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악어 크로커다일과 미시시피악어 앨리게이터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55
델핀 페레 지음, 이성엽 옮김 / 지양어린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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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문화권마다 어떠한 범주의 언어는 더욱 다채롭고 어떠한 언어는 상대적으로 단조롭다. 일테면 영어로는 'rice'라는 단어가 우리말로는 '밥, 쌀, 벼' 등 여러 단어로 분화된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주식이지만, 영어권 국가에서 쌀은 즐겨 먹지 않는 곡식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우리가 말하는 '악어'는 하나의 종류처럼 느껴지지만, 영어로는 '크로커다일'과 '앨리게이터'로 나뉜다. 나도 이것이 대상은 같으나 부르는 말만 여럿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크로커다일과 앨리게이터는 같은 '악어목'에 속하지만 '과'가 다른 동물이라고 한다.(모양 등이 다르며, 크로커다일보다는 앨리게이터가 온순하여 애완용으로 기르기도 한다고 한다.)


이 <나일 악어 크로커다일과 미시시피악어 앨리게이터> 라는 긴 제목을 가진 책은 비슷한듯 보이나 다른 두 악어목의 동물을 소재로 한 짧은 동화다. 아이들이 늘 자신을 헷깔려 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앨리게이터와 크로커다일은 아이들을 잡아먹기로하고 학교로 잡입하는데, 아이들은 마냥 잡아먹혀줄만큼 만만하지가 않다. 작은 소동 끝에 악어들과 아이들은 다툰 뒤 화해를 하며 이야기는 훈훈하게 끝난다.

사실 뭐 대단한 이야기를 담을 만큼 긴 책도 아니었다. 다만 소소하고 귀여운 그림이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악어들이 무척 귀여웠는데, 캐릭터 상품으로 만들어 팔아도 괜찮을 정도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동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소하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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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뭐든지 혼자 잘함 - 자립형 인간의 1인용 살림
가와데쇼보신사 편집팀 지음, 위정훈 옮김, 마이다 쇼코 외 감수 / 이덴슬리벨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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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을 사서 매뉴얼을 읽어보는 편인가? 나는 그런 편이다. 

예전에는 전자제품을 사면 두터운 매뉴얼을 줬다. 과거의 나는 그런 것들을 전혀 보지 않고 일단 코드를 꼽는 편이었다.(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코드를 꼽고 이리저리 눌러보는 것을 먼저 했는데, 친구가 한 말 "그 돈주고 샀는데 그냥 쓰는 건 좀 그렇지 않냐?" 하나에 그 뒤로는 매뉴얼을 읽어보는 사람이 되었다.

요즘은 매뉴얼을 별도로 인쇄해서 주는 경우가 별로 없다. 가벼운 취급사항을 담은 종이 한 장 정도만 주고, 자세한 매뉴얼은 온라인을 통해 다운받으라는 식이다. 스마트폰으로 해당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PDF 파일 형태의 메뉴얼을 다운받을 수 있거나, 요즘은 동영상이나 플래시 형태로도 매뉴얼을 볼 수 있다. 시대가 변한 것이다.



전자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어떠한가? 인터넷에는 수많은 형태의 매뉴얼이 있다. 내가 쓰고 있는 독후감도 이 책에 대한 매뉴얼 역할을 할 수 있다. 유튜브와 블로그에는 수많은 강좌와 꿀팁이 있다. 그것이 매뉴얼이다. 

종이책 형태로 된 매뉴얼이 온라인의 매뉴얼보다 나은 점은 그것을 어쨌건 통으로 읽게 된다는 점이다. 필요한 부분만 찾아보게 되는 온라인과는 다르게 종이책 매뉴얼을 다 읽고 나면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알게된다. 그리고 그런 것이 진짜 지식이 된다. 당장은 필요 없더라도 미래에 필요하게 되면 쓸모 있어지는 진짜 지식. 



