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하늘말나리야 - 아동용,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1
이금이 글, 송진헌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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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예뻐보였다. 하늘말나리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예쁜 이름을 가진걸까 생각했다. 하늘말나리가 무엇인지, 어떻게 저런 이름을 가졌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다. 이때까지도 나는 하늘말나리라는 것이 꽃의 이름인지 몰랐었다.

 

책은 가정에 아픔이 있는 세아이의 마음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배경은 월전리라는 작은 시골마을이다. 월전리라는 이름보다는 달밭으로 많이 불리는 곳, 보름달이 뜨면 환하게 마을을 쓰다듬어일꺼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책은 지명이나 이름들이 예쁘다. 주인공 미르란 이름도 용이라는 우리말이다. 미르의 할머니는 미르가 태어났을 때 여자아이라서 실망했지만 아빠는 미르라는 멋진 이름을 지어주었다.

 

책의 주인공은 세명의 아이들이다. 아빠와의 이혼으로 엄마와 시골에서 살게된 미르, 어릴 때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재혼으로 다른 곳으로 떠나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소희, 8살때 엄마가 하늘로 간 이후 말을 하지 않는 선택적 함구증을 가진 바우까지 3명의 아이들은 달밭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이들을 가르켜 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세 아이들은 꽃을 닮았다. 각가 닮은 꽃은 다르지만 신기하게도 공통되게 닮은 꽃이 있기도 하다.

 

#엉겅퀴꽃 -미르

 

도시에 살다가 부모님의 이혼으로 시골에 내려와 엄마와 살게된 미르는 화가 잔뜩나있다.

시골에서 살게 된 것이 화가 난 진짜 이유는 아니다. 미르가 진짜 화가 난 것은 부모님이 자신에게는 상의도 없이 이혼을 한 것 때문이다. 어리다고 자신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마음대로 정한 것이 미르는 너무 속이 상한다. 그런 까닭으로 미르는 달밭에 와서 내내 툴툴댄다.

 

친구들과도 잘 지내지 못하고 엄마의 말에는 짜증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르의 이런 모습은 가시가 돋은 엉겅퀴꽃을 연상시킨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시가 있어 다가서기 힘든 꽃 같지만 가시를 만져보면 그 보드라움에 놀라게 된다. 미르는 그런 아이이다. 속에 예쁘고 따뜻한 마음을 가슴에 품은 아이가 미르이다. 보드라운 가시로 둘러싸인 미르 안에 따뜻한 마음을  달밭에 사는 바우와 소희도 알고 있다. 그건 바우와 소희의 가슴 안에도 미르처럼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제비꽃-소희.

 

소희는 아빠가 죽고 엄마가 재혼을 해서 떠나자 할머니와 단둘이 달밭에 사는 아이이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마음 씀씀이가 따뜻한 소희는 달밭 어른들께도 학교에서도 성실하고 밝은 아이로 통한다. 소희는 가슴 속에 있는 상처를 꽁꽁 숨겨두고 밝게 웃는 아이이다. 가슴 속의 상처를 조개라고 부르는 소희, 언젠가는 진주가 될거라며 그 상처를 고스란히 감싸안고 있다.

 

소희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제비꽃이다. 왜냐하면 겨울을 이겨내고 가장 먼저 피는 꽃이 제비꽃이기 때문이다. 겨울내내 추위를 견디는 모습이 소희가 부모 없는 아픔을 견디는 모습과 같아 소희가 제비꽃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마음이 아파왔다. 겨울을 굳건히 견뎌내고 꽃을 피우는 제비꽃처럼 소희도 작가라는 꿈의 꽃을 피울 것이다.

 

 

*상사화-바우.

바우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로는 말을 하지 않는다. 6년동안 말을 하지않고 지내는 바우, 미르는 그런 바우가 벙어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바우는 말을 일부러 하지 않는 것이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빼면 바우는 착한 아이이다. 학교에서도 만들기와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로 통하는 바우. 그런 바우를 볼 때면 바우 아버지는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바욱 말을 하지 않게 된 것은 아빠가 자신이 말을 할 때 엄마 잃은 슬픔에 바우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거란 슬픔에 바우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빠를 미워하지는 않는다. 다만 아빠가 들을 수 있길 바라며 마음 속으로 이야기 한다.

마음 속에 살고 있는 엄마와도 바우는 많은 대화를 한다.

바우네 가족은 상사화를 닮았다. 상사화는 입이 먼저 지고 나서 꽃이 핀다. 그렇기에 입과 꽃은 서로를 바라볼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입과 꽃이 상사화를 이루는 것은 변함이 없다. 엄마가 죽었어도 바우네가 한 가족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상사화를 가슴에 품은 바우는 엄마의 상실감을 소희와 미르의 존재로 치료한다.


