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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 두 번째 아이는 사라진다 문학동네 청소년 13
방미진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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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한 이야기, 연못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두 번째 아이가 사라지는 괴상한 연못.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아이에 관한 이야기여서였을까? 책을 읽는 내내 이제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한 아이가 떠올랐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더욱 마음이 안 좋았던 건 떠나기 하루 전에도 그 아이가 속해있던 반에서 아이들을 웃겨가면서 수업을 했다는 것이었다.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다. 이름을 들었어도 언뜻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던. 삶과 죽음을 갈등했던 영혼 앞에서 나는 무엇을 가르쳤던 것일까……?

 

마음의 색맹

 

 

수업을 한다

 

색맹을 얘기하고

유전자를 말하고

가계도를 칠판에 그려낸다

 

아이들은 듣는다

푸른빛 마음으로

분홍빛 마음으로

회색빛 마음으로

 

나는 바라본다

각기 다른 빛깔의 마음으로

 

어디를 바라보고

무엇을 바라보고

누구를 바라보고 수업한 것일까?

나는

 

누구를 바라보고

무엇을 듣고

어떤 것을 느끼며 앉아있는 것일까?

아이들은

 

마주 서 있다고

서로를 보는 것은 아니다

 

마음의 색을 보지 못하는 나는

마음에 대한 색맹일지도 모른다

 

*...견디기 힘든 것은...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영혼을 보지도 못하고.

그 앞에 서 있었는데도 이미 그 존재 앞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조차 되어주지 못했었다는 거지...

알아볼 수 있었다면...따스한 말 한 마디 안겨주었더라면...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때늦은 후회를 해 본다는 거지...

인생이라는 것이...그래도...그럼에도 불구하고...살아갈 만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고, 말해야하는 위치에 있는 이 순간에...인생 참 허망하다..라는 느낌을 안고 있다는 거지...

이제는 어깨를 눌렀던 그 짐을 툭툭 털어내고 날아가기를...하늘로 올라 별이 되기를...』

 

독백처럼 말줄임표가 적힌 글을 정신없이 적었던 기억이 있다. 어떤 이유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공부를 꽤 잘하는 아이였다는 소문을 포함해서 여러 짐작들이 조심스레 나돌았더랬다.

 

사진 찍힌 아이가 사라진다는, 어찌 보면 약간은 비현실적인 환타지 요소가 들어있는 소설이지만 소설 속에서만 존재해야 할 이야기가 현실과 겹쳐지는 것만 같아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평범한 아이 서인주는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으로써 특별해졌다. 죽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아이들 속에 소리 소문 없이 묻혀있었을 것이다.

사실, 학교는 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속은 위험한 아이들로 가득하다. 누가 위험인물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터지기 전에는.

그러고 보면 평범이란 단어는 전혀 평범하지 않다. 누구라도 평범이라는 말 속에 들어올 수 있고, 그 말 속에서 내쳐질 수 있다.(p96)'

 

'괴담이란 그 괴담을 필요로 하는 아이에게 찾아와, 마치 귀신처럼, 살아 움직이는 거야.(p179)'

‘정말 주인공이었던 걸까? 그저 남겨진 건 아니었을까? 무대 위에 버려진 것처럼.(p233)'

소설 속에서 첫 번째 아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등장인물 모두 두 번째 아이일 수밖에 없다. 드러내어지는 두 번째 아이는 분명히 있지만, 첫 번째 아이 역시 언제 두 번째가 될지 몰라 불안해하니 그 마음은 이미 두 번째 아이가 되어버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공지영 외, 한겨레 출판)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1등을 향한 괴담 속에 던져져 괴담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색을 얼마만큼 정확하게 보고 있는 것일까?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자살률이 증가하는 유일한 나라,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나라,

청소년의 자살 원인으로 ‘성적, 진학문제’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만 하는 사회 구조적인 모순이 ‘괴담’이라는 숨겨진 이야기로 표현되어지는 나라...

 

‘사라진 쪽, 남는 쪽, 어느 쪽이 더 불행한 걸까?(p233)'

답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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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콜스 - 영화 [몬스터콜] 원작소설
패트릭 네스 지음, 홍한별 옮김, 짐 케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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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대의 오랜 기간, 내 삶은 무채색이었다. 지나가다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는다 해도 아무 아쉬울 것이 없었던 시절. 하루하루 지나는 시간들이 무의미했다. 아파트 베란다에 나갈 때마다 아래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여기서 떨어지면 죽을까?’하지만 잘못되면 살 수도 있을 것 같고, 아플 것 같기도 해서 포기했다.^^; 많은 사람들도 만나보고, 늦게까지 직장 일을 하며 몸 안에 피곤을 잔뜩 담아오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마음속은 텅 비어버리는 듯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엘리베이터의 거울을 바라보면 공허한 두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엇으로도 채워질 것 같지 않은 외로움이 스멀스멀 찾아와 나를 집어삼켰다. ‘젊음은 한순간이라고들 말하지만, 그 시간이 꽤 오래 계속되지 않는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긴 세월동안.(힐러리 맨틀, <사랑의 실험>중에서, p9)’그렇게 끝나지 않아 죽을 것만 같은 현재를 담고 있는 내게 미래는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에 보았을 때에는 그저 독특한 책이었다. 예술적인 무채색의 그림과 함께 몬스터가 등장하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 한 아이의 치열한 성장 과정이 담긴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왜 다시 읽어볼 생각이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며칠 뒤의 나는 편안히 누워서 책장을 가볍게 넘기고 있었다. 그런데, 두 번째로 접한 책은 처음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오랜 기억들이 생각나 가슴이 한동안 먹먹해졌다. 지금에 와서 웃어넘길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부터 지금까지도 나를 무겁게 하는 이야기까지 영화 속 장면을 보는 것처럼 머릿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졌다. 자세를 고쳐 잡고 문장 하나하나를 선명하게 짚어갔다.‘이야기가 작가에게서 끝날 수는 없다.(p6)’며 몬스터가 세 편의 이야기와 주인공 코너의 네 번째 이야기를 넘어 다섯 번째 이야기를 자꾸 요구하는 것만 같았다.

