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채지 못한 사이 창밖의 체리나무 잎들의 색이 바뀌었다. 이렇게 가을은 깊고, 봉쇄령은 또 내려지고, 1월부터 집에만 있는 나는 변함없이 집에만 있고,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고 했던가,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혹은 변하는 것은 내 마음일 뿐이다. 


너무 멀리 살아서 근 2년을 못 본 아는 동생, 나는 친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나를 친하다고 생각할 지 이제는 잘 모르겠는, 동생이 그의 가족과 함께 다녀갔다. 600킬로미터를 넘게 달려야 만날 수 있는 거리, 코로나 시국이 되면서 더더욱 갈 수 없게 된 거리, 그 거리를 뚫고 어린 아기 둘을 데리고... 나만 살아내는 게 아니어서 그 아이도 반쯤은 넋이 나간 채인 모습. 남편이 있고 어린 아기가 있으면 어디에도 없는 '여자'. 윗대가 겪고 내가 겪고 아랫대가 또 겪고, 정말 그대로인 지겨운 고리들. 동생 또래의 또다른 친구와 함께 셋이서 가까스로 시간을 내었다. 그들이 털어놓는 이야기에 분노와 짜증이 차올랐다. 사람같지 않은 행동을 하고 사람인 척 굴면서 정작 가장 가까운 옆사람에게 사람 대접할 생각이 털끝만치도 없는 남편들은 뭘까. 도대체 '다른' 남자는 어디 있나. 내가 보고 듣는 사례들은 하나같이 다 비슷하다. 남편이 한국인이든 프랑스인이든 상관없이. 그 속에서 여자들은 버틴다. 혹은 포기하고 혹은 자책하고 혹은 홀로서기할 계획을 세우면서. 

통행금지가 내려진 밤은 길었으나 얼굴을 볼 시간은 너무 짧았다. 혼자가 아닌 몸(여자)은 마음대로 먹고 자고 놀 시간이 없다. 



(식구 아닌 한국사람과 수다 떠는 일이 너무 오랜만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퇴보한 것인지, 많이 하지도 않은 말이 제대로 안 되는 느낌, 여러 가지로 서글프다. 일기라도 쓰란 말이다. 


* 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래와 같은 책들의 제목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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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드디어 나의 스트레스들이 표출되었다. 별것 아닌 말 한마디가 도화선이 되어 내 속에 쌓였던 화들을 한꺼번에 불러내었다. 계속 쌓아두지 않고 밖으로 쏟아낸 것은 다행, 일주일 넘게 밥을 제대로 못먹고 고생하는 몸은 불행. 

힘이 없어 책상 앞에서 정좌로 책을 읽지 못하니 조금 어려운 책들은 다 뒤로 미루고, 침대와 친구하면서 틈틈이 읽은 책들은 주로 건강과 질병과 환경, 소비와 경제구조, 뭐랄까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그것? 모두가 다 연결되어 있는,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들. 
















예~전~ 김한민의 <아무튼, 비건>으로 시작해서 
















더글라스 그라함 <산 음식, 죽은 음식>을 읽은 후에,  

이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검색해서 빌려보았다. 
















존 A. 맥두걸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을 읽고 
















요건 빌려놓고 
















강하라, 심채윤 <요리를 멈추다>를 읽고 
















요것도 빌려놓았다. (제목이 마음에 안 들지만 뭐 어쩔) 

대충 다 섭렵해보기. 끝나면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도 참고로 읽기. 


읽은 책들을 살펴보면 겹치는 이야기들이 많기는 하다. 지향하는 바가 같아서 그렇다. 그리고 호언장담하는 식의 유머가 때로는 좀 거슬릴 때도 있다. 세상에 100% 옳은 말이 있을까요.ㅎㅎ 책 속의 좋은 것만 쏙쏙 골라 갖기. 

이 책들 중 한 권을 잘 골라서 모든 아는 사람들에게 (특히 건강이 좋지 않은 어른들께) 읽히고 싶다는 마음이 송송. 


몸이 아픈 바람에 채식의 의지가 더 강해졌다. 난 그래도 밥은 먹을 거야. 어제 저녁엔 <요리를 멈추다>에 나온 상추쌈이 너무 먹고 싶어서 푹 잘 익힌 현미밥에 부드러운 쌈채소에 된장으로 약하게 쌈장을 만들어 먹었다. 일주일 만에 '밥'을 먹었다. 살 것 같다. (다행히 나의 위가 이제 밥을 소화시킨다. 흑흑)


오늘은 내친 김에 유튭에서 'What the health' 동영상도 찾아서 식구를 다 불러앉히고 함께 보았다. 




