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를 그저 '악의 평범성'을 말한 이로만 알고 있었고, 덧붙여, 하이데거의 연인이었다는 것 정도.
작년에 저부제의 [고로 철학한다 : 찌질한 철학자들의 위대한 생각 이야기]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좀더 알게 됐고 한나를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지지해주기는 어려웠다.
이번에 그래픽노블로 나온 [한나 아렌트 : 세 번의 탈출](켄 크림슈타인)을 읽고 그녀에게 호기심이 생긴 것도 있고.
좀더 그녀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무엇보다 '운수 사나웠던 사나이' 발터 벤야민과의 우정에 대해서 깊은 울림이 있었다.
발터 벤야민도 읽고 싶고, 그의 책은 얼추 사모았으나 읽은 게 ... 없다.
그녀가 끝까지 하이데거의 뒤를 봐준 것도 그녀의 아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만큼 품이 컸던 여자였던 거 같다.
그리고 풀리지 않는 질문.
1992년에 나온 반성완 편역의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은 왜 리뉴얼이든 개정판이든 나오지 않는걸까?
한나 아렌트의 [Illuminations](1969)를 참작했다면서 Introduction을 싣지 않는 것도 아쉽다.
녹색, 그린은 그녀의 색.
하이데거의 [존재의 시간]의 뮤즈, 한나 아렌트.
정작 그녀의 글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