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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 살해사건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6월
평점 :
조선 선비 살해사건, 제목은 표지만큼 자극적이다. 고풍스런 표지는 선비의 고상함을 떠올리게 하고 한 톤 떨어진 빨강색은 살해라는 단어와 어우려진다. 그런 의미에서 책 표지는 흥미를 가지기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제목 역시 작가의 이름을 뒤로하더라도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손에 들게할 만큼 흥미를 끄는 것도 사실이다. 기존의 내가 알던 것과는 다른 역사서이기를 꿈꾸며 책을 읽어내려간다.
#조선시대 선비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1.선비는 의(義)를 추구한다.
선비를 떠올리면 그 반대되는 이미지가 양반이다. 선비와 양반은 한 뿌리이다. 선비와 양반 모두 조선시대의 지배계층이었다. 하지만 내가 선비와 양반에게 갖는 이미지는 상반된다. 그것은 조선시대 백성들도 그러했다고 생각한다. 양반을 욕하는 경우는 있어도 선비를 욕하는 경우는 없다. 선비와 양반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양반과 선비가 구분되는 것으로는 선비는 임금을 모심에 있어 의(義)를 추구하지만 양반은이(利)를 추구한다.
"선비는 의를 좋아하고 속된 무리는 이를 좋아하니, 이를 좋아하면서 전하를 사랑하는 자가 있을 수 없으며, 의를 좋아하면서 전하를 잊는 자가 있을 수 없습니다." -율곡 이이
옳은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선비정신. 책에서 나오는 정몽주와 사육신의 선비정신을 어찌 아름답다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2.선비들에게 정치는 도(道)의 실천과정이다.
선비는 옳은 일을 추구한다고 한다. 그런 선비들에게 정치는 힘든 일임에 틀림없었을 것이다. 의가 이념이였다면 도는 행동이다. 도가 아니면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않았고 한 걸음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죽기를 원했다. 선비들이 "죽여주시옵소서"라고 외치는 소리는 허풍이 아니다. 죽음을 각오하고도 왕을 도로 이끌려고 했다. 왕을 위함이었고 백성을 위함이었다. 어느 하나 자신을 위함이 없었다. 그렇기에 백성들은 선비를 사랑했다. 선비는 백성의 소리를 전하는 신문고 역할이기도 했다. 밑으로는 백성의 소리를 듣고 위로는 하늘의 소리를 들으며 한 길을 가려고 노력한 선비들. 그들은 땅에서 쉴수도 그렇다고 하늘에서 쉴수도 없는 괴로운 자리를 지키며 그 괴로움을 자신을 채찍질하는 도구로 삼았다. 그 도를 위해 수 많은 선비들은 피를 흘리며 죽어가야했다.
3.'선비란 자는 진실로 얄미운 자"
왕의 입장에서 보면 선비는 얄밉고도 얄미운 자였을 것이다. 죽음 앞에서도 당당한 선비의 절개를 꺽기는 괜히 왕만 힘빠지는 것이었기에. 달래도 안되고 윽박을 질러도 안되고 왕은 선비로 인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지배층이었음에도 선비들은 편한 생활을 바라지 않았다. 의를 상실하고 도를 버린 대신들이 왕을 조정하여 부정한 길로 가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 왕이 백성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왕만을 위한 길을 가려고 할 때 그들은 목숨을 걸고 지켜내려했다. 그것을 지켜내지 못했으면 가차없이 목숨을 버렸다. 정말 선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누가 선비들을 살해했는가.
고려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선비들이 살해되었다. 한 신하가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라는 것은 선비들의 목숨이었다. 그런 선비들에게 어떤 감언이설을 해도 조선의 임금 이성계를 모실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자신들이 죽는다 해도 조선은 세워질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택했던 선비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정몽주다. 이성계도 이방원도 그를 아꼈지만 그는 한 임금을 섬기다 죽은 신하가 되길 원했다. 정몽주에 관한 내용을 읽으면서 이방원의 하여가와 정몽주의 단심가가 가슴을 울린다. 이렇게 피의 폭풍이 몰아치며 조선은 건국된다. 수많은 희생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건국 초기부터 삐그덕 거리기 시작한다. 그 삐그덕은 다시 한번 피를 부른다.
