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플렉, 운명의 남자아이를 만나다 소담 팝스 5
에바 이봇슨 지음, 유예림 옮김 / 소담주니어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1. 실제 강아지를 한두시간 빌릴 수 있는 대여소가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불법이라는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아닌 것 같다. 2015년에 논란이라는 기사가 여럿 있다. 

최근에 도서관에서 강아지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그림책을 보고, 아이들한테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더 깊게 볼 문제가 많은 것 같다. 그 공간이 개들에게 익숙해야 하고, 개들과 친숙한 사람이 같이 있어야 할테고, 아이가 읽어주는 개랑 친해질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 개를 잘 아는 사람이 붙어 있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며칠 빌린 개랑 시간을 보내면서 힐링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이기적인 것인지, 택도 없는 소리인지 새삼 느끼게 됐다. 


2. 강아지랑 살지만, 강아지가 어떤 존재인지 잘 모르겠어서, 사람이 쓴 강아지 책들을 보게 된다. 그 책들이 말하는 강아지는...사실 사람과 같은 존재다. 어떻기를 바라는 걸까. 당연한거지. 


3. 중간에 나온 성 로크 수도원 이야기 재미있다. 자연스럽게 침대에서 같이 자는 강아지, 뭐랄까 그 금기를 깨는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이 재미있었다. 


254쪽

할은 얼룩 한 점 없이 새하얀 면 침대보를 보며 플렉에게 말했다. 엄마가 침대에 개가 올라오는 걸 질색했던 생각이 났다. 그래도 플렉이 움직이지 않자, 할은 다시 한 번 이야기했다. 

"말했잖아. 강아지는 침대에서 자는 거 아니야. 그러면 안 돼." 

플렉은 별로 내키지 않는 것 같았지만, 침대에서 내려갔다. ....

그런데 역시 약간 열려 있던 옆방의 문 앞을 지나던 플렉이 멈춰 섰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할은 플렉의 시선을 따라갔다. 꽤나 뚱뚱한 사람일 게 분명한 수도사가 자고 있는 침대 위에는 리트리버 강아지 세 마리가 있었다. 수도사가 부드럽게 코를 고는 박자에 맞춰 이불이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들은 그렇게 편안히 단잠을 자고 있었다. 할은 플렉에게 말했다. 

"알았어. 플렉. 네가 이겼어."


256쪽 

성 로크는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을 돌보는 치유사였는데, 자기 자신이 병을 옮을 때까지 병자를 돌보다가 죽음을 맞을 때가 되자 홀로 숲으로 갔다. 하지만 어떤 강아지 한 마리가 로크 성인이 회복할 때까지 자기 주인의 식탁에서 빵을 가져다 준 덕분에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성인들은 보통 화살을 잔뜩 맞거나 참형을 당하는 것 같은 고난을 겪기 마련이지만, 이 이름도 없는 강아지가 그를 구해 준 이래로 쭉, 성 로크는 강아지들의 수호성인으로 알려져 왔다. 


http://maria.catholic.or.kr/sa_ho/list/view.asp?menugubun=saint&ctxtSaintId=469

찾아보니 진짜 그런 성인이 있다. 


4. 바닷가 가난한 어부 집에서 태어난 할의 아버지가 어떻게 그렇게 돈을 많이 버는 일을 하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기가 막히게 돈이 많아 돈 쓰는 게 일인 어떤 상류층의 모습도 잘 드러났다. 말도 안되게 비싸야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 실제 개나 치우는 사람에게 아무 의미가 없을 보석으로 장식된 개똥 치우는 삽처럼, 그 아이러니가 드러나는 장면들. 


