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을 완독한다는, 특히 문학작품을 끝까지 읽는다는 게 결코 간단하거나 쉽지 않음을 깨닫는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책 두 권 ,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막 읽기를 끝낸 참인데, 바로 다시 읽어야하는 종류의 책이다.

기억을 잃어버린 자는 아리아드네의 실을 따라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기억을 잃어버린 데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기억을 잃어버린 것이 덜 아플 수도 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증언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떠오르는 기억들이 이어질 수록 주저하거나 두려워하는 듯하다.

그러다 결국 기억해내고만다.

그건 어쩔 수 없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이야기가 쏟아질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서른일곱 장에서.

 

이제 두눈을 감기만 하면 된다. 우리들 모두가 므제브로 떠나긴 전에 일어난 일들이 단편적으로 기억에 되살아난다. (218)

 

기 롤랑, 혹은 페드로의 회한은 깊은 죄의식처럼 가라앉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기억에 떠오른 그녀를 찾아나서지 못한다.

그녀를. 잃어버린 그녀를. .......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은 내가 좋아하는 류의 소설이다.

기억, 시간, 그리고 탐정소설을 차용한 형식.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막연한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점점 중심에 다가가는 방식.

그건 레이먼드 챈들러의 형식이기도 하다.

그리운 직유법. 그의 낭만, 그의 유머, 그의 고독, 평면속에 던져진것처럼 보이는 핵심.....

챈들러의 소설도 읽고 싶어 그의 소설도 오랫만에 다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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