'조선선비 살해사건'을 읽으면서 눈길이 많이 간 시기는 정도전과 태종때였다.
이들에 대한 짤막한 내 생각.
1.정도전-'한 고조가 장자방을 쓴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곧 한 고조를 쓴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아는 정도전은 역적이었다. 자신의 야욕을 위해 이성계를 택했던 그를 달갑지 않게 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자 정도전 그만큼 불운한 선비가 있을까 싶다. 신분의 덜미에 잡혀 자신의 능력을 맘껏 펴보지 못한 정도전은 유배를 가서 사람은 신분에 상관없이 모두 귀한 존재임을 알게 된다. 그는 소중한 백성들을 편하게 살게 해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성계를 찾았다. 그의 꿈을 실현시켜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또한 고려를 위해 일했던 선비였다. 그의 친구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왜 맘이 아프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그는 피를 뿌리면서도 부패한 사회를 바꾸고 싶었다. 그의 노력인지, 이성계가 왕이 될 설때문인지 조선은 태어났다. 그가 가장 먼저 주장한 일은 고려말에 민심을 돌리기 위해 시작한 토지개혁을 마무리하는 일이었다. 그는 자신이 배불리 먹고 사는 것을 떠나 백성들에게 땅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뜻에 따르는 토지개혁을 하기에는 이(利)를 찾는 다른 대신들이 너무 많아 그는 좌절해야했다. 그의 좌절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방원으로 인해 죽음을 당하게 된다. 조선을 위해 목숨을 걸었것만 그는 조선 왕자에게 죽어야했던 비운의 인물이다.
2.태종-이방원, 피의 숙청으로 강력한 전제 군주제를 꿈꾸다.
태종의 시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피바람이었다. 왕이 되기 위해 형제를 죽였던 사람이 이방원이다. 그의 시대에는 신하도 백성도 두려움에 떨어야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었던 그가 달리 보인 것은 세종때문이다. 세종의 시대에는 피바람이 불지 않았다. 왜 그랬겠는가. 다 그의 아버지 태종때문이었다. 그는 피의 숙청으로 왕이 되었다. 쿠테타로 왕이 된 그는 그런 세상이 다시는 오지 않기를 바랬다. 그래서 강력한 전제 군주제를 시행하기 위해 칼을 드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그의 이 악행은 세종으로 인해 조금 누그러지게 되는 것이다. 그의 뒤에 세종이 대를 잇지 않았다면 그는 연산군처럼 비운의 대군으로 남아야했을 것이다. 그의 이야기가 흥미진진 했던 것은 세종과의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그가 인간적으로 고뇌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손으로 수많은 선비들을 죽이면서 까지 피바람은 자신의 세대에서 끝나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다음세대에는 진정한 선비들이 활동하는 무대가 되길 원했던 것이다.
#'조선선비 살해사건' 이래서 좋았다.
-이덕일작가, 그가 보고 싶다던 선비정신의 부활. 선비정신을 잊고 살던 이 시대에 그는 아마도 우리에게 의와 도를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의와 도가 부활한다면 이 온갖 부정비리와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는 아마 사라질 것이다.
-교과서의 역사가 아니어서 좋았다. 교과서의 역사의 딱따함이나 간단함, 미화를 시키는 점 없이 그는 역사의 그림자까지 파헤치고 알려주고 있다. 세종시대의 숨겨진 백성들의 원망도 좋았다.
#'조선선비 살해사건'이래서 실망했다.
-제목이 왜 조선선비 살해사건인지 머리를 내내 굴려도 모르겠다. 작가가 원하는 선비정신의 부활은 알겠는데 그것은 책 내용으로 우리가 깨달아야하는 것이라고 본다. 조선선비 살해사건이라고는 보기어렵다. 왕의 교체될 때의 이야기가 주라면 선비는 그 사이사이 들어가는 것이 다이다. 조선왕조사와 다른 점을 찾기가 어렵다.
-너무 뜸을 들이는 것은 아닐까.한다. 조선 선비들의 활약과 피바람은 세조이후부터이다. 세조부분에서 끝이 나고 마는 이 책. 뜸을 잘 들인 밥이 맛있다고는 하나 2권으로 손을 뻗치게 하기에는 배가 너무 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