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 한국 여성의 인권 투쟁사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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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최근 몇 년 사이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이슈 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고 리뷰를 쓸 때는 언제나 조심스러워진다.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은 간단히 말해 최근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 시간순으로 정리를 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최근 페미니즘 관련 다양한 이슈가 연속적으로 나오게 되면서 그것들을 정리한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쉽게 알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더불어 부끄럽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 강준만이라는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강준만은 굉장히 유명한 논객으로 200여권이 넘는 책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그 책들의 대부분은 어떤 이슈와 상황을 정리한 책들이 많다. 이 책 또한 그의 저술의 연장선상에 놓인 책으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총 11장(+1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반부 1~3장을 통해서는 8~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한국 페미니즘의 여러 운동과 이슈들을 간단히 정리하고 있다. 이 책의 대부분은 최근의 페미니즘 이슈(메갈리아의 등장 이후)에 대해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1~3장은 배경 지식 혹은 프롤로그 정도의 성격을 갖는다. (개인적으로는 그 시절의 페미니즘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4장부터 본격적인 '최근의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당연하지만 페미니즘에 대해 무척 우호적이다. 내 생각에 저자가 우호적일 수 있는 이유는 페미니즘이 옳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종 차별에 호불호가 있을 수 없고 그것이 틀렸다는 게 옳은 것인 것처럼, 페미니즘에도 호불호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제목처럼 페미니즘과 함께 달려온 주요 이슈들(소라넷 - 메갈리아 - 강남역 살인사건 - 탁현민 - 미투 등)의 진행 방향과 그 속에서 치열하게 맞부딪히는 페미니즘과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여러 이슈들 속에서 가부장적 가치관은 꾸준히 페미니즘을 '판단' 했다. 그들은 옳은 페미니즘과 틀린 페미니즘,  좋은 페미니즘과 나쁜 페미니즘을 가르고 구별하였다. 그들은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만을 허용했다. 작가는 이러한 현상들 속에서 실명을 거론하며 다양한 '오빠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국 이 책은 페미니즘과 가부장제의 전쟁사의 기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범위가 2015 ~ 2018로 집약되어 있는 최근의 기록이며, 이 시기에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꼭 읽어봤으면 좋을 정리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의 저자도 남자, 이 책을 읽는 나도 남자이기 때문에 내가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을 당당히 말하지는 못할 것 같다. 결국 나도 기득권을 가진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피부에 닿게 느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남성임에도 꾸준히 이런 책을 읽어가며 조금이라도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앞에서 말했듯이 페미니즘은 호불호의 영역이 아닌 옳은 영역에 있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더욱 페미니즘 관련 도서를 꾸준히 읽어야 겠다는 다짐을 새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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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페미니즘이 뭐야? - 소녀답게 말고 나답게 걸라이징 1
마리아 무르나우 지음, 엘렌 소티요 그림, 성초림 옮김 / 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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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3년 사이 내 안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페미니즘'이다. 그 전까지도 평등이나 약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 등에는 교과서적으로 대답할 수 있을 정도의 관심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겉핥기 수준' 이었던 것 같다. 

트위터 등을 통하여 접하게 된 여성들의 차별에 대한 고백과 사회에 만연한(내 안에도 내재된) 여성혐오적 요소들을 발견하는 것은 정말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 충격들 덕분에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배우는 페미니즘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그것은 '지적 자극'과 '무엇가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자존감 채우기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탄탄한 이론적 기반을 쌓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페미니즘은 하나의 커뮤니티나 SNS 상에서만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아니라, 어느덧 사회적 화두로 성장하게 되었다. 나도 설명하긴 힘들지만 많은 것들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조금씩 페미니즘과 관련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하였다.  



<언니, 페미니즘이 뭐야?>는 중~고등학생 정도를 대상으로 하는(책 뒤에 이 책은 14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고 적혀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소개서'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글자의 크기도 크고, 텍스트의 양이 많지 않으며, 그림 자료 등이 함께 읽어서 읽기에 무척 편했다.  

하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 책은 현재 우리가 마주한 여성혐오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것들이 왜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작가는 스페인 사람이기 때문에 사례들의 많은 부분이 서구권의 것이 많았다. 물론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사례들이 대부분이었으며, 번역가의 역량인지 한국의 자료들도 적지 않게 삽입되어 있다. 

이렇게 책의 내용 자체는 꽤 좋지만, 책을 읽는 독자의 전제가 페미니즘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은 부분은 아쉬웠다. 아예 페미니즘에 대한 지식이 없거나, 우호적인 시선이 없는 사람이 봤을 때는 읽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개론서의 취지를 가진 책인데, 그런 독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이 책의 기획 의도 자체가 옅어진다는 생각이다.



