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나에겐 멀게만 느껴졌던 나라.
하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 마음과 가까워진 나라다. 그 결정적 이유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수업과 '전쟁의 기억, 기억의 전쟁' 책과 또 나의 관심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자연히 내 마음 속에 베트남이라는 나라가 들어 온 것 같다. 비록 나에게 충격과 슬픔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나에게 잊지 못할 나라이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실상을 알았을 때 그 충격과 슬픔 그리고 미안함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베트남 전쟁을 끝내고 돌아 온 참전군인들, 두려움과 돈을 벌 수 있다는 욕망을 가지고 떠났던 그들이 돌아왔을 때 우리는 그들을 정의롭고 대단한 일을 하고 돌아 온 용사들로 반기며 박수치며 맞이했다. 나도 지금까지 그들을 그렇게 알아왔다. 그런 나에게 베트남 전쟁의 실상은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한국군의 만행은 나를 더욱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래서 나는 오직 모든 잘못을 한국군에게 비추며 이들을 부정적으로 비판했다. 베트남이 어디 있는지, 그 나라가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도 모르면서 친분과 명분을 내세우는 미국의 요청에 눈멀어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한국 사람들의 행동과 그들이 베트남 민간인들을 괴롭히고 학살한 모습을 보며 화가 났고 부끄러움이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싸울 마음도 없었고 싸울 무기도 없었던 그들에게 한국군은 폭력과 무기를 휘둘렀다. 한국군 때문에 죽어간 베트남 사람들, 지금도 여전히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우는 그들, 마음의 병과 육체의 병, 그리고 가장 큰 정신적인 병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그들을 보며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직도 한국군이 자신들을 왜 죽였는지 모르는 베트남 사람들을 보면서 나또한 왜 그들이 베트남 민간인들을 죽였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나는 책을 읽어 나가며 알게 되었다. 베트남으로 갔던 참전 군인들은 한국에서 대부분 가난하게 살아가던 보통의 젊은 청년들이였으며 그들은 가고 싶어서 간 것도 아니고 민간인을 아무 이유 없이 죽인 것도 아니었다. 나는 처음에 무조건 한국군을 욕했지만 그들도 역시 피해자란 걸 알게 되었다. 물론 가장 심한 피해자는 베트남 사람들이지만 그들을 죽인 한국군도 국가라는 거대한 무기에 눌려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당시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빨갱이’는 무조건 죽여야 한다는 공산주의에 대한 절대적인 부정적 인식이 이미 한국 사람들의 머리에 깊이 박혀 있었고 그 인식이 베트남전에서 계속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폭력과 학살을 한 것일 수 있다. 평범한 개인도 하나의 집단에 속하게 되면 그 집단 속 성격으로 변해 버린다는 글을 읽을 적이 있다. 그렇게 때문에 한국군도 하나의 집단이 되어 그 집단적 성격으로 변해 버린 것일 수 있다. 그 집단은 폭력을 강요하고 살인을 강요 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명령을 따라야했고 자신도 어느새 그렇게 변해간 것이다. 그럼 이러한 명령을 누가 시킨 것인가 하고 생각해 보니 당연 미국이라는 국가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박정희 정권에 늘 희생물이 되는 민중들, 그들은 이렇게 또 한 번 그의 희생물이 되었다. 오직 그만을 위한. 군사적, 경제적 원조를 획득할 수 있다는 말에 베트남 파병을 결정한 박정희 정권으로 인해 젊은 청년들은 그들의 희생양이 되어 떠난다. 그리고 그 희생양들은 베트남 민간인들을 무참히 학살한다. 베트남과 한국군은 그렇게 만났다. 서로 아주 비슷한 나라였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만났기에 아무런 감정 없이 돌아섰다. 나는 처음엔 베트남 전쟁에서 가장 큰 죄를 진 사람은 누구이며 누가 베트남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헛된 짓이었다. 특정 인물들이 그들에게 가서 사과하는 것은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 진정한 사과는 지금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한국 사람으로서 우리 했건 안 했건 그들에게 사과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베트남 전쟁에 대한 정확한 실상을 알고 그들의 아픈 마음을 가슴으로 느낄 때 비로소 그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일 수 있을 것이다.
너무나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과 베트남. 그리고 일제하에 치욕적 삶을 산 우리. 어쩌면 가장 베트남의 아픔을 잘 아는 나라는 우리일 것이다. 그리고 그 같은 아픈 역사의 나라에 우리는 또 한 번 큰 아픔을 주고 온 것이기에 우리는 더욱 이 전쟁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이 역사적 사실이 밝혀지고 또 우리가 그 사실을 인정했다는 것 자체만도 우리 사회가 올바른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