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 따라 산다 - 차와 함께라면 사계절이 매일매일 좋은 날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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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따라산다 #모리시타노리코 #출판사티라미수


영화[일일시호일]을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그 영화의 원작에세이를 쓴 모리시타 노리코의 후속작을 기다려왔을 것이다. 거의 1년만에 출간 한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계절에 따라 산다> 역시 기대했던 만큼 따뜻한 차의 기운이 전해지는 글로 가득했다. 새해 첫 책으로 읽게 되어 절기별로 나뉘어진 책을 읽는 기분이 더 살아나는 것 같았다.


"후후후......해보니까 어렵지? 간단해 보이는 것일수록 어려운 법이란다. '히가시를 잘 쌓게 되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라는 말도 있을 정도니까 말이야." 68쪽


히가시는 진한 차와 연한 차 중에서 연한 차와 함께 먹는 과자로 선생님이 아무렇게나 쉽게 내어줄 때에는 모르던걸 막상 선생님의 지시로 직접 해보니 어려웠다는 일화에 등장한다. 위의 발췌문처럼 비단 히가시 뿐 아니라 일상속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재능보다는 습관처럼 하게 되는 일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문장이었다. 겨울의 어느 날 보다 한참 추었던 때에 이 책을 읽다보니 봄을 알리는 내용의 족자 속 문구도 기억에 남는다. '유록화홍,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다',라는 당연한 문구를 처음 보았을 때 저자와 함께 다도를 배우던 사촌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라며 웃고 말았다고 한다. 그랬던 문구를 다도선생님이 된 친구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제자들을 위해 걸었다는 말을 듣고 서야 저자는 그 당연한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너는 너고, 나는 나로서 아름다운 건데 마치 잘나가는 누구처럼 되지 못하는 것을 답답해하고 어떻게서든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저자 뿐 아니라 나에게서도 종종 보여지는 면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나여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꽃이 붉어야 아름다운 것이고, 버들은 푸르러야 하는 것처럼. 그 당연한 것이 어른이 되면 어째서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무능력하고 게으른 것이라고만 치부하게 되는 것일까 싶다.

말 한마디가 가지는 영향력에 대한 글도 꺼내놓고 싶은데 어느 날 저자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하고 거짓말도 했던 지인을 끊어낸 얘기였다. 모진말을 하고서는 스스로 낸 상처에 위가 아팠다던 그녀가 여행길에서 잠시 만나 이메일을 주고 받았던 이에게, 그때 자신에게 해주었던 말 덕분에 구원받았다는 메일을 받고서야 나아졌다는 내용이었다. 다도가 그녀를 다른 세계로 이끌어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에게 상처주는 타인들로 인해 반대로 위로를 받기도 하는 자연스러움. 차다마에를 배우는 저자가 물과 바람을 포함한 자연의 이치와 때가 되면 그들의 신비를 주저하거나 머뭇거림없이 보여준다는 것을 깨달아가듯 사람과의 관계도 자연스러울 때 가장 아름답고 편한 사이가 되는 것 같다. 잘 보일려고, 혹은 이익을 취하려고 거짓말하지 않는 것,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되 과하지 않게 말이다.


책을 읽다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찬장에 있는 찻잔을 꺼냈다. 내 집에 머물지 않는 까닭에 우려낼 찻잎도, 가루도 없어 시골에서 보내주신 유자청을 꺼내 우림잔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붓고 잠시 기다렸다. 머그나 텀블러에 담아 시원하게 마셔도 좋지만 마치 그때까지 읽었던 책의 한 페이지처럼 차데마에를 하듯 마시니 그 느낌이 색다르고 기분이 좋아져 책 읽는 속도가 더 더디기만 했다.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아까운 책, 영화만큼이나 진하게 한 잔, 또 연하게 몇 번이고 마시고 싶은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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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건축가 2020-01-03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맛나게하는 글 같아요. ^^

리제 2020-01-03 19:11   좋아요 1 | URL
오, 맞아요. 차맛나게하는 글...오 명료한 댓글이시네요!

빵굽는건축가 2020-01-03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고 차 마셔야겠어요. ^^

리제 2020-01-04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긋한 독서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