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라 그린 1 - 청결의 여왕 시공 청소년 문학
버네사 커티스 지음, 장미란 옮김 / 시공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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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을 잃을 때 즐거우면서도 일면 불편함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눈치 없는 긍정' 때문이다.(일본 소년 만화를 읽을 때도 비슷하다) 청소년 소설의 주인공은 대부분 아웃사이더인 경우가 많다. 그들은 대개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어느 순간 퍼뜩 자각하며, 그것에 고통스러워한다.(개인적인 고뇌 + 주변 사람들의 편견어린 시선) 

하지만 그것을 이해해주는 주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 주인공은 자신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이야기를 끝을 맺는다. <완득이>가 그랬고, <달처럼 동그란 내 얼굴>이 그랬고, <젤라 그린>이 그렇다. 



(스포일러 많음) 



<젤라 그린> 1권의 부제는 '청결의 여왕'이다. 책의 주인공 '젤라 그린'은 영국에 사는 14살 언저리의 소녀다. 젤라는 여러가지 것들에 강박을 가지고 있다. 청결에 대한 강박이 있어 늘 양손을 각각 31번씩 씻어야 하며,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제자리 뜀뛰기를 128회 해야 한다. 불결함에 다른 사람과 피부를 맞닿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젤라는 알콜중독 아버지와 못된 새엄마(얼마나 뻔한 설정인가)와 함께 사는 젤라는 매일이 불행하다.  

알콜중독에 빠진 아버지와는 한 달이 넘게 연락이 되지 않으며, 새엄마는 젤라의 강박증에 질려 젤라를 정신병원에 보내버린다. 다행히 옆집에 사는 미혼의 여성 헤더의 도움으로 정신병원에 갖히게 되지는 않지만, 헤더가 아는 치료 시설인 '포레스트 힐 하우스'에 입소하게 된다. 그곳에서 젤라는 자신과 닮았지만 다른, 여러 정서적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젤라 그린>의 장점은 깔끔한 내러티브에 있다. 이야기는 담백하며, 각각의 소재는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다. 아주 재미있고 흥미롭다. 

하지만 너무도 스티븐 킹이 말하는 '플롯'만을 중시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잘 빠진 이야기에 새로운 것은 없고, 클리셰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반전은 없다. 복잡하게 꼬인 이야기들이 결말을 향해 다가갈수록 너무도 매끄럽게 풀리는 것에 카타르시스를 넘어 당혹스러움까지 느끼게 된다. 그 이유는 현실은 이와 다르기 때문이다.  



현실은 어떤 사건이나 자신의 트라우마나 강박이 이토록 쉽게 해결되는 경우는 없다. 사람은 치열한 고민과 싸움 끝에 조금이나마 변화를 얻어낼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그런 힘든 과정 없이는 변화를 얻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책은 새로운 사람, 자극을 주는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젤라의 모습을 예쁘고 멋지게 그려냈다. 하지만 현실은 이것과는 다르다. 실제로 현실의 삶이 힘들고,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매끄럽고 멋진 이야기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 소설 그 자체로는 정말 훌륭하고 재미있었지만, 세상에 대한 매뉴얼로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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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보이 - 젠더 경계를 거부하는 한 소녀의 진지하고 유쾌한 성장기
리즈 프린스 지음, 윤영 옮김 / 윌컴퍼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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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톰보이Tomboy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일까? 네이버 영어사전에 따르면 '남자들이 하는 활동을 즐기는 처녀, 말괄량이'라고 나와 있다. 요즘같은 젠더 감수성의 시대에는 저 정의에 담긴 여러가지 편견어린 말들조차 무척이나 불편하게 느껴진다. 어쩐지 적절한 표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만화가 리즈 프린스의 만화 <톰보이>는 어쩌면 '톰보이'의 정의를 적어도 네이버의 정의보다는 더 정확하게 내려주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만화책은 리즈 프린스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리즈 프린스는 적어도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나이(대략 4~5세)부터 젠더 규범이 정한 소위 '여성스러움'을 거부해왔다. 리본이 달린 원피스나 치마 따위를 입기를 싫어했던 것이다. 리즈는 인형보다는 로봇을 좋아했고, 밖에서 뛰어 노는 것을 좋아했으며, 치마와 원피스같은 '여자 옷'보다 셔츠에 통이 넓은 바지같은 '남자 옷'을 좋아하는 <톰보이> 였다.  

