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간의 관계, 특히 남성과 여성의 연애와 사랑에 있어서의 관계를 보다 잘 들여다보기 위해 요즘 성행하는 '짝짓기' 프로그램을 챙겨보는 편이다. 옆지기와 함께 보면서 말이나 행동,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이야기하다 보면 각자가 생각하는 기준이나 선입견 등도 튀어나와서 종종 열띤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데이트를 하면서 남자가 여자에게 소위 '들이댄다'. 옆에는 또다른 남자도 있는 상황. 그건 둘째치고 내가 너를 좋아하니 너도 대답을 내놓아라, 너 나 좋니 안 좋니, 확신을 줘라,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폭력이라고 느껴진다. 그들은 만난 지 고작 만 하루가 지났을 뿐이다. 남자는 자꾸 여자의 말을 끊는다. 모든 생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관이 펼쳐진다. 어이없는 상황이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치자.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니까! 다양성이 당위성이 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기가 차는 건 그 이후 여자의 반응이었다. 내가 뭘 잘못 말했나, 내 행동이 뭐가 잘못됐나. 이 또한 '여자의 속성'이라고 한다. 나도 그렇다. 아마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말을 끊는 남자에게 말 끊지 말고 들으라고, 강요하는 듯한 말투가 불쾌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여자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그건 나의 모습이기도 할 테니까. 우리는 언제까지 장면을 머릿속에 끊임없이 재생하면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보다 내 잘못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하나. 


"남성의 증상은 병적인 방종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파괴적인 적대심을 훨씬 더 많이 드러내는 듯 보인다. 반면 여성의 증상은 가혹한 자기비판, 자기 비하와 종종 일련의 자기파괴적인 태도로 표출된다." (159쪽, 레슬리 필립스, 1969, 책의 인용구 재인용)


이 부분을 읽는데 앞의 장면이 떠올랐다. 정신병원입원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여성은 이미 이런 태도를 갖고 살아간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책 속 정신병원 이야기에 분통이 터진다. 지금이라고 더 나을까? 더하여 머릿속에 남아있던 장면을 어떻게든 털어버리려고 다다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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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12-05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아직 본격적으로 사귀기전, 밀당의 순간조차...😔 스토킹 범죄에서도 그런 공격적이고 자기중심적 성향이 여실히 드러나는 듯 해요. 난티나무님 벌써 159쪽!😉👍

난티나무 2021-12-05 21:15   좋아요 2 | URL
너무 짜증났어요.ㅠㅠ 짜증밖에 낼 수 없다는 게 또 짜증이 나네요.^^;; 아놔.
책은 부글부글 내용이지만 매력 있어요. 잘 읽히기도 하고요. ^^

mini74 2021-12-05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짝짓기프로 안 보는 아유 중 하나에요. 설레지도 아름답지도 않죠. 싫은 속담 중 하나.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없다. 이거 넘 무서운 속담인거 같아요.

난티나무 2021-12-05 23:52   좋아요 2 | URL
저는 옆지기와 토론(?) 하려고 같이 봅니다. ㅎㅎㅎ 🤣
또 있잖아요.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