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시스 무어 3 - 거울의 집 율리시스 무어 3
율리시스 무어.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 지음, 이현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율리시스 무어의 노트 3권이 번역되었다. 빌리 아르고의 비밀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1,2권처럼 과거로의 여행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권을 합친 것 이상의 재미가 있다. 어린이 판타지도서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은 것은 해리포터 이후로 처음이다. 기다림에 부풀어 읽어서 그런것인지는 몰라도 비밀이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는 순간도 초조했던 책으로 정말 말그래도 후딱 읽어버렸다. 1,2권의 뜸들이기는 3권부터의 흥미진진함의 시작때문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2권에서 릭과 제이슨이 지도를 올리비아 뉴턴에게 안타깝게 뺏기게 되는 것과 동시에 올리비아 뉴턴의 하인 만프레드가 또 하나의 열쇠를 빌리 아르고에서 훔쳐 달아나는 것으로 끝이 났다. 빌리 아르고에 있는 시간의 문이 적힌 지도와 열쇠를 뺐기다니 이거 처음부터 너무 악당이 승리하는 것 아냐라는 내 의심은 3권이 시작되면서 천천히 깨져간다. 난 아이들의 낙관적인 장점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어른처럼 실패에 집착하지 않는다. 실패에 집착할 시간에 실패를 딛고 다시 이겨낼 방법을 찾는다. 이건 아이들이 가진 놀라운 힘이다. 릭과 제인슨, 줄리아는 빼앗긴 지도와 열쇠에 미련을 두기보다는 올리비아 뉴턴이 왜 그 지도와 열쇠를 갖고 싶어하는지 파헤치기 시작했다. 이 세아이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3권의 묘미를 집어보자.

첫째, 정원사 네스터씨의 고백이다. 네스터씨는 빌리 아르고의 주인인 율리시스 무어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드디어 이 책의 숨겨진 작가 율리시스 무어에 대한 설명이 천천히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율리시스 무어는 꾸준히 지금까지 편지를 보내 책을 번역하게 하고 있으며, 벌써 4권의 이야기를 보내 번역에 들어갔다고 한다. 아직은 한겹의 베일만 벗겨진 율리시스 무어, 4권에서 그의 베일이 어디까지 벗겨질지 벌써 궁금해진다.

둘째, 새로인 인물의 등장-천재 발명가 피터 다이달로스, 올리비아 뉴턴에게 진실을 말하다.

피터달로스는 이번 책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이다. 과거에 그는 킬모어 코브를 지도에서 지우는작업을 율리시스 무어와 함께 한 사람이다. 이 말은 그는 시간의 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율리시스 무어와 함께 시간의 문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모으기 시작했으며 킬모어 코브 마을을 지키기 위해 일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거울의 집에 시간의 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그곳을 자신만의 발명품으로 만든다. 그러나 그에게 매력적인 여성 올리비아 뉴턴이 시간의 문을 여는 열쇠를 가지고 등장하고 그는 그녀에게 반해 시간의 문과 킬모어 코브의 비밀을 알려주게 된다. 후에 그녀에게 속은 것을 알게 되지만 이미 늦은일, 그는 자책감으로 자취를 감춘다. 그의 자취를 찾는 일은 올리비아 뉴턴에게도 세 아이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일이 된다. 누가 그를 찾아낼 것인가, 4권을 기다리는 일은 행복하지만 참기 어려운 기다림이 될 것이다.

셋째, 빠른 전개와 속속들이 드러나는 진실.

3권은 분명 1,2권에 비해 아이들이 찾고자 하는 것이 정확하게 나타나있어 독자들이 주인공과 함께 찾는다는 일체감을 느끼게 한다. 빠른 전개와 전편에서 부족하게 느꼈던 묘사들이 밝혀지는 진실 앞에서 생생하게 살아난다. 주인공과 함께 했던 이번 거울의 집 모험의 흥미진진함과 기대감은 4권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3권이 끝나자마자 벌써부터 4권을 기다리는 건 이른건가. 빠른 번역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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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와 나 - 세계 최악의 말썽꾸러기 개와 함께한 삶 그리고 사랑
존 그로건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 가을에는 웃음을 선사하는 책도 만나고 눈물을 선사하는 책도 만났지만 두가지를 동시에 주는 책은 아직 만나지 못했었다. 재밌으면서 눈물을 흘리게 하는 책은 만나기 어려웠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그런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말리를 만나면서 나는 배가 아플만큼 웃었고, 차가운 가을 바람을 따라 눈물을 흘릴 수도 있었다.

