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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숲에 남산제비꽃이 피었어요 ㅣ 아이세움 자연학교 2
김순한 지음, 백은희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남산숲에 남산제비꽃이 피었어요>란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책 한권에 자연이 살아 숨쉴 수도 있구나였다. 아이세움에서 자연학교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책은 말 그대로 자연을 가르쳐 준다.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닌 아이와 함께 자연을 알아가게 해준다. 어른은 다 알고 있는 지식을 아이에게 가르쳐 주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아이를 어른의 눈높이에 맞춰서 보는 것은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함께 배워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만들어진 책이다. 사진과 그림들이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해주고 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 조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들에게 자연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해본다.
시골에서 자란 내게 자연은 살아 숨쉬는 친구였다. 자연과 함께 놀면 지루하지도 않았으며 낮에는 낮대로 밤이면 밤대로 자연은 변화하며 나와 놀아주었다. 자라나면서 언제부터인가 흙을 밟는 시간보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길을 걷는 시간이 많아졌다. 도시로 나가 살면서는 흙을 밟는 일이 하루에 한시간도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흙은 이제 고향에 내려가거나 아이들과 놀이터에 가거나 아니면 따로 시간을 내어 도시를 벗어난 교외로 나가야 만질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내가 어릴 때 보았던 식물들과 곤충, 동물들을 교과서나 책에서 보면서 이런 것을 보았냐고 물으며 내가 그렇다고 설명을 해주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자신들도 보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다. 자연과 함께인 곳에 가더라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지, 무얼 알려줘야 하는지 고민에 빠져야했다. 불과 15년 전만해도 나는 자연을 일부러 가야 만나야 하는 존재가 될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도시에서 자연은 일부러 시간을 내고 공부를 해야 만날 수 있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공부를 할거라면 조금 더 아이들에게 자연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 조건에 이 책은 아주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과 조카들을 데리고 하늘공원에 가는 약속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되도록 빨리 아이들과 약속을 하고 자연의 행복을, 자연의 신비를 알려주고 싶다고 흥분에 들떴다.
아이들에게 흙을 밟는 행복과 자연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서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것을 어릴 때부터 마음 속에 심어주는 일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이 아이들이 자라서 자연을 지키게 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자연에 대해 알려주어야 한다는 의무를 어른들이 가진 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만이 아닌 나역시 자연의 소중함을 그동안 잊고 살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뜨끔했다. 주위를 둘러보고 자연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된 책이다. 아이와 부모를 둘 다 배려한 책으로 이런 책이 계속 나와주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아이를 둔 부모님께 권하고 싶은 이 책에는 내가 반하게 된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한 곳에 다 모여있어요.
-책은 한 장소를 정해서 그곳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들, 살아 숨쉬는 동물들, 식물들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이 책 한권만 들고 남산에 간다면 남산의 생태와 동식물에 대해 아이와 찾아보고 만져보고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여러가지를 보여주기 위해 많은 장소를 다녀야했다. 동물들은 동물원, 식물들은 식물원에 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책은 한 장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식물들을 자세히 설명해주어서 그 장소에서 하루를 모두 보낸다고 해도 지루하지 않을 이야기가 들어있어 활용하기에 아주 좋다.
둘째, 사진과 그림이 자세하게 나와있어요.
-아이들은 글보다 사진이나 그림에 호기심을 보인다.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이라고 해도 실제로 존재하는 동식물들을 보지 않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책에는 사진과 그림 거기에 설명까지 풍부해서 아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자연 자습서이다. 조카가 사진에 대해 물으면 내가 그 옆에 있는 설명을 조카에게 이야기 해주는 방식으로 책을 읽었는데 6세의 조카도 흥미를 보이며 좋아하였다. 특히나 조카는 마지막에 있는 남산에 사는 나무들 사진을 오려놓고 이름을 맞추는 놀이를 좋아하였다.
셋째, 책 한권이면 부모와 아이의 즐거운 체험학습
-책은 아이만 배려한 것이 아니다. 부모도 배려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나서 아이가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이해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간다한 질문지도 있고 아이와 함께 남산에 간다면 부모와 함께 해볼 놀이도 나와있다. 나무와 대화하기라던가, 나무 아기를 찾아보는 일을 부모와 함께 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또한 남산에서 실행하고 있는 아이와 함께하는 프로그램들도 수록해놔서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욱 뜻깊게 쓰게 해주고 있다. 내가 가장 놀란 부분은 남산에 다녀와서 아이가 기록해보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갔다와서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는다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잊혀질 추억으로 끝나겠지만 책은 그런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써서 아이의 독후활동까지 배려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