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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언어
장한업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10월
평점 :
페미니즘은 이미 가장 뜨거운 현대의 이슈이지만, 그것은 벌써부터 유산을 남겼다. 페미니즘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차별을 돌아보게 만든 것이다. '저만 불편한가요?'라는 언어를 더 이상 '과도하게 예민한 선비들' 이라는 조롱을 당하지 않게 만든 것이다. 페미니즘은 단순히 여성들이 아닌 모든 약자를 위한 이념이기때문이다.
한국은 단일 민족이라는 정체 불명의 신화를 숭상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보수적이며 다른에 민감하다. 한국에서 다름과 다양성은 호의적인 가치가 아니며, 차별과 경멸을 감당해야 할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언어를 통해 드러난다.
말은 곧 그 사람의 생각이다. 김여사, 흑형, 여의사 등등의 표현 속에 담긴 차별과 비하의 의미를 깨닫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적어도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페미니즘이 남긴 유산이다. 우리는 그런 일상적 언어 속에 담긴 차별을 인식할 수 있을만큼 조금은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
이 책 <차별의 언어>는 우리가 이렇게 쓰는 일상적 언어 속에 담긴 차별들에 주목한다. 양키, 떼놈, 깜둥이, 짱개 같은 말이 담고 있는 차별과 비하의 의미는 너무도 명징하다. 사람들이 그런 단어를 쓸 때 적어도 스스로가 잘못된 표현을 쓴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다문화가정, 국민여동생 따위의 말을 쓰면서 죄의식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차별을 담고 있는 언어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말들 속에 담긴 차별의 의미를 문화, 역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더불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 또한 제시하고 있다.
이런 책은 나도 몰랐던 내 안의 어떤 것을 일깨워주기에 가치가 있다. 그것을 깨고 난 후 바라본 세상은 결코 그것을 깨기 전의 세상과 같을 수는 없다. 전과 다른 시각을 주는 책이 갖는 의미는 얼마나 큰가. <차별의 언어>는 그렇기에 시의적절하면서도 좋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