무튼 이 책을 읽으며 현대 우리 사회가 처한 불편한 점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는데, 언제나처럼 이것이 남성으로서의 내가 느끼는 우월성이 아닌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깊은 공감이라기보다는 그래 여자들이 힘들지, 라고 생각하는 시혜적인 시선은 아닌지. 불평등한 사회에 대해 분노하며 책을 읽고 지식을 쌓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당장 회사에서 밥을 먹을 때 사람들이 내뱉는 여성혐오적 발언에 대해 틀렸다고 말하는 일은 너무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어쨌든 페미니즘은 한국 사회를 많은 부분 바꿔 놓았다. 불편하지 않았던 것들을 불편하게 해 주었고, '요즘 이런 말이나 행동하면 큰일'나게 해 주었다. 덕분에 이런 책들도 출간되었고. 나도 이런 '앎'을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다잡을 수 있는 독서였다. 아직도 한국 사회는 불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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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구조 교과서 - 항해를 꿈꾸는 자들을 위한 배의 과학 메커니즘 해설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이케다 요시호 지음, 전종훈 옮김, 정준모 감수 / 보누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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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누스의 '교과서' 시리즈는 대학 시절 읽었던 '총서'를 떠올리게 한다. 하나의 키워드에 대해 한 권의 책을 읽으면 겉핥기 정도의 지식은 쌓게 해준다는 점에서 두 시리즈는 일맥상통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총서'들은 해당 키워드에 대한 깊이가 다소 부족했다면 '교과서' 시리즈는 깊이까지 충분하다는 것이다.  


<선박 구조 교과서>는 제목만큼 정직하다. 선박(배)의 구조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앞 부분은 '선박(배)'의 정의부터 다루고 있다. 어떠한 것들이 '배'라고 부를 수 있는지부터 '배'가 물 위에 뜰 수 있는 과학적 근거에 대해 다룬다. 더불어 현대처럼 거대한 배를 만들 수 있는 조선 기술의 발전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그 뒤로는 다양한 배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크루즈선부터 카페리, 고속 여객선 등 사람들을 싣고 나르는 배부터 컨테이너선, 원유운반선, 목재운반선, 자동차 운반선 등 다양한 물건들을 나르는 배까지 다룬다. 배라고 하면 대부분의 것들을 동일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을 통해 보면 각각의 배는 용도에 따라 구조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타는 배드는 보통 여객선인 경우가 많은데, 평생 구경하기 힘들 다양한 물건을 운반하는 배에 대배 알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더불어 이 책은 배를 만들고 움직이게 하는 기술들까지도 담고 있다. 배를 건조하고, 그것을 운항하게 하는기술들에 대해 알 수 있으며, 배가 거점이 되고 정박하는 항구의 기능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정말 선박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고 보면 된다.  

배라는 것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얻고 싶은 사람들이 찾으면 가장 좋은 책이다. 인터넷이나 위키와 비슷한 구조로 배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개괄적으로 습득하기에 가장 좋은 종류의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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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파서블 포트리스
제이슨 르쿨락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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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소설들 중 <임파서블 포트리스>라는 책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가장 첫번째가 출판사 서평이었다. 90년대 소설들 중 첫 문장이 가장 아름답고 미학적이기로 유명한, 장정일의 '아담이 눈 뜰 때'의 첫문장에서 차용한 책 소개글을 보면 절로 이 책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커다란 단점이기도 하다. <아담이 눈 뜰 때>의 첫 문장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많지는 않을 것이다. 더불어 이 책은 <아담이 눈 뜰 때>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 미국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분위기가 그만큼 막연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임파서블 포트리스>는 주인공 빌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진행한다. 주인공 빌이 제목과 동일한 PC게임 '임파서블 포트리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을,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 속에서 80년대에 학창 시절 혹은 젊은 시절을 보낸 독자들의 감수성을 자극할 만한 여러 소재들과 함께 담아내고 있다.  



이런 책이 갖는 의미는 어찌보면 명확하다. 매번 복고나 추억을 담은 영화들이 일정한 주기별로 큰 유행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어엿한 30대 초중반이 된 나도, 90년대를 아련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설이었지만 다소간의 추억보정을 포함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었다.(다만 아쉬운 점은 미국의 80년대를 담고 있어서, 작가와 동시대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한국인이라면 완벽한 공감을 할 수 없으리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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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피 할로우의 전설 클래식 호러 3
세이비어 피로타 지음, 제이슨 주타 그림, 김선희 옮김, 워싱턴 어빙 / 조선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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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피 할로우의 전설>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목 없는 기사' 형태의 괴물 이야기이다. 나는 이러한 괴물을 동명의 영화에서 가장 먼저 알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것이 작가가 쓴 소설이라는 것은 전혀 몰랐다. 우리나라의 구미호처럼 그냥 전해져 내려오는 괴물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이것이 '워싱턴 어빙'이라는 작가의 창작 소설이었다는 것이다. 18 ~ 19세기에 활동안 워싱턴 어빙은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한 작가이며, 그의 대표작으로는 당연히 이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이 있다. 



이 책은 읽기에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삽화도 있고, 글씨도 크기 때문이다. 원작도 이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어린이 독자들을 위해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어렸을 때는 이불이 만든 그림자만으로도 수많은 괴물들을 상상할 수 있고, 그것에 실재적인 공포를 느끼게 된다. 목 없는 기사와 같은 괴물은 그와 비할 바 없이 공포스러울 것이다. 

물론 네러티브 자체가 현대의 기준으로 보다 다소 부족하고 아쉬운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목 없는 기사'라는 아주 매력적인 괴물을 탄생시켰다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큰 의미를 갖는다. 아무래도 역사가 길지 않은 미국의 특성 상 이러한 창작 전설(?)들은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목 없는 기사' 전설의 원작을 읽고 싶은 사람, 그리고 더운 여름에 어울리는 공포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어린이가 아니라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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