된 수업을 혼인 전에 교리로 접하기도 했지만 현실에서 다툼이 있거나 의견차이가 발생했을 때는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사랑이란 받는 만큼 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주는 것입니다. 104쪽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고 이기심이라고 합니다. 같은 쪽
얼마 전 한 신부님의 강론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나왔다. 아내가 남편에게 순종하라는 의미는 주종의 관계라기 보다는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셨다. 또 미움의 씨앗은 다름아닌 서운함, 상대에게 기대하는 만큼 받지 못했을 때 드는 그 서운함이 씨앗이 되고, 그 씨앗은 물도 주지 않고 햇빛이 없어도 무럭무럭 자란다고 하셨다. 추기경님의 책을 먼저 읽고서 들어서인지 두 분의, 두 사제의 말씀이 깊이 다가왔다. 그저 주었다면 서운할일도 없으니 미움이 생길리 없고, 포기한다는 것은 더이상 ‘우리’가 아닌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이 아니던가. 추기경님의 말씀처럼 가정이 평화로워야 그 사회도 평화로울 수 있고, 그런 사회안에서 아이들이 성장해야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 부부가 함께 대화해보라고 하셨던 질문 중 하나를 적어보면, ‘최근에 부모를 존경하는 청소년들이 드뭅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113쪽)를 보면서 청소년기의 나를 떠올려보았다. 또 내 아이가 지금과 같은 양육환경에서 자랐을 때 과연 나와 배우자를 존경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외국어도 듣기만 해서는 배울 수 없고 자기 입으로 발음하면서 배우는 것입니다. 집 밖에서 험한 말이나 욕을 들었더라도 집에 와서 그 말을 하지 않으면 결코 배울 수 없습니다. 123쪽
같은 환경에서 자란 형제가 어른이 되었을 때,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보통은 비슷한 모습으로 성장한다. 환경이 같다는 것은 사회적인 문제도 분명 있지만 부모의 가치관이 잘못되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회는 구성원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줘야 합니다. 다만 결과의 불평등은 있습니다.’(140쪽)라고 하신 말씀이 이해가 되었다. 그러니 부모가 된 사람들, 자녀를 기를 수 있는 축복을 허락받은 이들이라면 ‘그저 주는 사랑’을 배우자 뿐 아니라 자녀사이에서도 해당되는 것 같다.
행복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지금 내가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어린 아이를 양육중이며, 많은 부분 배우자와 의견의 차이를 느끼는 내게는 위의 내용들이 행복을 위한 전제조건처럼 느껴졌었나보다. 하지만 지금이 아닌 다른 때에는 교리적인 부분 혹은 고통과 질병, 사회관계에 대해 더 집중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이 책이 답이다’라기 보다는 주님 말씀에서 답을 찾는 가이드가 되어준다는 점에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