말리는 지난날 나와 살았던, 살고있는 강아지를 떠올리게 했다. 이상하게도 내게는 세상 모든 개가 강아지라고 불리운다. 이제 6살이 되는 우리 누렁이를 보고 친구들은 무서워서 뒷걸음질 치지만 내게는 한없이 순하고 귀여운 강아지이다. 어릴 때 부터 강아지와 함께 지내서인지 강아지가 자라 개가 되어도 내 눈에는 어린 시절의 귀여운 모습이 그대로 보여 강아지가 되어버린다. 아마 강아지를 길러본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가 기르는 개는 한없이 강아지로 남아있어 내 곁에 영원히 머무를 거라 믿었던 경험, 하지만 강아지는 사람보다 나이를 빨리 먹고 일찍 죽는 다는 것을 몸으로 경험하면서 울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두번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상실감을 느꼈음에도 우리는 다시 강아지를 기르게 되고 더 사랑하게 된다. 그건 전에 길렀던 강아지가 내게 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 선물이 아닐까한다. 언젠가는 죽는다하더라도 겁내기 보다는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함께 웃어주고 아껴 주는 것이 진정 삶을 즐길 줄 아는 방법이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그 강아지가 죽어도 잊을 수 없도록 이렇게 좋은 선물을 주고 간다.

<말리와 나>는 그로건 부부가 말리를 기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신혼인 그로건 부부, 아내 제인은 남편 존이 사온 화분에 물을 너무 많이 주어서 화분을 물을 뚝뚝 흘리는 흙덩어리로 만들어버리게 되며 자신은 아이를 잘 키우지 못할 것이라는 겁을 갖게 되고 아이를 갖기전에 예비 연습으로 동물을 기르기로 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강아지다. 그들이 발견한 강아지는 말리, 농장에 가서 말리의 엄마의 따뜻한 성품에 반해 말리를 사기로 계약을 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그때 그들의 눈에 나타난 진흙을 잔뜩 뭉친 덩치가 큰 개가 미친듯이 달려온다. 그들은 설마하며 그것이 농장주인이 얼버무린 말리의 아빠가 아니길 바란다. 그러나 그 진흙을 뭉친 에너지가 넘쳐 흡사 미쳐보이기까지 하는 개는 말리의 아빠였다. 말리를 삼주후에 데릴러 가기로 한 존은 말리의 종인 래브라도 리트리버에 대해 공부하며 말리의 좋은 성품을 발견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그의 눈을 잡아두는 글은,

<강아지 성격은 부모를 보면 잘 알 수 있다.새끼는 놀랍도록 많은 행동을 부모로부터 물려받는다.> 

존은 절대적으로 말리가 엄마를 닮길 빌고 빌며 말리를 데리고 왔다. 그러나 인생이 바란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말리는 다른 어떤 개들보다 에너지가 넘쳤다. 에너지가 넘쳤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말리는 아마  하루에도 에너지가 몇번이나 충전이 되는 듯했고 그 에너지를 산책을 시키는 주인을 끌고 다니거나, 집에 물건을 수시로 부수거나, 주인에겐 힘겨운 레슬링을 장난으로 알며 에너지를 방출한다.  말리가 가장 많이 하는 표현은, '우와!!이렇게 신나는 일이 너무 많아요. 우리 한번만 더 해요.'였을 것이다. 말리는 분명 아빠를 닮은 게 확인되었다. 말리가 아빠를 닮았다하더라도 말리는 이미 그로건 부부의 가족이었다.  그로건 부부는 말리가 말썽꾸러기인 것을 알았지만 그런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말리에게 존과 제인은 푹 빠져있었다. 말리는 다른 개들보다 사람을 보면 흥분을 잘하고 반갑게 인사하기 위해 온 몸을 내던지는 것 뿐이었다. 물론 그 몸이 45kg이 넘는게 가끔 문제가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말리를 보며 떠오르는 건 하나다. 말리는 사는게 즐겁다, 라는 것. 말리는 즉각 반응한다. 혼이 나더라도 그 순간이 지나면 잊었고 어제 놀았던 사실을 잊은듯 오늘이 처음 노는 날인 것처럼 놀았다. 그렇게 열정을 쏟아서 놀았다. 밥을 먹는 것도, 매번 주인과 노는 시간도, 산책하는 시간도, 풀장에서 수영을 하는 시간도 말리에게는 놀이였다. 말리처럼 순간을 즐길 수 있다면 내 삶도 얼마나 열정이 넘칠 것인가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말리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적어도 5분에 한번씩은 웃음을 터트렸으며 10분에 한번씩은 배를 부여잡아야했다. 말리와 함께 하는 삶은 웃음 그 자체였다. 존과 제인도 그것을 알았고 그들은 말리를 사랑했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멈춰서 버릴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항상 날뛰는 말리가 어깨를 제니 다리 사이에 끼고는 큼직하고 뭉툭한 머리를 제니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꼬리는 축 늘어져 있었는데 이 꼬리가 우리 두 사람 중 하나 아니면 무엇인가를 치지 않는 모습을 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눈을 제니 쪽으로 향한 말리는 작은 소리로 낑낑대고 있었다. 제니는 말리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더니 갑자기 얼굴을 말리 목의 두툼한 털가죽에 파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창자를 끊어내듯 격렬하고 멈출 수 없는 흐느낌이었다.>