 

과거의 기억은 디지털적이다. 모든 과정이 기억나는 게 아니라 특히 인상 깊었던 몇몇 장면들이 한 장 한 장 떠오른다. 직접 했던 행동들뿐 아니라 생각만 했을 뿐인 기억들도 선명해질 때가 있다.

어리석게도 나를 이렇게 무채색으로 만든 것이 다 주변 사람들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속으로 원망의 말을 뱉어냈다. 마음속에 폭풍이 지나가고 거센 바람이 불었다. 내 앞에 펼쳐지는 상황으로 내 삶을 이끌어가는 것은 나이므로, 모든 것은 나의 책임이라는 자각을 한 후에도 상황은 썩 달라지지 않았다. 모든 게 내 탓이라 생각하니 나를 더욱 무겁게 누르는 짐들이 다가왔다.

진짜 나의 모습은 무엇인가? 타인에게 보여 지는 모습과 스스로 느끼는 모습과의 괴리감에서 허무가 몰려왔다. 표면적으로 나는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착한 사람으로 비춰졌다. 누군가 내게‘착한 아이야. 네가 그렇게 착하지 않아도 되면 좋겠구나.(p31)’라며 위로를 해주었으면 덜 힘겨웠을까?‘항상 좋은 사람은 없다. 항상 나쁜 사람도 없고. 대부분 사람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지.(p91)’‘삶은 말로 쓰는 게 아니다. 삶은 행동으로 쓰는 거다. 네가 무얼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네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p255)’라는 말을 해주었으면 좀 나아졌을까?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 죄책감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었을까?

‘너는 고통이 끝나기를 바랐을 뿐이다. 네 고통. 고통 때문에 네가 겪는 소외감을 끝내고 싶었다. 지극히 인간적인 바람이다.(p253)’몬스터가 코너에게 하는 말은 어느 덧 내게 들려주는 말이 되어 나를 어루만져주었다.

 

사람은 이중적이다. 진실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맞닥뜨리면 어느 정도의 사실을 얘기한 후에는 방어막이 작동한다. ‘때로는 누구보다도 스스로를 먼저 속여야 할 때가 있지.(p88)’ 진실이기도 하고, 진실이 아니기도 한 말로 스스로를 에워싼다. ‘진심이었다. 하지만 진심이 아니기도 했지.(p253)’그래서 ‘진실은 속임수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p91)’모순된 말이지만 두 말이 다 진실이 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죽고 싶었다고 생각했던 그 시기에 나는 그만큼이나 절실하게 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에도 마음 한 구석이 외롭고 허무해질 때가 있어요..”슬쩍 울적해진 마음을 선생님께 비춰보았다.

“사람에게는 늘 그런 면이 있는 것 아닌가? 꽉 채워져 있는 것보다 한 구석 비어있어야 새로워질 수 있는 거지.”

이 말을 들으면서 예전에 즐겨 맞추던 아기공룡이 그려진 9칸짜리 플라스틱 퍼즐이 생각났다. 하나의 빈 칸이 있어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맞출 수 있는 퍼즐. 꽉 차 있는 마음속은 다 맞추고 움직이지 못하게 해 놓은 퍼즐처럼 삶을 굳어지게 할 수도 있겠다. 죽고 싶어질 때에도 느껴졌던 허전함이 살고 싶은 지금도 느껴지는 걸 보면 어쩌면 인간은 늘 마음 한 구석에 퍼즐의 빈 칸을 가지고 다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이리 저리 빈 칸을 채우려고 움직여가는 과정이 바로 ‘삶’이란 것일까?

 

글을 쓰면 행복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글을 쓰면 아프기도 하다. 진심이 아니면 써지지 않기에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나를 드러내게 된다. 내게 있어 글은 즐거움이면서 괴로움이다.

‘그냥 진실이 아니라, 너의 진실...(중략)...너는 네 진실이, 네가 감추는 것이, 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라는 걸 안다.(p55)’새빨간 주목의 열매처럼 몬스터의 말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진정한 진실은 ‘용기’일까? 그것을 기꺼이 드러낼 수 있는 용기. 용기와 함께 드러내어진 진실은 두려움을 녹여내고 그 사람을 치유해준다.

‘모든 이야기가 행복하게 끝나는 건 아니(p180)’지만, 나는 이제 서서히 불완전한 나의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어볼 수 있을 것만 같다.‘이야기는 중요하(p189)’고,‘진실을 담고 있다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일 수 있(p189)’으므로.

이제 나의 다섯 번째 이야기가 미래를 향해 펼쳐지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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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ungho 2012-08-11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용기와 함께 드러내어진 진실은 두려움을 녹여내고 그 사람을 치유해준다.'는 나비종님의 말씀이 가슴을 울리네요. 이제 두려움을 이겨낸, 나비종님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를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천수진 2012-08-13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전에 공지영씨의 글에서 이런 문장을 본 적이 있어.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럽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아는 것이다."
오늘따라 왠지 그 말이 와닿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heliosinn 2012-09-16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주 다크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책이지요.

