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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도의 멸종 - 기온이 1도씩 오를 때마다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생물의 95%가 멸종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고생대 말, 끝내 세상에 담기지 못한 95%의 존재감이 선명해졌다. 무심코 지나쳐왔던 숫자가 새삼 각인된 건 멸망이 등장하는 TV 속 장면을 보고나서부터이다.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에서 남주인공은 멸망한 미래로 여주인공을 데리고 간다. 건물도 그대로, 거리도, 나무도, 하늘도, 강물도 그대로인데 오직 살아 움직이는 존재만 없는 풍경이다. 투명하고 묵직한 이불처럼 공간을 덮는 고요. 두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소리만이 유일하게 울려 퍼지는 침묵의 공간이다. 과거의 지구는 한때 이런 고요 속에서 우주를 여행했을까. 이런 풍경의 미래가 온다면 인류는 그 옛날 살아남았던 5%의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사라지는 모든 것에 책임이 있다는 건 사라지는 모든 것들 때문에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거야.” 드라마 속 대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멀게만 느껴지던 미래, 상상이나 판타지 드라마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세상이 다가올지 모른단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손으로 그런 세상을 만들 수도 있다는 거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죠스바 아저씨가 부르짖었던 말처럼, “파.국.이.다.”
『6도의 멸종』은 지구의 평균기온이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제시한 1.4~5.8℃에 도달했을 때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를 기술한 책이다.『침묵의 봄』의 기후 버전이랄까. 체계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술했다는 점에서『총∙균∙쇠』가 생각난다.
이 책의 가치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기후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자료를 토대로 지구의 미래를 예측했다는 점에 있다. 기후 모델은 워낙 변수가 많고 다양해서 특정한 모델로 지구의 상황을 예측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해당 온도를 경계로 한데 묶인 자료들을 보면 온도별로 지구에 나타날 현상들이 대략 윤곽을 드러낸다.
아쉬운 점은『총∙균∙쇠』처럼 지도가 곁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지역이나 국가를 일일이 검색하며 위치와 상황을 파악하다보니 완독에 2주 정도가 걸렸다. 나는 세계지리에 무지한 인간이라 여기에 홍수가 터지고 저기는 땅이 쩍쩍 갈라진대도 여기와 저기가 당최 어떤 연관이 있는지 연결 짓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 학생은 에어컨을 틀어도 매번 덥다고 했다.’라는 문장만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교실 좌석의 지정학적 위치가 에어컨의 사각 지대라는 정보만 알아도 대번 상황이 파악되지 않는가. 글로벌하게 읽히려면 그림 자료가 추가되면 좋을 듯하다. 간혹 베개로 사용될 가능성이 예상되더라도.
<들어가기 전에>에서 저자가 한 말 중 특히 공감한 부분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구기온이 2도, 4도, 6도씩 올라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다. 일교차가 15℃씩 나는 일상을 생각하면 그 정도의 변화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 있다는 거다. 사실 과학과 비교적 친숙한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다.
6도라는 온도가 낯설지는 않았다. 오래전에 짧은 영상으로나마 접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2009년, 네이버캐스트에서 ‘지구를 위협하는 6℃’라는 글과 동영상을 보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의 영상을 편집하여 곁들인 가상시나리오에서는 기온이 1도, 3도, 6도 상승했을 때의 세상을 영화 속 장면처럼 보여주었다. 그저 상상의 산물이려니, 가상의 시나리오라 생각했다.
12년이 지난 다음, 책으로 다시 접한 미래는 체감 온도부터 달랐다. 더 이상 나와는 상관없는 먼 일이 아닌 게 되어버렸다. 가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지구 온난화 관련 최신 인터넷 뉴스를 자주 뒤적이게 되었다.
