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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생존 -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나무 이야기
레이첼 서스만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내셔널 지오그래픽 프로에서 세계에서 가장 둘레가 큰 나무를 촬영장면을 본 적이 있다. 사진 전시회를 가면 한 번쯤 봤을법한 커다란 나무를 사진에 담는 것은 생각보다 엄청난 인력과 노력이 필요했다. 책, <위대한 생존>은 크기가 큰 나무는 아니지만 가장 적게 산 나무가 2000살이라면 대략 크기가 어느정도일지 짐작할 수 있다. 한 그루의 나무촬영도 위대해보였는데 그런 나무를 여러 번 촬영을 했다는 것, 그리고 예술차원을 넘어서 과학지식까지 포함된 내용이라 보면서도 우와~를 연발하게 되었다.

사진 찍을 대상들을 찾으러 가기 전에 그게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알아내야 했다. 오래산 나무의 목록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여러 생물종을 아우르며 내 기준에 부합하는 모든 생물을 적어놓은 목록은 없었다. 온갖 검색어로 구글 검색을 하고 여러 전문 분야의 과학 연구 논문들을 찾아보면서 하나씩 하나씩 목록을 만들어나갔다. 27쪽

그저 오래살았다고 촬영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또 촬영만 하고 그치는 예술도 아니었다. 작가의 말처럼 과학적으로도 의미가 있어야 하기에 과학자들의 인정도 받아야 하므로 위의 문장에 나와있듯이 과학 연구 논문을 찾아보기까지 한다. 하지만 난 이 책을 딱 한번 읽고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자주 펼쳐보기로 마음 먹고 일단 사진부터 훑어보자고 마음 먹었다. 그 다음 눈길을 끄는 사진을 살펴보는 식으로 읽어나갔다. 미리 밝혀두지만 이 책의 큰 목적은 예술적 가치도, 과학적 지식 함양도 아니었다. 본문에 나와있듯 인간은 이곳에 등장하는 나무에 비하면 그야말로 아주 짧은 삶을 살다간다. 그것은 삶의 목적도, 방식도 다르기 때문인데 그렇게 오래 살 수 있는 나무를 인간의 손길이 닿으면 오히려 생명을 단축시킨다. 실제 촬영된 나무 중 2그루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때문에.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내가 방문하고 나서 얼마 뒤 식물원 근처에 도로를 새로 내느라 이 나무를 없앴다고 반 위크가 알려주었다. 다행인 점은 지하 삼림이 아직 많다는 점이고, 안타까운 점은 지하 삼림은 한 번 사라지면 영원히 사라진다는 점이다. 217쪽

책 속에는 '심원한 시간'의 연표라고 해서 우리가 감히 짐작도 못할 아주 오래전에 세상에 나왔다가 사라진 생명체들의 연표가 실려있다. 나무의 수명을 알아보기 위한 과학적인 방법도 소개되어 있다. 애초에 사진만 먼저 보고 나무를 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저 사진을 구경하듯 할 수는 없었다. 나무 이야기만 했지만 나무외에 이끼, 균과 박테리아를 찾아가기도 하고 심지어 원래 촬영 목록에 있었지만 가는 길이 험(?)해서 갈 수 없었던 장소도 있을만큼 저자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알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든 생각은 자연을 위태롭게 하는 무지한 인간의 모습도, 인간의 삶 저 건너에서 오랜시간 살아온 종의 위대함도 있지만 그동안 모험심을 저 깊은 곳에 두고 살아왔구나 하는 안타까움 이었다. 잠수함이 없어 못갔던 심해나 종교와 인종문제로 가지 못했다는 그 장소를 가게된다면 어떨까하고 조심스레 상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