나비종 2012-09-17 20:30   좋아요 0 | URL
내면을 깊게 파고 들어가는 내용이라 스스로를 냉철하게 바라보게 하는 책입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인듯 하지만 어른들이 읽으면 울림이 더욱 클 것 같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질 너에게 창비청소년문고 6
이운진 지음 / 창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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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길이었단다. 신호 대기 중이었는데,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초등학교 운동장 옆에서 몇 명의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더구나. 순간 네 어릴 적 생각이 났어. 그 때만해도 엄마는 아직 젊은 30대였고, 바쁜 직장일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융화시키기 위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었기에 자못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 갑자기 코끝이 찡해지면서 네 생각이 많이 나더구나.

 

『 내 아이의 시간

 

 

학교 철봉에

매달려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져온다

 

흩날리는 운동장

먼지 사이로

겹쳐지며 거슬러가는

내 아이의 어린 시절

 

일터에서 치열했던

엄마의 시간에

삐질삐질 땀과 함께

흔들리는 손바닥

저런 모습으로

자신 앞에 놓인 시간을

놀이터에 대롱대롱

내맡겼을까?

 

결코

되돌리고 싶지 않은

다시는

견뎌내지 못할 것 같은

바늘 같이 날카로운

순간들이지만

 

이제는 훌쩍 커버린

어른스런 미소를 보면

어슴푸레 고여 있던

내 아이의 시간들이

바람에 흩뿌려지는

모래알이 되어

순식간에 마음속으로

쏟아져버린다

 

피곤에 흠뻑 젖어

고단함이 떨어져도

좀 더 같이 보낼 걸

좀 더 오래 지켜보고

좀 더 깊이

좀 더 많이

아이 향한 내 마음을

표현해줄 걸

 

엄마 마음 알지 못하는

어린 시절 아이는

여전히 깔깔 대며

뛰어 다니고

엄마 마음 이해하듯

커다란 아이는

묵묵히 곁에 서서

미소 짓는다

 

함께 못한 시간들이

바늘이 되어

엄마 맘을

콕콕

찌르는 것도 모른 채

함께 못한 시간들이

서글픔 담고

엄마 안을

깊숙이

흐르는 것도 모른 채

눈부시게 내려앉는

태양 부스러기처럼

그렇게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다 』

 

그렇게 너는 엄마의 마음을 담은 시가 되었단다. 한 사람만을 위한 시. 그래서 쑥스럽고 부족한 글이지만, 네가 볼 수 있는 인터넷 카페에 이 시를 올린 거란다. 누구든 자신이 시의 주인공이 된다는 사실은 스스로를 뿌듯하게 만들지. 우리 딸은 시를 읽고 좋았을까?

‘옛날에는 엄마가 나한테 관심이 별로 없다는 철없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 그때를 회상하면 그래도 나는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 그리고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구나, 나는 행복한 아이이구나 싶어. 나는 엄마가 내 엄마라는 것이 항상 자랑스럽고, 또 엄마가 나의 엄마라는 것에 참 많이 감사해. 엄마가 ‘내 엄마’라서 정말 다행이야! 우리 일 년에 붙어있는 시간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많지만 어쩌면 떨어져 있어서 느끼는 것도 많은 것 같아.^^ 그래도 붙어 있는 게 더 좋긴 하지만ㅋㅋ 나를 엄마 딸로 낳아줘서 감사해. 우리 한국가면 또 같이 데이트하자! 사랑해 엄마 보고 싶다...^^’

그날 달렸던 너의 댓글을 보고, 엄마는 장바구니를 들고 나와 동네 슈퍼를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모른다, 괜히 히죽히죽 웃으면서……^^; 엄마 생각보다 너는 훨씬 많이 자라있고 열려있더구나. 그게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이런 시기에 독서모임의 선정도서로 이 책을 만난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지는구나. 네가 댓글을 단 날, ‘알라딘’에서 이 책을 바로 주문했다.

이 책의 엄마는 딸에게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더구나. 책을 읽어가면서 내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떠올라 엄마의 엄마나, 아빠에(아직도 ‘어머니’나 ‘아버지’라는 호칭이 부자연스러운 사십 대 중반의 딸이란다^^;) 대한 기억도 떠올려보고, 네 어릴 적 생각도 많이 했단다. 다양한 분야에 대해 엄마의 입장에서 적절한 시와 함께 엄마로써, 딸로써, 한 사람의 인간으로써 경험한 많은 일들을 전해주려는 따뜻한 마음이 너무 좋았다. 얼마 전에 『몬스터 콜스』(패트릭 네스, 웅진주니어)라는 책을 읽었거든. 거기에서 외할머니가 당신을 어려워하는 손자에게 말해. 우리에게는 ‘엄마’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금의 엄마의 위치는 ‘엄마의 엄마’와 ‘엄마의 아이’사이에 있다는 거지. 그래서 책에서도 두 입장을 다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이 나오더구나.

아직 네 엄마는 내공이 없어서 오늘은 책에 나온 말들 중 엄마의 마음을 울렸던 말들을 소개하겠지만, 이다음에는 꼭 엄마의 언어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을 약속할게.

 

‘엄마 팔아 친구 살 나이’라는 소제목을 보고, 엄마는 ‘푸하하~!’하고 공감했단다. 중1때의 너는 한참 친구가 좋아서 친구 집에서 자고 오고 싶어 했지. 그것 때문에 아빠와도 충돌이 간혹 있었잖아. 지금에서 생각하면 정말 좋은 친구를 찾으려는 네 나름의 과정이었는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쓰다듬어 주렴. 좋은 친구는 아주 부드러워.(「소녀들」,김행숙, p17~18)’

친구 뿐 아니라 좋은 존재는 어느 것이나 다 부드러움을 가져다주는 것 같아. 젖을 물고 있는 아이에게 엄마의 품이 부드러운 천국이 되는 것처럼 말이지.