이 책이 출간된 2008년 이후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났을까. 당시에는 미래였지만 현재로서는 과거로 박제된 결과들이 궁금했다. 우리는 당시의 예측에 얼마나 근접한 미래를 살고 있을까.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를 언급하면서 회담의 성패에 주목하고 있다’라는 문장을 보고 회의의 결과가 궁금했다. 검색을 해보았다.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량 목표 정하기도 실패, 구속력 있는 감축안 마련도 다음 총회로 미뤄져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빠르면 2015년 북극해 빙하가 사라질 수도 있다거나 킬리만자로의 남은 얼음이 2015년~2020년 다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볼 때에는 잠시 안도했다. 위태위태하지만 아직은 사라지지 않았으니.
‘현재 380ppm인 CO2농도를 350ppm이하로 끌어내리기 위해 인류가 결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문장에서는 다시 철렁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현재 ‘2050 탄소중립위원회’로 통합)의 블로그에서 2019년 현재 지구 평균은 409.8ppm, 한국은 417.9ppm라는 자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결사적인 노력이 실패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가도 책 속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상황에서는 소름이 돋았다. 마음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는 이산화 탄소 앞에서 내 마음은 파도처럼 출렁였다. 체중계 앞에 선 다이어트 인간처럼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 탄소의 농도 수치를 조마조마하게 바라보았다.
1도가 오른 부분을 건넜을 뿐인데 벌써 갑갑하고 숨쉬기가 불편해졌다. 티핑 포인트에 도달해 균형이 무너져 인간의 능력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 올까봐 두려웠다. 객관적인 데이터들은 현실감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후다닥 지나칠 수 없는 상황들이 긴박하게 이어질수록 독서 속도는 더욱 느려졌다. 지구의 온도가 서서히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눈동자의 움직임을 늦췄던 것일까.
4도 상승 부분에서 2007년 남극에 있는 론 빙붕의 해빙이 등장하면서 다시 멘붕에 빠졌다. 시작은 사소했다. 무식한 나는 당연히 빙붕이 뭔지 몰랐으므로 빙붕의 뜻부터 찾기 시작했다. 음, 남극 대륙을 뒤덮은 얼음이 빙하를 타고 내려와 바다 위로 퍼지면서 얼어붙은 것이로군. 그럼, 론 빙붕은 어디쯤이지? 클릭 버튼을 누른 순간 론 빙붕 관련 뉴스 기사가 펼쳐졌다. 헉! 2021년 5월 19일이라니! 지난달에 일어난 사건이 올라와있는 것 아닌가! 제주도 2.3배 면적, 서울 면적 7배가 넘는 세계 최대 빙산이 남극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뉴스 기사가 조금씩 변주를 달리하며 올라와있었다.
4도, 5도, 6도 상승 부분은 짧은 분량이었지만 예측 가능한 먼 과거의 데이터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졌다.
교과서에 적힌 과학 지식이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첫째,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물에 대한 내용이다
지구상의 물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건 97.5%를 차지하는 바다이므로 인간은 나머지 2.5%의 민물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 중 빙하 등 얼어붙은 물이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한다. 결국 우리는 전부 합쳐도 1%가 안 되는 지하수, 호수, 하천의 물을 이용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인간이 얼어붙은 물을 의외로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는 점에 놀랐다. 만년설이 바다로 흘러들면서 물의 이용이 곤란해지는 상황이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빙하는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특수한 대상이지만 빙하 가까이에 있는 지역에서는 매우 중요한 생명수였던 것이다.
둘째, ‘불타는 얼음’이라 불리는 메탄하이드레이트에 관한 내용이다.
과거 페름기의 대폭발이 언급된 6도 상승 부분에서 메탄하이드레이트의 위력은 무서울 정도로 강력하게 묘사된다. 그런데 예전에 과학책에서 보았던 메탄하이드레이트는 이런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바다 밑에 무한정하게 매장되어있을 차세대 에너지원이라는 내용이 서술되어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얼어붙어있던 메탄이 녹으면 많은 에너지가 발산되니까. 문제는 이용하는 걸 넘어설 정도의 엄청난 폭발력이다. 교과서에서 그런 위험성은 없었거나 별로 강조되지 않았던 것 같다.