*너희들 모두 하늘말나리야.


미르와 바우, 소희를 보면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꽃이 바로 하늘말나리이다. 하늘말나리는 다른 꽃이 땅을 보고 피는 것에 비해 하늘을 보고 핀다고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슴에 품고 하늘을 보고 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하늘말나리. 미르, 바우, 소희는 하늘 말나리를 닮았다. 마음의 아픈 상처에도 땅만 보고 울고만 있지 않는다. 상처를 견디어 내고 하늘을 향해 웃을 줄 아는 아이들이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것을 배운 세 아이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힘이 되는 지 알게 되었다.

 

 

 

*마치면서

 

아이들은 상처받지 않을거란 생각에 어른은 아이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주고는 한다. 아이들에게도 생각이 있고 상처받을 마음이 있는데도 어른의 상처에는 비할바가 못된다고 생각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상처받는다. 겉으로 우는 아이도 있지만 속으로 우는 아이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아줘야 한다. 상처 받는 것은 어른이나 아이나 같다.

 

이 책은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참 좋은 책이다.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배울 수도 있고 아이들에게 친구의 소중함을,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성장동화는 언제봐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좋은 구절

-행복이란 내가 가진 욕심이나 자리를 최소한으로 줄여 가야 얻는 것인가 보다.
아무런 욕심도 바람도 없다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나 처지에서도 행복할 수 있을 텐데....... 신은 어떤 것도 그냥 주거나 가져가지는 않는 것 같다.
다만 사람들이 그걸 깨닫지 못할 뿐이지.

 

-"엄마, 내 생각이 짧았어요. 우리 가족은 상사화의 꽃과 잎 같아요.
서로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상사화의 꽃과 잎이 한몸인 것처럼
비록 만나지 못하고 살아도 우리는 한 가족이에요."

 

-하늘말나리
진홍빛 하늘말나리는 꽃뿐만 아니라 수레바퀴처럼 빙 둘러 난 잎도 참 예뻐요.
다른 나리꽃은 땅을 보고 피는데하늘말나리는 하늘을 향해 피어요.
마치 무언가 간절히 소원을 비는 것 같아요.

 

-한자리에 서서 오백년 세월을 거치는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겪었을까.
미르는 가지에 박줄을 동여매고 서있는 느티나무를 보자 지금
자신이 겪고있는 일들이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나는 내 마음을 조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 마음 속에 진주를 키우기로 했다. 사실 나는 진짜 진주를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인어공주의 금관에 장식하는 아름다운 보석이라고 상상하기로 했다. 아름다운 진주를 마음 속에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부자가 된 것처럼 여겨졌다. 나는 이제 어떤 상처도 겁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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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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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에 한 남자가 줄에 매달려 있다. 책 제목이 공중그네인만큼 저 남자가 타는 것이 공중그네인건가라고 생각하지만 저 남자 아무리봐도 배가 너무 나왔다. 서커스에서 공중그네 타는 사람들에 비해 너무한거 아냐? 라는 생각을 하다가 웃음이 피식하고 나온다. 웃음이 피식하고 나온 건 시작에 불과했다.

 

사람들이 그랬다. 이 책, 대단하다고.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는 웃음 제조기라고 말했던 것을 잊고만 것이 실수였다. 도서관에서 읽기 시작한 책은 책을 편지 10분도 되지 않아 도서관 구석에서 혼자 큭큭큭 웃게 만들었고 20분이 넘어서는 배를 움켜쥐게 만들었고 30분이 넘어서자 사람들의 눈초리에 책을 들고 꺼이꺼이 웃으며 도서관을 나와야했다.

 

도서관에서 나와 벤치에 앉아 가을바람과 다시 읽기 시작한 책은 배가 얼마나 땡길수 있는지, 사람이 얼마나 쳐다보는 이의 시선을 무시하고 혼자서 웃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었다. 가을 하늘 위로 내 웃음이 퍼져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웃어본 것이 얼마만인가. 책에서 나를 배꼽잡고 웃게 만들 사람은 가즈키 소설의 야마시타만이 가능할거라 믿었는데 야마시타에게는 미안하지만 1위의 자리를 공중그네의 이라부에게 넘겨주어야할 것 같다. 아마도 이라부가 1위 자리를 내놓을려면 꽤나 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라부~~나이 몇살? 다섯살!!!!