‘울어야 할 때는 놓치고 슬픔을 가슴속에서 키우면 나중에는 큰 파도가 되어 몰아치기도 해. 그러니 자주자주 마음의 방을 비워 주는 게 좋을 것 같아.(p22)’

엄마는 어릴 적에 울고 싶을 때는 주로 식구들이 잠든 후 몰래 이불 속에서 울곤 했는데, 울고 나면 정말 마음이 후련해졌거든. 자주 마음의 방을 비워주는 게 좋다는 말에 공감한단다. 비워야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는 것이거든.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중략)…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우화(寓話)의 강1」, 마종기, p60~61)’

관계라는 것은 맺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들을 하지. 주변 사람이 좋을 때도 있지만, 싫어지는 순간도 있는데 그때마다 관계를 끊어버리면 남아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일단 물길이 트이면 사랑이든 우정이든 물길을 유지시켜가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

‘나의 성취와 꿈을 마음껏 축하해 주는 사람이 정말 좋은 친구가 아닐까.(p64)’

주변을 한 번 돌아보렴. 고2가 된 네 곁에 그런 친구가 있는지?

 

지난봄에 남친 생겼다고 아빠한테 말하지 말라고 엄마한테 문자를 보냈잖아.

‘누군가가 특별해지는 순간이 오면 생은 눈부시게 환해진단다.(p26)’‘사랑이 너를 상처 입히진 않는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어. 사랑이 아픈 건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 아니라 상대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는 것도.(p26~27)’‘나 아닌 다른 사람을 더 많이 생각하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을 더 오래 간직해서 그가 살던 마음속의 집으로 끝없이 편지를 보내는 일. 이것이 정말 사랑이구나 하고.(p31)’

누군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라 하더구나. 그래서 네가 방학 때 집에 오면 사랑에 대한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려고 했는데…….

“참! 그 때 생겼다던 그 남친 어떻게 됐어?”

“벌써 끝났는데?”

^^;

 

‘이 세상이 하나의 학교라면, 상실과 이별은 그 학교의 주요 과목이라고 표현한 글을 읽은 적이 있어.(p32)’‘상실과 이별은 우리의 가슴에 난 구멍이면서 또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담아 둘 수 있는 구멍이 되기도 하는가 봐.(p33)’‘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선운사에서」,최영미, p35)’‘무엇도 영원히 머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 해. 흘러가는 것이, 흐르도록 해주는 것이 삶을 자유롭게 해 준다는 것도 말이야.(p37)’‘아주 깊은 것들은 더 고요한 법이거든.(p39)’

가볍게 얘기했어도 어떤 이별이든 아픔을 동반하기 마련이지. 그 아픔이 너를 또 한 번 성장시켰으리라 믿어. 그렇게 성숙한 아픔을 안고 네 앞에 놓여있는 삶의 길을 힘차게 걸어 나갔으면 한다.

 

‘나는 왜 아침 출근길에/ 구두에 질펀하게 오줌을 싸 놓은/ 강아지 한 마리 용서하지 못하는가(「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정호승, p77)’

정호승 시인의 시처럼 인간은 사소한 일에 분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지.

중학교 2학년 때였나? 체육대회가 있던 날 아침, 기억나니? 너는 반티 대신에 엄마의 검정 티를 입고 나가려고 했잖아. 엄마는 왜 엄마 것을 입느냐고 소리 지르고. 끝내 너는 그 옷을 입고 나갔지. 지금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조금 지나고 나니 네가 절실하게 그 검정티를 입으려고 했던 다른 이유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예를 들어, 반티를 산다고 돈은 가져갔는데, 그 반티가 무엇이었나 아직도 모른다는. 나중에 진실을 반드시 얘기해주렴^^. 딸과 티셔츠 하나로 실갱이를 벌이는 교사라니……. 학생들 앞에서 세상의 이치를 얘기한다는 것이 많이 쑥스러웠다.

작은 일에 분개하지 말고,‘스스로 가치를 만드는 방법이 중요한 것 같아.(p80)’

‘진정한 자존심은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이기적이지 않고 균형 감각을 잃지 않는 건전한 이해 말이야.(p81)’

자존심과 자만심은 분명 다른 것이니까. 잘난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단다.

 

매미 소리가 유난히 더운 날이구나. 우리 다음 데이트에는 산길로 가보자.

‘허파도 별빛이 묻어 조금은 환해진다(「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김기택, p110)’는 자연의 느낌도 느껴보고, ‘몸이 쉬면 마음이 바쁘고 몸이 힘을 쓰고 움직이면 마음이 쉰다잖아. 걷는 일이야말로 머리와 가슴을 쉬게 해 주는 좋은 시간.(p123~124)’임을 공감도 해보고,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은 모른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길」, 신경림, p125)’말한 시인의 길을 같이 걸어도 보자. ‘사진은 구도와 색감을 멋지게 잘 잡는 것보다 어떤 그리움을 담아 두는지가 더 중요한지도 모르겠어.(p164)’훗날 그리움으로 다가올 아름다운 사진도 찍어보자. 시내에서 처음으로 스티커 사진을 찍었던 그날처럼.

 

살아가다보면 수없이 많은 어려움들이 벽처럼 네 앞에 다가올 거야. 그럴 때마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담쟁이」, 도종환, p234)’는 시 한 편을 떠올려보렴.‘사람과 사람이 서로 마음을 비빈다면 그땐 물길의 소리가 더 깊고 더 다양한 소리들이 생겨나겠지. 아, 그래, 말과 말, 마음과 마음, 너와 내가 부딪히고 섞이는 일이 삶이었어. 삶은 물소리처럼 여러 겹을 가지고 있었어.(p133)’서로 의지하면서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한 잎처럼 네 의지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많은 힘이 될 거야.