<살림 뭐든지 혼자 잘함>은 혼자서 처음 살게 된 사람들을 상대로 쓴 살림에 대한 매뉴얼북이라고 할 수 있다. 혼자 살게 된 가상의 등장인물-만화 캐릭터-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그 주인공이 혼자 살게 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살림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 필요한 살림의 지식들이 마구 나온다. 크게 세탁, 요리, 청소, 재봉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그것들을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옷에 붙은 세탁 주의 라벨이 담고 있는 의미에서부터, 청소에 담긴 과학적 원리(화학)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혼자서 산 지가 10년이 넘었는데 그 동안 별 생각없이 해오던 집안일들이 근본부터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물론 깨닫는 것과 바꾸는 것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겠지만)

덧붙여 아직까지 혼자서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읽어본다면, 혼자 살면서 내가 할 집안일이 이렇게 많은가 새삼 놀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직접 살아보기 전까지는 피부로 깨닫지는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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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어따 써먹어? - 13살부터 99살까지, 진정한 평등을 위한 페미니즘 수업
손냐 아이스만 지음, 김선아 옮김 / 생각의날개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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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이슈 혹은 화두는 페미니즘이다.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재작년 즈음부터 트위터를 통해 페미니즘을 접하면서 내가 알지 못했고 외면했지만 너무도 끔찍한 세계를 본 느낌이었고, 지금까지 그것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에 개인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페미니즘에 관심은 갖게 되었지만 나는 생물학적으로 남성이기 때문에 분명 완벽하게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들은 많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간극에 대해 언제나 조금 더 배우고 알아야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관련된 서적이나마 이것 저것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읽은 책 중 하나가 최근에 출간된 <페미니즘을 어따 써먹어>라는 책이다.



이 책의 작가 손냐 아이스만은 독일인 문화학자로서 페미니즘 관련 운동과 저술 활동을 해 온 인물이다. <페미니즘을 어따 써먹어>는 페미니즘에 관한 쉽고 기본적인 개론서 정도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페미니즘은 무엇이고, 어떤 형태로 분류되고, 세계의 각 나라에서는 어떤 형식으로 페미니즘을 실천했는지 등 페미니즘의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리가 일상 속에서 겪게되는 보편적인 성차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말한다. 글이 어렵지 않고 깊은 내용을 다루고 있지 않아 누구나 쉽게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책의 제목과 디자인이었다. 내용적으로는 아주 기본적인 페미니즘의 이론들을 잘 정리해서 담고 있는 좋은 책이지만, 제목이 내용을 함축하지 못했다. 제목만 봐서는 최근 한국사회에서 무조건적, 무논리적으로 비난받는 페미니즘에 대한 잘못된 편견들을 소개하고, 그것들에 대한 반론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이 책은 지극히 보편적인 페미니즘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 자신이 독일인인데다가 이 책은 한국 사회의 현상에 대해 다룬 것도 아닌 단순한 번역서이기 때문에 그런 깊이의 내용을 담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책의 내용을 담기 위해서는 제목을 다소 밋밋하더라도 <페미니즘 A to Z> 라는 식으로 정하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덧붙여 디자인적으로도 너무 촌스러웠다. 10년 전쯤 유행했을 듯한 느낌의 책표지와 내지로 디자인이 되어 있는데, 현재의 페미니즘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조금 더 거칠고 파격적인 디자인을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첨언하자면 페미니즘에 관련된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저자가 쓴 책'을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페미니즘은 한창 태동하고 성장하는 시기이며, 치열하게 싸움을 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화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사례에만 집중한 번역서의 경우는 한국의 현 상황을 잘 담아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론적으로 훌륭한 내용들을 담고 있겠지만 그런 책들은 결국 한국의 상황에서 한 걸음쯤 멀리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편적인 페미니즘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도 분명 의미는 있겠지만,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생생히 담고 있는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82년생 김지영>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같은 책들이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 사람들에게 더욱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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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언어
장한업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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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이미 가장 뜨거운 현대의 이슈이지만, 그것은 벌써부터 유산을 남겼다. 페미니즘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차별을 돌아보게 만든 것이다. '저만 불편한가요?'라는 언어를 더 이상 '과도하게 예민한 선비들' 이라는 조롱을 당하지 않게 만든 것이다. 페미니즘은 단순히 여성들이 아닌 모든 약자를 위한 이념이기때문이다.