 

이라부는 정신과의사이다. 정신과의사란 환자의 심리적인 문제를 상담으로 도와주는 역할이다. 그런 이라부에게 다섯명의 환자들이 찾아온다. 그들이 이라부를 첫 만나고 나서 든 생각은 모두 같다. 이라부는 다섯살박이 아이와 같다는 거. 이라부는 다섯살 아이의 성격은 모두 가졌다.

 

하나, 무조건 조르고 본다.

 

-다섯살 아이가 엄마가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다고 길바닥에 주저 앉아 떼를 쓰는 모습을 자주 볼 수있다. 그 아이가 다 자라서 몸무게가 100킬로그램이 넘는다고 생각해보자. 그 몸으로 되지도 않는 애교로 말꼬리에 "~~용."을 붙이며 무언가를 해달라고 무조건 조른다면 당신, 당해낼 제간이 있겠는가!!! 그것이 이라부의 힘이다. 다섯살아이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라부는 천성적으로 마음상태가 다섯살이다. 그렇기에 환자들은 이라부 앞에오면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의 마음을 열게된다.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은 자존심을 버려야 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다섯살어린이에게 무슨 자존심을 세우겠는가? 이라부는 환자를 편하게 하며 안심시켜주기에(물론 당황시키며 편하게 해서 문제긴 하다.) 환자들은 이라부에 대해 의사가 맞는지 의구심을 품지만 발걸음은 이라부의 병원으로 저절로 향하게된다.(이것이 솔직히 마유미짱의 주사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둘, 안되면 어때용, 일단 해보고 보는 거죵. 즐겨 즐겨용~

 

-이라부는 환자들의 마음에 생긴 이 욕구불만에서 오는 것을 알고 있다.(사실은 정말 알고있는지 의심이 되기도 한다.) 예전에 할머니가 그러셨다. 어린이는 어른들이 꽁꽁 숨겨놓은 것을 본다고. 그 말이 맞다면 이라부는 환자들의 문제를 보물찾기 하듯이 잘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환자의 고민이 무엇인지 보물찾기를 하기로 결정한 이라부는 보물찾기의 길이 얼마나 힘들든 상관없이 하고 본다. 그것이 환자의 장인어른이자 자신의 스승의 가발을 벗기는 것이든, 환자와 함께‘곤노우 신사 앞(金王神社前)’이‘불알(金玉) 신사 앞'으로 바꾸자고 환자를 졸라 장난을 치는 것이 이라부다. 이라부의 이런 치료는 놀랍게도 효과적이다. 가슴 속에 무언가를 담아두지 않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고,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물론 환자들에게 하듯이 이라부 자신도 막무가내로 하고 본다. 자신의 글 실력은 상관도 없이 출판사에 가서 무조건 글을 써달라고 떼를 쓰는 것은 이라부에게는 별거 아닌 일이다.

 

공중그네를 타려면 몸은 아무 문제없다. 요는 마음을 비우는 것.

 

책의 제목은 공중그네이다. 공중그네를 타지 못하는 환자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두번째에 나온다. 매번 공중그네에 성공하던 고헤이가 책임감과 두려움에 공중그네를 계속 해서 탈락하게 된다. 이 공중그네에서 가장 많이 웃었다. 왜냐하면 100킬로그램이 넘는 이라부가 공중그네를 탔기때문이다. 얼굴도 그정도면 두꺼울 수 없을만큼 두꺼운 이라부의 공중그네는 독자를 땅바닥에 떼구르르르 구르게 만들 정도다. 이라부가 자신의 몸무게가 70킬로그램이라고 할 때 나의 몸은 의자에서 내려와 땅바닥에 있었다.

 

-공중그네는 현대인의 삶의 모습의 단면이다.

 

왜 이라부는 성공하는 공중그네를 늘 성공하던 고헤이는 실패한 것일까, 공중그네는 현대인 모두가 타고 있는 그네이며, 건너야 할 고비일 것이다.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잃을 것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깨닫는다. 다른 길을 가보기에는 힘든 나이라고 단정지어 버린다. 묵묵히 이 삶을 견디어 낼 수밖에 없다고 단정지어버린다. 공중그네에서 한쪽에만 너무 오래 머무르게 되어 다른 쪽으로 건너갈 방법을 잊게 되어 가슴은 계속해서 답답해져오고, 팔힘은 점점 빠져나가 떨어질 것 같다. 떨어진다고 해도 그물이라는 것을 이라부는 안다. 그건 실패가 아니라 다시 한번 더 해볼 기회를 얻은 거에 불과하다고 이라부는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는 한번의 떨어짐을 실패로 보고 그것 하나에 삶이 무너질거라 걱정하며 점점 힘이 빠지는 팔을 쳐다보며 전전긍긍한다.