 

꿈은 어느 정도 정해졌니? 전에 물어봤을 때는 약간은 막연했잖아. 물론 성급하게 쫓기듯이 정할 필요는 없다.

‘네가 가장 원하는 모습이 무엇이며 너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지부터 차근차근 생각해 보았으면 해.(p84)’‘내가 바라던 꿈을 이루게 되면 다른 이들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게 된다는 것.(p87)’‘꿈을 이루지 못했으니 그럼 내 인생은 실패한 걸까? 아니라고 생각해. 나는 또 지금 원하는 일을 하고 있고, 삶은 부분이 아니고 전체니까.(p88)’

어떤 꿈이든 엄마는 너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지지한단다.

‘네 삶에서 꿈이 자라야 해.(p88)’

꿈이라는 것은 일생을 통해 계속적으로 꿈꾸어져야 한다. 엄마도 꿈이 있거든. 내 글을 통해 사람들에게 따스함을 가져다주는 거. 꿈과는 동떨어진 과학교사를 하고 있지만, 뒤늦게 갖게 된 이 꿈은 엄마의 마음을 지금도 설레게 한단다.

‘좋은 시, 좋은 문학 작품이나 예술 작품은 내게 이야기를 해. 직접 그곳에 있지 않아도,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지금, 여기, 그에게서 듣는 것처럼 실감이 나.(p45)’‘짧은 시 한 편이 얼마나 긴 시간을 너와 함께하며 가슴을 데워 줄지 지금은 알 수 없어. 그래도 괜찮아, 영혼의 두근거림은 그렇게 쉽게 멈추지 않거든.(p46)’‘시 속에 들어가면 마음이 쉬는 날이 많아지지.(p6)’‘시가 주는 감동이란 이런 것이기도 해.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내 안의 미미한 슬픔까지도 환하게 다시 비춰 주거든.(p166)’‘사회의 가장 아프고 어두운 곳을 끌어안는 게 문학의 큰 역할이야.(p246)’‘읽는다는 행위는 생각과 마음에 보이든 안 보이든 밑줄을 긋게 되거든.(p158)’‘행간을 지나온 말들이 밥처럼 따뜻하다(「따뜻한 책」,이기철, p159)’

금방 한 밥처럼 따뜻하게 마음을 데워주는 글을 쓴다는 것. 생각만 해도 행복한 상상이구나.

 

작가는 첫 머리에서 그녀의 딸에게 말하지.

‘난 나의 진짜 모습을 보아 주고 나를 응원하고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어.(p5)’‘부모님이나 선생님과 같은 어른이 나에게,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네가 가진 잠재력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었다면, 난 더 많은 것을 꿈꾸었을지도 몰라. 그래서 나 스스로를 믿으며 덜 흔들렸을 것 같아. 내가 가진 능력이 비록 성적과는 무관해도 나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일찍 알았더라면……. 그런 강하고 힘센 영혼이 되어야 삶을 훨씬 더 자유롭고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걸 그때 벌써 알았더라면…….(p5~6)’

작가처럼 이 엄마도 네 삶을 언제나 지켜보는 관람자로서 너를 지지하는 팬이란다.

 

‘모녀 관계는 서로 아주 잘 알거나 타인보다도 더 모르거나 둘 중 하나다.(『엄마를 부탁해』,신경숙, p182)’라는데, 서로 아주 잘 아는 모녀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어. 그래서‘엄마라는 말이 ‘세상에서 가장 짧고 아름다운 기도’(시인 김종철, p186)‘라는 시인의 말처럼 지치고 힘든 삶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기도처럼 불릴 수 있는 엄마의 존재가 되도록 노력하려 한다.

 

‘너는 외롭지 말라고, 너이기 때문에 충분히 아름답다고.(p6)’‘그냥 네가 가진 모습 그대로 꽃 피지 않는다면 나뭇잎만 무성하게 키워도 좋아.(p7)’

지난 5월 말, 한밤중에 너에게서 문자가 왔었지.

‘엄마는 내가 어떤 딸이었음 좋겠어?’

엄마가 바로 보낸 답문 기억나니?

‘그대로의 모습도 좋아..^^’

진심이란다.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도 너는 충분히 자랑스러운 엄마의 딸이란다.

우리가 많은 대화를 나눠볼 시간은 없었지만, 엄마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해.

‘딱 맞는 주파수가 있을 것만 같거든. 그걸 알면 너와 내가 잡음 없이 깨끗한 소리로 서로의 마음을 들을 텐데.(p15)’

우리의 주파수는 이제 거의 맞아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다. 너무 늦지 않아서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질 너』의 마음속으로 엄마가 보내는 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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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ungho 2012-08-04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의 시를 읽고, 아이는 엄마의 깊은 사랑을 온몸으로 느꼈겠지요.

'엄마는 내가 어떤 딸이었음 좋겠어?’
엄마가 바로 보낸 답문 기억나니?
'그대로의 모습도 좋아..^^’

우리 모두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잘 읽었습니다.

천수진 2012-08-09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기적을 믿어요?" "그럼요"
"정말? 그럼 기적을 본적도 있어요?"

