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을 언제 했더라.. 예약 시작되고 하루이틀 후쯤?

여튼 오랜 기다림끝에 서점에 풀리고도 하루 뒤인 어제 오후에야 책을 받았다.

...... 으응?  ..... 잉? 이상하기 이를 데 없는 책 1권을 받았다.

책이 거꾸로 인쇄됐어. ....  아니 겉표지가 거꾸로 덮였구나.... 아니, 이건 뭐지? 겉표지를 책본문 방향에 맞춰 뒤집어 제대로 한 다음에 보니 하드표지가 잘못 입혀진 책이었다. 그러니까 겉표지를 제대로 하면 하드표지가 거꾸로 바뀌게 되고, 그나마 본문은 제대로 되는것이니 교환말고 그냥 읽자...로 마음을 잡았다. 재수가 없군.

 

그런데, .. 책끈이 밑쪽에 달려 책 위쪽에서 끝이 달랑거리는 책 읽어봤어?

그러니까 내가 받은 [기사단장 죽이기] 1권은 하드표지와 책끈이 제대로 달려있는 것에 겉표지와 책본문을 거꾸로 붙여 제본한 기괴한 책이었다. 

아, 진짜 재수없군. 표지와 책본문이 엇갈린 책을 받아받지만 또 책끈까지 제각각 노는 이런 책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지만 본문이 제대로 붙여져 있으니 기념이다 생각하고 그냥 읽기로 했다.

 

본격적으로 읽지는 못하고 있지만 추상화와 초상화의 간격을 포착하며 전개해나가는 초반은 흥미롭다.

'얼굴없는 남자'와의 대면은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토마스 만의 [파우스트박사] 에서 비슷한 장면을 볼 수 있다.

아마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메피스토펠리스를 만나는 장면일 것이다. 아주 흡사한듯하다, 내 기억에 의하면.

프롤로그가 끝나면 어김없이 섹스이야기가 나온다.

알려졌다시피 아내로부터 이혼통보를 받은 30대 중반 남자(하루키가 가장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이인듯)의 이야기다. 나는 혼자서 산 골짜기와 평지 사이 경계에 지어진 집에서 산 약 8개월남짓동안 두 여자와 관계를 가졌다고 알려준다.

뻔뻔한 자신의 유혹을 딱 잘라 거저하지 않았는지 모른다면서 '어쩌면 그 시기 내 몸에 특수한 자기磁氣같은 것이 흘렀는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 뭔가가 걸렸다.  

지극히 사적인 거지만, 세월이 지나고보니 나의 '어쩌면 그시기'도 내 생애 가장 좋은 운이 흘렀던 시기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

나도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호감있게만 봐줬던 시절. 그런 시절이 있었다, 분명. 기이하게도 일이 풀려가던 시절. 살다보면 어느새 자기 생에 써야 할 운을 다 쓴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온다. 운이 다했다는 느낌.

기괴하게 생겨먹은 책을 받아들고 문득 다시 한번 생각했다.

스무살이나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서른여섯에 과거를 그렇게 '어쩌면 그 시기'...로 회상할 것 같지않다.

 

멀고 먼길을 돌아 다시 일인칭 화자로 돌아와 초반은 마치 [태엽감는 새]를 다시 읽고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옛날보다 더 장황해졌다고 할까. 이렇게까지 상세하게 주변을 꾸리지 않고 바로 질러가는 맛, 이런 게 예전 하루키에겐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이미 청년이라 할 수 없는 나이였고, 갈수록 무언가가 - 가슴속에서 뜨겁게 타오르던 불길 같은 것이 - 내안에서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 열기가 온몸을 덥히던 감촉이 점차 잊혀갔다."

 

어쩔 수 없이 하루키 자신이 개입되어 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열기가 온몸을 덥히던' 그런 '감촉'을 하루키는 지금도 느끼며 소설을 쓸 수 있는 것일까.

소설가는 늘 그렇게 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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