그런 리즈는 커가며 수많은 난관을 접하게 된다. 사회적인 젠더 규범에 맞지 않는 리즈를 주변 사람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즈는 늘 학교에서 집요한 따돌림과 괴롭힘의 대상이 되며, 대체 너는 '여자냐, 남자냐'라는 셀 수 없이 많은 질문을 받는다.(이 책에서 묘사한 반에 따르면 미국 또한 한국 이상으로 '남녀'의 젠더 규범이 확고하며, 그것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 잔혹했다.)



리즈는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통해 자신의 고민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소위 말하는 '여성스러운' 행동들을 거부하지만, 리즈는 결코 레즈비언은 아니다. 레즈비언과 게이가 받는 가장 큰 오해는 바로 그들이 자신의 성을 혼동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레즈비언과 게이는 각각 여성으로서 여성을, 남성으로서 남성을 사랑하는 존재이다. 

짧은 머리를 하고, 남성복을 입는다고 하여 리즈가 남성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며, 여성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리즈는 그저 짧은 머리와 남성복을 좋아하는 여자이고, 남자를 좋아하는 이성애자였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런 리즈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리즈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한다.  



"여자라면 '여성스럽게' 행동해."
"너 남자가 되고 싶니?"
"여자애가 그게 뭐야."



하지만 다행히도 리즈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고, 더불어 자신 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강인한 자아도 있었다. 그래서 그 속에서 자신을 '여자답지 못한 여자'로 퉁쳐지는 게 아닌 '그냥 리즈 프린스'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물론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톰보이>가 정말 좋았던 점은 첫째로는 그냥 사춘기의 성장 소설이나 만화같은 막연한 긍정이 없다는 것이었다. '여성스럽지 못한 나, 괜찮은 걸까...그래 친구들의 우정 속에서 나는 나를 사랑하게 됐어'같은 어설픈 긍정 대신 작가는 수없이 부딪히고 깨지는 자신의 삶을 가감없이 소개하고 있다. 정말 험난하고 고민이 많은 삶이었고, 그 속에 막연하고 대책없는 긍정같은 건 없었다. 

다음으로는 이 책이 리즈 프린스의 삶을 그대로 다룬 자전적 내용이라는 점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진솔한 자전적 이야기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 만화는 젠더에 대한 고민을 떠나서 봐도 훌륭한 자전적 만화였다. 작가 자신의 삶과 생각이 잘 녹아들어 있었기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최근 얼마간 읽은 만화 중 가장 좋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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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스타일 비스코티 - 달콤하고 고소한 디저트, 짭짤하고 향긋한 술안주
하라 아키코 지음, 이소영 옮김 / 윌스타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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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아메리칸 스타일 비스코티>를 통해 '비스코티'라는 과자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비스코티는 두 번(bis) 굽는다(cotti)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의 쿠키이다. 이탈리아 본토에서는 비스코티라는 말이 이젠 쿠키 전반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아메리카)에서는 아직도 어원 그대로 두 번 굽는 과자를 의미한다고 한다. 먹어본 적이 없어서 맛을 정확히 표현은 못하겠지만, 두 번 구웠기 때문에 아주 바삭하고 감칠맛이 난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 과자가 커피와 잘 어울려 90년대 후반, 아주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일본인 작가인 하라 아키코가 제목 그대로 비스코티를 소개하고, 그것의 레시피를 소개하는 책이다.  