"울엄마만난거, 난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엄마랑 딸이 세상에 그렇게나 많은데
하필이면 울엄마랑 내가 모녀로 만난거"

"맞다, 둘이 만난건 기적이겠다.
착한사람둘이 엄마랑딸로.. 정말 기적이네"

- 드라마 빠담빠담 중에서 -

^^ 항상 사랑합니다..더 많은 표현은 한국에서..
마음이 따스해지는 늦은 저녁,필리핀에서,딸이
 
피그말리온 아이들 창비청소년문학 45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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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 금요일 밤마다 TV 앞에 놓인 가구처럼 모니터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던 적이 있었다. 슈퍼스타K 2. 매주 반복되는 경연과 탈락의 현장을 바라보면서 짜릿한 스릴감조차 느껴졌고, 한 단계씩 올라가는 그들을 보고 왠지 모를 뿌듯함에 즐거웠다. 결국 엄청난 상금을 안게 된 한 사람의 승자가 정해지면서 프로그램은 마무리되었다. 평소 다양한 방식으로 노래하는 경연 프로그램을 좋아했기에 우승한 그의 성공 스토리는 마음속에 감동의 물결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2년 후, 나는『혁명은 TV에 나오지 않는다』(문강형준, 이매진)를 읽게 되었다. 책 내용의 처음 부분에서는 내가 그렇게나 좋아하고 감동받았던 프로그램의 이면이 언급되어 있었다. 그 시각의 차이는 충격적이었고, ‘이렇게까지 해석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순간적인 거부감조차 일었다.

 ‘우리 사회의 되도록 밝은 면을 보여 주는 정보를 아무래도 많이 접하게 해 주고 싶죠. 요컨대 기준은 그와 같은 건전성에 있다고 하겠습니다.(p71)’역설적으로 말하는 윤의 주장은 몇 달 전 나를 거북하게 했던 그 책을 떠올리게 했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당당하게 외치고 있어서였을까?

  134만 분의 1이 슈퍼스타 K라면 그를 제외한 나머지 133만 9999명은 좌절 속에 다시 무너져 내린다. 피라미드 꼭대기를 빛낼 단 하나의 별을 위해 패배감이 짓누르는 삶을 짊어지게 된다. 마는 말한다. ‘실제로는 지면에 다루어지지 않은 패배자들이 더 많습니다.(p71)’‘이 아이들이 이면을 간과하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고 잘못된 사회 구조에 대한 최소한의 비판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로 졸업과 함께 세상에 내보내지는 일에 아무런 문제가 없느냐는 겁니다.(p72)’사회 구조적인 잘못이 마치 개인의 능력 부족인 양 다루어지는 현실에 대하여 강하게 외친다. 모두 그들의 잘못이 절대로 아니라고 말하며 이 중요한 사실을 모른 채 무방비 상태로 사회에 던져지는 아이들을 염려한다. 이런 구조적인 모순에 대해 의심조차 해보지 못하는 아이들. 과연 누구의 책임이라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교사다. 교과 지도도 나름 아이들의 언어로 쉽게 풀어 가르친다고 자부해왔고, 다른 업무 능력이나 아이들과의 소통도 그런 대로 무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온.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스스로 질문을 하게 만든다. 나는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쳐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교과서에 있는 지식만을 충실히 가르쳐온 교사가 제대로 된 교육을 했다고 볼 수 있을까? 책을 읽을수록 지그시 눌려지는 무게감은 질문에 대하여 선뜻 답을 못하게 한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질문은 교사로서의 내 존재를 점점 왜소해지게 한다. 그것만은 아니다. 그것만은 아니어야 한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로젠탈 효과와 함께 학생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나타낼 때 주로 쓰이는 말이다. 책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아! 주변 어른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는 아이들의 이야기로구나!’라 생각했다. 얼핏 보았던 책 표지에는 꽃도 있었기에 나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기대한 채 책장을 펼쳤다. 학교 이름 ‘로젠탈 스쿨’도 로젠탈 효과처럼 교사의 긍정적인 시각에 사기가 북돋워지는 아이들을 연상시켰다. 그래서 서장에서 마가 쫓기는 장면을 보고 고개를 자꾸 갸우뚱했다. 책을 읽기 전에 연상했던 평화로움이 점점 미스테리 스릴러로 변모하는 순간이었다.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비리를 묘사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도가니』(공지영, 창비)와 닮아있다. 하지만 조금만 읽어보면 다른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도가니』가 청각 장애학생들의 삶을 다루었을 때, 많은 이들은 교장과 이사장을 향해 책을 읽는 내내 치를 떨며 분노하였다. 하지만 이 책은 교장과 교사들의 비열함에 분노하면서도 스스로를 슬며시 바라보게 한다. 온전히 그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과연 나는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직접적인 괴롭힘을 주지는 않았더라도 학교에 있는 많은 아이들의 고통을 외면하지는 않았던가? 아니면 마취약을 주면서 달랜 적은 없었던가? 아이들의 고통을 근본적으로 없애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사실과 진실의 기준을 정하는 일만 해도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어 자칫 진실을 알기도 전에 지쳐 버릴 수 있다는 걸 마는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감당하기 힘들 만큼 구별이 모호할 때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있다. 자기가 믿는 게 진실이라고 일단 간주하는 것.(p67)’

나는 이제껏 무엇을 믿어왔던가?

 ‘학교는 뭐다? 국가 이데올로기를 충실히 집행하는 도구다.(p74)’

혹시 나는 학교라는 도구의 또 다른 도구가 되어 긍정적이고 밝은 면만을 잘라내어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던 것은 아닐까?