말리가 말썽만 피우는 데 소질 있었다면 이 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말리는 주인을 사랑했다. 제인이 아이를 잃고 돌아온 날 말리는 평소와 다르게 제인에게 뛰어들지 않고 제인의 기분을 감지하고 그녀를 위로하던 말리의 모습은 내 기억 속의 남을 것이다. 강아지들은 신기하게도 주인의 기분을 안다.  우울한 기분으로 우리집 누렁이에게 가면 누렁이는 보통 때와는 다르게 내게 달려들지 않고 내가 자신의 등을 쓰다듬게 가만히 엎드려 주었다. 그 지루한 시간을, 내가 마음을 달랠 때까지 누렁이는 잠을 자지도 않고 그 시간을 견뎌주었다. 이런 때 생각하게 된다. 개는 사람의 친구가 아니라 가족이라고. 가족은 말하지 않아도 신기하게도 서로의 기분을 눈치챌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개를(강아지를) 식구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끊을 수 없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 개처럼 멍청한 개에게서도 사람은 많은것을 배울수 있다.
말리는 매일 매일을 끝없는 즐거움으로 채우는 것도 가르쳐주었고, 순간을 즐기는 것도 가르쳐 주었으며,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것도 가르쳐주었다.
또한 일상의 단순한 즐거움도 느낄수 있게 해주었다.
숲속의 산책, 첫눈 오는 날,희미한 겨울 햇빛 속의 낮잠. 나이가 들고 쇠약해지는 과정에서 말리는 어려움 앞에서도 낙관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무엇보다도 말리는 우정과 헌신, 변함없는 충성심을 가르쳐주었다.>

말리의 만나면서 신나게 웃게 되었지만 다음 페이지로 손을 넘길 때면 설마 말리가 죽는 이야기가 나올까 겁이나기도 했다. 개는 사람만큼 살 수 없다는 것, 그것을 알면서도 슬픔은 매번 더 크게 다가온다. 말리도 늙어갔다. 신기한 것은 말리는 늙어가면서도 말썽꾸러기라는 성격은 절대 변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게 말리의 매력이고 사랑스런 점이었다. 책을 덮으면서  말리가 나에게 왜 자신이 이야기를 읽는동안 다른 것을 생각하느라 순간의 즐거움을 잃냐는 이해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 것을 보았다. 미안, 말리 나는 너보다 삶을 사는 방법이 서툰가봐.

개는 사람의 수십년의 세월을 단축해서 살게 된다. 그렇기에 그들은 삶을 제대로 사는 방법을 사람보다 더 잘 아는 것 아닐까? 삶을 값지게 사는 것은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 것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개들은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을 아닐까한다. 순간의 즐거움을 잃지 말라! 말리를 통해 이 말을 가슴에 새기게 되었다. 더 많이 사랑하고, 사랑하면 표현하고, 즐거우면 웃고, 곁에 있는 사람이 슬퍼하면 함께 슬퍼해주고, 기뻐하면 같이 기뻐해주고 말리는 살아있는 동안 그로건 가족에게 넘치는 사랑을 주었고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그것은 멈출 수 없는 사랑의 샘물 같은 것이다.

