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런, 이런.... 내가 완전히 오해했다.
금정연, 정지돈의 [문학의 기쁨]이 한국소설, 한국문학에 대한 대담으로 엮인 문학평론서인줄 알았다.
대담이긴 한데 서로 만나 이야기를 한 후 각자 글을 쓴 것을 엮은 것이다.
형식도 대단히 '전위'적이어서 기본 대담도 있고, 서간형식으로 서로 교환한 글도 있으며, 시나리오 형식도 있다고 한다.
대담의 주제는 한국작가의 신작을 대상으로 한 글들과 새로운 문학은 가능한가, 그리고 새로운 문학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가능한가.
한국문학의 현재를 다루고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가능한 가볍게, 해찰하듯이, 투덜이처럼 이야기하려 애쓴 것 같다. 그래도 만만치는 않을 듯싶다.
몇페이지 읽다가 웃고 말았다.
금정연이(아니라 정지돈) 무라카미 하루키를 싫어하는데, 하필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오후]를 들먹이며 [문학의 기쁨]으로 포스팅을 했으니.... 이렇게 민망할 수가 없다. 하하하하하
금정연이 프로불만러인듯한데(투덜이 ㅋㅋ) 간단히 몇페이지 훑어보니 누구도 싫고 싫어하고.. 가 몇번 나온다. ㅎㅎㅎ
그래도 처음 생각했듯이 책 컨셉은 흥미롭다. 재밌게 읽을 것 같다.
"들어가며" 한페이지에 슬라보예 지젝, 정신분석, 토머스 드 퀸시가 언급되는 책이다.
수많은 인물과 작품들이 소환되는 책이니 미리 각오를 좀 해둘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싫어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그의 작품을 주제로 다룬 [오후]를 [문학의 기쁨]과 나란히 붙여놓지는 않겠으나, 새로 나온 책이 있길래 그책을 여기에 붙이는 정도는 괜찮겠지?
민음사의 세계시인선 리뉴얼에 [황무지]도 새롭게 단장하고 나왔다.
4월에 나온다더니 생각보다 일찍 나왔다.
[오후]에서 고야마 데쓰로가 쓴 하루키와 T.S.엘리엇과의 연관성을 소개하는 글은 새로운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글이다.
아마 이번에도 [황무지]를 이해하며 읽을 것 같지는 않지만 어렸을 때 도무지 몰랐던 그 시들이 이번에는 어떻게 다가올지 그것도 매우 궁금하다.
아, 그리고 저 페이지에서 언급한 세 권이 책은 이렇다.
전위적이고 난해한책(으로 알려진) 김태용의 [벌거숭이들]
탄탄한 서사와 문장으로 인정받는(다는) 최진영의 [구의 증명]
문단과 상관이 없이 독립출판으로 시작해 기성출판사에서 책을 낸 한승재의 [엄청멈충한]
물론 세 권다 읽어보지 못한 소설들.
제목으로는... 끌리는 소설이 없다. ... 제목이 전부가 아니니까.
한국문학을 너무 쉽게 포기해버렸는데 어디 다시한번 읽을만한지 한번 골라볼 생각이다.
체호프-레이먼드 카버류가 우세종을 획득한 한국소설이라...
정지돈은 2014년 한해동안 사백편의 한국단편소설을 읽고 [문학동네]의 리뷰좌담을 진행한적이 있는데 이를 그는 '사백번의 구타'라고 칭했다 하하하하 '정말이지 끔찍한 경험'이었다고.
오래전에 어떤 모임을 기획하고 그때 거기서 몇년에 걸친 문학잡지 당선작들을 읽었던 적이 있다.
사백편까지는 아니고 고작 몇십편을 읽었기에 구타당하지도 않고 그다지 끔찍하지는 않았지만 재미있는 경험은 아니었다.
하나같이 비슷한 형식을 갖추고 있어서 특히 엔딩에서의 하나같이 비상하는 추상적 결말들은 나로서는 다소 요령부득이었다.
질리는 경험이긴 했다.
아마 많이 달라졌을거야.
평론마저도 재미없다면그건 진짜 문제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