 ‘특정 3종에 한해서만 접속할 수 있게 한 것(p68)’은 아니었지만, ‘정보가 과도하게 넘치는 사회에서는 아이들이 정서적 혼란을 겪지 않도록 교사가 방향을 제시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p69)’라 느끼며, ‘평소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보아 넘기는 편인 곽은 자신이 뭘 몰라서 그런 게 아니라 체념과 타협을 일찌감치 배웠을 뿐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곤 했다. 학습된 무기력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살아가는 거야말로 오늘을 보내는 요령으론 현명할지 몰랐다.(p75)’라고 은연중에 강요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아이들이 감동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 소설 속 그들처럼‘연소자를 지배하는 자기만의 방식이 몸에 배어 있고 자기 확신으로 가득 찬 표정.(p167)’을 짓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그냥 아주 섬에다가 자기들만의 왕국을 만들고 싶다고 하세요.(p171)’그들은 왕국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데, ‘요컨대 이 아이들이 사회에 충실히 부역하는 동시에 기득권, 그러니까 기존의 구성원들에게 덤비지 못하도록 모아 놓고 순한 양이 되게 잘 길들이는 임무를 수행...(p170)’해온 것은 아닐까?

  이런 저런 질문이 스스로에게 하나씩 던져질 때마다 마음속이 답답해져왔다.

 

 ‘고립감을 느끼기 쉬운 자연환경에 철저하게 반복되는 기계적인 일과와 규칙, 거기에 원칙을 준수한다면 또래 집단 형성은 둘째 치고 최소한의 플라토닉 연애마저 불가능하다는 상황만으로도 돌아 버릴 조건은 충분했다.(p103)’‘나는 구제 불능으로 재활용조차 불가능한 쓰레기로 분류된 건가? 단 한 차례의 폭력 때문에?(p119)’‘낙인도’라는 섬 이름처럼 낙인이 찍힌 아이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이런 생각을 한다. 이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해 보았는가? 답변이 궁색해진다.

 ‘무엇이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이 아이들은 기계가 아니며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고 지켜 왔는데 단지 세상에 나가기 전까지 감추고 있었을 뿐인지, 이들이 섬을 전복할 힘이 없다면 최소한 섬에서 탈출하기를 원하는 것인지 알아야 했다.(p214)’

 ‘글쎄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니야. 네가 움직이는 건 인간이기 때문이야.(p215)’

마의 말에, ‘여기서 멀쩡히 살아가려면 가능한 한 생각 같은 건 안 하는 편이 나아요.(p215)’라며 담담하게 답하는 혼모. 담담하기에 오히려 더 아프다.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사각의 교실 안에서, 사각의 책상 앞에 앉아있는 아이들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역시 비슷한 답이 나올까? 지난 주, 힘들었던 영재 캠프 중에 어떤 점이 가장 좋았냐는 질문에 “여기 오면 학원 안 가도 되잖아요.”라며 해맑게 답하던 아이도 비슷한 답을 할까?

 ‘다만 인간이라서, 를 말했을 뿐인데 과대평가라니, 이 아이들이 그동안 인간이 아니면 무엇으로 간주되고 있었을까.(p216)’‘어른이 하자는 대로 참는 건 아이가 아니다. 그런 아이가 있다면 그건 말 그대로 그저 참고 있을 뿐이다.(p235)’‘잠깐의 포근함이 혀끝에서 녹아 사라져 버릴 것을 알면서도 당장의 충동에 몸을 맡겨 보고, 이도 썩고, 아파서 눈물도 흘려 보고, 그러면 안 되나. 무엇이 옳은 걸까.(p236)’...무엇이 정말 옳은 걸까?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그가 암흑이라고 믿는 것조차 암흑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한 채로 그 자리에 견고히 버티고 있었으며 무엇이 진실인지 다퉈 볼 여지가 있음에도 공론화되지 못하고 논란의 대상에서 열외로 비켜나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남게 되었다.(p244)’

과연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 저자 역시 무기력하기만 한 자신의 모습을 답답해하며 작은 힘이나마 보탤 것을 결심한다. ‘그리고 지금, 그게 누구든 간에 등 뒤에서 부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똑바로 돌아볼 것이다.(p245)’마의 생각을 빌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이것은 우리 인생에 어림 반 푼어치 도움도 안 되는 한 어른의 정신적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p247)’ 작가의 말을 통해서 아프고 답답한 마음을 슬며시 표현해본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빛만을 보아왔던 나에게 어둠 또한 정면으로 직시해야 함을 당당하게 알려주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표지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문득 꽃에 둘러싸인 여학생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얼핏 보면 화려한 꽃들에 가려 대단히 평온해보였을 지도 모르는 표정이다. 마네킹처럼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아이는 마네킹처럼 앉아있다. 섬 안에 갇힌 채 저 멀리 암흑을 뚫고 아이를 감시하는 어른들인 양 비춰지는 두 개의 조명을 받고 조용히 앉아있다.

 ‘...무엇보다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세상의 수많은 갈라테이아들은 오늘도 부모 또는 교사 또는 이 세상 모두일지 모르는 자기들의 피그말리온에게 말하고 싶다. 나는 당신 소유가 아니고 당신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어디까지나, 말하고 싶다. 모두가 실제로 그리 말하지는 않는다, 못한다.(p247)’

  한여름 햇살이 유난히 따가운 요즘이다. 방학임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학원으로, 특강으로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며 하루를 보낼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느 만큼을 요구하던 피그말리온이었을까? 언제쯤이면 피그말리온의 모습을 벗고 자유롭게 갈라테이아들을 놓아줄 수 있을까?

  말썽피우고 재잘대는 아이들이 유난히 보고 싶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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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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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기향에서 빠져 나온 연기가 뿌연 공간 사이로 피어올랐다. 작가가 되고자 했던 나의 꿈도 뿌옇게 흐려졌다 사라지는 연기와 닮아져있다는 생각이 잠시 스쳐갔다.

“굳이 책을 내는 작가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책을 내는 것이 자신의 글을 보이기 위한 목적이라면 블로그 같은 데에 글을 올려도 되는 거잖아요.”

꿈에 대한 의지가 희미해져가는 것에 대한 자기변명을 해본다.

