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블로그에서 주간일기챌린지 중이다. 그게 뭐라고 시키는 대로 꼬박꼬박 매주 쓰고 있는데 오늘은 오늘의 뻘짓을 썼다. 이게 다 알라딘에서 산 책커버 때문이라고 우겨본다. 그래서 갖고 와 보는 오늘의 뻘짓 일기.)
다음주 주말부터 며칠간 여행 간다. 무슨 책을 갖고 갈까 고민...은 아니고 생각 중인데 보아하니 몇 글자 읽지도 못할 듯.ㅋㅋ 그래도 챙겨가야 안심(?)이 된다. 참나, 무슨 안심? ㅎㅎㅎㅎ 일단 전자책 넣고. 이번달 알라딘 여성주의읽기 책이 <포르노랜드>다. 하. 이거 여행 다니면서 읽을 수 있음??? 반사~ 어쨌거나 이북리더기에 들어는 있다. 솔직하게 말이다, 전자책만 가져가면 된다. 거기 안 읽은 소설들도 있고 읽다 만 책들도 수두룩하다. 그런데 왜 책쟁이들은 읽지도 못할 책을 마구 챙기게 되는 것일까??? 마치 한 시간에 한 권씩 읽어치울 것처럼. 요며칠 한 권의 책을 틈날 때마다 읽고 있는데 두어 시간을 읽어도 한 권은 커녕 반의 반도 못 읽는다. 어쩔? 그래도 한두 권 정도는 가져가야... 어휴 정말 어쩜 좋으냐.
일단 김지승의 <짐승일기>를 챙기기로 한다. 앞부분 조금 읽고 아껴두고 있다.ㅋ 책이 얇고 적당히 작고 하드커버이고... 응? 그런데 막 가방에 넣어갖고 다니면서 꺼냈다 넣었다 하면 금세 지저분해지는데. 오늘 책 한 권 구입하면서 함께 작은 북커버(4X6판)를 사기는 했다. 그거 내 손에 들어오려면 한 달은 지나야 한단 말이야? 집에 있는 두어 개의 북커버들은 크기가 너무 크다. 몇 권의 책과 커버들을 맞춤해보면서 아니 세상의 책들은 왜 이렇게 크기가 제각각이란 말인가 했다. 그러다 금세 다른 크기의 책들이 매력 있지, 다 똑같으면 무슨 재미야, 태세 전환. 이런 뻘짓과 뻘생각을 하다가 책에 꼭 맞는 크기의 커버를 만들어버리자는 허황된 생각을 해버렸다. 잠시 검색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조금 얇은 천으로 책에 촥 붙는 커버를 만들어볼까 해서 천을 꺼내고 들여다보며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아 일이 너무 많아, 바느질 하기 싫은데, 이렇게 되어버림. 내 주력 손재주는 코바늘뜨기라 일단 이미지 몇 개 찾아보고 실까지 꺼내와서 5분간 뜨다가 쿨하게 포기. 응 이거 아니야. 실과 천을 모아둔 박스들을 훑다가 오래된 손수건들을 발견했다. 얇고 테두리 박음질 필요없고 잘만 하면 책에 촥 붙을 수도 있을 것같다. 오케이, 실행.
가끔 이렇게 뭐에 하나 꽂힐 때가 있다. 손으로 하는 건 주로 코바늘뜨기였... 어제는 구석에 놔둔 에코백을 꺼냈더니 그 안에서 코바늘뜨기로 만든 가방들이 우수수 떨어져서 잠시 당황. 그리곤 웃음이 나왔다. 아 뭐야. 이것들 다 뭐지. 쓰지도 않을 거 뭘 이렇게 많이 만들었담. 그러고는 의자에 주룩주룩 걸어뒀다. 조만간 손으로 그리는 그림에도 좀 꽂혔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ㅋㅋㅋ
아무튼지간에 (왤케 주절주절 길어지냐) 먼지 앉은 다리미랑 다리미판을 꺼내고 얇고 낡은 손수건을 잘 다려서 일케절케 책 크기에 맞춰 접고 또 다리고 접히는 부분은 쿨하게 그것(이름 모르겠다. 천 사이에 넣고 다리면 똭 붙는 그것. 아시는 분 알려주삼요.) 넣어 다리고. 모양을 잡아 바느질이 아니면 어케 할 수 없는 부분을 꿰맸다. 뭘 만들건 미리 재단이나 숫자 세기 이런 거 일절 안 하는 나,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ㅋ 천이 얇으면 촥 붙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거지. 또 어쩔 수 없이 가장자리를 따라 홈질을 했다. 늘 느끼는 건데 난 홈질을 못해. 비뚤비뚤. 예전에는 이런 걸 보면 니 마음이 비뚤다 어쩌구 그런 소리 곧잘 했는데 이젠 아니다. 홈질을 잘 하려면 그것만 무수히 반복연습하면 된다. 가지런히 예쁘게 홈질을 하는 사람은 그래서 잘 하는 거다. 나는 몇 년에 한 번 하는데 그걸 잘 하면 내 손은 재봉틀이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완성한 커버는 손수건이 낡은 만큼 좀 없어보이기도 한다. 북커버에 주로 단추를 달거나 고무밴드로 고정시키는 이유가 다 있구나 싶다. 그러니 벌어지지 않고 잘 여며지도록 나도 단추를 하나 달아야 겠다. 여기까지 오늘의 뻘짓. 그런데 이렇게 뻘짓을 하고 나니 좀더 이쁘게 만들어보고 싶은 욕망이... 헐. 그만 해. 오후에 뻘짓 하느라 재밌는 책 못 읽었잖아. 와 진짜 아까 바느질 하는데 나 이런 생각 했음. 눈이 네 개거나 머리가 두 개거나 거기에 손이 네 개면 한쪽은 바느질하고 한쪽은 책을 읽을 수 있겠구나. 그럼 얼마나 좋을까? 책을 읽으면서 바느질이나 뜨개질이 가능하다면. 아 그러려면 머리가 두 개인 편이 낫겠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 뭐래니.ㅋㅋㅋㅋㅋ
한 권 더, 뭘 갖고 갈까? 못 말린다. ㅠㅠ
(깔려 있는 초록천으로 만들고 싶었...@@ 바느질 싫어서 패스했는데 결국 바느질함.ㅋㅋ 사진으로 다시 보니 저 너구리 천 늠 이쁜데? 다시... 만들...까?????@@ 애초에 실패할까 봐 제일 낡은 걸 골라든...ㅋㅋㅋㅋ 내 이럴 줄 알았쥐.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