 

우리의 삶인 공중그네는 안전한 그물장치가 있다. 그것이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안전한 그물장치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신을 믿고 몸을 내던지면 된다. 겁을 내는 것은 그 순간보다 더 먼곳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지금 순간에 집중하고 몸을 던지면 두려움은 사라지고 날아가는 기쁨과 떨어지더라도 몸이 가뿐히(물론 이라부는 가뿐하지 않았지만) 그물위로  솟아오르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이라부는 공중그네에 아슬하게 매달린 현대인에게 한마디를 한다. 다들 무서운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다들 한번씩 해봤으니 또 다시 도전하면 된다고, 두번째는 아마도 신이 날거라고. 공중그네를 몸소 타는 모습을 보여준 이라부, 그는 우리에게 걱정말라고 당신도 날아보라고 한다. 날다 떨어지면 비타민 주사를 놓아준다면서 말이다. 이번건 공짜야, 공짜하면서.

 

 

#마치면서

이 책은 웃음으로 시작해서 웃음으로 끝난다. 그것이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바라는 것일 것이다. 웃을 때는 실컷 웃는 것. 그렇게 웃다보면 가슴이 따뜻한 무언가로 차오를 거라고. 그것을 즐기면 된다고 말이다. 그것을 못 느끼면 마유미짱의 비타민 주사를 맞으면 되니 먼저 웃고 보라고 말이다. 어린시절의 우리는 무조건 하고봤다. 끝을 모른다는 두려움보다는 모르기에 신이나서 어쩔 줄 몰라하며 많은 것을 해왔다. 그렇게 여러개의 공중그네를 건너온 것이다. 잊으면 안된다.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어떤 것을 할 때 내가 행복한지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날아오를 때의 쾌감과 떨어질 때의 보이는 파란 하늘을 기억한다면 두려움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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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로시카 다이어리
메리 발렌티스 외 지음, 어윤금 옮김 / 마디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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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들어간 선물가에서 벗겨도 계속 작은 인형이 나오는 신기한 인형을 본 적이 있었다. 내가 본 것은 6개 정도 작은 인형들이 놀랍도록 한 인형안에 들어가 하나로 합쳐진 모습이었다. 하나의 인형안에 6개의 인형들은 모두 같은 얼굴,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이 인형들은 큰 인형의 무엇일까 고민하며 그 인형들을 꺼내고 집어넣기를 반복하며 그 선물가게에서 눈치를 받을만큼 오래있었던 적이 있다. 이제야 그 인형들의 정체와 이름을 알게 되었다. 마르토시카라는 이름의 인형, 그 인형 안에 든 인형들 역시 그 인형의 한 부분이었다. 그 인형들은 속속들이 자신을 들어낸다. 자신의 모습을 거부감 없이 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얼마나 그럴 수 있을까. 내가 만약 마트로시카 인형이라면 나는 얼마나 여러개의 인형으로 되어있으며 몇개의 인형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아마도 하나도 보여줄 수 없었을 것이며 내 안의 인형들을 찾으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말이다.

 

 

마트로시카인형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마트로시카 인형은 벗겨내도 똑같은 인형이 계속 나온다. 마지막에만 꽉 차있는 인형이고 나머지는 속이 비어있다. 속이 꽉찬 인형은 마트로시카인형 맨 안쪽에 제일 작은 모습으로 들어있다. 그 마지막 인형을 손에 넣기 위해 나머지 11개의 인형을 벗겨내야 한다. 그 작은 인형은 나의 자아에 해당할 것이다. 자아란, 내면의 자신이다. 내면 속의 나를 만나기 위해서는 11가지의 인형을 벗겨낼 준비와 과정이 필요하다. 마트로시카인형은 여성이면 누구나 12겹의 인형들이 속을 채우고 있을거라 말한다. 하지만 하나의 인형을 벗겨내는 것도 겁내는 여성이 있고, 자아까지 발견하는 여성은 극히 적지만 있을 수도 있다. 자아의 인형인 맨 마지막 인형까지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은 진정한 자신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내면의 나를 만나는 일은 아무리 말해도 부족함이 없다. 내면의 나를 만나지 않는다면 속이 텅빈 인형인채로 살아야하는 것이다. 책은 자아를 찾아낼 수 있도록 떠나는 여행을 마트로시카 인형에 비유하여 12가지 여행길을 제시해주고 있다.

 

용기-열두가지의 여행길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다.

