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드디어 이시구로의 [파묻힌 거인]을 끝냈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것은 읽은 것이 아니여.

읽었다고 할수가 없어. 도대체 한권을 읽는데 며칠이 걸린거여. 거의 10월 한달을 이책 한권 읽은 느낌이다.

추석끝나고 [콜럼바인]을 읽다가 [파묻힌 거인]을 집어든 뒤로 다른 책을 읽은 게 없으니 10월은 이책에 바친 거나 마찬가지다.

다시 읽어야할 책이다.

이책의 화두라할 고통스럽더라도 과거를 기어코 기억해야 하는가. 오늘을 더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다면 과거의 기억을 묻어야 하는가. 집단적 망각을 용인해야 하는가 같은 질문이 바보같이 느껴지는건 위스턴 같은 인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위스턴은 기억을 잃게 하는 용의 입김, 안개의 영향을 받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가능하다면 오늘을 더 행복하고 모두의 평화를 위해 과거를 파묻어버리고 꺼내지 않아야 한다는 쪽에 손을 들어주겠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하다. 과거는 절대로 묻힌 채 그대로 있지 않다. 오죽하면 프로이트가 그랬겠는가. 억압된 것은 반드시 귀환한다.

절대적 망각? 꿈깨시지. 잘못된 과거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바보같은 질문 하지마.

 

아, 힘든 10월이었다. .. 이번 추석은 본격적으로 일을 맡아서 하다보니 정말 바빴고, 끝나고 나서는 냥이들 땜에 새로운 경험도 하고, 후반 며칠은 앓았다.

호르몬의 변화인지 주기며 여러가지가 상당히 달라졌고 처음 겪는 일들도 생긴다.

끝날때까지 나를 괴롭힐 모양이다. 병원에 가면 도움을 좀 받을 수 있을라나. 그때뿐이다. 약먹을 때 그때뿐.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 그 이후가 더 힘들다는 말도 들었지만 이제 그만 졸업했으면 좋겠다. 지긋지긋하다.

 

"예민한 마음은 부서지기 쉬운 가치들을 사랑한다." (가스통 바슐라르, [촛불])

 

예민하지 않고 담담하길 바랬고, 단단했음 했는데 인지상정에 질질 끌려다니고 만다.

 

바슐라르를 아직 읽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새로 번역되어 나온 저 유명한 [촛불]을 읽어보고 싶다.

호르몬이 변해서인가, 위로받고 싶은 글을 찾는 나를 본다.

고생했다, 10월.

그리고 故 김주혁. 나이들면서 우리 배우들에게서 쉽게 만나기 힘든 얼굴, 표정, 어떤 아우라를 가진 배우가 되겠다 싶어 내심 기대했던 배우인데, 이렇게 급작스럽게 잃어버릴 줄 몰랐다.

만나고 떠나보내고 다시 만나고.. 사는 게 그러려니 했는데 앞으로 그게그렇게 쉽게 쉽게 되지 않으면 어떡하나 싶다.

내가 상당히 겁쟁이다.

예전에 몰랐는데 내가 겁쟁이더라.  

1년 중 싫어하는 달 11월이 온다.

[파묻힌 거인]을 언제 다시 또 꺼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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