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와 펜을 준비해 두고 책장을 넘긴다.
와! 첫 페이지 첫 추천의 말을 캐슬린 베리가 썼다!
[섹슈얼리티의 매춘화]!!
추천의 말들 만으로도 이 책 잘 샀다는 생각이 든다.
“Sisterhood is powerful, il kills sisters.” 라는 티그레이스 앳킨슨의 말이 절절하게 가슴에 와닿는다.
서문을 읽으니 내가 책을 사고도 펼치지 않은 이유가 보인다. 자세하고 구체적이지는 않아도 이미 이 책의 목차와 설명과 밑줄들을 통해 어떤 내용인지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더 괴로워질 테니까.
서문에 쓰여있는 대로, 회의적인 태도와 열린 마음으로 이 책을 읽도록 하겠다.
책을 다 읽고 옆지기에게 읽힐 수 있을까?
읽힐 수 없다면 밑줄 긋는 부분들이라도 공유해야지.
우리는 역설적이지만 여자가 남자에게 느끼는 유대감은 물론 여자의 여성성과 이성애도 남자가 여자에게 가하는 폭력에 대한 반응이라고 주장한다. 인질범이 원하는 바를 얻으려면 적어도 인질 몇 명은 죽거나 다치게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남자도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즉 여자의 감정적, 가정적, 생식적 서비스를 계속 누리기 위해 여자에게 공포를 심는다. 인질이 인질범에게 살해당하지 않기 위해 인질범을 살살 달래려고 노력하듯, 여자도 남자를 기분 좋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 노력에서 여자의 여성성이 생겨난다. 여성성은 지배 계급, 즉 남자가 기분 좋아하는 행동 조합을 말한다. 여자는 여성성을 통해 자신은 종속적 위치를 받아들인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따라서 여성적인 행동은 생존 전략이다. 인질범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인질처럼 여자는 살아남기 위해서 남자에게 유대감을 느낀다. 여자가 남자와 연결되려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도, 여자의 남자 사랑도 전부 생존 때문이다. 우리는 남자가 다시는 -여자의 기억 속에서조차- 여자를 공포로 밀어 넣지 않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여자의 남자 사랑과 이성애가 스톡홀름 증후군적 생존 법칙에 불과한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여자의 현재 심리를 이런 식으로 설명하는 이론을 사회적 스톡홀름 증후군 Societal Stockholm Syndrome 이론이라 부르려 한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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