"미크가 왜 우리를 위해서 이런 일을 다 해 주었는지 모르겠어. 언젠가 갚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는데."
"계속 친구로 남아 있으면 돼"
피파가 이렇게 말하자, 할은 피파를 쳐다보았다. 놀란 표정이었다. 할은 이제까지 자라면서 ‘우정‘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도록 배운 적이 없었다. 뭔가 물질적인 것을 줘야만 한다고 생각했었다. 선물이나 현금 말이다. 하지만 당연히, 피파의 말이 맞았다. -211쪽

자라면 수도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할은 생각했다. 수도사들이 결혼을 할 수 없다는 건 진짜였지만, 이제까지 보아 온 부부들을 생각하면 결혼을 못한다는 게 딱히 나쁜 일 같지는 않았다. -258쪽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누군가와 많은 걸 나누게 되면, 강아지든 사람이든, 그게 그냥 우리 삶에서 사라져 버리지는 않거든." -285쪽

할은 입에 손가락 두 개를 넣고 휘파람을 휘익 불었다. 저 멀리서 나타난 흰 점이 점점 커지더니 다가와서 할의 발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플렉의 혀는 축 늘어져 있고, 꼬리는 모래를 탕탕 내려치고 있었다. 마치 웃고 있는 것 같다....
영원히 머물 집을 찾은 강아지야말로 진정 자유로운 강아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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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때!
사토 신 지음, 돌리 그림, 오지은 옮김 / 길벗어린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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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뭐 어때!'라는 어감 만큼 경쾌한 표지의 책 <뭐 어때!>를 만났다. 처음엔 나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사장님은 내지 말라고 했지만 뭐 어때! 라는 띠지 말처럼 쳇바퀴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하루 숨통을 틔여주는 말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입이 세모인 적당씨는 먼저 4살 쌍둥이들한테 걸렸다. 


입이 세모야! 하고 웃더니 당장 읽으란다. 

지각을 하고, 개한테 고양이 사료를 주고, 넥타이를 엉망진창으로 매고 출근을 하기 위해 버스에 올라탄 적당씨를 얼마나 이해할까 싶은데, '뭐 어때!'를 신나게 따라하다가 적당씨가 버스에 가방을 놓고 내린 장면에서 딱!!

"무서워." "어떡해, 가방을 놓고 내렸어." 막상 적당씨는 뭐 어때! 하는데 이놈들은 뭐 어때!가 안된다. 


참으로 헐렁한 내가 참으로 헐렁하게 아이들을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나보다. 그러고보니 웬만하면 괜찮은, 내 앞에 있는 이 두 놈은 뭐가 빠져있거나 옷에 뭐가 묻으면 울상을 지으면 어떻게 해? 한다. 어쩌면 아이들 본성에 강박이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괜찮아. 적당씨가 뭐 어때!" 하잖아. 수영하다 옷을 다 잃어버리고, 팬티만 입고 회사 앞까지 걸어온 적당씨. 

마지막 반전을 겪고나서도 '뭐 어때!'를 외치는 적당씨를 보더니 애들은 "한번 더!"를 외친다. 


그럼, 생활에서 뭐 어때!를 외쳐대며 엄마 속을 긁을 수도 있을 7살 아이들한테 한번 읽어주기로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어린이집에 가서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는데 그때 같이 읽었다. 

남자 아이들은 표지 그림만 보고도 좋아한다. 두번째 뭐 어때!에서는 다같이 "뭐 어때!"를 외쳐대며 신나한다. 

그래, 친구가 살짝만 앞을 가려도, 살짝만 밀어도, '바보야' 한 마디만 해도 금방 "선생님!" 하면서 눈물이 글썽글썽한 애들에게 뭐 어때!의 정신이 필요한 순간이 많을 것 같다. 


그러고보니 책의 마지막, 어떤 사람에게는 망쳐버린 하루, 날려버린 하루가 됐을텐데 적당씨는 아무것도 후회할 일이 없다. 하루 잘 놀았으니. 뭐 어때?는 어쩌면 하루를 후회없이 보내는 주문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 현재를 즐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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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때!
사토 신 지음, 돌리 그림, 오지은 옮김 / 길벗어린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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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후회없이 보내는 한 방 `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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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 - 2004년 우수환경도서
김용희 지음, 임종진 사진 / 샨티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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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출산, 히프노버딩
메리 몽간 지음, 정환욱.심정섭 옮김 / 샨티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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