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코쿠엔스의 음식이야기 - 세계 음식 문화를 만든 7가지 식재료
제니 린포드 지음, 앨리스 패툴로 그림, 강선웅.황혜전 옮김 / 파라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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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코쿠엔스는 '요리하는 인간' 이라는 뜻의 단어이다.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별짓는 중요한 요소가 '요리를 해 여럿이 나눠먹을 때 더 만족이 커진다' 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말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 책 <호모 코쿠엔스의 음식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요리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짐작 가능하다.

이 책의 부제는 '세계 음식 문화를 만든 7가지 식재료' 이다. 요리와 세계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7가지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7개의 식재료는 다음과 같다. 돼지고기, 꿀, 소금, 칠리, 쌀, 카카오, 토마토. 한국인으로서 이 중 돼지고기, 소금, 쌀 세 가지만큼은 확실히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재료들은 물음표가 드는 게 사실이다. 칠리가 세계 문화에 영향을 끼치는 7가지 식재료 중 하나라고?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이야기에 어느 정도 동의가 된다.

이 책은 우선 그 7대 식재료에 대해 문화적으로 끼친 영향들에 대해 알아본다. 우선 그 식재료 자체가 갖는 의미와 역사를 알아본다. 돼지의 경우 언제부터 가축화되었는지부터 돼지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가공 식품까지 말이다. 소금의 경우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알아보고, 소금이 역사적으로 세금 대신 쓰였다는 것 등을 알아본다. 문회, 역사적인 다양한 시선에서 해당 식품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 책이 재미있는 지점은 이렇게 단순히 해당 식재료들을 알아보는 것에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책의 후반부는 해당 식재료들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들을 설명해준다. 그 레시피는 비록 한국인인 우리에게 썩 와닿는 것은 아니지만 (쌀 부분의 첫 메뉴가 리조또이다) 충분히 흥미롭다.

음식을 통해 문화와 역사 등을 살펴본다는 점부터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만한 소재이며, 그만한 콘텐츠도 충분히 담겨 있는 좋은 책이었다. 요리, 음식, 문화, 역사 등 어느 것을 좋아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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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보고 싶었어 - 친구가 보고 싶어 비행기 타고 기차 타고 그림 그리다 쓴 59일간의 유럽여행기 어쩌다 보니 시리즈
오은지 지음 / 북산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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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보고 싶었어> 라는 책이 만들어지게 된 경위는 다음과 같다.

오은지 작가는 20대 초중반에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호주에 다녀왔고, 그곳에서 세계 각국의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워홀이 끝나며 한국에 돌아온다. 한국에 온지 4년이 지났고, 직장 생활의 계약이 끝난 오은지 작가는 워킹홀리데이 때 사귀었던 친구들과 했던 "만나러 가겠다" 는 약속을 떠올린다. 그렇게 작가는 유럽으로 떠나 2달여 간 여행을 하며 친구들을 만난다. 이 책은 그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책에 대한 감상을 솔직히 말하자면 많이 아쉬웠다. 글과 그림이 섞인 여행기라고 하여 많이 기대했는데, 글도 그림도 허전한 느낌이 컸다. 그림이야 취향의 차이로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글에 대해서만 얘기해보겠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글은 꼭 어떻게 써야 한다" 는 법같은 건 없다. 개인이 내는 독립출판물이라면 자기가 쓰고 싶은 대로 써도 역시 상관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 책은 "상업출판물" 이다. 상업출판물은 집필 시 불특정 다수에게 읽힐 것을 가정하고 글을 써야한다. 여러 사람들이 그 글을 읽어도 최대한 비슷한 이해 (감상이 아닌 텍스트 자체에 대한 이해를 뜻한다.) 를 할 수 있도록 잘 풀어서 써야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너무도 부족하다. 마치 독립출판물 같았다는 뜻이다.

자신의 경험을 자기만 알 수 있도록 쓴다면 그것은 상업출판물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만 보려고 쓴 일기는 출판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 책에는 너무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있다. 세계 각국에서 친구들을 만난 이야기, 라는 소재 자체는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남들에게도 흥미로우려면 그 친구들 개개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작가가 그들을 만난 사연과, 그들 개개인의 이야기 등을 조금 더 설명했어야 했다. 그런 부분이 없었기에 나는 이 책과 소통하지 못했다. 충분히 재밌는 소재를 잘 살리지 못해다는 아쉬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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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사람을 읽다 - 소비로 보는 사람, 시간 그리고 공간
BC카드 빅데이터센터 지음 / 미래의창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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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빅데이터에 관심이 생겼다. <사피엔스> 같은 책을 읽다보니 자연스레 생긴 관심이었는데, 빅데이터를 통한 사람들을 분석하는 일은 무척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이 책 <빅데이터, 사람을 읽다> 를 읽게 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이 책은 BC카드 빅데이터센터에서 쓴 책이다. 제목과 저자를 보면 유추할 수 있듯, 이 책은 BC카드 사용자들을 통한 사람들의 소비 심리를 분석하는 책이다.

BC 카드의 개인 고객수는 2,800만여명, 가맹점은 304만개, 월 결제 건수는 4억건에 달한다고 한다. 사실상 한국의 소비 전체를 조금만 축소시켜놓은 정도로 많은 데이터인 것이다. 물론 데이터만큼 중요한 것이 그것을 분석하는 사람의 시선일 것이다. 이 책은 BC카드에서 직접 운영하는 빅데이터센터의 관련 전공자들이 해당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기에 시선 또한 충분히 전문적이고 흥미롭다.

