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자서전 - 바람만이 아는 대답
밥 딜런 지음, 양은모 옮김 / 문학세계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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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인생에는 무슨 일이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라.

원하는 것을 모두 갖지 못했어도, 원하지 않는 일이 생기지 않은 것에 감사해라." 242쪽



위의 내용은 책의 거의 후반부에 나온다. 마치 <위대한 개츠비>의 서문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자유로우면서도 반전주의자였으면서 '시인'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이 아마도 저 문장으로 다 이해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밥은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아버지였던 그가 해준 이야기라고 적었지만 제3자인 내 입장에서보면 저것은 이기적이고 자만에 빠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이야기의 첫 시작이자 보브가 카페에서 노래를 하고 보조를 맞추려고 일자리를 알아볼 당시에 그의 모습은 진정한 포크를 아는 사람은 세상에 흔치 않으면 그 흔치 않은 사람중에 자신이 포함되어있고, 언젠가는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것을 확신한 듯 보였다. 실제로 카페를 오가며 별볼일 없다고 판단되는 곳은 크게 미련을 두지 않았고, 나름의 기준으로 인간관계를 관리하는 등의 치밀함도 보였다. 뿐만아니라 연주를 잘하는 사람과 곡을 잘 만드는 사람을 구별할 줄 알았고, 또한 좋은 곡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효과적인지도 파악하려고 애쓰는 진지한 모습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왜냐면 내가 밥 딜런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너무나 높은 자리에 오른 상태였기 때문에 그의 시작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출발했는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대사라고는 한 마디도 없는 역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스타라도 된 것 같았다. 의상이 마음에 들었고 기분은 붕 뜬 것 같았다..... 로마병사로서 지구의 중심에 선 무적의 사나이처럼 느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없이 오래 전에 잇었던 엄청난 몸부림이었다. 138쪽


가수인 그가 연극무대에 그것도 종교 드라마에 엑스트라로 출연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가하면 그의 본명이 밥 딜런이 아니었다는 사실과 그의 노래 중 일부가 교과서에 실려있기까지 한 사실등도 이 책을 통해 접하게 된 이야기다. 시간의 흐름에 맞춰 순차적으로 쓰여있지는 않지만 어쩌면 그가 하고자 하는 의도에 따라서는 다분히 순차적인 이야기로 끌고오지 않았나 싶다. 그랬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은 사람들 모두가 하나의 공통된 감상, '이미 한참 지난 과거의 일을 마치 지금의 일처럼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이념을 가지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저돌적인 모습이 한 때 그에게 있었다고해서 그것이 전부가 아닌 것처럼 마음을 울리는 감상적이고 진솔한 노랫말로 변화되었다고 해서 그의 열정이 사그라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어조의 강약과 상관없이 인간이 누리는 삶 그자체에 대한 사유를 이토록 직접적이면서 은유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그만의 힘이 가장 그다운 모습일 것이다. 사실 음반을 통해 내가 알던 밥은 고뇌와 삶을 아우르는 진지함보다는 유쾌한 리듬 그 자체였다. 내가 그의 음악을 들을 당시의 기분은 조금 더 '흥겨워지고 싶을 때'였으니 대략 이해가 될 것이다. 물론 그런 노래만 골라서 들었기 때문인데 달리 표현하자면 밥 딜런의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즐기느냐는 철저하게 각각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 책은 밥 딜런의 한 면만 보던 나와 같은 이들에게 다양한 그의 모습을 만나게 해주는 참고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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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11-16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하지 않는 일이 생기지 않는 것에 감사해라, 이 가르침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