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읽는 중인 책들 정리 좀 해보려고 들어왔다. 책을 읽는 일도 정리하는 일도 쓰는 일도 생각하는 것까지도 마구 불안한 상태. 나만 그런 것도 아니겠고 그래서 더 휘적휘적 왔다갔다 갈피를 못 잡는 상태. 사람의 마음은 일관을 잃기 일쑤다.
혼자 읽기 힘들 듯해서 두 분과 함께 낭독으로 읽고 있던 책인데 여행하느라 2주간 쉬었다가 이번주에 다시 읽기에 도전. 읽을 때는 음음 고개를 주억거리고 읽고 나면 머릿속이 뿌얘지는 경험을 반복하는 중이다. 중간에 잠시 쉬었더니 흐름은 좀 끊어진 느낌이고 여전히 글자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읽기에 어렵지는 않아 다행이다. 286쪽까지 읽었고 남은 분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걸 다 읽고 나서도 정리를 못할 것같은 예감이 든다. 미리 슬프다. 며칠 생각의 회로를 중단시킨 듯 책을 읽어도 떠오르는 생각이 거의 없다. 다른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 어쨌거나... 캐주얼 섹스에 대해, 여남 간의 관계에 대해, 사랑과 섹스에 대해, 이 시대 젊은이들의 사랑과 섹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 생각해야 하는데 생각은 되지 않고......
지난달 <포르노랜드>도 제대로 끝내지 못했다. 함께 훑어나 볼까 해서 펼쳤던 <포르노 판타지>를 계속 조금씩 읽고 있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차이가 여기서도. <포르노랜드>는 전자책이라 펼치기가 쉽지 않다. 습관의 문제이겠으나 색색깔의 모양을 하고 얹혀진 종이책을 펼치기가 훨씬 더 쉽다. 그런 이유로 <포르노랜드>를 제쳐두고 이 책을 읽고 있다. 재독이라 더 술술 읽히기도 하고 또 재독이라 새롭게 밑줄긋는 부분도 있고 그렇다. 다 읽으면 <포르노랜드>와 함께 정리를 해보고 싶은데 잘 될지는 미지수. <포르노랜드>에 비해 깊이가 얕다고 할까, 더 대중적이라고 할까, 아무튼 그런 느낌적 느낌은 있다. 내가 얼마나 남성의 책에 편협한 시각을 보태는지를 실감하는 중.ㅋㅋㅋ
지난달 끝내지 못해 계속 읽어 끝내야 겠고.
새 책으로 접하니 기분이 좋구나. (어째서 '기분이가 좋구나'로 쓰고 싶을까? 간혹 조사 '이'와 '가'를 실제 언어생활에서 함께 쓰는 사람을 만나면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건 그냥 장난으로 쓰는 게 아니라 습관으로 굳어진 거였는데.) 서문 클리어. 올초에 이 어마어마한 양의 텍스트를 읽는데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드는지 경험했기에 이번에도 매주 분량을 나누어 읽어나가기로 한다. 그렇다. 재독에 도전한다. 분석대상인 소설들을 웬만하면 읽고 재독하자 싶었는데 역시 계획과 다짐은 계획과 다짐일 뿐.
차학경의 <딕테>를, 어깨 너머 훔쳐만 보는 기분에서 텍스트 너머 훔쳐보는 기분으로. 어렵다고 하기도 난해하다고 하기도 어렴풋이 어렴풋하기만 한 이 텍스트 모양을 한 텍스트 읽기. 아무래도 수박 겉핥기에 그치지 않을까 짐작한다. 이웃님이 이웃님과 본격 읽기를 하신다기에 끼워달라고 했다. 어제 앞부분 읽으면서 아주 약간 후회를 했다. 아 왜 한다고 했지. 일단 자신이 없고 이단도 자신이 없다. 함께 읽을 논문들도 있다. 아침에 태혜숙의 논문을 프린트해 놓았다. 그걸 읽고 이해해낼 자신도 없다. 큰일이네.
* 이 밖에도 펼쳐놓고 읽다 만 책이 책상 위에 그대로 쌓여 있다. 최근에 다 읽었다고 표시할 책도 없다. 힝. 아침에 눈 떠 침대에서 이리저리 꼬물락거리면서 폰과 친구하는 시간에 책을 읽었으면 벌써 몇 권은 다 읽었겠다 혼자 타박한다. 오늘 아침에는 정말,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기가 힘이 들었다. 바야흐로, 겨울이 온다.
*아래는 이번달 (마저) 읽어야 하는 책들.(함께 읽기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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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읽어야 겠다고 생각한 책들.(<저주토끼>는 소설이니 그래도 금방 읽겠지만 다른 두 권은 생각만 하고 실천은 무리지 싶은데 어쨌거나 노력은 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