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임동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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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은 2013년 10월부터 12월가지 팟캐스트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의 '도시정치학'코너를 수정 및 보완한 내용으로 임동근 지리학박사의 대담을 그대로 옮긴듯한 문답형식으로 쓰여졌다. 방송을 직접 들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중간에 여러가지 복합적인 내용이 등장하면서 방송을 들었다면 오히려 더 책을 구매해서 읽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동'이라는 기구가 생겨나는 1920년대의 이야기부터 차근차근 시작했는데 책 내용의 후미는 2013년 박원순 시장이 취임해서 시정활동을 하는데까지 이어지니 얼추 짐작해도 방대한 내용이다. 중간중간 많은 내용이 빠지거나 느닷없이 다른 길로 빠지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지금의 메트로폴리스 서울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알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결국은 땅 위에 있는 모든 것이 자원이라고 할 때 이 자원의 발생과 이동, 분배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 지리학입니다. 또 정치든 권련이든 인간이 이 자원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변화시키는지 연구하는 학문읠 정치지리학이라고 합니다. -중략- 정치지리학은 정치가 어떤 식으로 자원 배분을 관리하면서 사회를 바꾸어가는가를 보여주는 거죠. 20쪽

종전 후 정부의 주된 정책은 '개발'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었고 일본과 교역을 활발하게 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놓는 등의 토목공사였다. 토목공사를 하는 까닭은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 창출 뿐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정책의 핵심이기도 해서 이후에도 정권이 교체될 때 마다 내세우는 공약에 빠짐없이 등장했다. 1960년대 고속도로를 위해 체비지를 팔기 위해 관련 정책을 만들고 그린벨트를 놓았다면 그 이후에는 주택문제를 정부에서 직접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기업의 도움을 받기 위해 아파트 공사를 하게 된 것이다. 이따금 사람들이 농담처럼 '부모님이 잠실에 땅 한평만 가지고 있었더라도......'하는 탄식이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서 느낀 것은 그당시 누구도 잠실이 그리고 지금의 강남이 이처럼 큰 소비도시가 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인천 연수가 당시 청담보다 훨씬 교통의 요지였으며 부천 소사의 경우 강남보다 공장이나 상권이 발달했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마포만 보더라도 강변에 인접해서 가장 크게 발달해야 하며 교통의 요지였기에 오피스텔과 같은 주상복잡단지가 처음 생겼지만 자본의 흐름에 따라 테헤란로가 훨씬 발달되었다. 정치에 관심은 없지만 도시환경 및 주거환경 등 실생활과 밀접한 정책에는 늘 관심이 많았다. 학부시절 관련 전공을 하면서 도시환경연구소에서 실습을 하면서 부촌 한가운데 빈민촌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 의아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피부로 주택문제와 정책의 문제점을 느끼게 된 것은 독립해서 거의 1년 주기로 집을 옮겨다니면서 였었다. 돈을 모아도 옮길 때가 되면 더 나은 수준으로 옮겨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인 서울 지역 및 역세권은 내가 모은 돈 만큼 혹은 그 보다 더 많이 집세가 올랐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주택 구입이지만 엄청난 대출이자를 갚아야하는 문제뿐 아니라 그만큼 대출을 해주겠다는 금융권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대기업을 운운하는 것은 단순히 허세나 자기만족인 경우보다 주택안정문제를 위해서라도 최소 20여년간 안정적인 급여, 수익이 있어야하는 문제와 연관되는데 이를 뒷받침해주는 이야기가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에서도 등장한다.

불안정한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이렇게 안정되고 고정된 집을 사라고 하는 게 어불성설입니다. 그나마 그런 불안정성을 꾹 눌러 고정된 집을 사라고 하는 게 어불성설입니다. 266쪽

 

  "저렇게 많은 집 중에 왜 내 집은 없을까."

서민이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아파트 중심가를 걷거나 산중턱에서 내려다보이는 수 많은 집을 바라보며 저런 내용의 대화를 한다.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살거나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위의 대사를 내가 하게 될 날은 오지 않을 줄알았다. 하지만 집을 옮겨다니면서 여전히 내 휴대폰에 '집주인'이라는 항목의 연락처가 갱신되고 전세 혹은 월세입자로 살면서 사무치게 다가오는 말이 되었다. 나처럼 집이 없는 사람들은 주택문제를 중심으로 아파트가 등장하고 다세대 혹은 다가구 주택의 역사에 관심이 증폭될 수도 있다. 또 집문제가 해결되었거나 부모님이 잠실에 땅을 소유했었던 사람들이라면 다분히 흥미롭게 서울의 도시개발역사를 되돌아보았을 것이다. 특히 각 정권별로 시행했던 정책이나 시장들의 시정활동에 대해 알게되어서 좋았다. 무턱대고 잘했다고 두둔하는 것도 문제지만 잘 알지 못한 상태로 비판아닌 비난하는 것도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독자가 서울에 거주하든 혹은 했던지와는 상관없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나 자본을 움직이는 기업 그리고 이 두 대상이 서로 윈윈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들이 일궈놓은 지금의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신자유주의의 중심이 될 수 없어 이리저리 휘둘리는 나 역시 서민이었구나 하며 슬퍼졌지만 노명우 사회학자의 말처럼 지리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학문인지 몰랐고 내가 왜 이런 꼴로 살고 있는지 알게된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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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8-25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택개발의 변천사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어요. 그런데 생각과 달리 동사무소의 용도와 그린벨트에 관한 내용이 흥미로웠어요.

에디터D 2015-08-26 01:32   좋아요 0 | URL
중반까지는 저도 엄청 흥미로웠는데 점점 아, 난 서민이 맞았구나,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겠구나 싶은 생각에 급 우울했어요. 책 내용 자체는 흥미롭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