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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의 시간
도시락은 좋다. 뭐 먹을까?가 행복한 고민이긴 하지만, 어쩌다가 하는 외식이 아니라 날마다 먹는
밥이라면 이 질문도 지겨워진다. 그럴때 도시락은 점심시간을 벌어주고,
속을 편하게 해주고, 돈도 아껴주고, 혹 같이
도시락을 싸온 사람이 있다면 사람도 벌어준다.
도시락을 나눠먹으면 대화 주제는 도시락이 된다. 내가 싸와도
그렇고, 누가 싸줘도 그렇다. 내가 먹는 음식을 누가 만들었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하는 것은 대단한 이야깃거리가 된다.
그 이야기를 엮은 책이란다. 날마다 손수 만든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후배가 이 책을 추천했다. 일본 드라마를 보다보면 전혀 내용상 중요한 부분이 아닌데
도시락을 먹는 일이 많다. 장소도 공원, 사무실 한쪽, 한가한 길가까지 다양하다. 아니면 도시락과 관련한 이야기들도 많다. 그런만큼 이 책은 일본사람들의 이야기. 별 이야기는 없지만 그래서
더 내 이야기같고, 아는 사람 이야기같다.
낯선 이에게 카메라를 들고 찾아가 “도시락 좀 봐도 될까요?” 하고 묻고 이야기를 듣는다. 쉬운 일인데, 아무나 못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새 신랑의 도시락을 싸준다. 앞에서 말한 이유들 때문이지만, 이야기가 있는 도시락은 못되는 것 같다. 이 책을 훑어보다보니 이야기가
있는 삶,은 별게 아니고 지금 현재 일상의 여러가지 것들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어찌보면 남에게 싸주는 도시락은 큰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한 편의 그림이다. 그럼 다음
주 월요일부터 시작해볼까? 물론 이 소박한 이야기를 꾸준히 만들어나가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알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도나 지리산자락으로 내려간 사람들이 있다. 혼자라면
혼자여서 편하게 결정했다는 생각이 들고, 애들 있는 집은 애들 있으니까 내려가면 더 좋지 싶다. 지금 나는 입으로만 자연에서 살고 싶어, 외치고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런 나에겐 뭔가 복잡한 이유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다. 아직 갈 때가 안됐다.
난 사실 서울에서 사는 삶을 쫌 좋아한다는 걸. 산이 굽이굽이
흐르는 지리산자락이 세상에서 젤 멋지지만, 집에서 20분쯤
버스를 타고 가 옛 궁 옆길을 따라 올라가면 나타나는 바위산에 감동하고, 구불구불 골목, 따닥따닥 붙은 집이 재미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드나들어 반질반질해진
숲길이 안쓰럽지만, 그 산 하나에 기대어 버티는 도시사람의 삶에 마음이 간다. 그 산에도 온갖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게 좋다.
그렇게 수요일은 숲요일을 만들고, 자기 자리에서 천국을
찾는 사람의 책이다. 서울생활 10년차, 철저하게 한강을 기준으로 강북만 열심히 돌아다니는 나에게는 반가운 장소들이 많다. 작가의 사진들이 그날 그곳에서의 내 마음처럼 따뜻하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얼마전에 나는 푸드 포르노 중독자라는 걸 받아들였다. 장르영화
특집인 부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놓치지 않고 본 영화는 모두 음식영화. 주인공이 먹는 장면이 15분을 차지하는 20분짜리 드라마
10편을 친구들이 올때마다 틀어주고, 침 흘리며 매번 같이 보는, 심지어 친구가 돌아가고 나면 혼자 남아 또 한번 보는 날 보며, 인정하기로
했다.
쇼핑이 진정한 내 욕망이 아니라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고자하는 도피처라는 걸 깨닫고 덜 매이게 됐는데, 혹시 맛있는 음식도 그런건 아닐까했는데, 아닌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은 그저 기쁨.
그래서 이 제목에는 절대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나면
나도 모르게 내 추억이 되는 음식이야기, 또는 내 속에 들어있던 음식이야기가 쪼르륵 딸려나와
또 얼마간의 대화 주제는 음식이 되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