그로건 부부가 말리를 잃고 나서 다른 개를 기른 것을 보며, 미소 짓게 되었다.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주는 것, 그건 말리가 알려준 첫번째 삶을 사랑하는 방법이었다.

<말리가 어떤 식으로든 삶의 모범이 된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발코니서 맥주를 홀짝거리며 생각해보니 녀석이 ‘잘 사는 것’의 비결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멈추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며, 마치 사춘기 소년 같은 활력, 용기, 호기심, 장난기로 가득 찬 하루하루를 보내라. 스스로 젊다고 생각하기만 하면 달력이 몇 장이 넘어가건 젊은 것이다. 괜찮은 인생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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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4분의 1
오사키 요시오 지음, 우은명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읽을 책을 고를 때 계절의 영향을 받는 편이다.  겨울에는 따뜻한 방에 누워 태백산맥같은 장편소설이 제맛이 나고 봄에는 가네시로 가즈키처럼 통통 튀는 책에 손이 가고 여름에는 아무래도 간담을 서늘하게 하거나 손끝에 땀을 나게 하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가을에는 눈물 한 방울 흘릴만한 연애소설을 찾게 된다. 누군가의 입소문으로 듣는 책도 좋고 좋아하는 작가의 책도 좋지만 제목이나 표지가 맘에 들어 손에 들었는데 그것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면 고민할 일도 없이 그 책을 고르게 된다. 이 가을과 잘 어울리는 책을 만났다. 그것도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다. 거기에 연애소설이다. 연애소설이라는 통속적인 말로 이 책을 설명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이상의 것이 이 책에 담겨있다.

 

오사키 요시오를 만난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석달남짓이란 시간이 이 작가를 알게 된 시간이다. 그의 책과 인사를 한 건 이 책을 포함하여 세번이다. <파일럿 피쉬>와 <아디안텀 블루>가 이 책보다 먼저 인사를 건넨 책이다. 따스한 인사였다. 그의 책은 단 세권을 만났지만 첫인사를 나누었던 <파일럿 피쉬>는 손때로 흔적이 남을만큼 여러번 읽어보았다. 첫인상을 기억에서 지울 수 없어 잠이 들 때면, 차를 마실 때면 그의 책이 떠올라 가방 한 편에 그의 책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여름 내내 내 가방이 제 집인양 살았던 파일럿 피쉬는 이제 <9월의 4분의 1>이란 책에게 자리를 양보해주어야 할 것 같다.

 

<9월의 4분의 1>은 요시오의 첫 단편집이라고 한다. 단편집인지도 모르고 책을 읽던 나는 책의 첫 이야기인 '보상받지 못한 엘리시오를 위해 '가 끝나고 다른 제목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주인공을 확인하며 그제서야 책이 단편집인 줄 알았다. 첫 이야기는 뒤에 이야기가 더 많이 펼쳐지리란 기대에 생각을 접고 책장을 넘겼는데 그 이야기가 끝이었다는 생각에 책을 덮고 커피 한잔을 마셔야했다. 책의 내용들이, 주인공이 타고는 했던 열차를, 체스판을, 미술관을 머리로 쫓았다. 차가운 가을 바람을 커피로 녹이며 요시오의 책은 내 손에 있는 커피의 온도만큼 따뜻한 책이라는 생각을 한다.

 

책은 네가지의 단편으로 되어있다. 네 가지 이야기의 공통점은 오래전에 읽었던 책에 꽂아두었던 마른 낙엽을 만난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그 낙엽에는 분명 그 낙엽을 줍고 책에 놓아두었던 그 해의 가을이 들어있다. 낙엽에 스며든 그 시간들은 잊고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손을 댄 책에서 발견했을 때 바로 어제였던 것처럼 생생하게 그 시간을 기억나게 한다. 그리고 그 시절의 상처를 바라보게 된다. 그 시절에는 어찌할 수 없을 만큼 아프고 힘들어서 덮어버린 기억이 시간이 흐른 후에 매마른 낙엽처럼 아픔은 얇아지고 기억의 줄기들은 더욱 선명해진다. 마른 잎의 줄기들이 더욱 선명해지듯.