 

-책은 마트로시카의 인형을 하나씩 벗겨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즉, 이 여행의 목적은 용기를 갖는 것이다. 나를 마주볼 수 있으며 자아를 끌어안아줄 수 있는 용기를 갖기 위해 작가는 독자에게 하나씩 짐을 지어준다. 그 짐을 풀어서 해결한다면 그것은 더이상 짐이 되지 않을 것이며, 그 짐을 풀 용기가 없어 짊어지고 간다면 하나씩 더해지는 짐의 무게에 주저앉을 수 있다. 용기야 내면 되지라고 남에게 말하기는 참 쉽다. 그러나 스스로 용기를 내는 것은 어렵고도 어렵다. 그렇기에 이 책이 필요한 것이다. 어디서, 어떻게 용기를 내야할지 모른다면 이 책이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만나게 된다면 나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 상상해본다면 용기를 낼 힘이 생길 것이다.

 

내가 떠나고 싶은 여행 두가지.

 

하나, 4장 가식의 가면을 벗어라(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마라.)

-나는 모두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있다. 이래도 착한 척, 저래도 착한 척을 한다고 내가 좋아했던 언니는 나를 그렇게 말했다. 그당시 그 말에 몇날 몇일을 화를 내고, 배신감을 느끼고, 슬퍼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 차분해진 나는 그 언니의 말에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착한아이가 되고팠던 나는 거절이라는 것을 할 줄 몰랐으며 무조건 상대방의 의견에 맞춰주려고 노력했다. 겉으로는 웃으며 수긍했지만 나는 누구에게나 착한 아이가 되기위해 고군분투했으며 나를 돌볼 시간도 없이 남의 눈에 보이는 나를 완벽하게 착한 아이로 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하느라 나를 잊고 살았으며 충분히 그 생활에 지쳐있었다.

언니의 따끔한 충고는 내게 약이 되었고, 그 후부터 나는 거절하는 법을 배웠으며 착한척하는 것이 남을 위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이 방법을 다시 잊고 살았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나는 잊었던 내 모습을 깨달았고 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다시 가슴에 새겨두었다.

 

둘, 10장  독립적인 인간관계를 추구하라-스크램블드에그보다 달걀 프라이가 낫다.

-나는 스크램블에그보다 달걀프라이를 좋아한다. 모양도 이쁘고 맛도 독립된 두가지 맛을 느낄 수 있는 동시에 잘 어울리는 맛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사람관계는 스크램블에그에 가깝다. 사랑 하는 사람을 만나면 내쪽이 그쪽에게 맞추거나, 상대방이 내쪽에 맞추거나 내 사랑은 매번 이러기를 반복했다. 나는 이것이 이상적인 사랑인 줄 알았다. 타인에게 흡수되도록 나를 작게 만들고, 타인 역시 그러는 것이 사랑인 줄 알았다. 그런데 결과는 물론 좋지 않았다. 타인 속에 흡수된 나를 찾는 일은 나에게 고독과 상실을 느끼게 했고 그것은 사랑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나는 나를 잃은 것이다. 10장의 내용을 읽으며 내가 실수한 사랑의 모습을 되집게 되었고 내가 가져야할 용기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마치면서.

 

책은 두께와 내용에 비해 술술 읽힌다. 각장에 알맞는 사례들이 책을 읽는 속도와 재미를  더해준다. 그런 면에서 지루하지 않은 자기계발서라는 데 점수를 주고 싶다. 자기계발서는 독자의 몫이 크다. 그냥 읽는 것으로 끝나지않는다. 이 책을 읽었다면 이제 용기를 찾는 여행을 떠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책을 읽은 보람이 없을 것이다. 두렵더라도, 힘든 여행길이라도 걱정하지 말고 떠나보자. 여행은 어느 정도의 걱정과 두려움, 힘듬을 가지고 떠나지 않는가. 그리고 이 여행은 우리의 인생을 변화시킬지도 모른다. 떠나자. 용기를 찾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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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3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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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있는 가즈키와의 첫만남이었던 책이다. 첫만남에서 가즈키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한 남자아이로 내게 인사를 한다. 하얀 이를 다 내놓고 씨익 웃고 있다, 코피를 흘리면서말이다. 피는 나는데 저 남자애 웃고 있다. 그의 눈은 초롱초롱함을 넘어서 기쁨과 자신감이 가득차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영화에서 코피를 흘리며 웃고 있는 주인공들의 눈동자에 기쁨이 이겼다는 기쁨이 넘치는 모습은 많이 봤지만 저 남자애처럼 자신감이 가득한 모습과 동시에 해맑은 모습으로 웃고 있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저 아이 얼굴표정에는 무엇이 녹아있을까? 자신감, 순수, 기쁨, 열정...무엇이 담겨있는지 알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 경험을 한적이 있는가.

