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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 몸도 마음도 내 맘 같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본격 운동 장려 에세이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지수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6월
평점 :
제목만 보면 어쩐지 앉아서 글만 쓰다가 체력적으로 약해진 저자가, 40대쯤이 되어 무언가 커다란 깨달음을 얻고 운동을 시작하는 감정에 대해 소소하게 쓴 에세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는 그런 책은 아니다.
작가 가쿠타 미쓰요는 약 5년여 동안 장거리 달리기 동호회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코 작가가 달리기가 좋아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작가의 관심은 오로지 뒷풀이였다. 술과 사람을 좋아하는 작가는, 함께 동호회에 소속된 사람들과 운동 뒤 술을 마시고 노는 게 좋아서 달리기 동호회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어영부영 계속 하다보니 5년이나 된 것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어영부영 했기 때문에 5년간 동호회를 하는 것 이외에 마라톤에 나간다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고작해야 5km 혹은 10km 대회) 그러다 우연히 한 잡지(넘버 두)에서 작가에게 마라톤 풀코스를 뛰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다. 긴 고민 끝에 작가는 하기로 결심하였고, 그 마라톤 참가를 계기로 이것 저것(다양한 마라톤부터 하이킹, 요가 등) 새로운 운동을 해보고 그 경험을 잡지에 연재한다. 그리고 그 글들을 모아서 만든 것이 이 책이다.
앞에서 밝힌 것 처럼 가쿠타 미쓰요는 책상에 앉아 하루종일 글만 쓰는 비실비실한 사람은 아니다. 마라톤 풀코스를 4시간 30분대로 뛸 정도로 엄청난 체력으로 본격적인 운동을 하는 작가다. 그렇기 때문에 제목이나 표지만 보고 '중년에 새롭게 운동을 시작하는 소소한 에세이'를 기대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다소 예상과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우선 작가는 '자신은 운동을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키로미터당 5분 30초 ~ 6분의 템포로 마라톤 풀코스를 달릴 정도로 평소 운동을 습관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꾸준한 운동을 하는 사람 특유의 경쾌함과 활기참, 씩씩함이 글에서도 묻어나온다.
나도 풀코스는 아니고 하프였지만, 1번 마라톤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그 외 10km 등에 출전한 적도 있음) 그리고 평소에 꾸준히 뛰고 있기도 하고. 그런 덕분에 여러 부분에서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병적으로 '나는 운동을 싫어한다'고 반복하고 있는 게 좀 신경쓰였다. 사실 달리기는 싫어한다면 할 수 없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감정을 숨기고 싶은 것인지 이상한 강박이 있나 싶을 정도로 그 표현을 반복해서 읽기 불편할 정도였다.(운동 초심자들을 독려하기 위해 그런 표현을 쓴 것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도 너무 과했음.)
가장 좋았고 공감이 가는 부분은 모두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해보라는 부분이었다. 이건 평소에 나도 가지고 있던 생각이기도 했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아직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학창시절 구기종목을 잘 못해서 나는 운동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뒤로 혼자 하는 운동(달리기, 수영, 헬스 등)에 재미가 들려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어쨌건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오래 이어가고 싶다면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운동을 하는 사람 특유의 활기찬 기분을 느끼고 싶거나, 달리기나 마라톤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