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게 사뮈엘 베케트는 아직 그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봉우리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그의 책은 [고도를 기다리며] 단 한권이다. 아직도 읽지 못했다. 

아, [몰로이]를 언젠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지만 분량이 많지 않아 끝까지 읽을 수 있었지, 읽었다고 할 수 없는 작품이다.  

읽어도 읽은 것 같지 않은 책, 그런 책 중의 하나였다. 

이런 책들은 우선 왜 내가 전혀 다가오지 않는 책을 꼭 읽으려 하는지 내안의 의도를 찾아야 하는 책이다. 

이름 때문이겠지. 사뮈엘 베케트. 현대문학의 한 봉우리. 그러므로 한번은 올라봐야 하는 작가. 

지난해 선집이 나오기 시작했다.

선집에 포함된 이번 작품은 베케트의 문학평론 [프루스트](1931)이다. 


베케트는 이작품을 쓰기 전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건의 경야]에 관해서 글을 썼고, 그밖의 몇편의 비평과 번역, 시를 쓰면서 연구와 창작 부문에서 열심히 성장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글을 쓰던 당시의 베케트는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하고 있었다고 한다. 

젊은 베케트가 자신의 길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작가로서 프루스트를 읽은 흔적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애초 학자의 길로 들어섰지만 결국 작가의 길로 접어든 베케트가 있다. 베케트는 2년간의 강사 생활 이후 교직이 맞지 않음을 깨달았을뿐더러 학계에 회의를 갖게 되어, 결국 논문 대신 『프루스트』를 택해 자유롭게 집필했다.
그러나 『프루스트』의 내용은 철저히 소설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집중하고 있다. 베케트는 책 서문에서 프루스트의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면모나 시인, 에세이 작가, 번역가로서의 모습은 이 책에 없다고 선언한 후 글을 시작한다. 과연 글은 오직 작품만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해설 중)





  














베케트는 당시 구조가 부재한다고 비판받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실은 디딤돌 위에 다양한 요소들이 쌓여 건축물로 형성되었음을 간파" 한다. 

기억, 습관, 시간이라는 삼두괴물이 베케트의 비관주의, 정해져 있는 실패, 결정되어 있는 비극을 드러내면서 베케트 작품 전반에 드리운 이중구조를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당시 비난받았던 프루스트의 문체를 처음으로 찬사를 보냈다든지, 앙리 베르그송 철학을 바탕으로 읽던 당시의 흐름과 달리 쇼펜하우어 철학과 독일 낭만주의 철학의 특징들을 지적한 것등에서 당시의 인식을 넘어서 있다고 한다. 


나의 프루스트 독서는 지난해 중단된 이후 그대로이다. 사이드 서적들만 모으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언젠가 읽을 그날을 기약하며 더불어 사뮈엘 베케트까지 섭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볼까 기대해본다. 

봉우리...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 일뿐이라구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 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


    - 김민기 <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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