한국은 단일 민족이라는 정체 불명의 신화를 숭상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보수적이며 다른에 민감하다. 한국에서 다름과 다양성은 호의적인 가치가 아니며, 차별과 경멸을 감당해야 할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언어를 통해 드러난다.

말은 곧 그 사람의 생각이다. 김여사, 흑형, 여의사 등등의 표현 속에 담긴 차별과 비하의 의미를 깨닫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적어도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페미니즘이 남긴 유산이다. 우리는 그런 일상적 언어 속에 담긴 차별을 인식할 수 있을만큼 조금은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 



이 책 <차별의 언어>는 우리가 이렇게 쓰는 일상적 언어 속에 담긴 차별들에 주목한다. 양키, 떼놈, 깜둥이, 짱개 같은 말이 담고 있는 차별과 비하의 의미는 너무도 명징하다. 사람들이 그런 단어를 쓸 때 적어도 스스로가 잘못된 표현을 쓴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다문화가정, 국민여동생 따위의 말을 쓰면서 죄의식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차별을 담고 있는 언어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말들 속에 담긴 차별의 의미를 문화, 역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더불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 또한 제시하고 있다.



이런 책은 나도 몰랐던 내 안의 어떤 것을 일깨워주기에 가치가 있다. 그것을 깨고 난 후 바라본 세상은 결코 그것을 깨기 전의 세상과 같을 수는 없다. 전과 다른 시각을 주는 책이 갖는 의미는 얼마나 큰가. <차별의 언어>는 그렇기에 시의적절하면서도 좋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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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반말 영어 - 현지인이 매일 쓰는 리얼한 영어회화
kazuma 지음, 유인애 옮김 / 북클라우드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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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영어 공부에 대한 지리멸렬한 담론 중 하나는 '정규 교육을 10년 이상 받는데 왜 외국인 앞에서 영어를 한 마디도 못 하는가'이다. 개인적으로 짧게나마 영어권 국가인 뉴질랜드로 워홀을 다녀 온 결과, 이러한 담론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기도, 부정하기도 한다. 

인정하는 부분은 실제 그러한 주장이 사실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영어 컴플렉스는 실제로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꽤 오랜 기간 영어를 배웠음에도 기본적인 말도 못하는 사람은 정말 많다. 


부정하는 부분은 영어 1등급을 익숙하게 맞을 정도로 '제대로' 공부한 사람들의 경우는 실제로 영어 회화도 꽤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법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반대로 언어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 부분을 철저한 암기로나마 익혀두면, 회화 실력이 느는 것은 정말 '시간문제'에 달린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학창 시절에도 제대로 된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았고, 외국에 나가본 경험도 없지만 언어로서의 영어를 익히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영어 공부를 위해 선택하는 수단 중 하나는 영어 공부에 대한 강의를 듣거나 책을 사는 일이다. <오늘의 반말 영어>도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10대에 미국으로 혼자 떠나 영어를 피부로 배우게 된 인물이다.(일본인) 그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에서 쓰는 자연스러운 영어 회화 표현들을 소개해왔고, 그것을 정리해 이 책을 내게 된다. '네이티브가 직접 쓰는 표현들'이라는 것은 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책에 쓰여 있는 표현들은 꽤나 구어적이며 쿨하게 느껴진다. 

다만 이런 책의 단점은 '제대로 된 영어는 할 줄 모르면서 그럴싸한 표현 몇 개만 할줄 알게 되는'면이 있다는 것이다. 영어를 어느 정도 배우고 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운 영어 실력을 더 끌어올려 줄 수 있는 멋진 책이 될 수 있겠지만, 기본적 소양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빈수레만 요란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수준에 맞춰 적당히 책을 선택할 줄 아는 것도 분명 큰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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