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에 읽고 페이퍼나 리뷰를 쓰지 않은, 몇 권의 책을 여기 모아본다.
박혜윤 <숲 속의 자본주의자>
김선우 <40세에 은퇴하다>
두 권을 연달아 읽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40세에 은퇴하다>는 옆지기가 읽으면 좋을 것 같아 몇 개월 전에 사서 갖고 있었다. <숲 속의 자본주의자>를 빌렸다. 그런데 알고 보니 두 책의 저자가 부부다. 책을 읽는데 크게 상관은 없다. 비슷한 이야기가 간혹 나오기는 한다.
솔직함이 독자의 눈으로 찾아지는 것이라면 어디까지, 어떻게 말해야 솔직하게 보여지는 걸까. 사전정보 거의 없이 읽었으나 왠지 착 달라붙는 맛이 없다. 매우 존경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들인데 나는 왜 자꾸 색안경을 장착하게 되는 건지, 그게 내 선입견 때문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일기 같은 페이퍼를 쓸 때에도 자기검열 모드가 발동하는데 책을 쓸 때는 오죽하겠나 싶기도 하고. 두 권을 굳이 비교하자면 <숲 속의 자본주의자>가 좀더 좋았다고 말하겠다. 삶을 대하고 생각하는 태도 같은 것.
책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의 삶은 대체로 의미있고 좋아보인다. 그것이 그 사람들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때로 부러움을 느낀다. 비슷한 삶을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살 수 있는 용기와 실행력에 대한 감탄이라고 해 두자. (예를 들면 집에서 인터넷 사용하지 않기.)
에피소드를 좀더 적절히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뭔가 구체적 연상이 되지 않는다고 할까. 하지만 이건 사람마다 다른 글쓰기 스타일일 수도 있으니. 그래서 평점을 매기지는 못할 듯하다. 아리송하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점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결정을 내렸나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읽을 만하다.
오한기 <인간만세>
첫 부분 읽는데 어, 낯이 익다. 좀더 읽는데 어, 이거 읽었잖아. 단편집인가 했다. <멜랑꼴리 해피엔딩>에서 읽은 단편 「상담」이 실려 있다. 슬슬 읽고 다음 편을 읽으려는데 어라? 이야기가 이어진다? 좀은 황당무계하고 가끔 웃기고 때로는 진지한, 아니 어쩌면 내내 진지함을 장착하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이야기. 신선했다. 소설은 종잡을 수 없었지만 뒤에 실린 해설보다는 나았다. 차라리 소설을 이해하는 것을 포기하고 말겠다.ㅠㅠ 소설가는 자신의 소설이 조각조각 분석되어서 해설이 붙는 것을 좋아할까, 싫어할까, 재미있어할까, 슬퍼할까, 아무렇지도 않을까. 비꼬다. 이 단어가 떠오른다.
이반지하,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
빗소리가 들리는 일요일 오전, 결국 빗소리 따라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 노래도 그림도 얼굴도, 무엇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터넷북토크 영상으로 처음 만난 이반지하에게서 뿜어져나오던 불안과 자기방어기제 같은 뉘앙스들이 나의 편견이라 생각했었다. 절반을 읽으니 다른 사람 즉 '남'의 입장에서의 내 시각이 편견만은 아니었구나 싶다. 이거 좀 오만방자한가. 무엇으로도 한 사람을 정의할 수 없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존나 다양하다'.
김현미,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밑줄만 올리고 글을 안 썼더니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당연하다. 내 뇌는 정상이다. 그래도 읽었고 좋았고 다시 읽어야지 생각했으니 이렇게 흐릿하게라도 기록을 남겨야지. 다시 읽을 때 옆지기와 함께 하면 더 좋을 듯하다. 인터넷 강연에서 만난 김현미 선생님 짱!
캐럴라인 냅 <욕구들>
사야 하는 책이라고 ****님이 강추하셨는데 종이책 사서 받기 너무 오래 걸리므로 전자도서관 줄 서서 대출. 뭐라고 페이퍼도 리뷰도 적을 수 없다. 밑줄이라도 올리려고 엄청 체크해두기만 했다. 그것도 못 했네. 옆지기와 함께 읽었다. 책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없고 진짜 별것 없기는 하지만 아무튼 페이퍼 커밍 순. 아, 이 책은 꼭 종이책으로 살 겁니다.
타라 웨스트오버 <배움의 발견>
하. 한숨부터 나온다. 뭐랄까. 이거 페이퍼나 쓸 수 있겠어? 싶은 마음. 위에 <욕구들>이 마침 있으니 비교하기 딱 좋지 아니한가. 두 권 다 읽으신 분들은 짐작하실 듯. 이 책을 향한 찬사의 말들은 핵심을 좀 비껴나는 것 아닌가. 뭣이 중한디. 한글 제목 <배움의 발견>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읽다가 열받아서 이렇게 썼다. '여자는 인질이다'(책 제목). 딸도 인질이다.
윤지선, 윤김지영 <탈코르셋 선언 : 일상의 혁명>
읽었다. 읽었는데... 또르르... 아마도 다음달에 페이퍼 커밍 순. 그 때 쓸 거니까 지금은 이하 생략.
케이트 쇼팽 <이브가 깨어날 때>
(제목 진짜 구리다.) 용기내어 솔직하게 말할게요. 저 이거 진짜 원제목 안 봤고요(전자책 표지에 영어 잘 안 보여요, 아마도 안 봤을 거예요), 제목이 <이브가 깨어날 때>이고요, 내용 궁금했고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의미(뭐가?)인지 아닌지가 알고 싶었고요, 케이트 쇼팽인 거는 알고 있었고요. 지금은 이것만 쓸게요. 아마도 페이퍼 하나 정도는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그래요. 이 소설은 케이트 쇼팽의 그 유명한 <각성>이었던 겁니다. 더 웃긴 건 뭔지 아세요? 소설 다 읽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는 거지요. 만쉐!
아래는 이번달에 읽고 뭐라도 쓴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