책의 마술에 빠져 깊이 더 깊이 책에 빠져들지만 한권짜리 책이 끝난다는 생각에 책장을 넘기는 손은 넘길때마다 멈칫 하는 경험을. 가즈키의 좀비스 시리즈를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었다. 결국 읽고야 말아야했던 책이지만 손끝에 느껴졌던 흔들림을 아마도 한동안  잊지 못하고 이 책을 다시 집어들게 만들 것이다.

 

 "매일 똑같아, 지루해" "뭐 신나는 일 없나?" 

 

 하루에 이말을 얼마나 많이 듣고 많이 하고 살고 있는가?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이런 말을  귀에 달고 사는 우리를 한심하게 보는 녀석들이 있다. 그것도 삼류 고등학교 학생인 더 좀비스가 말이다. 이 녀석들에게 우리가 보내는 시선은 '허튼 소리말고 공부나 해. 니네가 인생을 알아?'일 것이다. 그런데 이 녀석들 인생을 안다. 우리보다 훨씬 더 깊이 알고 있고 그 진실을 실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당신은 삶을 위해 돈버는 것 말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우물쭈물한다면 좀비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revolution


1.(정치상의) 혁명
2.대변혁, 개혁;격변, 완전변화

 

혁명이 일어난다, 아니 혁명은 일어나고 있다. 누가? 삼류고등학교 학생인 The Zombies가!!

 

**The Zombies 그들은 누구인가?

 

1.The Zombies는 NO.3다.

-그들은 삼류이다. 사회도, 학교도 그들을 삼류라고 부른다. 누군가가 당신을 삼류라고 부른다면 웃어넘길 수 있는가?  웃어넘기는 것을 넘어 인정하는 좀비스.  삼류이기에 일류가 아니기에 자리를 지키기 위해 사람과 삶을 등급으로만 평가하지 않을 수 있고 이류가 아니기에 일류가 되기 위해 아둥바둥 되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그들은 삼류다.  삼류를 인정하는 것은 그들은 사회의 잣대의 어긋남을 이미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삼류이기에 변화를 꿈꾸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들. 그들은 N0.3다.

 

2.The Zombies는 좀비이다.

-좀비는 무엇인가? 영화에서 보았듯 죽여도 죽지 않는 것이 좀비이다. 좀비스에 모인 녀석들은 자신들을 좀비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일류가 짓누르고 사회가 짓밟아도 좀비는 죽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영화와 달리 좀비가 일류를 사회를 장악할지도 모른다. 왜냐면 그들은 죽은 좀비와 달리 살아있는 좀비이기 때문이다. 살아있기에 제대로 생각할 줄 알고 제대로 바라볼 줄 안다. 자신의 삶을 삼류라고 말하지만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좀비스가 가진 최고의 아이템이다. 죽여도 죽지 않는 좀비스. 그들은 밟히고 밟히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노력이라면 결코 뒤지지 않는 녀석들이니까.

 

3.The Zombies는 아메바다.

-아메바는 단세포를 말한다. 하나에만 집착하는 아메바. 집착은 무섭다. 집착을 하는 사람을 이길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집착에는 그만큼 강력한 힘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명의 집착이 힘이 적다면 47명이나 모인다면 어떻게 될까? The Zombies의 정원 47명이 하나의 문제에 집착한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그들 어떤 거대한 사고를 치게 될까?

 

-아메바는 변화라는 뜻을 닮고 있다. 그들 변화하기로 마음먹었다. 변하는 이미 하고 있어지만 그건 잠재기였다. 이제 깨어나기로 결정한 그들. 그들을 깨어나게 해준 것은 스승 닥터 모로이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요는 노력이야'라는 말에 눈이 반짝 빛나며 그들이 택한 방법은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여성과 결혼하여 똑똑한 2세를 낳는 것. 그들 방법을 알았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하나다. 자신의 학교 옆에 있는 일류 여자고등학교 학생들과 연애하는 것. 그들의 집착은 시작된다. 단 하나의 집착. 잘라도 잘라내도 잘라지지 않는 집착, 당연하다. The Zombies니까. The Zombies 비상하다.

 

-단순함->깊은 신뢰->강한 우정. 아메바는 하나만 안다. 좀비스가 친구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친구를 믿는다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단순한 하나, 믿음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들의 우정은 끝까지 춤추며 이루어질 것이다. 단 하나만 아는 녀석들이니까.