보관함에 있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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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써둔 것) 

이번달에도 역시 책, 살 것인가,를 두어 주 고민했다. 보관함에 책은 넘쳐나는데 막상 장바구니로 옮기다 보면 이 책을 내가 꼭 실물로 가져야 하는가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매일 보관함과 장바구니를 왔다갔다 하면서 책을 옮기다 보면 처음 사고 싶었던 마음이 스르르 절반은 사라지기도 한다. 이러구저러구 하다가 결국 결제하기를 누르는 그 순간이 되면 에라이 까짓거 싶은 생각에 보관함의 아무 책이나 막 사게 된다는. ㅠㅠ

사실 안 사도 상관 없는데, 안 사도 괜찮은데, 꼭 종이책으로 갖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닌데, 사면 안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르는 것은 아무래도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 전혀 표 나지 않지만 은근슬쩍 내 몸과 정신을 갉아먹는.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집콕 생활 9개월째, 크고 작고 보이지 않는 이유들로 그동안 힘들었나 보다. 스트레스 받는다고 옷이나 가방이나 보석을 사대는 건 아니지 않냐고 합리화를 하기도 한다. 어떤 책이라도 읽고 나면 얻는 것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사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실 나는 그만 사야 한다. 알면서 또 지른다. 9월에 사댄 책들을 배송받는데 20만원이 들었다. (심지어 2주째, 아직 받지도 못했다) 그 돈이 아까우면서도 아깝지 않다. 비싸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겨울날들을 채워줄 식량이니, 나를 데워줄 테니, 비싸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ㅠㅠ 































보관함의 수많은 소설들 중 먼저 장바구니로 입성한 것들. 최진영의 소설을 좀더 읽어보기로 한다. 

마거릿 애트우드 <그레이스> 

최진영 <해가 지는 곳으로> <이제야 언니에게> 

박서련 <체공녀 강주룡> 

개브리얼 제빈 <비바, 제인>



















쓰지야마 요시오 <서점, 시작했습니다> 

조셉 젤리네크 <10번 교향곡> 옆지기가 이 책을 사달라고 했다! 이거 사는 김에 내 것도 같이 사는 거야,라는 핑계가 자연스레. 































보부아르 <제2의 성> 1권만 산다. 사실 프랑스어 문고판이 있다. 너무 어려워서 ㅠㅠ 도통 진도를 뺄 수가 없다. 글자는 왤케 작은지, 서문은 왤케 긴지. 읽어도 당췌 무슨 소린가.. 그냥 짐작만 할 뿐. 이러다 포기하겠군 싶어 함께 보려고 한글책을... 또르르. 

김명순 외 <달의 뒤편 - 근대여성시인 필사시집>

캐럴 J 아담스 <육식의 성정치> 

리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이임하 <조선의 페미니스트> 

잡지 <우먼카인드 Vol.8 - 여성 서사를 만드는 일> 

우먼카인드 잡지 한 권을 밑줄쳐 가며 읽고 좋아서. 바다출판사 잡지 세 권 패키지 정기구독하고 싶...
















































조카들 읽히려고 선물. 

내가 읽은 책을 선물하기가 원칙인데 음 괜찮지 않을까.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단편 몇 개 읽었으니 SF 좋아하는 조카가 잘 읽을 듯하고, 얇은 소설 <칼자국><뱀파이어 유격수>는 이제 막 읽기의 세계에 입문한 조카에게 알맞을 듯하다. 나머지 네 권은 내 아이들에게도 읽히고 싶은 책들이라 일단 선물. 

<10대와 통하는 환경과 생태 이야기> 

<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곱창 1인분도 배달되는 세상, 모두가 행복할까?> 





아래는 10월이 가기 전에 한번 더 사려고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들. 진짜 이러면 안 되는데.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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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0-11-15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외에 살고 계신 거죠? 저는 미국에 살고 있는데 책 사는 이야기 읽으니 공감이 되서요. ㅎㅎ
처음에 미국에 왔을때는 한국에서 책 배송받았고 지금은 한국 갔을 때 잔뜩 사가지고 오고 그러는데요. 정말 그래요. 보관함에 있는 책을 사려고 하면 이걸 꼭 사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들어 장바구니로 넣었다 뺐다 엄청 고민하다가 막상 결제할 때는 에잇 하면서 해 버리는 바람에 나중에 책 받고 보면 내가 이 책을 샀던가? 싶은 책도 있고 왜 이 책을 안 샀지? 하기도 하고...

난티나무 2020-11-15 01:38   좋아요 0 | URL
네 프랑스 살아요. 반갑습니다! 저도 작년에 갔을 때 사서 이고지고 왔었죠.ㅎㅎㅎ
예전엔 선박우편으로 받았었는데 올해는 우체국 ems 밖에 안 떠서 배송비가 겁나 많이 들어요.ㅠㅠ 살 때도 고민 소포 받고도 고민입니다. 이렇게 사야 하나 싶어서 말이죠.ㅎㅎㅎㅎㅎㅎ
 


여러 권의 책을 들었다 놨다 하며 번갈아 읽은 적은 잘 없는데 요즘은 그러고 있다. 아침과 오후와 저녁과 밤은 같은 책을 읽기에 너무 다른 시간이다. 라기보다는 내 마음과 여유와 환경이 늘 같지 않다고 해두자. 


















