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라디오 세대의 거의 끝자락에서 자랐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라디오에 대한 추억이 많지 않다.(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들었던 스윗소로우의 텐텐클럽 정도...) 하지만 나보다 조금 윗세대만 해도 라디오에 대한 추억이 많다. 지금처럼 사용하기 편한 스트리밍 서비스 같은 게 없던 시절이라 그랬을 것이다. 나만 해도 초등학교 때 좋아하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올 때 테이프로 노래를 녹음하던 추억이 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윗 세대인 1970 ~ 80년대. 그 시절은 정말 라디오에 많은 추억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다양한 매체를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던 만큼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고 김광한 DJ는 1966년부터 DJ를 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 DJ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당시 팝 전문 DJ로 활동했다고 한다. 한국의 가요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외국의 음악인 팝이라니. (당시 제대로 된 팝 지식은 미군 기지를 통해 나오는 잡지 정도가 전부였다고 한다.) 이 책은 그렇게 팝 전문 DJ로서의 선구자/개척자라 할 만한 김광한 DJ의 자서전이다. 김광한 DJ는 2015년에 작고하셨는데, 작고하신 뒤 아내분께서 우연히 고인께서 생전에 써둔 원고를 발견했다고 한다. 자전적인 이야기가 들어 있는 그 원고를 보고 아내분께서는 책으로 만들 결심을 하였고, 그렇게 해서 출간된 게 바로 이 책이다. 책의 내용은 아주 흥미롭다. 김광한 DJ가 자란 시대상과 자신의 삶이 잘 녹아있고, 다소 낯선 80년대 방송가의 분위도 생생하다. 특히 김광한 DJ의 라디오를 실시간으로 들으며 자랐던 세대에게는 더욱 특별한 책일 것이다. 팝음악과 라디오를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