 

 

이 책의 묘미는 좀비스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들의 삶을 풀어가는 방식, 그리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햇살에 비친 투명한 비누방울 같은 아름다운 캐릭터들이다. 책은 재미만 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어둡게 이야기를 풀어갈 필요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엽기발랄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지만 우리에게 가슴 한구석을 적실 눈물도 함께 주고 있다.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 때문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손에 땀을 쥐기도 하고 다리를 때리며 배를 잡으며 웃기도 한다.(야마시타 인형이 나오면 당장 사고 싶을 정도다.)이런 캐릭터들의 설명을 다 하고 싶지만 그것은 책을 읽으실 분들이

발견할 보석을 빼앗는 것이기에 아쉽지만 참는다.

 

책을 덮고 나서 표지를 바라본다. 씨익~웃고 있는 저 녀석. 그래 나도 씨익~하고 웃어준다. 내 표정에도 네가 느끼는 것이 조금은 묻어나고 있는거지? 라고 물어보면서.

 

 

그들의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단 하나만 생각하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걸 그들은 해내고 있다. 그들은 The Zombies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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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 살해사건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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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 살해사건, 제목은 표지만큼 자극적이다. 고풍스런 표지는 선비의 고상함을 떠올리게 하고 한 톤 떨어진 빨강색은 살해라는 단어와 어우려진다. 그런 의미에서 책 표지는 흥미를 가지기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제목 역시 작가의 이름을 뒤로하더라도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손에 들게할 만큼 흥미를 끄는 것도 사실이다. 기존의 내가 알던 것과는 다른 역사서이기를 꿈꾸며 책을 읽어내려간다.

 

#조선시대 선비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1.선비는 의(義)를 추구한다.

 

선비를 떠올리면 그 반대되는 이미지가 양반이다. 선비와 양반은 한 뿌리이다. 선비와 양반 모두 조선시대의 지배계층이었다. 하지만 내가 선비와 양반에게 갖는 이미지는 상반된다. 그것은 조선시대 백성들도 그러했다고 생각한다. 양반을 욕하는 경우는 있어도 선비를 욕하는 경우는 없다. 선비와 양반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양반과 선비가 구분되는 것으로는 선비는 임금을 모심에 있어 의(義)를 추구하지만 양반은이(利)를 추구한다.

 

"선비는 의를 좋아하고 속된 무리는 이를 좋아하니, 이를 좋아하면서 전하를 사랑하는 자가 있을 수 없으며, 의를 좋아하면서 전하를 잊는 자가 있을 수 없습니다." -율곡 이이

 

옳은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선비정신. 책에서 나오는 정몽주와 사육신의 선비정신을 어찌 아름답다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2.선비들에게 정치는 도(道)의 실천과정이다.

 

선비는 옳은 일을 추구한다고 한다. 그런 선비들에게 정치는 힘든 일임에 틀림없었을 것이다. 의가 이념이였다면 도는 행동이다. 도가 아니면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않았고 한 걸음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죽기를 원했다. 선비들이 "죽여주시옵소서"라고 외치는 소리는 허풍이 아니다. 죽음을 각오하고도 왕을 도로 이끌려고 했다. 왕을 위함이었고 백성을 위함이었다. 어느 하나 자신을 위함이 없었다. 그렇기에 백성들은 선비를 사랑했다. 선비는 백성의 소리를 전하는 신문고 역할이기도 했다. 밑으로는 백성의 소리를 듣고 위로는 하늘의 소리를 들으며 한 길을 가려고 노력한 선비들. 그들은 땅에서 쉴수도 그렇다고 하늘에서 쉴수도 없는 괴로운 자리를 지키며 그 괴로움을 자신을 채찍질하는 도구로 삼았다. 그 도를 위해 수 많은 선비들은 피를 흘리며 죽어가야했다.

 

3.'선비란 자는 진실로 얄미운 자"

 

왕의 입장에서 보면 선비는 얄밉고도 얄미운 자였을 것이다. 죽음 앞에서도 당당한 선비의 절개를 꺽기는 괜히 왕만 힘빠지는 것이었기에. 달래도 안되고 윽박을 질러도 안되고 왕은 선비로 인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지배층이었음에도 선비들은 편한 생활을 바라지 않았다. 의를 상실하고 도를 버린 대신들이 왕을 조정하여 부정한 길로 가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 왕이 백성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왕만을 위한 길을 가려고 할 때 그들은 목숨을 걸고 지켜내려했다. 그것을 지켜내지 못했으면 가차없이 목숨을 버렸다. 정말 선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누가 선비들을 살해했는가.

 

고려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선비들이 살해되었다. 한 신하가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라는 것은 선비들의 목숨이었다. 그런 선비들에게 어떤 감언이설을 해도 조선의 임금 이성계를 모실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자신들이 죽는다 해도 조선은 세워질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택했던 선비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정몽주다. 이성계도 이방원도 그를 아꼈지만 그는 한 임금을 섬기다 죽은 신하가 되길 원했다. 정몽주에 관한 내용을 읽으면서 이방원의 하여가와 정몽주의 단심가가 가슴을 울린다. 이렇게 피의 폭풍이 몰아치며 조선은 건국된다. 수많은 희생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건국 초기부터 삐그덕 거리기 시작한다. 그 삐그덕은 다시 한번 피를 부른다.