세부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이 책은 우선 소비자 프로파일링이라는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통해 BC카드 사용자의 유형을 분류한다. 총 10가지로 소비자 유형을 분류해 그것들이 무엇이며, 어떤 특성이 있는지를 밝힌다.

다음으로는 소비 트렌드를 살핀다. 세상이 변하면 자연스레 소비 패턴도 바뀐다. 이 책에서는 '워라밸, 배달음식, 홈바디' 등의 트렌드를 키워드로 소비 패턴을 분석한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뜨는 상권을 살펴본다. '을지로, 성수동, 샤로수, 황리단, 해리단' 등 최근 뜨는 지역 5개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상권에 대한 분석까지 한다.

이 책은 BC카드의 실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통한 분석이라는 점이 아주 흥미롭다. 막연하게 '그렇겠지' 가 아니라 정확한 데이터를 통한 분석이기에 더욱 흥미로운 동시에 신뢰가 간다. 꼭 사업을 준비 중이거나 관련 직종에 일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그냥 사람들의 행동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도 무척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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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릳츠에서 일합니다 - 커피와 빵을 만드는 기술자로 한국에서 살아남기 폴인이 만든 책
김병기.이세라 지음 / 폴인이만든책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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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하고 있는 회사 근처에 프릳츠 매장이 하나 있어 입사 이후로 꾸준히 방문 중이다. 처음 갔을 때부터 인테리어가 멋지고 커피도 맛있어서 꾸준히 방문 중인데, 해가 지날수록 프릳츠에 대한 인기가 많아지는 것을 보며 놀라운 마음이 들고 있다. 직장에 다니는 덕분에 평일 낮에 방문이 가능해서 사람이 가득 차는 경우는 없었는데, 주말에 가면 줄을 설 정도라고 하니 정말 놀랍다.

커피와 빵은 물론 프릳츠에서 자체 제작하는 굿즈들도 멋지고 그 결에 일관적인 컨셉이 있는 듯하여 호감이 있었는데, 관련된 책이 출간되었다고 하여 이번 기회에 읽어보게 되었다. <프릳츠에서 일합니다>는 제목 그대로 프릳츠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콘텐츠 기획 프로젝트 그룹 '커먼스'를 운영하는 '이세라' 저자가 프릳츠의 '김병기' 대표 및 임, 직원들을 인터뷰하여 만든 책이다. 프릳츠의 조직과 인사 운영 방식, 재직자들의 생각 등을 듣고 정리하였으며, 그 외 세계적인 커피하우스들의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첨언한다.

책에 의하면 프릳츠의 핵심 경영 방식은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 이라고 한다. 나도 개인적으로 요식업쪽에서 아르바이트를 다년간 한 경험이 있는데, 대부분 상명하복식의 운영이 대부분이다. 오래 다닌 사람이 무조건 "짱" 인 곳인데다가, 복지나 근무 조건 등도 타 업종 대비 정말 좋지 않았다.

하지만 프릳츠는 복지나 근무 조건도 요식업 쪽에서는 파격적일 정도로 좋고, 인사 운영 방식도 꽤 투명한 편이라고 한다. 일례로 '팀장'은 1년 이상 근무자인 경우 누구나 지원 가능하며,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사다리타기 방식으로 추첨해 선정한다고 한다.(임기는 1년)

이런 부분은 꽤 흥미로운 편이긴 했지만,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책에 쓰인 그대로 조직이 운영될지는 미지수였다. 다양한 아르바이트 및 직장 생활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임원이 이상적인 운영을 하는 회사일수록 그 내실을 부실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책 자체는 정말 흥미롭고 이상적이며, 선한 영향력을 가진 회사로 보였긴 하지만 말이다. 내실이 궁금해 잡플래닛에 들어가 보았지만 프릳츠에 대한 리뷰는 하나도 없었다.

좋은 이야기는 많이 써 있지만, 그 이야기에 디테일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다고 할까? 문학 작품에서도 천국에 대한 묘사는 대개 두루뭉술한 반면, 지옥에 대한 묘사는 섬세하고 디테일이 있다. 프릳츠가 정말 책에 쓰인 그대로 천국같은 업무 공간이길 바란다. 그 맛있는 커피와 빵을 사먹으며, 내가 내는 돈이 제대로 된 회사에 지급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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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그해, 여름 손님》 리마스터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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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동명의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통해 알게 되었다. 비록 그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그 영화에 대한 호평만큼은 잘 기억하고 있어 원작인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2017년에 <그해, 여름 손님> 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는데, 영화가 큰 주목을 받은 후 리마스터판으로 제목을 바꾸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재출간 되었다. 단순히 디자인만 바꿔서 낸 게 아니라 문장 하나하나를 원문과 대조해 원작의 감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수정한 끝에 재출간 되었다고 하니 기존에 책을 읽었던 사람들에게도 새롭게 다가올 수 있을 책인 것 같다.

이 책은 동성의 사랑을 담고 있다. 17살의 엘리오와 24살의 올리버라는 두 남자의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는데, 원작이 좋았던 덕분인지 영화로 제작된 후에도 영화 또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성인이 된 후의 엘리오가 올리버를 만났던 여름을 회상하며 시작된 이야기는 두 사람 사이의 여러가지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영화의 모든 것이 아름답게 묘사된 만큼 소설 또한 그런 느낌이 가득했다. 세세한 줄거리를 설명하기보다는 문장이 그려내는 분위기 자체에 취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영화가 작게나마 인기를 끌고, 책이 다시 재출간된다는 것만으로도 참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성의 사랑을 다루는 데도 옛날처럼 거부감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문학적 장치나 네러티브로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이 재미있다. 동성의 사랑에 대한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면 충분히 아름답게 느껴질 법한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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