<모데라토 칸타빌레>를 무려 프랑스어로 읽는 중이다. 이론서는 정말 무지무지 어려워서 한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지만 소설은 그래도.... 대충 읽을 수는 있다. 이해와 납득은 저 어딘가에..... 

















처음 만나는 대프니 듀 모리에. <지금 돌아보지 마> 

오! 재밌지만 분위기는 쫌 무서워. 첫 단편만 읽었다. 틈틈이 하나씩 읽어야지.

















<산 음식, 죽은 음식> 

이 책을 읽기 시작하고, 당뇨의 매카니즘이랄까,를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아직 앞부분이지만 계속 읽기 의욕이 불끈. 오늘 아침을 과일로 먹어보았습니다. 

















<단단한 독서> 

지금까지 나는 책을 대개 헛읽었다는 생각을 늘 하던 차에 눈에 띄어 빌린 책. 아주아주 첫부분을 읽고 있습니다. 

















<사람, 장소, 환대> 

밑줄 긋고 지나가면 잊어버릴까 봐 노트를 펴고 틈틈이 필기 중. 적어가며 읽으니 정리도 되고 좋다. 내 손에 책이 없다는 건 이런 점에서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직 좀 남았는데 집중이 잘 되는 조용한 오전시간에만 읽혀서 주말에는 못 읽음. 





아래는 읽다가 멈춘 책들. 














<소모되는 남자> 

응?... 겨우 10% 정도를 읽었는데 저 반대의견 아니 토 달고 싶은 부분이 꽤 있네요? 전자책으로 읽으면서 메모 잘 안 하는데 구절구절 메모로 토 달기. 흠. 그래서 일단 멈춤. 


















<백래시> 

길어요. 끝 언제 나나요. 역시 메모하며 읽던 중 계속 대여연장할 수 없어 일단 반납. 


















<당신 인생의 이야기> 

앞의 단편 몇 개를 읽고 프랑스어판 사서 아이에게. 함께 읽다가 말다가 하는 중. 


















<밀크맨> 

왜인지 자꾸 중반 이후를 읽는 것을 미루게 된다.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되었을까,를 늘 궁금해하며, 괜찮다 생각하며, 그러나 오늘도 펼치지는 않는. 뒷부분 어딘가에서 예고없이 훅이 들어오지 않을까?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 

빨리 읽어봐야 하는데 역시 읽을 책이 많으면 이렇게 되고 만다. 첫 단편 읽고 일단 멈춤. 얼른 읽어봐야지. 


















<글쓰기의 최전선> <동화 쓰는 법> 




적다 보니 읽다 만 책들이 너무 많다. 모두모두 다 읽는 중~~~~~ 적은 거 말고도 또 더더 있는데.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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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10-20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라스를 불어로...... 부럽습니다 난티나무님

난티나무 2020-10-20 21:26   좋아요 0 | URL
저도 저를 좀 부러워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저 불어 완전 못해요.ㅠㅠ)

2020-10-22 22: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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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3 00: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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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3 13: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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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3 16: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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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3 16: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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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6 21: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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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6 21: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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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6 22: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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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6 22: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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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 <한정희와 나> 

















... 작가는 숙련된 배우와도 같아서 고통에 빠진 사람에 대해서 그릴 때도 다음 장면을 먼저 계산해야 하고, 또 목소리 톤도 조절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아서 고통스러웠던 적이 많았다. 그게 잘 되지 않는 고통....... 어느 땐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고통이란 오직 그것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어쩐지 내가 쓴 모든 것이 다 거짓말 같았다. 누군가의 고통을 이해해서 쓰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고통을 바라보면서 쓰는 글. 나는 그런 글들을 여러 편 써왔다. - P33

(이어짐) 내겐 환대, 라는 단어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어느 책을 읽다가 ‘절대적 환대‘라는 구절에서 멈춰 섰는데, 머리로는 그 말이 충분히 이해되었지만, 마음 저편에선 정말 그게 가능한가, 가능한 일을 말하는가, 계속 묻고 또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신원을 묻지 않고, 보답을 요구하지 않고, 복수를 생각하지 않는 환대라는 것이 정말 가능한가, 정말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 일이 가능한 것인가, 그렇다면 죄와 사람은 어떻게 분리될 수 있는가, 우리의 내면은 늘 불안과 절망과 갈등 같은 것들이 함께 모여 있는 법인데, 자기 자신조차 낯설게 다가올 때가 많은데, 어떻게 그 상태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가 있는가...... 나는 그게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나 자신이 다 거짓말 같은데......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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