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샌가 알라딘 서재에는 책 이야기만 써야지 나도 모르게 강제(?)하고 있었나 보다. 옛날에는 아이들 이야기 생활 이야기 이런저런 두서없는 글도 막 올렸는데. 아침에 블로그들 훑다가 '망각'에 관한 글을 읽었다. 무엇이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강박과 한번 남겨지면 삭제가 불가능한 디지털 기록의 시대가 불화하는 시공간에 서있는 듯하다. SNS에 올린 말 한마디가 세월이 지난 후 부메랑 비수가 되어 돌아오기도 하고 내가 올린 사진이 어디를 어떻게 떠도는지 알 수 없고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 아침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스맛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 세대는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무서운 세상. 이렇게 전체공개로 끄적거린 글들이 어떻게 돌아다니고 있을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오늘도 또 끄적거린다. 누군가들이 겪는 것처럼, 지금 끄적거린 글들이 나중에 내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도 하며. 한번 각인되면 떨쳐내기 어려운 이미지와 프레임들, 아 인간은 정말 어리석은 존재이며 동시에 너무 뛰어난 존재인 것이다. 


다부지게 일상을 늘어놓아야지 하곤 또 심각했다. 


▷ 무엇부터 늘어놓을까. 세간의 관심이 2년이 지나도록 식을 수 없는 그것, 코로나부터 시작해 보자. 

코로나 녀석은 우리집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학교를 다니는 두 사람이 있으니 언제고 한번은 오리라 짐작은 했다. 같은 반 아이들의 확진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그 아이들과 함께 연말 파티를 했던 작은넘, 노엘 바캉스 지나고 개학한 학교에서 체육 수업을 하는 큰넘, 직장 동료들이 하나둘 확진이라 덩달아 위험해진 옆지기, 셋 모두 '밀접접촉'. 그러나 아무도 너 접촉자라고 문자를 받지 않았다. 기준이 완화되어 마스크를 쓰는 등 거리두기 조치를 했다면 접촉으로 보지 않는다고. 어쨌거나 약국에서 자가진단키트를 뭉텅이로 사다가 이틀에 한 번씩 검사를 했다. 며칠 목이 안 좋다던 큰넘의 키트에 빨간 줄이 두 개 떴다. 격리 시작. 격리라 하지만 방에서 되도록 나오지 않는 게 다인. 어차피 화장실이며 욕실이며 함께 써야 하는 처지다. 모두 공용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아침점심저녁 틈날 때마다 알콜세정제로 문손잡이며 냉장고 문손잡이 등을 닦고,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모조리 열고 환기를 했다. 다행히 큰넘의 증세는, 열도 나지 않고 진통제를 먹지 않아도 괜찮고 미/후각만 아주 잠깐 희미해지는, 가벼운 정도였다. 친구들 확진으로 집에 일주일 머물렀던 작은넘은 큰넘의 확진으로 학교를 일주일 더 빠졌다. 도합 이주일동안 네 식구는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며 밥도 따로 먹는 각자도생의 삶을 연출... 이렇게 한 달만 생활하면 정말 망가질 사람 많겠구나 싶다. 아이들은 방에서 나오지 '않아도 되니' 마음껏 폰과 컴을 하루종일,도 모자라 새벽까지 '즐겼다'. 2주가 끝나는 지점에 이르러서는 각자의 방에서 줌이라도 켜고 모임이나 회의를 해야 하지 않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나는 잘 지냈으나(책도 읽고 독서모임도 하고) 백신도 안 맞았는데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인드컨트롤하느라 조금 피곤하긴 했나 보다. 어쨌거나 지금은 상황 (일단) 끝. 그저께 월요일부터 아이들은 다시 학교에 간다. 보내면서도 다시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것 같아 찜찜하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욕실로 직행해 손 씻고 가글하고 샤워를 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장본 물건들을 일일이 알콜로 닦아 정리하는 습관도 이어진다. 의심스러우면 마스크를 씌운다. 생강꿀차를 마신다. 손을 자주 씻고 음식을 공유하지 않는다. 말할 때 입을 가린다. 각방 격리하는 동안 제대로 아이들과 câlin을 하지 못했다. 스치듯 한번씩 서로를 껴안는 것이 큰 위로였음을 새삼 깨닫는다. 


▷나는 잘 지냈다,고 적었다. 대체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아닐 때도 있었다. 예전에는 그냥 넘겼던 사소한 일을 곱씹어 생각하게 되면서 때때로 버거워질 떄가 있다. 주로 옆지기와의 마찰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찌 됐든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라는 사실. '잘' 살기 위해 부딪히고 넘어지고 보듬어주는 관계가 되는 것. 거시적 안목 중요하지만 미시적 관계에서 그 관점들을 실현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생각. 더듬어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 또한 지금보다 나아지리라는 믿음 없이는 사실 힘든 일이다. 멈출 수 없는 길. 조심해라 나야. 강 한가운데 서있는데 수영도 못하잖아. 물길이 집어삼키지 않기를 바라는 건 지나친 낙관인 거지. 작은 배까지는 아니더라도 구명조끼 정도는 들고 있어야 할 텐데.


