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연극 - 어린 왕자와 여우 이야기 >

복어&깐죽

#1 어린 왕자와 여우가 만나다...




어린 왕자 : 안녕.

여우 : 안녕.

어린 왕자 : 근데 넌 누구니? 참 예쁘게 생겼구나.

여우 : 난 여우야.

어린 왕자 : 이리 와서 나랑 놀자. 난 아주 쓸쓸해.

여우 : 나는 너하고 놀 수 없단다. 나는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어린 왕자 : 그래? 미안해.. 근데...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여우 : 그건 너무나도 잊혀져 있는 일이야.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지.

어린 왕자 : 관계를 맺는다니??

여우 : 바로 맞았어. 내게 있어서 너는 아직 수많은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어. 그래서 나에게는 내가 다른 수많은 여우들과 다르지 않을 테니까. 그렇지만 나에겐 네가 필요 없고, 너도 내가 필요 없는 거지. 너에게는 내가 다른 수많은 여우들과 다르지 않을 테니까. 그렇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돼. 나에게 네가 이 세상에서 하나 뿐일 태고, 네게도 내가 세상에서 하나뿐인 것이 될 꺼야.

어린 왕자 : 이제 좀 알겠어... 근데, 내겐 꽃이 하나 있었는데…… 그 꽃이 나를 길들였나 봐.

여우 : 그럴 수 있지. 지구에는 별의별 것들이 다 있으니까…….

어린 왕자 : 아니, 지구에 있는 게 아냐.

여우 : 다른 별에 있니?

어린 왕자 : 그래.

여우 : 여기 내 생활은 아주 단조롭단다. 나는 닭을 사냥하고 사람들은 나를 사냥하지. 닭들은 모두 비슷하고 사람들도 다 비슷해 보이지. 그래서 나는 좀 심심해 하지만 제가 나를 길들이면 내 생활은 햇빛을 받는 것처럼 밝아질 거야. 나는 여느 발소리와도 틀리는 발소리를 알게 될 거야. 다른 발소리와도 틀리는 발소리를 알게 될 거야. 다른 발소리들은 나를 땅 속으로 들어가게 하지만, 네 발소리는 음악처럼 나를 굴 바깥으로 불러 낼 거야. 그리고 저길 봐! 밀밭이 보이지? 나는 빵을 먹지 않아. 밀은 내게는 아무 소용도 없는 거야. 밀밭을 봐도 내 머리에는 떠오르는 게 없어. 그게 슬프거든. 그러나 네 머리는 금발이니까 네가 나를 길들이면 참 멋질 거야! 금빛의 밀밭을 바라보면 네 생각이 나겠지. 그리고 나는 밀밭을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좋아하게 될 거야............... 제발…… 날 길들여 줘!

어린 왕자 : 그러자꾸나. 그렇지만 시간이 별로 없어. 난 친구들을 찾아내야 하고 알아야 할 일들이 많거든.

여우 : 자기가 길들이는 것밖에 알지 못하는 거야. 사람들은 무얼 알 시간조차 없어져 버렸어. 그들은 상점에서 다 만들어 놓은 물건을 사지. 그렇지만 친구들 파는 상점은 없으니까. 사람들은 이제 친구가 없어. 친구들 갖고 싶거든 나를 길들여.

어린 왕자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니?

여우 : 참을성이 많아야 돼. 처음에는 내게서 좀 떨어져서 그렇게 풀밭에 앉아 있어. 곁눈질로 너를 볼 테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이란 오해의 원천이거든. 하지만 매일 조금씩 더 가까이 앉도록 해.




#2 다음날 다시 여우를 찾아온 어린 왕자




어린 왕자 : 같은 시간에 오면 더 좋을 텐데.

여우 : 가령, 예를 들어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난 더 행복해지지. 4시가 되면 나는 걱정이 되고 안절부절못할 거야. 내가 얼마나 행복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지. 그러나 네가 아무 때나 오면 난 몇 시에 마음으로 맞을 준비를 해야 할지 알 수가 없겠지......  의식이 필요한 거야.

어린 왕자 : 의식이 뭐야?

여우 : 그것도 너무 잊혀져 있는 거지. 그건 어떤 날이 다른 날과 다르게, 어느 시간이 다른 시간과 다르게 하는 것이지. 예를 들면, 사냥꾼들에게도 의식이 있어. 그들은 목요일에 동네 처녀들과 춤을 추지. 그래서 목요일은 나에겐 정말 좋은 날이야! 나는 포도밭까지 산책을 나가지.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춘다면 그 날 그 날이 다를 게 없고, 나는 휴가 같은 건 아예 없을 것 아냐?

그렇게 어린 왕자는 여우를 길들였고, 떠날 시간이 다가오자 여우가 말했다.

여우 : 아…… 울음이 터질 것 같아.

어린 왕자 : 그건 네 잘못이야. 난 너를 괴롭게 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네가 나보고 길들여 달랬지?

여우 : 그래, 맞아.

어린 왕자 : 그런데 울려고 하다니!

여우 : 그래.

어린 왕자 : 그럼 네겐 하나도 좋을 게 없었잖아.

여우 : 얻은 게 있지. 밀 빛깔 때문에.... 장미꽃에게 다시 가 봐. 네 꽃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러고 나서 내게 작별 인사를 하러 오면 비밀을 선물해 줄게.




#3 장미꽃을 만나러 간 어린 왕자




어린 왕자 : 너희들은 내 장미와는 조금도 같지 않아. 너희들은 아직 아무 것도 아냐. 아무도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도 그렇지. 너희들은 내가 길들이기 이전의 여우와 같아. 다른 수많은 여우와 똑같은 여우였었지. 하지만 그 여우를 내 친구로 삼았고, 이제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여우가 되었어.

어쩔 줄 몰라하는 장미꽃들.....

어린 왕자 : 너희들은 아름답지. 하지만 속이 비었어. 너희들을 위해서 죽을 사람은 없을 거야. 물론 지나가는 행인은 내 꽃도 너희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겠지. 그러나 내겐 그 꽃 하나가 오히려 너희들 모두보다 더욱 소중한 거야. 내가 물을 주고, 고깔을 씌어주고, 병풍을 쳐서 보호해 주었으니까. 원망하는 소리나 자랑하는 말이나 때로는 아무 말 않는 것까지도 들어주었으니까. 나의 장미꽃이니까 말이야.




#4 다시 여우를 찾아온 어린 왕자




어린 왕자 : 잘 있어.

여우 : 내 비밀은 이건데, 아주 간단한 거야.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단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잘 안 보이지.

어린 왕자 :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안 보인다.

여우 : 네가 네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 때문에 네 장미가 그렇게 중요해진 거야.

어린 왕자: 내가 네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 때문에....

여우 :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렸어. 그리고 이걸 잊지 마라. 언제까지나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선 책임을 지게 되는 거야. 너는 네 장미에 대해서 책임이 있는 거야......

어린 왕자 : 나는 내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는 거야........

잊지 않으려고 어린 왕자는 또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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