 

선명해진 기억은 그 시절의 나를 바라보게 하고, 내가 놓친 것 혹은 내가 외면했던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준다. 그 조각을 맞추는 것은 나의 몫이다. 요시오작가는 독자에게 매번 이렇게 퍼즐 한판을 준다. 나를 이루는 기억들을 맞추는 퍼즐을 선물한다. 기억의 조각들을 불러내는 것은 요시오의 몫이었지만 퍼즐을 맞추는 것은 나의 몫이다. 그 퍼즐을 맞춤으로써 나는 온전한 기억을 갖게 된다. 하지만 퍼즐을 맞추기 위해서는 아픔이나 상실감등을 다시금 떠올려야하는 용기를 내야한다. 아직은 상처를 들쳐낼,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상실감을 떠올릴 용기가 없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책을 읽다보면 나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위로해주는 손길이 있다. 이것이 오사키 요시오란 작가의 마법이 아닐까?! 그 손길만 있으면 아프더라도, 힘들더라도 내 기억의 퍼즐을 완성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네가지 이야기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하늘을 올려다보게 만든 것은 세번째 이야기 <슬퍼서 날개도 없어서>이다. 주인공이 사랑했던 마미의 노래가 내 귀에도 울리는 것 같았다. 읽는내내, 읽고 난 후 지미 페이지의 노래를 들어야했다. 세번째 이야기를 읽을 때 나도 모르게 마미처럼 "우--왕"하고 소리를 질러보았다. 과거에 죽어간 공룡을 위해, 저항없이 사라지고 만 것들을 위해, 내 안에서 사라져 갔을지도 모를 기억들을 위해, 열정을 위해 소리를 질렀다. 울음만이 사람을 치료하는게 아니라는 것, 소리내어 말하는 것도, 노래를 부르는 것도 치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마미를 통해배웠다.

 

체스와 장기 그리고 노래와 글쓰기 이 네가지는 각각의 단편들에서 주인공들의 삶에 대한 애착으로 나타난다. 이것으로 인해 삶의 의미를 갖기도 하지만 이것으로 인해 고통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것을 포기하기 보다는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았다. 그 속에서 삶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위에서 사랑을 한다. 물러나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것. 스스로는 도망친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쫓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꿈을 향해, 사랑을 향해서 그들은 달리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달리기 위해서는 앞만 보고 달려서는 안된다. 과거를 돌아보며 달렸던 기억을 떠올리고, 주위를 둘러보며 타인은 어떻게 달리고 있는지 살펴보기도 해야하고, 앞으로 달릴 길을 잊지 말아야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혼자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했던, 사랑받았던 이들의 추억과 함께 달리고 있음을 잊으면 안된다.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도 그들은 어디선가 분명히 내게 영향을 주고 있음을 잊으면 안된다.

 

가끔 책의 구절만 보고 책을 구입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아마 오사키 요시오의 책도 그럴 경우가 많을거라 생각한다. 내가 오사키 요시오의 문체에 반한 것이 이유일지도 모르지만 그의 책에서 좋은 구절을 옮겨적을 때면 노트는 몇 페이가 넘어간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문장들을 만날 때면 가슴이 울린다. 의미가 없는 글자들이 그의 손에 들어가면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아름다운 보석이 된다. 책 속에 들어있는 네가지 이야기들은 다음에 읽을 독자를 위해 좋은 구절들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마쳐야겠다.

 

 

-보상받지 못한 엘리시오를 위해

 

<나는 지금까지보다도 훨씬 선명하게 네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을지 느낄 수 있다. 온몸으로 너의 존재를 느끼고 있어. 이 세상 끝 어딘가의 미술관에서 말 못하는 청동상 옆 잔디에 누워, 너는 하늘의 별을 향해서 우주의 확장이 멈추길 기도하고, 그리고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테지?

퀸이 오로지 킹을 지키듯이, 어쩌면 나는 지금의 너를 지킬 수 있는 단 하나의 말일지도 몰라. 그리고 퀸이 모든 것을 걸고 그렇게 하듯 나도 전력을 다해 너를 찾아내서 구해내겠다. 그것이 만약 의미업는 그저 하나의 구덩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지금 내가 파야만하는 구덩이다.>  p.59~60

 

-켄싱턴에 바치는 꽃다발

 

<우리들은 분명 그저 지식으로써 명왕성의 존재를 알고 있는 거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을 본 적도 없으며, 또 앞으로도 눈으로 직접 확인할 날은 오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걸 '존재'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러나'라고 나는 다시 생각한다.