흩어진 퍼즐 조각처럼 글씨와 숫자가 빼곡한 가운데 이 책에서 유일하게 등장하는 표가 있다. 이산화탄소의 농도에 따른 기온 변화와 각 단계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행동을 정리한 표이다.(302쪽)
당시의 데이터로 저자가 추산한 이산화 탄소의 농도는 2007년의 382ppm 이후 매년 2ppm씩 상승하여 2015년에는 400ppm이 된다. 저자는 그런 상황이 된다면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폭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 예측한다.
위 계산법으로 단순히 산술 계산을 하면 2021년에는 410ppm이 예상된다. 인터넷 자료에는 2021년 현재 416.3ppm으로 나와 있다. 당시의 예측을 웃돈다. 원래의 과정을 증폭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양의 되먹임의 한계치가 위험한 수준이다. 탄소 순환 되먹임의 한계선인 400ppm을 넘어섰다.
숫자로 드러나니 심각성이 확 와 닿는다. 흩어진 뼛조각들을 연대별로 하나하나 그러모으듯 연구 결과물을 종합한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책이 발간된 해에 불과 30대 중반이었던데 현재 40대 후반인 저자가 이 책의 개정 증보판을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오늘날의 상황까지 더해진다면 어떤 내용이 더해질까. 주변을 둘러보면 변화가 조금씩은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가끔 가는 커피숍에서는 ECO 친환경 생분해 빨대를 준다. 탄소배출 관련 뉴스도 점점 더 많이 보도되고 있다. 온도 변화를 따라잡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조금은 희망적인 내용이 추가되면 좋겠다.
쨍한 날. 하늘을 볼 때마다 빨래하고 싶어진다. 태양에서 내리쬐는 그 많은 열과 빛이 거리로 버려진 채 구르는 상상을 한다. 아깝다. 여름의 에너지를 모을 수만 있다면, 겨울로 가져갈 수만 있다면 이토록 많은 전기를 생산하느라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일은 없을 텐데. 한쪽에서는 물 폭탄이 쏟아지고 다른 쪽에서는 심한 가뭄이 일어나는 것도 결국 한정된 공간에서의 효율적인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아서일 것이다. 자연의 순환의 고리를 깨뜨려 아름다운 리듬을 파괴한 존재는 바로 인간이다.
거실 바닥에 일부러 쓰레기를 버리거나 한여름, 안방을 뜨겁게 한 채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지구가 나의 집이라 한다면 이렇게 함부로 다룰 생각은 하지 않을 텐데.
무조건 빨리, 많이, 높아지는 게 최고는 아니리라. 조금은 느려도, 약간 부족해도, 다소 낮은 채 살아가도 되지 않을까. 우리가 지구를 버리고 다른 행성으로 옮겨가려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우리가 있어서 멸종으로 가고 있다면 멸종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할 존재도 우리이어야 할 것이다. 과거를 통해 상상하는 미래는 두렵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는 현재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현재의 우리가 과거로부터 이어진 관성을 바꾼다면 미래의 모습도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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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 7째줄: 태양의 적외선 → 지구의 ~
p41, 2번째 단락 6째줄: 영거드라이스 → 영거드라이아스
p63, 5째줄: 그린데발트 → 그린델발트
p113, 밑에서 4째줄: 인도에서는 온난화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해야 오히려 안전하다. → ‘안전하다’가 무슨 의미일까? 여러 번 읽어봐도 잘 모르겠다.
p113~116 제목: 인도와 파키스탄이 전쟁을 하는 이유 → 파키스탄에 대한 언급이 마지막 문장 하나다. 제목과 연관 지어 한 문장이라도 추가했었으면 좋았겠다. 이유를 잘 모르겠다.
p122, 10째줄: 캐스케이즈 → 캐스케이드
p123, 2째줄: 샌트럴밸리 → 센트럴밸리
p274, 13째줄: 지각판의 변동에 의해 산의 완성되고 → ~ 산이 ~
p283, 1째줄: 가스의 양을 → ~ 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