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 일기에 나타난 어느 독일인의 운명
파울 요제프 괴벨스 지음, 강명순 옮김 / 메리맥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하엘. 이 작품은 작품을 이야기 하기 전, 작가 이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듯 하다. 역자 후기만 보더라도 20대 청년의 방황, 사랑 그리고 투쟁으로 보기 보다는 저자의 나치 선정성을 염두하고 읽으라고 할 정도니 말이다. 출발은 그랬다. 저자의 말처럼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성장하고 공부하고 사회생활을 하면 그렇게 잔인한 학살에 가담 정도가 아니라 앞장설 수 있을까, 과연 그들도 '사람'이라 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막상 <미하엘>을 읽다보니 과연 그런 선입견을 두고 이 책을 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반드시 또 그렇게만 볼 수도 없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가장 쉬운 예로 내용이 정말 멋지고, 공감가는 내용도 많은데 하필이면 그 작가가 독립운동가들을 핍박하다 못해 잔인하게 살해한 일본인이었다면? 심지어 수장이었다면 어떨까? 내가 유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 소설을 두고 그냥 소설로 보자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헤르타 홀크. 그녀의 노트에 적힌 이름이다. 이름 하나 알았을 뿐인데도 벌써 그녀와 아주 가까워진 기분이다. 말 한마디 나눠 보지 않았지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21쪽


위의 문장만 보더라도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순수한 청년의 모습이다. 그리스도를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나약한 인간의 면모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친구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하고 자신의 길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연인에게 실망하기도 하는 모습은 보통의 청년가 다를바 없다. 어쩌면 그래서 더 이 소설이 위험한지도 모른다. 사실 이 소설은 저자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자전소설을 탄광에서 사고사한 친구를 위해 장편소설로 개작한 것이다. 다시 말해 자전소설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친구의 죽음을 마치 대의를 위한 희생이었다고 강조하며 자신의 정책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감정적 호소였음을 부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유대인은 인간의 모습을 한 거짓이다. 유대인은 역사상 최초로 영원한 진실을 덮기 위해 예수를 십자가에 못받았다. 126쪽


마치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그리스도를 탄압하고 살해했기 때문인것처럼 몰고가지만 사실상 자신(혹은 국가)의 나약함을 유대인들의 탓으로 돌리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심지어 사랑하는 연인을 찬미하고, 자신의 어머니를 지극히 존경하는 와중에도 유대인을 경멸하고 모욕하는 '미하엘'을 보고 있으면 역자의 말처럼 결코 친구를 '추모'하기 위한 소설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예수 그리스도는 내게 많은 것을 주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주지는 않았다. 247쪽


'로랑비네'의 <HHhH>를 읽으면서도 느꼈고, 멀리서 찾지 않고 히틀러의 생애만 보더라도 나치당 중 유대인 학살에 앞장 섰던 인물들은 겉으로는 외향적이고 학업적 능력이 뛰어나며 심지어 '로맨티스트'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그들과 대화를 일단 시작하면 결코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마지막 문단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한 마디. 불우한 가정 때문에 혹은 불구였던 신체 때문에, 이도 아니면 꺾인 꿈으로 인해 한 평생 열등감 속에 빠져 있었다고 결론짓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열등감을 이겨내기 위해 정말 '잘'사는 사람들의 흉내를 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흉내는 진실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았던 만큼 신의 탓이 아닌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17-05-30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소설이라기 보다는, 나치즘을 전파하기 위한 선전물이 아닐까 싶네요.

에디터D 2017-09-23 00:49   좋아요 0 | URL
그런듯 싶죠? 공감한다고 밑줄까지 그었던 부분도 있었는데;;; 흠흠;;;
(댓글을 6개월만에 달고 있어요. 죄송합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