나 자신에게 있어서 분명히 존재하지 않았을 요시다 소하치는 '그러나'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었고, 죽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 지금까지 없었던 작지만 밝은 빛을 뿌려주고 있지 않은가 하고 말이다.

존재의 불확실함을 상징하고 있는 듯한 명왕성과 마찬가지로 보지도 만나지도 못했지만, 소하치는 나의 요 10년 간의 존재이유를 설명해주고, 크나큰 용기마저 주고 있다. 내 마음의 어딘가를 선회하는 작고 과묵한 별이 되어서>     p.111-112

 

-슬퍼서 날개도 없어서

 

<"우--왕--." (중략) 그것은 내가 들어왔던 어떤 노래보다도 슬픈 외침이었다. 마미는 사랑하는 것을 지키지도 못하고 그저 사라져가야만 했던 공룡들의 우울함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일까?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져 몸이 굳어가는 괴로움을 견디며, 이윽고 대지 위에 쓰러져 발버둥치는 고통, 그리고 죽음 직전에 토하는 분노와 슬픔의 외침.(중략)

나는 차가운 방바닥 위에 지친 몸을 누이고, 선잠 속에서 마미의 외침을 떠올리며 반복해서, 반복해서 이렇게 생각했다. 그것이야말로 로큰롤이다, 라고.> p.138~139

 

 

-9월의 4분의 1

 

<어떤 의미에서는, 그 순간 내가 느낀 것을 실존주의적인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에는 목적도, 용도도, 물론 설계도도 없었다. 그저 정신을 차리자 사랑의 감정만이 턱하니 존재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지우기 위해 만들어진 지우개가 아닌 것처럼. 무언가 목적을 가진 사랑이 아니었다. 단지 막연하면서도 돌연한, 그러나 확실히 실존하고 있는 것이다.>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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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오히라 미쓰요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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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예전에 가르치던 학생이 이 책을 참 좋아했었다. 그 당시에는 이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었다. 이 책을 좋아하던 아이는 남자아이였다. 남자아이여도 여성적인 행동과 말투, 얼굴 생김새가 참 이뻤던 그 아이는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해도, 학원 동생들이 기분 나쁜 우스개 소리를 해도 더 크게 웃으며 상황을 밝게 만들려고 애쓰던 착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마음이 아름다운 아이이다. 그 아이를 가르치는 것을 그만둔 후 힘든 일이 있을 때면 갑작스레 그 아이의 밝은 웃음소리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같이 웃음 짓게 되었는데 그 때 이 책이 생각났다. 그 아이에게 이 책은 무엇을 주었을까라는 생각으로 읽어내려갔다. 그 아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책은 오히라 미쓰요란 여성의 자전 소설이다.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책에 들어있다. 키가 160도 안되는 작은 체구의 여성이 겪었다고는 믿지 못할 일이 그녀의 인생에 들어있다.1965년 10월 18일 생으로 중학교 1학년 때 전학간 학교에서 그 반의 짱(?)을 무시했다는 잘 기억나지도 않는 일로 당한 왕따를 견디지 못하고, 중학교 2학년 때 할복자살을 기도했지만 실패하게 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했다. 그 후 중학교 3학년 때 믿었던 친구들에게 또 한번 배신을 당하고 그후 자포자기 심정으로 비행을 일삼는다. 열여섯 살 어린 나이에 야쿠자 보스와 결혼하고 조직원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등에 문신을 새긴다. 이혼하면서 6년 동안 몸담았던 야쿠자 세계를 떠나 호스티스로 전전하며 살다가 삶에서 중요함을 가르쳐주신 아버지의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 분의 관심으로 삶을 다시 한번 제대로 살아보기로 결심한다. 그 이후 한자도 제대로 못 읽는 실력으로 공부에 매진하여 공인중개사, 사법서사 자격 시험에 연달아 합격하고, 마침내 스물아홉 살에  사법고시에 합격한다.

