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들의 "엄마"라고 일컬어지는 것을 거절한다. 다 자란 개들을 어린아이로 취급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고, 내가 원한 것은 개였지 아기가 아니었다는 중요한 사실을 오해하게 만들기 싫어서다. 나의 다종적 가족은 대리모나 대체물과는 관련이 없다. 우리는 다른 수사, 다른 메타플라즘을 살아가려고 애쓰는 중이다. 젠더의 스펙트럼에서 필요했던(그리고 여전히 필요한) 것과 정확히 마찬가지로, 반려종의 친족 장르에서 다른 명사와 대명사가 필요하다. 파티 초대장이나 철학 담론을 제외하면 소중한 타자라는 말은 인간의 성적 파트너를 일컫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 용어는 때맞춰 만든 개 세계 속 친족 관계의 일상적 의미를 더 잘 담아내지도 못한다." (234)




그렇다면, '엄마'는 아기를 돌보는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인가. 한번 엄마는 죽어도 엄마라는 호칭을 떼지 못한다. 생각해 보자. 확실히 엄마,라는 단어는 문제적이다. 어린이에게 '엄마'와 같은 역할을 하는 어른은 필요하다. 여기서 엄마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말은 엄마의 역할이 대체로 아이를 책임지고 돌보는 역할이라는 뜻을 가진다.('아빠'는 조금 옆으로 제쳐두자.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엄마'의 의미로 한정해 생각해본다. 그리고 성차에 의해 '엄마' '아빠'로 지칭되는 문제도 제쳐두자.) 만약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 사람이 아빠 혼자라 하더라도 그 아빠가 엄마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할 때 누구도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키우는 이가 누구든 그러할 것이다. 여자들이 원한 것은 영원한 아이가 아니다.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러면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된 후 '엄마'라는 명칭은 폐기되어야 하는 것인가? 안 될 건 또 무어람? 평생을 엄마라는 역할로 살아가기에는 너무 긴 시간 아닌가. 엄마들을 해방시켜야지. 어쩌면 '엄마'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관계에 얽매이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이렇게 또 해러웨이의 말 덕분에 '엄마'(그리고 '아빠')에 대해 한번도 가져보지 않았던 의문을 가져본다. 원래 그런 것은 없으니까. 단어들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뭐라고 하면 좋을까.) 대체해야 할 단어들은 또 얼마나 많냔 말이다. 틀 좀 깹시다. 우리는 '다른 수사'를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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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3 0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3 0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3 0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3 0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2-05-13 08: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저기까지 읽지 못했지만, ‘나는 개들의 ˝엄마˝라고 일컬어지는 것을 거절한다‘ 라는 문장이 너무 좋네요. 이게 왜그렇게 좋을까요.

부지런히 따라가겠습니다.

난티나무 2022-05-13 13:33   좋아요 1 | URL
저도 그 문장 좋았어요.^^ 팍 꽂히기도 했고요. 동물과의 관계에서도 역할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생각과 말을 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이제 조금밖에 안 남았어요. 헤헷

미미 2022-05-13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여성들은 출산과 동시에 엄마라는 역할에만 메이는 것도 같아요.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어나도 ‘엄마‘의 역할 때문에 불이익을 받거나 지례짐작되기도
하고요. 권리는 별로 없으면서 책임은 너무도 많아 여러가지 ‘가능성‘에서 쉽게 배제되는...
난티나무님 오늘도 생각꺼리를 던져주셔서 고맙습니다^^*

난티나무 2022-05-13 13:37   좋아요 1 | URL
권리, 라는 단어를 보니 엄마의 ‘권리’에 대해 촌철살인을 날린 에이드리언 리치의 책 구절이 또 떠오르네요.^^;;;;
그러니 ‘출산’이라는 행위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얼마나 간단하지 않은 정치적 문제인가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ㅎ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