▷그래서 그랬는지, 며칠 가슴 위쪽이 은근하게 아팠다 말았다를 반복한다. 손으로 쓸면 어깨 아래 기다란 혈관 비슷한 것들이 우둘투둘 느껴진다. 무엇이 됐든 가슴 언저리에서 몽우리나 울퉁불퉁한 무엇이 만져진다면 가장 먼저 의심하게 되는 그것, 유방암. 근 일 년 가까이 가지 않던 병원에 약속을 잡았다. 뭐 크게 아픈 것도 아니고 며칠 지나면 사라지리라는 것도 알지만, 알지만...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어 후회하고 싶지 않다. 적당히만 친절한 의사는 역시나 유방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관점으로 세심한 촉진을 했고 혹시 심장에 문제가 있을까 봐 심전도 검사도 했다. 갑자기 운동을 했다거나 근육을 쓴 적은 없는지도 물었다. 없어요. (운동과 나는 아직 너무 먼 사이라) 촉진도 심전도검사도 이상 없다고, 그래도 유방암 검사는 해보라며, 검사 처방전을 써준다. 심전도 검사에서 나는, 몇 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고 말았다. 그때도 이유없이 가슴 위쪽이 찌릿거리고 꽤 아파서 한동안 병원을 들락거린 적이 있다. 심전도 검사는 물론이고 하룻밤 온 가슴에 줄을 주렁주렁 달고 하는 심장 검사도 했다. 엑스레이를 찍고, 거기서 더 나아가 기관지를 통해 폐 입구까지 내시경을 밀어넣는 무지막지한 검사까지. 결과는 모두 이상 무. 비슷한 증상인데, 왜 아무데서도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걸까. 그저 내 스트레스가 원인이란 말인가. 뭐 그랬었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네, 그러고 보니. 집에 돌아와 생각한다. 이 울퉁불퉁한 선들이 혈관인지 근육인지 힘줄인지 임파선인지 유선인지 또다른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모르는 상태에서 그것들의 형태가 일그러져서 아프다고 맘대로 생각하며, 혹시 유방암은 아닌지 걱정도 덩달아 하는데, 알고 보면 그저 스트래칭을 조금 과하게 반복해 근육에 무리가 온 것일 수도, 그 염증 때문에 화끈거림을 느끼는 것일 수도, 단순히 며칠 스트레스를 받은 몸이 스트레스가 많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음을 한편으로 생각하는 나는, 그만 뒷목이 더욱 뻣뻣해지고 만다. 


▷오늘 이번달 2차 책소포를 받았다. 배송료는 '허벌나게' 비쌌으나 택스는 없었다. 복불복인지 내용물에서 걸리는 것이 있는지 자체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필요한 책은 많아지는데 소포를 자주 받기 부담스러워 이 난관 어찌하리오 모드이다. 일단 늘 하는 다짐을 새삼스럽게 다시 한다. 이제 좀 줄이자. 그만 사자. 자제하자. 알라딘, 쿠폰이랑 적립금 좀 그만 날릴래. 당장은 내가 좀 서운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그게 좋을 듯해. 미끼 그만 던져. 맞다. 이건 남 탓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안 사면 되는데. 이런 구구절절이 다 쓰잘데기없는 뻘소리라는 거 여러분도 다 아시지 말입니다. 오늘도 책탑을 쌓고 야 이 비싼 책들아~ 이러고 있다. 약간의 스트레스가 밀려오는지 어깨 아래가 찌릿찌릿하네. 그런데 정말 이거 스트레스가 원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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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6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27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1-27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일 아니시길 ㅠㅠ 가격은 스트레스지만 읽는 과정에서 또 위안을 받기도 하고 , 책은 요물같아요 난티나무님.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편한 하루 보내시길. 생강꿀차와 스치듯 하는 포옹의 위로란 난티나무님 글이 제게도 위로가 되네요.

난티나무 2022-01-27 20:39   좋아요 2 | URL
책은 요물!!! 이로운 요물!!!!^^
감사합니다, mini74님~~~❤️
날이 추워요. 감기 조심하세요~~~^^

psyche 2022-02-11 05: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댁에도 코로나가 침범했었군요. 지금은 다 괜찮으시죠?
건강은 좀 어떠신지요? 외국 살면서 아프면 제일 힘들잖아요.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건강 챙기세요

난티나무 2022-02-11 06:30   좋아요 0 | URL
네, 코로나는 벌써 한 달 전 일이 되었네요.^^
저는 음 검사를 미루고 있는데 다음주에는 가봐야 할 것 같아요. 특별히 크게 아픈 데는 없어요.^^ 다만 늘 그렇듯 좀 찜찜할 뿐이죠…ㅎㅎㅎ
스트레스!!!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