 

이것이 그녀의 약력이다. 이 약력만으로 그녀의 인생의 파란만장을 넘어선 삶임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손으로 배를 가르면서 중학생의 가녀린 그녀는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는 삶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어른이 많다. 나이가 적건 많건 각자의 나이에는 견디기 힘든 일이 한가지씩은 꼭 생긴다. 그것을 나는 가끔 어른이라는 이유로 시간이 지나가면 해결해줄거라고 말하며 내게 고민을 털어놓는 아이들을 위로하고는 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위로가 아니었다. 그 아이들의 상처를 함께 느껴주고 그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과 혼날 일은 따끔히 혼내주는 것을 아이들은 원했던 것이다. 나는 아이들의 문제를 멀리서 바라보며 방관하는 역할만 맡은 것이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어른의 역할을 한 것이다.

 

미쓰요란 여성이 아버지의 친구에게 마음을 열었던 것은 그 분께서 그녀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잘못된 것은 혼내주고 격려할 것은 격려하고, 그 중 그녀의 마음을 울린 것은 아마 그 분께서 그녀를 믿는다는 그 말 때문이지 않았을까. 누군가가 자신을 믿어준다는 건 얼마나 큰 선물인가. 부모를 발로 차고 돈을 빼았으면서도 그녀는 속으로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 부모에게 제발 자신을 멈춰달라고, 나를 혼내달라고, 내가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부모는 딸 아이가 상처를 받은 것이 자신들의 탓인 것만 같아 때리지도 혼내지도 못하고 그저 딸이 발로 차도 돈을 훔쳐가도 묵묵히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딸의 상처를 감싸주지 못한 일을 그것으로 속죄라도 하는 것처럼. 미쓰요가 마음을 다잡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을 때 부모님은 울면서 그녀를 받아주었다. 미쓰요는 몰랐지만 언제나 뒤에서 항상 그녀를 기다려주신 분들이 있었던 것이다. 잠도 잘 자지 못하고, 밥도 잘 먹지 못하면서 그녀를 기다린 부모님이 계셨다. 미쓰요가 다시 설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친구분의 진심과 부모님의 사랑이 아니였을까한다.

 

이 책을 좋아하던 아이는 그녀가 좋다고 했다. 힘들어도 나쁜 길로 빠져들었지만 결국 이겨내고 성공을 쟁취한 그녀가 좋다고 했다. 그 아이는 그녀가 변호사로 활동해서 돈을 많이 벌어 좋은 것이 아니라 그녀와 같은 시절을 보냈던 비행청소년을 돕는 것이 좋았다고 한다. 자신도 그래보고 싶다고 했다. 힘들어도 꿋꿋하게 견디며 선생님이 되어서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여성적인 성향이 많다는 것은 그 아이의 강점이자 단점이라고 아이는 스스로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말투나 행동을 일부러 바꿀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친구와 가족이 있고 남보다 섬세해서 분명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잘 챙길 수 있을거라고 그 큰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나는 그럴 수 있을거라고 말한다. 분명 그럴 수 있을거라고 말하며 그 아이에게 믿는다고 말했다.

 

그 아이는 힘든 일이 생길 때면 분명 미쓰요를 떠올리며 생각할 것이다. 그녀에 비하면 이런 어려움이나 슬픔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겨낼 것이다. 나도 힘든 일이 생기면 미쓰요와 그 아이를 생각하며 이겨내게 될 날이 있을 것이다.

 

변호사가 되어서도 자신의 과거를 고스란히 품고 살겠다는 의지로 등에 문신을 지우지 않은 그녀에게 멀리서나마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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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숲에 남산제비꽃이 피었어요 아이세움 자연학교 2
김순한 지음, 백은희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남산숲에 남산제비꽃이 피었어요>란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책 한권에 자연이 살아 숨쉴 수도 있구나였다. 아이세움에서  자연학교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책은 말 그대로 자연을 가르쳐 준다.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닌 아이와 함께 자연을 알아가게 해준다. 어른은 다 알고 있는 지식을 아이에게 가르쳐 주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아이를 어른의 눈높이에 맞춰서 보는 것은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함께 배워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만들어진 책이다. 사진과 그림들이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해주고 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 조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들에게 자연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해본다.