 

'조선선비 살해사건'을 읽으면서 눈길이 많이 간 시기는 정도전과 태종때였다.

이들에 대한 짤막한 내 생각.

 

1.정도전-'한 고조가 장자방을 쓴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곧 한 고조를 쓴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아는 정도전은 역적이었다. 자신의 야욕을 위해 이성계를 택했던 그를 달갑지 않게 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자 정도전 그만큼 불운한 선비가 있을까 싶다. 신분의 덜미에 잡혀 자신의 능력을 맘껏 펴보지 못한 정도전은 유배를 가서 사람은 신분에 상관없이 모두 귀한 존재임을 알게 된다. 그는 소중한 백성들을 편하게 살게 해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성계를 찾았다. 그의 꿈을 실현시켜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또한 고려를 위해 일했던 선비였다. 그의 친구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왜 맘이 아프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그는 피를 뿌리면서도 부패한 사회를 바꾸고 싶었다. 그의 노력인지, 이성계가 왕이 될 설때문인지 조선은 태어났다. 그가 가장 먼저 주장한 일은 고려말에 민심을 돌리기 위해 시작한 토지개혁을 마무리하는 일이었다. 그는 자신이 배불리 먹고 사는 것을 떠나 백성들에게 땅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뜻에 따르는 토지개혁을 하기에는 이(利)를 찾는 다른 대신들이 너무 많아 그는 좌절해야했다. 그의 좌절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방원으로 인해 죽음을 당하게 된다. 조선을 위해 목숨을 걸었것만 그는 조선 왕자에게 죽어야했던 비운의 인물이다.

 

2.태종-이방원, 피의 숙청으로 강력한 전제 군주제를 꿈꾸다.

 

태종의 시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피바람이었다. 왕이 되기 위해 형제를 죽였던 사람이 이방원이다. 그의 시대에는 신하도 백성도 두려움에 떨어야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었던 그가 달리 보인 것은 세종때문이다. 세종의 시대에는 피바람이 불지 않았다. 왜 그랬겠는가. 다 그의 아버지 태종때문이었다. 그는 피의 숙청으로 왕이 되었다. 쿠테타로 왕이 된 그는 그런 세상이 다시는 오지 않기를 바랬다. 그래서 강력한 전제 군주제를 시행하기 위해 칼을 드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그의 이 악행은 세종으로 인해 조금 누그러지게 되는 것이다. 그의 뒤에 세종이 대를 잇지 않았다면 그는 연산군처럼 비운의 대군으로 남아야했을 것이다. 그의 이야기가 흥미진진 했던 것은 세종과의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그가 인간적으로 고뇌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손으로 수많은 선비들을 죽이면서 까지 피바람은 자신의 세대에서 끝나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다음세대에는 진정한 선비들이 활동하는 무대가 되길 원했던 것이다.

 

 

#'조선선비 살해사건' 이래서 좋았다.

-이덕일작가, 그가 보고 싶다던 선비정신의 부활. 선비정신을 잊고 살던 이 시대에 그는 아마도 우리에게 의와 도를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의와 도가 부활한다면 이 온갖 부정비리와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는 아마 사라질 것이다.

 

-교과서의 역사가 아니어서 좋았다. 교과서의 역사의 딱따함이나 간단함, 미화를 시키는 점 없이 그는 역사의 그림자까지 파헤치고 알려주고 있다. 세종시대의 숨겨진 백성들의 원망도 좋았다.

 

#'조선선비 살해사건'이래서 실망했다.

 

-제목이 왜 조선선비 살해사건인지 머리를 내내 굴려도 모르겠다. 작가가 원하는 선비정신의 부활은 알겠는데 그것은 책 내용으로 우리가 깨달아야하는 것이라고 본다. 조선선비 살해사건이라고는 보기어렵다. 왕의 교체될 때의 이야기가 주라면 선비는 그 사이사이 들어가는 것이 다이다. 조선왕조사와 다른 점을 찾기가 어렵다.

 

-너무 뜸을 들이는 것은 아닐까.한다. 조선 선비들의 활약과 피바람은 세조이후부터이다. 세조부분에서 끝이 나고 마는 이 책. 뜸을 잘 들인 밥이 맛있다고는 하나 2권으로 손을 뻗치게 하기에는 배가 너무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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