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는 이 기간이 늘 아슬아슬하다.

여름 빼곤 다 시들시들하지만 특히 겨울이 다가오는 시간들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두려운 시간이다.

난 여름여자다 .지난 지독한 더위 속에서도 나는 강건했건만. ...

 

마르셸 프루스트는 진부한 표현을 끔찍이도 싫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모든 작가는 자신만의 언어를 창조해야 합니다" 라고 말했던 듯하다.

 

"상투어의 문제는 잘못된 관념을 달고 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주 훌륭한 관념들을 피상적으로 조합해 낸다는 데 있다." (알랭 드 보통,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진부한 표현, 상투어... 쓰바, 일단 쉽게 써지면 의심해볼만 하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번역 몇 종을 구입했는데 민음사판 김희영의 번역이 가장 읽을만한 듯하다.

평범한 독자가 읽기에 그런 듯하다는 말이다.

일단 민음사판은 각주가 붙었고(미주가 아니라), 각주가 친절한 편이다. 작품 이해에 필수적인 것들을 담고 있다.

진부한 표현이 나와서 말이지만, 프루스트는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를 진부하게 누구나 쓰는 글로 쓰고 싶지 않았던 듯하다.

기억을 헤집으며 끊임없이 다른 데로 '새면서' 잠이 깨는' 단순한 일을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탐색하고 있는 건가 싶다. 초반 몇페이지를 읽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형 마르셸과는 너무나 다른 강건한 신체의 소유자 동생 로베르는 형의 저작을 읽는 길은 '매우 아프거나, 다리가 부러지지 않고는 읽을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슬픈 일이라고 했다.

매우 아프면 책읽기도 힘들고, 다리가 부러지는 정도가 딱 괜찮을 것 같다. 잃어버린 시간을 읽기에.

또 ... 이와이 순지의 <러브레터>(1999)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언젠가는 읽어야 할 것 같다. 후지이 이츠키...

이책을 다 읽고나면 후지이 이츠키 대신 진짜 이 책의 어느 인물의 이름쯤을 불러야 될텐데..

 

 

 

 

 

 

 

 

 

 

 

 

 

 

 

 

알랭 브 보통의 글을 이책([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으로 처음 만났다.

도서관에서 빌려다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글이 뻑뻑하다고 해야하나, 박중서의 번역본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다. 지주형 번역본은 절판된 상태여서 어쩔 수 없이 새 번역본을 구입해야 한다.

원제는 [How Proust Can Change Your Life](1997)이다.

프루스트의 책을 읽는 일이, 혹은 프루스트의 책을 읽음으로써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몇가지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는, 또는 그렇게 읽길 바란다는, 먼저 읽은 자로서의 길을 보여준다고 해야할까.

[잃어버린 시간을 찾어서]를 읽는 한가지 길을 헤쳐나갔다고 해야할까.

이렇게 글을 쓸 수도 있구나, 이렇게 한 작가의 전기를 혹은 독후감을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고 있다.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알랭 드보통의 글을 읽게 된 것도 괜찮은 수확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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