 

시골에서 자란 내게 자연은 살아 숨쉬는 친구였다. 자연과 함께 놀면 지루하지도 않았으며 낮에는 낮대로 밤이면 밤대로 자연은 변화하며 나와 놀아주었다. 자라나면서 언제부터인가 흙을 밟는 시간보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길을 걷는 시간이 많아졌다. 도시로 나가 살면서는 흙을 밟는 일이 하루에 한시간도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흙은 이제 고향에 내려가거나 아이들과 놀이터에 가거나 아니면 따로 시간을 내어 도시를 벗어난 교외로 나가야 만질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내가 어릴 때 보았던 식물들과 곤충, 동물들을 교과서나 책에서 보면서 이런 것을 보았냐고 물으며 내가 그렇다고 설명을 해주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자신들도 보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다. 자연과 함께인 곳에 가더라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지, 무얼 알려줘야 하는지 고민에 빠져야했다. 불과 15년 전만해도 나는 자연을 일부러 가야 만나야 하는 존재가 될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도시에서 자연은 일부러 시간을 내고 공부를 해야 만날 수 있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공부를 할거라면 조금 더 아이들에게 자연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 조건에 이 책은 아주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과 조카들을 데리고 하늘공원에 가는 약속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되도록 빨리 아이들과 약속을 하고 자연의 행복을, 자연의 신비를 알려주고 싶다고 흥분에 들떴다.

 

아이들에게 흙을 밟는 행복과 자연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서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것을 어릴 때부터 마음 속에 심어주는 일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이 아이들이 자라서 자연을 지키게 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자연에 대해 알려주어야 한다는 의무를 어른들이 가진 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만이 아닌 나역시 자연의 소중함을 그동안 잊고 살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뜨끔했다. 주위를 둘러보고 자연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된 책이다. 아이와 부모를 둘 다 배려한 책으로 이런 책이 계속 나와주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아이를 둔 부모님께 권하고  싶은 이 책에는 내가 반하게 된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한 곳에 다 모여있어요.

-책은 한 장소를 정해서 그곳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들, 살아 숨쉬는 동물들, 식물들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이 책 한권만 들고 남산에 간다면 남산의 생태와 동식물에 대해 아이와 찾아보고 만져보고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여러가지를 보여주기 위해 많은 장소를 다녀야했다. 동물들은 동물원, 식물들은 식물원에 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책은 한 장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식물들을 자세히 설명해주어서 그 장소에서 하루를 모두 보낸다고 해도 지루하지 않을 이야기가 들어있어 활용하기에 아주 좋다.

 

둘째,  사진과 그림이 자세하게 나와있어요.

-아이들은 글보다 사진이나 그림에 호기심을 보인다.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이라고 해도 실제로 존재하는 동식물들을 보지 않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책에는 사진과 그림 거기에 설명까지 풍부해서 아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자연 자습서이다. 조카가 사진에 대해 물으면 내가 그 옆에 있는 설명을 조카에게 이야기 해주는 방식으로 책을 읽었는데 6세의 조카도 흥미를 보이며 좋아하였다. 특히나 조카는 마지막에 있는 남산에 사는 나무들 사진을 오려놓고 이름을 맞추는 놀이를 좋아하였다.

 

셋째, 책 한권이면 부모와 아이의 즐거운 체험학습

-책은 아이만 배려한 것이 아니다. 부모도 배려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나서 아이가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이해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간다한 질문지도 있고 아이와 함께 남산에 간다면 부모와 함께 해볼 놀이도 나와있다. 나무와 대화하기라던가, 나무 아기를 찾아보는 일을 부모와 함께 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또한 남산에서 실행하고 있는 아이와 함께하는 프로그램들도 수록해놔서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욱 뜻깊게 쓰게 해주고 있다. 내가 가장 놀란 부분은 남산에 다녀와서 아이가 기록해보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갔다와서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는다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잊혀질 추억으로 끝나겠지만 책은 그런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써서 아이의 독후활동까지 배려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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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0-04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게나마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리뷰를 참 꼼꼼하고 알차게 쓰셨네요. 아이와 함께 한 활동과 느낌이 생생하여 도움이 됩니다. 반갑습니다.^^

씩씩하니 2006-10-1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요,,,멋진 리뷰를 올려주시고 이렇게 행운을 누리시니..
많이 많이 늦은 축하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