다양한 종류의 비스코티를 만드는 법은 당연히 소개되어 있는데, 정말 좋은 점은 분류를 특정 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했다는 점이다. 일테면 오일이 들어가거나 / 그렇지 않거나, 계란이나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특정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을 '편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알러지나 신념(채식주의라던가)에 의해 특정 음식을 먹지 않은 것 또한 배려받아야 하는 자유이자 권리이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비스코티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더불어 책의 말미에는 다소 낯설 수 있는 비스코티를 즐기는 법이나 비스코티를 활용한 다양한 간식들을 소개함으로써 비스코티의 대중화를 위한 여지를 남겨둔다. 스콘같은 음식만 해도 몇 년 전까지는 무척 낯선 음식이었지만, 카페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아주 익숙한 음식이 되었다. 비스코티 또한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이 책은 비스코티 대중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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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듣는 김광한의 팝스다이얼
김광한 지음 / 북레시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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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라디오 세대의 거의 끝자락에서 자랐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라디오에 대한 추억이 많지 않다.(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들었던 스윗소로우의 텐텐클럽 정도...) 

하지만 나보다 조금 윗세대만 해도 라디오에 대한 추억이 많다. 지금처럼 사용하기 편한 스트리밍 서비스 같은 게 없던 시절이라 그랬을 것이다. 나만 해도 초등학교 때 좋아하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올 때 테이프로 노래를 녹음하던 추억이 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윗 세대인 1970 ~ 80년대. 그 시절은 정말 라디오에 많은 추억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다양한 매체를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던 만큼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고 김광한 DJ는 1966년부터 DJ를 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 DJ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당시 팝 전문 DJ로 활동했다고 한다. 한국의 가요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외국의 음악인 팝이라니. (당시 제대로 된 팝 지식은 미군 기지를 통해 나오는 잡지 정도가 전부였다고 한다.)  



이 책은 그렇게 팝 전문 DJ로서의 선구자/개척자라 할 만한 김광한 DJ의 자서전이다. 김광한 DJ는 2015년에 작고하셨는데, 작고하신 뒤 아내분께서 우연히 고인께서 생전에 써둔 원고를 발견했다고 한다. 자전적인 이야기가 들어 있는 그 원고를 보고 아내분께서는 책으로 만들 결심을 하였고, 그렇게 해서 출간된 게 바로 이 책이다.  

책의 내용은 아주 흥미롭다. 김광한 DJ가 자란 시대상과 자신의 삶이 잘 녹아있고, 다소 낯선 80년대 방송가의 분위도 생생하다. 특히 김광한 DJ의 라디오를 실시간으로 들으며 자랐던 세대에게는 더욱 특별한 책일 것이다. 팝음악과 라디오를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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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프랑코 - 잊혀진 독재자의 놀라운 이야기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53
치모 아바디아 지음, 유 아가다 옮김 / 지양어린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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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첫째로는 그 자체로 재미있다. 역사는 하나의 내러티브이며, 그것을 알게 되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아마 역사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역사에 빠진 이유는 바로 그 재미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역사를 통해 배우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도 결국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들이다. 그 속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나도 역사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엄청난 깊이나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는 언제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 중 하나라고 말할 정도이다. <독재자 프랑코>라는 동화책에서 다루고 있는 '프랑코'라는 인물은 스페인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는 독재자로 40여년을 스페인에서 군림한 인물이다. 그 기간 동안 독재 유지를 위해 반대 세력들을 강력하게 탄압했고, 그 과정속에서 많은 사람을 죽였다. 

하지만 프랑코는 한국에 썩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고등학교 세계사 수업의 대부분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를 잘 다루지 않고, 다루더라도 미-소 냉전 정도만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20세기 중반 이후에 스페인의 독재자가 된 프랑코를 잘 모르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프랑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만 두텁거나 상세한 책이 아닌, 50페이지 정도의 동화책이다. 그림은 아이들이 보기 좋다기보다는 기하학적이며, 추상적인 면과 선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프랑코가 어떤 사람인지를 간단한 선과 면, 색, 단순한 글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독재자 프랑코>를 읽고 나면 자연스레 프랑코가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궁금해진다. 나도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사실을 몰라서 늘 궁금했었는데, 이 책은 그러한 호기심을 무척이나 자극한다. 작가가 원한 것도 그런 것이리라. 프랑코에 대해 자세히 알려 주고 싶었다면 이런 그림과 글이 섞인 동화책을 쓰진 않았을 것이다. 

무척 감각적이며 멋진 책이었고, 또 다른 지적 자극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정말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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