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뜨겁게까지 느껴지는 4월 16일이다.
토마스만의 소설은 생에 처음 읽는거같다. 어린시절 집에 있던 세계문학전집에 마의산이나 토니오크뢰거 및 단편집이 있었던가 기억이 나지않고, 당시 어린 나는 되든 안되든 다 읽기로 했었기에 아마도 집어들었을거고 읽다가 중도에 관뒀거나 그랬을거다.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책이라도 일말의 인상이라도 갖는다면 그것은 내 머리 또는 몸 어딘가에 가라앉아 꺼져있다가 어느 계기에 스위치가 팍 켜지면서 떠오를거라고 믿는 편이다. 어릴땐 이럴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가라앉아만 있고 비었던 것만 같았던 어린 시절의 독서는 시간이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로 어린시절 독서는 할수 있는 한 많이할 필요가 있다.

토마스만은 늘비껴갔던 작가다.
이번에 ‘악‘이란 주제를 따라가다 토마스만의 이 [파우스트 박사]를 읽어야한다는 데 이르렀다.
파우스트의 주제에 포함되는 변주된 이야기.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대신 음악적 천재성을 얻게되나 결국 몰락하는 이야기.
토마스만은 나치를 피해 고국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해 정신병적 히스테리를 앓고 있는 독일조국과 사람들을 비탄에 빠져 슬퍼하며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걸 생각하고 읽어서인지 초반부터 비의적이고 악의 기운이 묘하게 스멀대는 묘사로 꽉 채워진다. 굉장히 펑범한 내용을 차분한 문장으로이어가는데도 기묘한 악의 기운이 미리 포진해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베토벤 소나타 111번 얘기가 나오는데.... 만이 음악에 얼만큼 조예가 있었던지 알수 없지만 읽다보면 예사롭지 않다는데 동의할것이다. 압도한다. 이 얘기를 풀어내는 인물 자체가 주는 기묘함도 한몫한다.
독서가 주는 기쁨이란 이런걸거다. 읽다 이 기분을 도저히 그냥 둘수 없는 흥분.

베토벤 소나타 111번은 왜 3악장이 아니고 2악장으로만 만들었을까....
유투브에서 리히터의 피아노연주로 들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토마스만.. 대단한 작가다.

나치치하의 독일 정신. 분위기..
벤야민의 [괴테의 친화력]과도 읽어볼만하다.
벤야민은 어렵다. 토마스만도 어럽다. 그러나 나의 독서는 조금씩 좋아질거다.

 

 

 


 

 

토마스만은 이 소설 집필과정에 관한 300쪽 가량의 책을 따로 출간했다는데 이건 번역출간 계획이 없나?

화자인 나, 차이트블롬이 친구인 음악가 레버퀸의 죽음 후 그의 음악인생을 얘기한다

레버퀸은 니체를 모델로, 음악은 아도르노와 쇤베르크의 영향(쇤베르크의 12음법을 악마적으로 해석한 토마스만에게 쇤베르크는 화를 냈다고 한다.)을 받아 썼다고 한다.

방대하고 음알못들에겐 어렵고 그부분이 굉장히 중요해보이는데 솔직히 완전히 이해하며 읽을 수는 없다.

책소개에 따르면 이 소설을 잘 읽으려면 일단 첫번째 독서는 전체를 읽어 개요를 이해하고,

결말을 아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다시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라, 길안내를 한다........

한번 읽기도 힘든데 두번째읽으면....... 일년이 훌쩍 갈것 같다 ㅎㅎㅎㅎ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대신 무언가를 얻었으나 몰락하고 파멸하는 주제는 아주 다양하고 변주된 얘기가 많은데

발자크의 [나귀가죽] 역시 같은 과라 할 수 있다. .................생각해보니 마법가죽이 악마는 아니다. ........

소유하는 자의 소원을 이뤄주는 대신 수명을 가져가는 마법의 가죽을 갖게 된 청년 라파엘의 몰락을 다룬 소설이다.

이를 통해 인간의 조건을 성찰한다는 소설.  

 

러시아 작가 미하일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그리트] 또한 같은 과.............생각해보니 파우스트의 변주라는 것만 알지 읽지 못했네....

또 같은 주제를 다룬 소설들이 있나....

같은 주제를 각 작가마다 어떻게 다루는지 보는 것도 흥미있겠네.

그런 의미에서 작년에 읽었던 [나귀가죽]도 다시 읽어봐야겠다.

물론 괴테의 [파우스트]도.

 

이 거래는 공정한가? 욕망을 이루는 대신 파멸과 죽음이라니.

악마와 하는 거래는 더더군다나 잘 따져보고 잘 하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했으니 깨알같이 들이대서 잘 알아보지 못하게 해놓은 약관도 꼼꼼히 따지자. .........

분명 악마보다 더 영악한 인간이 있을거야.

절대 손해보지 않게 거래하는 악마 등쳐먹는 인간이... 

신의 저주에 강렬한 똥침을 놓는 인간이.... 


악마와, 신과의 싸움은 이길 수 없다는, 결말이 정해진 궤도.

인간의 오만함은 신의 저주를 불러와 결국 저주와 파멸에 이르게 할 거라는 참을 수 없는 결론. 

토마스만은 차가운 웃음으로 신의 세계를 냉소한 레버퀸의 파멸을 통해 히틀러 치하를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독일 민족과 국민들의 정신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한다.....

"추상적 사변에 능한 동시에 신비주의적 감성에 쉽게 현혹되는 독일인의 속성"을 탐구하고자 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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