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내 나이 14살 때였을 것이다.
작은 엄마댁에서 실컷 먹고, 놀고, 자고 나서 사촌언니,동생들과 함께 함양의 할머니 댁에 가려고
작은 아빠의 차를 타고 구미의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버스터미널로 가는 길은... 왠지 모를 아쉬움
이 많이 남았다. 작은 아빠께서 할머니 댁까지 태워주시면 좋았겠지만 워낙 바쁘셔서 우리끼리 버
스를 타고 함양까지 가야했다. 작은 아빠께서는 어린 우리를 보호자 없이 보내는 게 미안하고 걱정
이 되셨는지 자꾸만 도착지가 어딘지 했던 말을 반복해서 말씀하신다."저흰 이제 어린애가 아니라
구요~ 그 정도는 갈 수 있어요!" 라고 말은 했지만 보호자의 동행없이 버스를 타는 건처음이라서
어딘가 모르게 불길한 기분이 든다. 조금 두렵기도 했지만 우리끼리만의 여행이라는 생각에 기분
이 설레였다. 버스가 도착하고 작은 아빠와 헤어졌다.
드디어 버스 출발!
내 마음이 펄쩍펄쩍 물고기 처럼 뛰기 시작했다. 차창 밖으로 수 많은 건물들이 지나간다. 어느 새
빽빽하게 모여있던 건물들은 사라지고 널따란 들판들이 보인다. 빽빽했던 건물들을 보다가 넓은
들판을 보니 내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 느낌을 받으면서 '우리 나라가
아파트가 없는 나라라면 답답해 보이지도 않고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그런데 생각 외로 버스 안이 갑갑했다. 버스 안에 탑승자가 많아서 제대로 된 만담도 나누지 못하
고 조용히 있어야 했다. 막 지금 이 흥분된 기분을 나누고 싶은데... 잠을청하는 사람등리 많아서
얘기하면 시끄럽다고 뭐라고 혼낼까봐 입도 뻥긋 못했다. 이런... 좌절이다...
애초에 우리가 버스를 타면 하고 싶었던 것들의 계획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결국
은 조용히 서로 아무 말도 못하고 창가를 바라보거나, 자거나, 정면을 향해 눈길을 둔채 무료한 시
간을 보내야 했다.
차를 탄지 3시간 정도 지난 후...
신호가 왔다. 배의 신호... 화장실에 가고싶은데 차는 이런 나의 마음을 모르는지 쌩쌩 달린다.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할 것인가?... 다행히도 10여분 뒤에 화장실에 갈 기회가 생겨서 갔다가
돌아왔다.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 다시 버스가 달린다. 버스가 한참을 달리던 도중에 또 어느 정
류장에 도착했다. 문득 떠올랐다. 우리가 어디서 내리는 거였지?.. 몇시간 전에 작은 아빠께서 그
렇게 계속 물어보며 신신당부를 하셨건만 기억은 우리에게서 떠나버렸다. 결국엔 모든 기억을 총
동원하다가 우리는 버스터미널에서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정류장이 어딘지 생각했던
서로를 보며 포복절도 했다. 함양에 가는 데 3시간 넘게 버스를 탄 것같다. 우리의 계획이 무산 되
고 하고 싶었던 것들은 해보지도 못하고 버스에서 내려 힘겹게 몸을 이끌고 할머니 댁으로 가는 마
을버스를 타러 갔다. 버스표를 끊고 기다리는 도중에 우연히 우리 할머니를 만났다. 우리가 할머
니께 달려가 품에 안기니 할머니께서는 내 새끼들이 왔구나 하시면서 따뜻하게 보듬어주셨다.
잠시 후, 버스가 우리 앞으로 도착했따. 우리 모두는 할머니와 함께 할머니댁으로 향했다.
나의 첫 버스여행?은 왜 이렇게 계획과는 동떨어진 일이 생기는 건지...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