“그러면 서평을 써 보는 건 어때요?”

선생님이 제안을 하셨다.

“서평이요?”

“그래요. 인터넷 서점에 올라온 책에 대한 서평을 올리는 거죠. 꾸준히 책을 읽어가면서 서평을 올리면 좋아하는 글도 쓰고, 사람들이 댓글도 달아주니 반응도 볼 수 있고……. ”

“배경지식이 얕은 제 주제에 무슨 책에 대한 평을 할 수 있겠어요?”

자신감을 잃은 마음이 무심코 표현된다.

“서평은 평론과 달라요. 굳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책에 대한 느낌도 쓰고, 그 책을 다른 이들에게 소개해주는 거죠. 좋았던 점이나 아쉬운 점도 표현하고…….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이제부터 시작해보세요.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는 거예요. ”

  서평이라……. 간혹 책에 대한 감상문을 생활문 형식으로 써본 적은 있어도 ‘서평’이라는 형식으로 글을 쓴 적은 없다. 내가 그런 글을 제대로 쓸 수 있을까? 독서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한 달에 대여섯 권의 책을 읽으면서 책에 끌려 다닌다는 생각도 들고, 책을 읽는다는 것이 숙제처럼 느껴지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지 목적조차 잃어버린 듯 방황하던 무렵이다. 음... 솔직하게 책에 대한 나의 느낌을 표현하면 굳이 어렵게 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한 번 해볼까? 그래!

  서평을 쓰려고 결심했다는 사실보다도 나의 꿈에 대하여 진지하게 의논했던 그 날이 군데군데 빛나던 조명의 불빛처럼 선명하게 새겨졌다. 그날 밤, 나는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밤을 새웠다.

 

  새로운 꿈이 어렴풋이 가슴에 새겨진 후 처음 접하게 된 책이 ‘삶을 바꾸는 책 읽기’라는 것은 우연이었을까? 이 책은 ‘책을 왜 읽는가?’에 대한 답과 내가 나아가야할 삶의 방향에 대한 답을 속 시원히 제시해주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서였을까? 하룻밤 사이에 빠른 속도로 읽어 내린 글자들은 내 눈을 지나 마음 깊숙이 들어와 작은 설렘으로 테두리 지워진 꿈으로 자리를 잡았다.

 

‘진정한 독해력이란 문자를 정확히 읽어 내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을 읽건 거기에서 삶을 바라보는 능력(p58)’이라 한다. 나에게도 진정한 독해력이 조금이나마 생겨나는 것일까? 책 안에 담겨있는 삶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내 삶을 되짚어가고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게 된 것을 보면.

‘책 읽기는 쉬는 시간이며 숨 쉬는 시간(p64)’이라는 말에도 공감이 갔다. 직장 일에 치여 내가 일을 끌고 가는 것인지 일이 나를 끌고 가는 것인지 경계가 애매해지는 순간이 많다. 그럴 때면 자존심이 슬쩍 상하기도 한다. 내 삶의 주인이 스스로가 아닌 것 같아서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책읽기는 그런 면에서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것이다. 사실 없는 시간에 짬짬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다는 것은 힘이 들고 때론 피곤한 일일 지라도 며칠 전처럼 하룻밤을 세운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 책을 읽은 다음 날은 유난히 기분이 좋았다. 분명 몸이 피곤해야 하는데도 마치 편하게 한 숨 잔 것처럼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온전한 내 자신의 시간을 호흡한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이 자꾸 자신을 만나게 한다(p100)’고 하나 보다. 내가 책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으니까……. 저자의 말처럼‘책은 마치 남의 일처럼 보는 내 이야기(p125)'라서 책에서 일어나고 있는 마음 아픈 사건들은 나의 옛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고, 주인공의 입장에서 또는 내가 새로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책은 읽는 동안 뭔가를 덧붙이게 하고, 우리가 보고 듣고 겪은 일과 새로 읽은 것을 연결하게 하고, 책과 아직 책으로 쓰인 적이 없는 것들(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포함해서)을 연결하게 한다.(p137)' 아직 쓰여지지 않은 내 이야기를 미리 상상해본다는 것은 얼마나 새롭고 재미있는 일인가?

‘책은 모든 것을 새롭게 볼 능력을 준다(p143)'. 책을 읽고 나서 보는 세상은 그전과는 분명히 다르게 보인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나서 달라진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밤을 새고 오후가 되어서 눈꺼풀은 무거워졌지만 아주 재미있는 일을 기대하는 아이처럼 내 마음은 마냥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딱히 꼭 집어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없는데, 분명 말할 수 있는 것은 뭔가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책의 운명은…(중략)…어떤 사람이 책을 읽는 바로 그 순간에 결정 난다.(p157)’는 말처럼 나에게로 향한 이 책의 운명은 제목처럼 내‘삶을 바꾸는 책 읽기’를 하도록 결정되어졌다. ‘진짜 잠재력은 “내가 이런 일을 할 줄 몰랐는데, 하는구나!”“나에게 그런 힘이 있는 줄 몰랐는데, 있구나!”(p116)'라더니 내가 이런 글을 쓰게도 되는 구나. ‘지금 내 삶은 운명이 아니라 운명이라기보다는 내 의지와 선택의 결과(p88)'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 출발점에서 이 책을 만난 것은 차라리 행운에 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네가 책을 읽고 무엇을 하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네가 누구인지 말해 주겠다.(p236)'고 말한다. 아직 무엇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미 무언가를 시작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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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소년 2012-07-27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을 왜 읽는지 손에 잡힐 듯이 잘 정리하여 주셨네요. 글쓰기를 통하여 진정 삶의 주인으로 우뚝 서시기를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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